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쥐라기 익룡의 날개 모양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학계의 논쟁을 낳고 있다. 새 주장은 익룡의 양 발목이 박쥐의 막과도 같은 육질의 막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본다.
이미 멸종해버린 날아다니는 파충류의 날개구조에 대한 의견차이가 고생물 학자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어쩌면 영화 제작자나 예술가들은 기존 익룡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익룡을 그려내야 할지도 모른다.
공룡, 익룡과 조류 사이의 정확한 관계를 비롯하여 여러 중요한 문제들이 이 논쟁 결과에 따라 영향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관심은 1억 5천6백만년 전 지금의 카자흐스탄 위를 날아다니던 까마귀만한 파충류의 화석조각에 모아지고 있다.
'하늘에선 민첩, 땅에서는 엉금엉금'
'털 많은 악령'이라는 뜻의 '소르데스 필로서스'(Sordes pilosus)라는 잘못된 학명을 가진 이 작은 익룡은 바늘같이 뾰족한 이가 나있는 날카로운 부리와, 이동에 도움이 되었을 길고 구부러지는 꼬리를 가졌다.
고생물학자들은 더 이상 소르데스 필로서스가 털을 갖고 있었다고 믿지는 않지만 원래 이름은 고착되고 말았다. 이 생물은 막으로 이루어진 긴 날개를 갖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사람 손의 네째 손가락에 있는 것과 같은 길게 늘어난 뼈들이 있어 버팀구조 역할을 했다.
이 동물은 아마도 생선을 주식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냥 장소인 호수의 표면 아래로 잠수할 수 있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익룡의 날개에 대한 최근의 논쟁은 영국의 학술잡지인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한 보고서로 시작됐다. 공룡과 동시대에 존재했고 친척이기도 한 날아다니는 파충류, 익룡이 날개 끝에서 시작하여 그들의 몸을 따라 뒷발까지 이어진 육질의 막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이 여기 제기된 것이다.
논문 필자는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고생물 학자 데이비드 M.언윈 박사와 나타샤 N. 바쿠리나 박사 부부. 그들은 '유로파타지움'(Uropatagium, '꼬리비막(飛膜)'이란 뜻. 여기서 飛膜은 박쥐 등의 막을 말한다)이라는 이름의 이 막이 동물의 양 발목 사이 공간을 연결했다고 말했다.
이는 저속 비행시 이동에 필요한 하강 브레이크나 보조날개 역할을 하기는 하였으나 땅 위에서 움직일 때는 심각한 방해물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즉 화석증거물에 따르면 익룡은 하늘에서는 매우 민첩한 비행자였으나 기어다닐 때는 지상에서의 박쥐처럼 어색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자신들이 연구한 날개막 화석이 한때는 털의 잔유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익룡 날개의 공기역할을 개선하기 위해 진화된 보강재로 믿어지는 두가지 섬유를 함유한다고 발표했다.
언윈 박사와 바쿠리나 박사는 퍼덕이며 나는 비행을 위해 보다 뻣뻣함이 요구되는 날개의 바깥쪽에서는 길고 뻣뻣한 섬유를, 그리고 유연성이 필요한 동물의 몸통에 가까운 부분에서는 가늘고 구불구불한 섬유를 발견했다.
결국 작은 체구의 소르데스 필로서스뿐만 아니라 모든 익룡이 지금까지 나온 복원 모형에서 묘사된 것보다 더 연장된 날개막을 갖고 있었으리라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소르데스 필로서스는 1960년대 옛소련의 고생물학자들이 카자흐스탄 카라타우 근교에 있는 쥐라기 화석층에서 발굴했다. 이 퇴적층의 돌들은 입자가 매우 고우며 이 안에 박혀 있는 화석의 세밀한 부분은 근육으로 된 막의 윤곽까지도 훌륭하게 보존돼 있다.
1971년 소련 과학아카데미 고생물학회 소속 A. G. 샤로프(Sharov) 박사가 소르데스 필로서스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특이한 화석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연구는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영국 고생물학자인 언윈 박사는 1980년대 옛소련에서 연구를 수행하던 중 역시 익룡을 조사하던 바쿠리나 박사를 만나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영국으로 이주할 때 그들이 '네이처'에 기술한 표본을 포함하여 카자흐스탄에서 발굴한 화석 몇개를 가져왔다.
다른 견해-'새와 같은 걸음걸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교의 케빈 파디안(Kevin Padian) 박사는 익룡의 날개구조에 대해 다른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는 익룡이 현대의 새와 같은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의 뒷다리가 날개막에 연결돼 있거나 뒷다리 사이에 박쥐 같은 유로파타지움 막이 있어서 걸음걸이에 방해받지는 않았다고 믿는 것이다.
파디안 박사는 익룡의 뒷다리는 박쥐의 다리보다는 새나 공룡의 다리와 더 닮았으며 새들이 두 발로 서서 걸으므로 익룡도 그랬으리라고 추정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익룡의 대퇴골 혹은 넓적다리 뼈는 엉덩이 뼈에 90도 각도로 달려 있으며, 이 경우 다리가 몸통에서 밑쪽으로 쭉 뻗어있으면 동물의 걸음걸이가 보다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 익룡이 굵은 다리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종아리뼈를 갖고 있는데, 기어다니는 파충류 종류인 악어나 도마뱀에 비해 그 차이가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소르데스 필로서스의 복원 작업을 한 연구진이 이 동물의 뒷다리를 잘못 배치하기 쉬웠다는 것이다.
파디안 박사는 자신이나 동료 중 아무도 이론의 여지가 있는 그 화석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르데스 필로서스가 뒷 발 사이에 날개막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이 표본이 사고를 당하여 으깨진 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3차원의 동물이 2차원적으로 몽개진 것이라면? 언윈이 날개막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사고에 의해 제자리에서 벗어난 연(軟)조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윈과 바쿠리나 박사 또한 파비안 박사의 작업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했다. 이들은 '네이처'지 논문에 첨부한 각주에서 익룡의 다리 구조를 조류와 공룡의 그것과 비교한 파비안 박사의 논문에 대해 언급했다. 자신들의 해석이 독단적이거나 오도 가능성이 있는 유추에 의거하지 않았으며 익룡 형태의 자세하고 정확한 복원에 믿을 만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었다.
한편, 많은 고생물학자들이 익룡의 최고 권위자로 생각하는 미국 텍사스 대학 완 랭스톤 주니어 박사는 중도적인 논평을 했다.
"나는 직접 표본은 본 일도 없고, 러시아인들은 화석의 사진을 찍는데 익숙한 것같지도 않다. 하지만 상당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소르데스 필로서스의 날개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연장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언윈박사와 바쿠리나박사가 연구한 표본이 '쥐라기 교통사고'의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훌륭한 연구자들이다."
그는 지상에서의 익룡의 이동방법에 대한 두가지 상이한 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나는 그들이 펭귄의 뼈와는 다른 모양으로 배열된 뼈를 이용하여 펭귄처럼 걸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고생물학자 사이에 널리 퍼진 또다른 의견은 익룡의 뒷다리가 어색하게 뻗쳐 있었으며 이것이 익룡으로 하여금 기어다니게 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이 논쟁에 대해 아직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새로운 익룡의 화석과 그것들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으므로, 이 분야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