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관련기업은 지금 멀티미디어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리 나라의 멀티미디어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국내 멀티미디어 기술 개발 현황을 살펴보자.
국내 멀티미디어 기술은 그 연륜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제품들이 국내에 선보이기 시작 한 92년에는 국내 기술이라고 해야 핵심칩을 외국에서 사와 사운드카드 TV수신카드 등 일부 관련보드를 조립하는 수준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CD-ROM 드라이브 및 멀티미디어 PC, 비디오 CD, CD-I 등 각종 시스템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음원칩 DSP칩 영상칩 등이 일부 개발되면서 반도체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3백 여종의 멀티미디어 타이틀이 몇개월만에 쏟아져 나왔으며 멀티미디어 저작도구와 텍스트 검색툴이 개발되는 등의 진척이 이뤄졌다. 이 밖에 멀티미디어DBMS, 차세대 개인정보 단말기로 떠오르고 있는 PDA, 데스크톱 화상 회의시스템, VOD용 셋톱박스 및 비디오서버까지 반도체에서 가전 컴퓨터 통신분야를 총 망라해 개발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현재 국내 기술수준으로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각종 보드류와 멀티미디어PC 등 시스템들은 기술적으로 그다지 뒤지지않으나 가격 경쟁력이 약하고 각종 칩들은 기술수준이 낮은 상태에 머물러있으며 PDA, 멀티미디어DBMS, 비디오서버 등은 이제 막 개발에 돌입해 흉내만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이 "여타 분야처럼 오래 전에 선진국들이 개발해놓은 묵은 기술을 뒤늦게서야 개발하는 식의 현격한 차이는 없을 것" 이라고 주장하듯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
예를 들면 CD-ROM 드라이브의 경우 개발의 출발시점이 크게 늦었던 금성사가 올 초 2배속 드라이브를 내놓은데 이어 조만간 4배속 드라이브를 내놓으면서 외국기업과의 개발격차를 6개월 이내로 단축시킬 전망이다. 또 비디오 CD나 CD-I는 표준화 과정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제품화는 오히려 앞서가고 있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 압축표준으로 각광받고 있는 MPEG칩의 경우에서 국내기술의 발전속도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MPEG-1은 모든 칩을 외국에서 사서 쓰고 있지만 MPEG-2는 국내 대기업 3사 모두 개발에 들어가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표준화 이전인 MPEG-4는 금성 삼성 현대 등 국내기업들도 표준화 과정부터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략 제휴 통해 낙후 기술 속성재배
국내 대기업들이 멀티미디어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나서는 것은 다가올 멀티미디어 시대에 관련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멀티미디어는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직 누구도 완전한 승자를 점칠 수 없다는데서 더욱 더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금성사는 멀티미디어를 위해 5년간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삼성도 전사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 것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의 전략제휴를 통해 그 동안 낙후된 기술분야를 짧은 기간안에 보강하고 있다. 금성사는 오라클사와 VOD 협력관계를 체결했으며 CD-I는 필립스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임기 시장을 위해 3DO사와도 최근 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게임기는 세가와 손을 잡았으며 3D0와도 계약을 맺었다. VOD에 대해서는 USA비디오사와 전략제휴를 맺었다. 현대전자는 닌텐도로부터 게임기를 수입하고 있으며 JVC와 동화상 압축기술을, IBM이나 웨슬사와 VOD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멀티미디어 기기중 선진국과 뚜렷한 기술 차이가 없는 것으로는 멀티미디어PC가 대표적이다. 멀티미디어PC는 일반PC에 CD-ROM 드라이브, 사운드카드 등 각종 멀티미디어 주변기기를 장착하는 조립기술이 필요 한데 이미 국내 조립기술은 수준급에 올라와 있다. 최근에는 모던인스트루먼트가 전자부품연구소와 공동으로 TV수신 MPEG재생 팩스 및 통신모뎀 리모콘 기능을 겸비한 미션을 발표했고 전자통신연구소와 대기업 4사는 멀티미디어 워크스테이션 시제품을 내놓기도 하는 등 시스템의 수준이 단순조립에서 탈피 하고 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PC는 가격이 관건이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에게는 현재 시스템 사양을 MPC(Multimedia PC) 레벨2보다 높이면서 시스템 가격을 낮추는 일이 보다 중요해 지고 있다. MPC 레벨2의 사양인 486SX 25MHz 이상, 2배속 CD-ROM 드라이브, 1백60MB이상 하드디스크, 메모리 4MB는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펜티엄 CPU와 전송속도 6백KB인 4배속 CD-ROM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16MB 메모리에 16비트 사운드카드 등을 장착한 멀티미디어PC를 누가 2천달러대에 내놓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을 정도로 치열한 가격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약 20만대가 보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CD-ROM 드라이브는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업체가 전세계 및 국내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국내 개발제품으로는 금성사가 전송속도 3백KB의 2배속 제품을 내놓은 게 전부인데 최근 4배속 드라이브 개발이 거의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2배, 제품에 대한 개발을 끝냈으며 4배속 드라이브는 현재 개발 중이다. 성일정밀, 피시라운드 등 중소업체들은 대만에서 저가부품 일부를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고 있어 가격이 10만원선으로 크게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격경쟁력에서 판매물량이 많은 일본 업체들에게는 뒤진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금성사가 2배속 드라이브를 20만대 가량 수출하기도 했다.
CD-ROM, 광픽업장치 국산화
CD-ROM 드라이브는 신호를 읽어내는 광픽업장치와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CD-DSP칩, 스핀들모터 등으로 구성되고 PC와 인터페이스가 주요한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광픽업 장치는 일본 소니 제품이 80% 가량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3-4년 전에 광픽업 장치를 개발, 자사 CD-ROM 드라이브와 광자기 디스크 드라이브 등에 사용하고 있다.
금성사는 저가 광픽업 장치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 픽업장치는 수급이 불안정해 가격이 15달러에서 80달러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데다 CD-ROM 드라이브, 비디오CD 등 광 관련 기기들에서는 필수적인 장치로 쓰이기 때문에 국내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이밖에 삼성이 CD-DSP칩을 내 놓고 있다.
CD-ROM 타이틀은 가장 취약한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각종 자료를 CD-ROM화한 외국 타이틀에 비해 국내 타이틀은 절대수량에서나 질에서나 그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지금까지 출시된 타이틀은 약 1백여종으로 유아용 교육용이 대부분이며 내용이 사실상 크게 빈약하다. 그나마 동의보감, 동아일보사설, 이규태칼럼, 계몽사 백과 사전 등 가치있는 자료들이 최근 CD-ROM으로 나오고 있으며 동아, 대교, 웅진 등 출판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좋은 타이틀을 기대해 볼만하다.
사운드카드와 영상보드는 국산제품이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수출시장 진입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운드카드의 음원 IC는 금성사와 현대전자가 개발했고 영상보드의 영상신호 처리칩 및 디코더칩을 각각 삼성전자와 다우기술이 개발하는 등 칩개발 기술에도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멀티가전은 오히려 세계시장 선도
CD-I, 비디오CD 등 멀티미디어 가전분야는 국내업체들이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 가전 분야의 표준화는 일본이나 미국업체가 주도를 했지만 제품화는 국내업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어 세계시장에서의 약진을 지켜볼만하다. 또 타이틀도 삼성나이세스 엘지미디어 등 국내업체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나 금성은 가전제품 생산경험이 오래돼 세계 시장에서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다만 가전분야는 어느 플랫폼이 대세를 이룰지 아직 알 수 없다는 데서 각 기업 마다 일정정도의 투자분산이 일어나고 있다.
금성사는 CD-I를 지난해 세계 2번째로 발표했고 올 말경에 3DO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전자는 비디오CD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 두업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멀티가전에 대한 투자집중도가 떨어지지만 단기적인 수익을 올리는 제품으로 CD-OK, 비디오CD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비디오CD의 경우는 인켈 아남 롯데 태광 등 오디오전문 업체들까지 대거 가세하고 있어 시장전망이 밝은 편이다.
CD-I나 3DO, 비디오CD 등 멀티미디어 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 운영체계. 시스템 운영체계에 따라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각종 부품의 종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CD-I 운영체계는 마이크로웨어사의 RTOS, 비디오CD와 셋톱박스는 마이크로웨어사의 OS9, PDA는 지오웍스의 펜지오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패드, 애플 뉴턴의 인텔리전스 등이 있다.
그러나 멀티가전의 경우, 운영체계가 중요하면서도 컴퓨터의 도스나 윈도즈처럼 어느 한 운영체계에 반드시 종속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개발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한다. 또한 플랫폼의 운영체계를 개발하면 다른 가전에도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전자부품연구소와 서울대 및 대기업 등은 PDA 분담개발에 돌입했는데 운영체계 부문을 맡은 삼성전자는 97년경에 PDA용 운영체계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중 핵심 컴포넌트 기술만을 도입하고 나머지는 자체 개발할 계획.
멀티가전의 경우 CD매체를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역시 광픽업기술이 중요하다. 또 동화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압축된 동화상을 푸는 MPEG 디코딩 기술도 중요하다. 특히 MPEG은 동화상 압축기술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인데 각종 멀티가전 및 VOD, 화상회의, HDTV, 동화상전화기 등 쓰임새가 넓다.
씨큐브나 LSI로직, SGS톰슨 등은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업체들이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MPEG1을 개발했으나 상용화는 시키지 않았다. MPEG2 디코더 칩개발은 현대와 삼성, 금성 등 대기업 3사가 모두 달려들고 있다. 삼성의 경우는 인코딩까지 가능한 칩셋을 현재 개발 중이다.
통신에 기반한 멀티미디어는 향후 멀티미디어 분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망의 수준에 따라 서비스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 분야는 2015년 초고속정보통신망이 구축되면 급격하게 그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1백55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그야말로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네트워크로 제공하는 멀티미디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며 장기적인 개발 및 투자전략을 세우고 있다.
ADSL방식 이용한 VOD시범 서비스
현재로서는 VOD가 가장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통신은 올 10월에 반포지역 1백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할 계획인데, 하드웨어는 현대전자와 컨소시엄을 맺은 배스컴이 전담하고 프로그램은 엘지미디어에서 맡았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VOD서비스는 일반 전화선을 이용하는 ADSL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비디오 데이터를 담는 비디오서버, 가정과 전화국에 각각 ADSL 1대씩, 그리고 가정에 압축된 비디오를 디코딩해 출력하는 셋톱박스 등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접근하고 있는 기술은 아직 셋톱박스 수준이다. 비디오 서버는 국내 업체들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용량의 비디오서버에 담긴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역시 아직 접근하기 힘든 수준이다.
VOD 서비스는 어떤 종류의 망으로 제공할 것인가 등 몇가지 검토과제가 있다. ADSL 방식은 전화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양방향 기능에는 장점을 가지지만 각 가정에 ADSL과 셋톱박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은 단점이 발생한다. 때문에 디지털비디오를 이용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고 대우는 이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MPEG1 기술을 이용할 경우 초당 약 1.5Mb속도로 화질이 VCR 수준에 불과해 별다른 매력을 가지지 못해 MPEG2를 이용한 기술개발이 전세계적으로 진행중이다.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화상회의는 국내에서도 활성화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포항제철이나 현대전자는 자사의 본사 및 지사간에 화상회의시스템을 구축 했으며 대우통신 등 다른 업체들도 구축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화상회의시스템의 핵심기술은 인코딩과 디코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코덱 기술이다. 금성정보통신이 지난해 비디오 코덱을 개발했으며 삼성전자 나다기연 등이 개발에 가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