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3 CD-롬 타이들, 양보다 질 높이는데 주력

그동안 교육용이나 오락용 등에 한정됐던 CD-ROM 타이틀이 최근들어 매우 다양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에서 나온 것과 비교하면 수준 낮은 제품들이 대부분. 이젠 양적 팽창보다는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컴퓨터 매니아들의 사치품 정도로 인식되던 CD-ROM 드라이브가 올해 안으로 보급대수 30만대를 넘어설 전망인 가운데 그 소프트웨어인 CD-ROM 타이틀 시장도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CD-ROM은 수 십권에 달하는 백과사전을 단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특징이 있어 텍스트(문자)가 아닌 소리, 영상까지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담기에 안성마춤이다.

TV나 영화의 움직이는 장면을 보려면 각각 초당 24장과 30장의 화면이 필요하다. 만약 10초동안 움직이는 장면을 담는다면 플로피디스크의 경우 수 십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6백MB가 넘는 저장 용량을 지닌 CD가 가진 장점 때문에 올 CD-ROM 타이틀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성장한 1백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2천종에 이르는 CD-ROM 타이틀이 선보이고 있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시중에 유통중인 국산 CD-ROM 타이틀은 모두 1백12종으로 이중 절반이 훨씬 넘는 74종의 타이틀이 올해 개발된 것이다(표 참조). CD-ROM 타이틀이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91년에는 2장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매월 20종의 타이틀이 쏟아져 나온다.

종류도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CD-ROM 전용게임, 방대한 양의 자료를 짧은 시간에 검색할 수 있는 백과사전 등 참고류, 동영상이 가미된 교육용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컴퓨터가 멀티미디어화 돼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CD-ROM 타이틀은 초기에는 플로피디스크로 출시된 게임이나 공개 프로그램을 단순히 CD에 옮겨 담았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외국의 세련된 타이틀에 비하면 유치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

CD-ROM 타이틀 전문업체인 솔빛조선미디어 타이틀부에 근무하는 한나리씨는 "영화 산업과 마찬가지로 CD-ROM 타이틀 분야에 일찍 뛰어든 외국이 기술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나온 타이틀을 기동시키면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로고를 보여주는 등 그래픽, 기능면에서 앞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특성상 외국 것을 한글화한다 해도 문화적으로 우리와 맞지 않는다"며 외국산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무작정 흉내내기 보다는 국내 정서에 맞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표)한국전자출판물 일람


교육용분야는 장르 다양화

CD-ROM 타이틀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내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역시 교육용 프로그램과 게임이다.

동아출판사가 올초 선보인 '오성식 생활영어 SOS'는 10만부 이상이 판매되면서 교육용 타이틀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2장의 CD로 구성된 이 타이틀은 인기있는 영어회화 강사 오성식씨를 주인공으로 하여 외국인 회화를 비롯한 각종 장면들을 그래픽, 음성, 애니메이션과 실제 동영상으로 처리했다.

'웰컴 투 팝 하우스'(동아출판사)는 팝송을 들으면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타이틀로 노래방과 감상실 두 모드로 만들어져 노래를 부를 수도, 감상 할 수도 있다. 시리즈로 제작되는 이 타이틀 1편에는 마이클잭슨의 Heal the World을 비롯하여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Top of the World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2편에는 보디가드 주제가(I'll Alwaya Love You)와 로빈훗 주제가(I Do I Do For You)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사영어사가 최근 선보인 '영어는 즐겁게 '(English The Happy Way)는 종이책, 테이프, 영상매체의 특징에다 PC의 상호대화형(인터렉티브) 속성까지 결합시켜 학습효과를 최대로 높이고 있다. 이 타이틀은 영어를 처음 접하기 시작한 국민학교 어린이 및 중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심리적 부담없이 자연스럽고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워나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 외에도 웅진미디어는 '터미네이터' 등 게임 기능이 있는 CD-ROM 타이틀 5종류를 선보였고, 대교는 계열사인 대교컴퓨터와 함께 CD-I 타이틀 '전래동화' 10편과 CD-ROM 타이틀 '내친구 영어박사'를 내놓았다.

온가족이 CD-ROM으로 즐길 수 있는 가족동화 프로그램 '스토리 숍'(동아출판사) 이솝이야기 1, 2, 3집(세광데이타테크) 멀티미디어 한자 교육 프로그램 '셈틀서당'(파스텔) '곽영일 생활영어'(대신정보통신) 영어 청취력을 높이는 '토익 2000' '민병철생활영어'(대우통신) '토익2000'(정보소프트) 등도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선보인 CD-ROM 타이틀.

이중 재미있고 교훈적인 내용을 발췌한 이솝이야기 시리즈는 3D 애니메이션 기법을 채택했으며, '아기돼지 삼형제' 등 명작동화 3편을 담은 스토리숍은 정지화상 화면을 누르면 한국인 성우 음성과 본토발음의 미국인 음성으로 낱말을 읽어준다.

이와같이 CD-ROM 타이틀을 비롯한 멀티 미디어 소프트웨어에서 교육용이 가장 많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국내 현실상 가장 많이 팔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가 도입되면서 유아까지 확대된 교육용 프로그램은 교과과정을 담은 학습용부터 영어회화용, 동화까지 장르 또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영어회화용의 경우, 책과 테이프로 배우던 사람들이 최근 책과 테이프의 장점을 합쳐놓은 CD-ROM 타이틀로 옮겨오는 추세라 교육용 중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학용 타이틀은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제가 판치는 게임 타이틀

게임에 대한 컴퓨터 사용자들의 선호도는 예전이나 이제나 마찬가지로 높아 게임의 CD-ROM화는 다른 분야보다 앞섰다. 사용자들 사이에도 CD 게임이 더욱 흥미롭다고 인식돼 플로피디스크로 제공되는 게임보다 CD 게임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은 교육용 타이틀보다 더 많은 수요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산 타이틀의 수는 눈을 씻고 찾아야 할 만큼 빈약하다. 옥소리 멀티미디어 키트의 번들로 제공된 최초의 국산 CD롬 게임인 '그날이 오면 III'가 유일한(?) 베스트셀러일 정도다. 디스크용에 음성 부분을 보완해 CD에 담은 '그날이 오면 III'는 아케이드 형식의 슈팅게임으로 잡음이 끼는 등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20곡의 스테레오 배경음악과 외국 슈팅게임에 뒤지지 않는 그래픽 등으로 외국 초기 CD-ROM 게임과 비교해도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날이 오면 III를 개발한 미리내소프트웨어는 최근 후속편으로 그날이 오면 IV 역시 CD-ROM으로 제작할 예정.

옥소리 황준호씨는 "게임 사용자들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똑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디스켓 버전보다 CD-ROM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게임 디스켓 버전은 많이 팔려야 5천카피를 넘지 못하는 반면, CD-ROM의 경우 기본적으로 1만장은 팔려 업체 입장에서도 CD-ROM 게임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힌다.

최근 게임 전문업체인 동서게임채널에서도 '광개토대왕' 출하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강우석프로덕션과 계약을 맺고 영화 '투캅스'를 게임화하고 있다. 또한 엘지미디어 코리아 셀렉트 삼성나이세스 SKC 등에서 '아파치' '레드스콜피온' 등 영화를 CD로(비디오 CD) 담을 계획이다.

국산 CD-ROM 게임은 외국산과 비교해 수적 질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형편이다. 게임은 영화와 같이 총체적인 예술로서 영상 음악 등이 하나로 어우러지므로 기술도 첨단을 달린다. CD-ROM 타이틀 전문매장 빌트인CD 정한태씨는 "그래픽 처리, 시나리오 등 전반적으로 게임 제작기술이 많이 뒤떨어지다 보니 아직까지는 같은 가격대면 외국산 게임을 선택하는 경향이다"고 말한다.

교육용 프로그램이나 게임 외에도 데이터 베이스류로 솔빛조선미디어가 개발한 'CD- ROM으로 보는 이규태코너' 'CD 동의보감', 큐닉스 컴퓨터의 '동아일보 사설선집'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 사설선집'은 국내 최초로 타이틀 검색 기술을 개발한 큐닉스컴퓨터에서 만든 타이틀로 동아일보 창간호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사설, 연표, 10대뉴스, 인사록 등을 담고 있다. 1968년부터 26년간의 10대 뉴스를 사진과 함께 실고 있는 이 타이틀은 방대한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강력한 검색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최고의 타이틀로 선정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엔카르타(ENCARTA)나 백과사전 타이틀 중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는 컴튼(COMTON) 백과사전과 비교한다면 아직은 초보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과거자료 데이터베이스화 부실

국내 데이터베이스류 CD-ROM 타이틀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데이터베이스화에 대한 인식이 전무해 과거 자료를 모아놓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되는 데이터베이스류 CD-ROM 타이틀의 경우, 인쇄 매체로 보관된 것을 재입력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수작업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또한 백과사전의 경우, 투자 비용도 만만찮다. 옥소리 황준호씨는 "외국의 경우 우리와 비교해 프로그래머도 많고 투자 규모도 크다. 백과사전 CD-ROM 타이틀을 제작하려면 최소한 20명의 프로그래머가 필요하고, 기획해서 제작하는데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더욱이 브리태니커 사전은 전세계를 시장으로 삼을 수 있지만 한글 타이틀의 경우 국내시장이 전부이다. 판로가 막혀있는 현실에서 어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라며 고충을 토로한다.

불행중 다행으로 최근 삼성 금성 대우 등 국내 대기업들이 제각각 멀티미디어 사업에 뛰어들며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CD-ROM 타이틀을 제작하고 있어 앞으로 국산 타이틀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멀티미디어 사업의 일환으로 멀티미디어 컴퓨터의 기본장비인 사운드 카드 '오디오 매직'을 판매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CD-ROM 타이틀 7종류를 개발했다. 금성사는 '한국의 새' '컴퓨터 그림방' 등 CD-ROM 타이틀 3종류와 "한국관광안내' 5종류를 CD-I 타이틀로 제작했다.

이 외에도 멀티미디어의 비디오 기능을 충분히 살린 '설악의 사계'는 20여년간 설악산 절경만을 촬영한 사진작가 성동규의 작품 3만점 중에 300여장을 사계절별로 변화하는 설악의 비경을 담았다. '성경라이브러리'는 성경을 연구하는 성직자나 연구원 등을 위한 성경전용 타이틀로 한글성서 한 권에 8개 버전의 영문성서, 14권의 관련 서적이 실려 있다.

또한 만화 영심이(삼정데이타시스템)도 타이틀화 됐다. 에어로빅 동작을 담은 '피트니스 파트너'(컴퓨터 디렉션즈), 무당춤 살풀이 소고춤 승무 장구춤 태평무 등 한국의 풍류를 담은 '한국의 풍류'(파스텔)도 한번쯤 사용해볼만한 CD-ROM 타이틀이다. 멀티 미디어 소프트웨어를 담은 CD-ROM 타이틀의 가격은 대략 1만원에서부터 3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최근 솔빛조선미디어는 CD-ROM 타이틀 등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수 있는 저작도구 '글터'를 개발해 외국산 저작도구가 판을 치고 있는 국내 현실에 등불이 되고 있다. 이 저작도구는 각종자료집이나 책 연감 설명서 논문 보고서 등 방대한 양의 자료를 CD-ROM 타이틀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자료의 형태소 분석 색인작성 검색엔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각종 이미지 사운드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유기적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만들어진 자료를 자동으로 보여주는 재생기능을 갖고 있다.
 

여강출판사가 기혹하고 솔빛조선미디어가 개발한 CD 동의보감


소프트웨어 중요성 재인식해야

컴퓨터 산업 초기에는 하드웨어가 산업 전체를 이끌어나갔다. 하지만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소프트웨어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하드웨어의 보급은 산업을 일으키는데 기초적인 일이지만 산업이 발전하려면 하드웨어만으로는 안된다.

PC의 멀티미디어화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만든 멀티미디어 PC라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안된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로만 만들 수 없다. 소리 영상 등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모아지기 때문에 멀티미디어 저작도구가 있어야만 좋은 CD-ROM 타이틀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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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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