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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에 자리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대한민국 첨단무기 개발의 산실이다. 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는 100%, 첨단과학기술 무기는 80%를 이곳에서 개발했다. ADD 창립 41주년을 맞아 올 5월 취임한 백홍렬 소장을 만났다. 백홍열 소장은 1970~80년대 ‘백곰 지대지유도탄’, ‘현무 지대지유도탄’ 등을 개발한 로켓 전문가다.
“전쟁을 막는 힘의 원천은 바로 첨단 과학기술입니다.”
백홍열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인터뷰 내내 국방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ADD에서 지난 40여 년간 개발한 신무기는 모두 150여 종. K-9자주포나 현무유도탄 같은 무기는 이미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도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들이다.
백 소장은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ADD가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국내에 과학기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최근 10년간 사회 곳곳의 기반기술이 완성되면서 군사기술도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성과 중 자랑할 만한 것들로 세계 정상급 성능을 가진 차세대 전차 흑표, 벽 뒤에 숨어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K-11 복합형 소총, 인공위성을 이용한 군사용 통신체계 등을 꼽았다. 하늘을 날아가 적의 잠수함 머리 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비행어뢰 ‘홍상어’도 ADD가 자랑하는 성과다. 비행어뢰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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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첨단기술력을 거저 얻을 순 없었다. 백 소장은 자신이 연구개발을 주도했던 ‘현무 유도탄’ 실험과정을 소개했다. 현무 유도탄은 사정거리 180km에 달하는 지상공격용 유도 미사일이다. 개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현무란 ‘북방을 지키는 신’이란 뜻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시험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로켓을 공중폭발시켜야 했는데, 잔해가 민가에 떨어진 거예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과 200m 거리의 버스정류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사고로 번질뻔 했습니다. 나중에 원인을 살펴보니 조그만 전기회로 부품의 접촉 불량 때문이더군요.”
백 소장은 “이런 과정을 겪었던 현무 유도탄은 지금도 한국군의 주력 무기”라며 “한 번의 쓰라린 실패가 더 큰 성공을 불러온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각고 끝에 세계 정상급 무기들을 개발해온 ADD의 연구원들에 대한 백 소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는 “ADD 연구원들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그들이 ‘시간과 비용만 주면 어떤 무기든 개발해 보이겠다’고 호언할 때면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허풍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로거미사일, 철매 등 차세대 무기 개발 한창”
현재 한국은 국방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11위다. 한국의 국가 규모를 생각한다면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이런 ADD도 아직 숙제가 있다.
“북한이 전면전을 벌이긴 어렵습니다. 경제력과 무기 성능에서 너무 차이가 나니까요. 하지만 비대칭 전력을 이용해 도발해올 수 있습니다.”
비대칭 전력이란 최근 장사정포, 해안포, 반잠수정, 공기부양정처럼 첨단무기로 타격하기가 까다로운 북한의 무기들이다. 반잠수정이나 공기부양정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아 첨단 유도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장사정포나 해안포는 몇 발의 포탄을 쏘고 곧 지하땅굴로 숨어 버린다.
대책은 없을까. 백 소장은 “모두 소개할 수 없지만 ADD가 이런 ‘골치아픈’ 북한 무기에 대한 맞춤식 대응 무기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만 소개해 달라고 주문하자 그는 최근 성능실험이 한창인 ‘로거(LOGIR) 미사일’을 소개했다.
“흔한 2.75인치 로켓을 싼 값에 정밀한 유도미사일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미국 해양항공무장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에요. 로켓 앞머리에 적외선 영상 카메라를 달고, 여기서 얻은 이미지를 컴퓨터로 해석합니다. 로거미사일이 실전에 배치되면 파도 위를 스치며 달아나는 반잠수정도, 고무로 만든 공기부양정도 모두 공격할 수 있게 되니 서해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백 소장은 또 “최근 개발 사실이 공개된 한국형 공중요격 미사일인 ‘‘철매’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첨단기술이 북한과의 비대칭 전력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뛰어난 과학기술이 있어야 압도적인 군사력도 기를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세계대전 당시 ‘전차전의 귀신’으로 불렸던 미국의 전쟁영웅, 존 프레데릭 찰스 풀러의 말이 떠올랐다.
“전략과 지휘, 리더십, 병사들의 사기와 용기 같은 것들은 무기의 우월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유형무형의 장치들은 기껏해야 전쟁의 1%만을 차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