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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비스런 5각형·6각형의 조화 풀러렌

최근 기하학적 입체 구조 풀러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각형과 6각형이 조화를 이룬 지오메틱 돔인 풀러렌은 탄소60의 등장 이후 텅스텐 티탄 구조에서도 그 발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대단히 단단하고 투명한 광물. 따라서 고가의 귀중한 광물의 대명사다. 그러나 다이이몬드는 연필심이 변신한 것에 불과하다. 다이아몬드를 공기가 없는 곳에서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흑연으로 변해버린다.

다이아몬드와 흑연. 이 두 물질은 성질은 다르지만 같은 물질, 즉 탄소로 이루어졌다. 탄소는 지구 생물의 몸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다. 탄소는 다른 여러가지 원소와 결합해 수십만 수백만 종의 유기화합물을 구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흑연의 동소체는 다이아몬드와 흑연뿐이라고 생각돼 왔다. 그런데 몇년 전에 탄소의 제3의 형태가 발견됐다.

풀러렌이다. 풀러렌 중에도 탄소원자 60개로 이루어진 벅키볼(buckyball)은 다른 종류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화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원가가 6각형으로 연결돼 피라미드 모양의 입체구조를 이루고 있다(그림1). 흑연은 탄소원자가 다수의 6각형을 만들면서 평면적으로 연결돼 있다. 풀러렌은 수십-수백개의 탄소원자가 6각형 또는 5각형을 만들면서 그것이 둥글게 폐쇄형 구를 만든다. 결국 비교적 소수의 탄소원자가 공껍질에 결합돼 있는 것이 바로 풀러렌이다.
 

4백캐럿 다이아몬드와 그 결정구조(그림1)


탄소계의 스타, 벅키볼

풀러렌 가운데 스타 기질이 있는 벅키볼은 60개의 탄소원자가 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으로 이루어진 그물을 만들고 이것이 폐쇄된 공모양을 형성하는 것. 이 공은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완전히 대칭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를 기하학적으로 보면 정 20면체(20개의 정삼각형으로 이루어진 정다면체)의 각 꼭지점을 정삼각형 변의 1/3 길이로 모두 잘라낸 모습. 잘라낸 부분은 5각형이 되고 남아 있는 삼각형은 6각형이 된다.

이들 탄소분자가 풀러렌 또는 벅민스터 풀러렌으로 명명된 것은 미국 원형건축물 설계의 대가인 벅민스터 풀러의 이름을 따온 것. 벅키는 벅민스터의 애칭. 1895년에 태어난 풀러는 세속의 직함 하나 가지지 않은 독특한 인간. 그러나 그는 수학자이며 철학자이며 엔지니어이자 건축가이다. 1927년에 풀러는 독자적 수학 물리학 체계인 '에너지-시너지 기하학'을 구축한 바 있다.

여러개의 정삼각형으로 둘러싸여진 원형건축물 '지오메틱 돔'은 세계적으로 20만개 이상 지어졌다. 그 가운데는 지름이 1백m 이상인 거대건축물도 포함돼 있다. 일부에서는 최소의 재료를 들여 최대의 용적을 실현한다는 건축이론이 탄생해 지오메트릭 건축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탄소60의 구조가 바로 지오메트릭 건축의 핵심을 이루었다. 결국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자연계의 법칙을 구조물에서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탄소60 발견의 드라마는 1985년에 시작됐다. 휴스턴에 있는 라이스대학의 리처드 스몰리와 영국 석세스 대학의 해롤드 크로트가 탄소60의 분자구조가 축구공과 같은 모양일 것이라는 공동논문을 제출했다. 스몰리는 원자 클러스터(cluster)에 강력한 레이저를 쪼여 기화시키고 이들이 어떻게 다시 모여 클러스터를 형성하는지를 조사했다.

한편 우주공간에 분포하는 먼지 속에 탄소 분자가 존재하는 것을 밝혀낸 크로트는 이들 분자가 어떻게 생성되는가를 알아내 미국으로 건너와 스몰리에게 레이저 기술을 탄소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실험환경이 탄소를 대량으로 포함한 별 주변의 고진공 고온조건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몰리는 흑연에 레이저를 쪼였다. 발생한 탄소의 증기는 냉각되어 다시 탄소 클러스터를 만들고, 질량분석계를 통과시켰더니 분자량 720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는 60개의 탄소원자가 대량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탄소원자의 원자량은 12이므로 720/12=60). 이 실험으로 알려진 사실은 일정 조건에서 탄소는 60개의 원자가 동소체를 형성한다는 것. 실험에서는 이밖에도 52, 54, 56, 58, 70개의 클러스터가 소량 검출됐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이들은 모두 순수한 탄소원자가 결합해 폐쇄적인 바구니를 형성했다. 탄소60만이 축구공 모양의 완전한 구형을 이루었던 것이다. 다른 것은 대부분 옆으로 늘어진 모양. 탄소70은 럭비볼을 형성했다. 이들은 두꺼운 종이로 삼각형과 6각형을 만들고 이를 잘라붙여 완전한 구형의 축구공 모양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지오메트릭 돔의 창안자인 벅민스터 풀러에 경의를 표하고자 벅키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탄소원자가 왜 이런 모양으로 결합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추측으로는 공껍질 구조의 탄소60에는 모든 탄소원자의 결합에 미치는 응력이 균등하게 분산되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안정성이 높다는 것 정도.

스몰리는 벅키볼이 가장 안전성 있는 구조인가를 알아보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는 다시 강력한 레이저광선을 탄소60에 쬐었더니 두 개의 탄소원자가 떨어져 나가고 바구니 모양의 탄소58은 다시 두개의 탄소원자를 내몰고 탄소56이 되었으며, 마지막 탄소32가 되어서는 폐쇄 바구니 구조가 붕괴됐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버트 웨틴은 벅키볼을 초고속으로 흑연에 충돌시켜 보았다. 시속 3만㎞ 이상으로 충돌시켜도 벅키볼은 파괴되지 않았다. 벅키볼은 지름이 0.7nm (1nm는 1m의 ${10}^{-9}$)에 불과하다. 이 미세한 구조를 어떻게 관찰할 수 있을까. 웨틴은 레이저를 사용해 이 과제를 풀어냈다. 염화칼슘 용액에 흑연을 녹여 레이저를 조사하면 금속과 탄소의 양쪽이 기화돼 내부에 금속이온을 가둔 벅키볼이 형성된다. 금속이온이 갇혀져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기 위해 다시 레이저를 조사했다. 마찬가지로 탄소원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바구니는 점점 축소됐다. 이온을 가둔 한계 크기는 탄소원자 44개였다. 이 이후 바구니 구조는 붕괴됐다.

신물질의 보고

이렇게 해 탄소60은 강하고 안정된 분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만약에 탄소60 가운데에 여러가지 원자나 분자를 가두는 것이 가능하다면 세계의 과학자들은 신물질의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다.

풀러렌이나 축구공과 같은 지오메틱한 구조는 12개의 5각형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6각형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그 형태가 결정된다(6각형만 존재한다면 평면 구조. 5각형이 더해짐에 따라 곡률이 생기고 결국에는 공껍질이 형성됨).

이론적으로 보면 탄소240, 560, 960 등이 가능하다. 스몰리는 탄소원자 6백개로 이루어진 풀러렌을 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고, 어느 것은 풀러렌 속에 작은 풀러렌을 가두고 있다고 말한다. 풀러렌의 구조와 성질이 점차로 명확하게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물질이 우주에서는 희귀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으며, 지상에서도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1990년 9월에는 아리조나 대학의 도널드 하프만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팀은 아크용접기와 같은 장치를 이용해 대량으로 벅키볼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우주비행사 헬멧 크기의 유리증발기를 불활성가스(헬륨이나 아르곤)로 채우고 그속에서 흑연을 전기적으로 가열한다. 그러면 검은 연기(검댕)가 석출되는데 이 검댕 중량의 15%가 벅키볼인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탄소60이 상품화되어 팔리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싸지는 추세. 값이 싸지면 이 물질의 용도가 점차로 다양해질 전망이다. 저항이 적은 초고성능 윤활제, 고강도 신소재, 신약, 고성능 배터리, 촉매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대의 관심은 탄소60을 이용한 초전도체의 개발.

1991년 초 미국 AT&T 벨연구소와 일본 전기에서는 벅키볼의 결정격자(풀러라이트)에 알칼리 금속의 원자를 불순물로 혼입해 초저온으로 냉각하면 초전도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전기에서 발견한 임계온도는 33K, 미국 얼라이드 시그널사가 도달한 임계온도는 42K로 알려졌다. 아직 임계온도가 다른 초전도체보다 낮지만 장래성은 탄소60이 훨씬 크다.

일본전기에서는 1987년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탄소60이 실제로 공껍질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1991년에는 탄소 풀러렌 내부에 다른 물질을 집어넣는 일을 성공시켰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리셉테네라는 풀러렌을 형성하는 것은 탄소만이 아니고 텅스텐 이황화물도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월포드 큐슐만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그가 만든 것은 8개의 티탄원자와 12개의 탄소원자로 구성돼 있으며 안정성이 매우 높다. 금속원자와 탄소원자로 이루어지는 풀러렌은 '메타로카보페도렌'이라 부른다. 약칭 메토카(그림1).

풀러렌은 탄소만의 독점물이 아니고 여러 가지 원자들이 풀러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기하학적 존재로서 그 전체상의 일부분만이 우리들에게 보여진 것일 뿐이다.
 

탄소가 6각형을 이룬 구조속에 이물질을 집어 넣은 나노칩이 일본전기에 의해 개발되었다.

탄소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풀러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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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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