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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치료하려면 뇌에 ‘매운 맛’ 보여줘야


 

파킨슨병은 운동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국내에도 8만 명이 넘는 환자가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연구진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을 파킨슨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뇌’ 10월 2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주인공은 진병관 경희대 의대 교수와 남진한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 연구원이다. 이들은 어떻게 고추와 파킨슨병을 연결시키게 됐을까. 남진한 연구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Q 어떻게 이런 독특한 발상을 하게 됐나

파킨슨병은 도파민신경세포가 사라져 운동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질병이다. 어느 날 통증수용체(TRPV1)가 도파민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알게 됐다. 통증수용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에 매운맛과 파킨슨병 치료효과의 연관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뇌질환 연구뿐 아니라 종양 연구 등 여러 분야의 논문을 읽고 실험해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Q 가설을 어떻게 검증했나

실험쥐를 파킨슨병에 걸리게 한 뒤에 캡사이신을 주사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에 나타나는 도파민신경세포 변화를 관찰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쥐는 1주일 동안 도파민신경세포가 50%로 줄어든다. 이후에 1주일 동안 매일 캡사이신을 주사한 쥐는 도파민신경세포가 더이상 줄지 않은 반면, 캡사이신을 주지 않은 쥐는 도파민신경세포가 20~30%로 줄어들었다. 행동학적으로도 파킨슨병에 걸린 쥐는 한쪽 방향으로 빙글빙글 도는 증세를 보이는데, 캡사이신을 주사한 쥐들은 이 횟수가 훨씬 적었다.

Q 그럼 고추를 많이 먹으면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을까

캡사이신 자체가 뇌혈관을 통과할 수 있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실험에 사용한 용량을 인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일 손가락만한 청양고추를 10개씩 먹어야 할 정도로 양이 많다.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다면 매일 고추를 10개씩 먹는 것보다는 캡사이신을 농축한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이 나을 것 같다.

Q 고추를 즐겨 먹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 파킨슨병 발병률에 차이가 있나

구체적으로 연구된 자료는 없다. 인구 규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고추를 즐겨 먹는 우리나라나 멕시코, 터키 등의 나라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파킨슨병 환자가 적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임상실험도 해야겠지만 우선 캡사이신이 어떻게 도파민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원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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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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