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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곳보다 청결해야 할 병원의 실내공기가 심하게 오염돼 있다. 포름알데히드 에틸렌 라돈 마취가스 등이 병원을 두려운 장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실내공기오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도시인은 하루일과중 80%이상을 실내(일반가정 사무실 공공건물 작업장 지하철 병원 음식점 지하공간 등)에서 생활하는데 그 공기가 오염됐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구미각국의 일반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각종 호흡기질환 알레르기성질환을 포함하는 이른바 빌딩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 원인은 실내공기의 오염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병원의 시설이 대형화되고 있으나 병원내 환경오염으로 인한 병원감염(hospital acquired infection)에 대한 시비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병원내 환경오염중 특히 공기오염이 병원감염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한 신생아, 노인층 환자, 면역성이 낮은 환자 그리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일반출입자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병원내 감염증의 10~20%는 공기감염에 따른 것이고 병원내 감염증의 발생빈도는 입원환자의 2.8~15.0%로 보고되고 있다. 지금부터 병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의 종류,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관리대책을 알아보자.
 

병원은 온갖 병원체가 떠다니고, 저항력이 약해진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므로 실내환경을 최대한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다.


간호사의 자연유산율 높아

병원내에서의 환경위생문제라고 하면 공기오염문제, 조명, 소음, 약품관리, 병실의 청결상태, 환자의 침구 및 복장의 위생상태 등을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병원의 실내오염물질과 오염원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는 병원내의 마취과 수술실 응급실에서 주로 취급하는 포르말린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쉽게 말해 포르말린이 공기중에 가스상태로 방출된 것이다. 물론 이 물질은 인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 포름알데히드는 건축자재, 흡연, 가구의 칠, 물질의 연소과정 등을 통해서도 방출될 수 있다. 그 농도가 1ppm만 돼도 눈 코 목이 가려워지는데 동물실험을 통해 발암성물질로 판명되기도 했다.

둘째로 마취성 가스(anesthetic gas)가 병원의 공기를 오염시킨다. 이 가스는 병원의 수술실 분만실 회복실 치과수술실 등에서 주로 방출된다. 현재 마취를 시킬 때 널리 사용하는 할로탄(halothane) 엔플루란(enflurane) 이산화질소(nitrous oxide) 등은 휘발성이 커 인체에 잘 흡입되는데 이 가스들을 장기간 마실 경우 우리 몸은 커다란 부담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자연유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에서 발표된 의학자료에 따르면 마취과 의사가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다른 과 의사에 비해 높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 마취과 전문의협회에서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각종 마취가스에 가급적 노출되지 말 것을 회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셋째로 에틸렌(ethylene oxide)과 유기화학용매(organic reagent and solvent)도 병원의 실내공기 안에 다량 포함돼 있다.

수술기구 및 각종 병원시설의 소독약품으로 흔히 사용되는 에틸렌은 인체에 상당한 독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염색체 이상을 초래하고 백혈병(leukemia)이나 습관적인 유산(spontaneous abortion)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병원에서 일하는 일반기사와 실험기사 등이 자주 다루는 유기화학용매 중에는 발암성물질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암에 걸릴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므로 약품을 취급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환경위생교육 및 관리가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

넷째로 항암제(antineoplastic drug)도 병원의 실내를 오염시킨다. 화학물질인 항암제는 여러가지 형태로 전파된다. 직접적인 접촉이나 흡입 또는 흡수를 통해 엉뚱한 사람의 몸안으로 항암제가 들어오는 것이다. 특히 약품을 다루는 사람이 피해자가 되기 쉬운데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발암성과 돌연변이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째로 건축자재로 널리 사용되는 석면공해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원건물의 천정이나 벽에는 석면슬레이트 석면타일 등이 붙여져 있다. 또한 병원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장갑에도 석면이 함유돼 있다. 이 석면이 석면섬유형태의 미세한 가루로 공기중에 방출된 다음 사람의 몸안으로 들어오면 문제가 발생한다. 각종 폐질환 및 폐암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건물의 건축자재 중에서 석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으므로 그 대체작업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여섯째로 라돈 및 방사능물질도 병원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다. 방사능물질과 라돈가스는 건물의 건축자재(벽돌 흙 콘크리트 등)에서 방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그 방출량은 건물의 지형구조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라돈가스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내 동위원소실의 시설관리를 소홀히 하고 X선필름의 폐기를 불완전하게 하면 방사능이 극소량 방출된다. 극히 미량의 방사능이라 할지라도 장기간 폭로되면 백혈병이나 각종 암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 안전취급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레지오넬라병과 폰티악열병을 일으켜

일곱째로 환자나 환자가족 또는 병원근무자가 피는 담배의 연기도 병원공기를 혼탁하게 한다. 흡연시 발생하는 각종 먼지 및 가스는 호흡기질환 폐질환 폐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 흡연은 떠다니는 분진의 방출량을 증가시키므로 병원내 금연조치가 보다 강력하게 시행돼야 한다.

여덟째로 각종 미생물들도 문제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은 병원에서 가장 다양하게 전파돼 병원감염의 주 원인이 된다. 실제로 병원에서 에어컨을 가동시키거나 살충제를 뿌린 후 레지오넬라병(Legionnaire's disease)이나 폰티악열병(Pontiac fever) 등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일도 있었다. 또 병원의 환기장치를 통해 결핵 홍역 천연두 및 포도상구균이 전파된 사건도 일어났었다.

아홉째로 악취도 병원을 역겹게 한다. 병원냄새는 주로 의약품에서 발생되는 마취성 가스때문에 생긴다. 이 냄새는 의약품과 의사 간호사의 옷, 환자복 등에서 복합적으로 풍긴다. 이같은 악취는 불쾌감 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환기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열번째로 조명과 소음공해도 적지 않다. 병원의 밝기는 환자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실내공간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조도가 유지돼야 한다. 병원소음은 대기실에서 떠드는 소리, 병원외부에서 들리는 소리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병원의 소음대책은 병실을 구조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고 방음벽 이중창을 설치함으로써 달성된다. 외부소음은 물론이고 내부소음까지 차단함으로써 환자가 조용한 실내공간에서 의료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병원내 환경오염은 대부분이 실내 공기오염에 의한 것이다. 그 오염정도는 병원의 지리적 위치, 건물의 구조, 병원내 생활조건, 실내공간의 배치, 환기시설 등에 의해 좌우된다. 가장 이상적인 병원환경은 환자들이 최대한 안락한 기분으로 의료혜택을 받는 것이다. 특히 병원내 감염을 유발시킬수 있는 포도상구균 그람음성균 레지오넬라균 기타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을 방지하도록 하고 그 오염발생원을 제거하거나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또 병원내 휴식실 진료대기실 자료실 수술실 분만실 등 각 실내공간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환기량을 공급, 깨끗한 실내공기를 늘 유지해야 한다. 또한 병원내의 환경관리 및 안전문제를 병원관리자 의사 간호사 기사 등 의료인 모두가 제대로 인식하고 스스로도 병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물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외국에서와 같이 병원폐기물 및 안전을 담당하는 기구를 독립시켜 병원의 환경관리대책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 병원내 환경기준을 설정하면 병원내의 실내오염은 현저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의 에어컨을 통해 전파되는 레지오넬라병에 걸린 환자. 레지오넬라병 환자들의 대부분은 치명적인 폐렴을 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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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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