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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날씨 따라잡기

21세기 기후 어떻게 예측하는가

일기예보는 내일의 의상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우주선 발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기예보의 소비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일기예보가 공급되는지 살펴보자.


21세기 기후


내일 저녁부터는 쌀쌀해져서 주말엔 예년 기온보다 떨어지겠습니다. 내일 중부 지방은 비올 확률이 20%로 비교적 맑겠으나 남부지방엔 한때 비가 내리겠습니다. 서울지역의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은 13℃와 20℃입니다. “

아침, 저녁 뉴스 시간을 통틀어 사람들에게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날씨예보다. 갑자기 추워지거나 예상치 못한 폭우가 이어지면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기도 한다. 생활 속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자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날씨들은 어떻게 예측되는 것일까.

날씨예보를 듣다보면 ‘내일의 날씨는, 다음주의 날씨는, 이번 겨울의 날씨는’라는 말을 접할 수 있다. 이것은 예보라는 것이 바로 다음날에서 1달 이상 되는 장기간까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날씨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유용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다음 해 여름이 더울 것이라는 예측은 에어컨 제조회사의 가동률을 높이고, 겨울이 포근할 것이라는 예보는 난방기구 제조업체와 의류업체의 생산량에 영향을 미친다.

대기의 상태를 예언하는 수치예보

그렇다면 어떻게 먼 기간 후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 제일 중요한 것은 정밀한 관측이다. 사람이 직접 하거나 기계가 측정하는 온도와 습도, 풍속과 풍향, 기압과 강수량 등이 얼마나 정확한 값인가가 기초를 이룬다. 여기에 위성과 레이더를 통한 자료도 더해진다. 현재 국내에는 80개의 유인 관측소와 4백20개의 자동관측소, 그리고 5개의 레이더 관측소에서 시시각각 기상자료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자료들만 있으면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때 컴퓨터는 현재의 관측 자료들을 가지고 지난 몇 년간의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내일의 기온과 비올 확률과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통계적인 방법을 이용한 예보의 전형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후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기상센터는 수치예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수치예보를 위해선 수치예보모형이 필요하다. 이것은 대기의 변화를 지배하는 미분방정식들을 풀어 대기의 시공간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다. 운동장에서 야구공을 바로 위로 던져 올렸더니 2초 후에 지면으로 떨어졌을 때 던진 속도를 구하는 것과 같다. 낙하하는데 걸린 시간은 1초라는 것과 중력가속도가9.8m/초²라는 것으로 문제를 풀 듯이 수치예보 모형도 기온, 습도와 같은 대기의 초기 조건과 바다나 산이 있는지와 같은 경계조건을 주면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계산을 수행한다. 이렇게 계산된 값을 가지고 예보관들은 날씨를 예측한다. 이우진(기상청 수치예보과장)박사에 따르면 컴퓨터를 통해 얻은 결과만 놓고 보면 장님이 코끼리 봤다고 그려 놓은 다리, 귀, 꼬리와 같다고 언급한다. 이것들을 잘 연결해 하나의 코끼리를 그리는 것이 예보관의 역할이라는 말이다. 즉 날씨 예측은 컴퓨터의 작업과 예보관의 분석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수많은 날씨 정보들은 컴퓨터와 예보관들의 분석에 의해 의미있는 정보로 탄생한다.


수치예보의 두 마리 토끼

수치예보모델에도 전 지구를 다루는 것과 동북 아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모델,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국지모델로 종류가 나뉜다. 특히 5일 이상의 날씨를 예측하려면 지구 반대편의 기상상태를 알고 있어야 한다. 서에서 동으로 전파하는 고층 대기의 속도가 하루 평균 3천km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모델은 장기간 후의 날씨를 예측하는데 필수다. 그리고 국지 모델에서는 초기 대기 상태의 정확도가 중요하나 장기예측을 위한 지구모델에서는 해수면 온도, 지표면 상태 등과 같이 변화의 시간이 긴 대기와의 경계조건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는 무엇에 달려있을까. 모델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데이터값이 어느 정도 정확하고 어떤 간격으로 주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속의 대기는 양파껍질처럼 여러 개의 층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각 층은 바둑판처럼 여러 개의 작은 면적으로 분할된다. 그러면서 대기는 수많은 작은 상자들로 구성된다. 그 상자가 컴퓨터가 분석할 수 있는 최소 단위다. 이 상자가 작아질수록 대기의 움직임은 보다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다(그림1). 물론 계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단점은 있다. 예를 들어 1백10km, 21층 간격의 모델보다 30km, 33층짜리 모델이 더 정확한 예측을 돕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4백km 간격의 지구모델에서는 한반도 근처의 관측지점은 남한에 2개, 북한에 2개밖에 안된다. 하지만 간격을 1백km로 하고 지구 모델을 돌리려면 슈퍼컴퓨터로도 계산하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21세기 중반 한반도 기후는?

내일 비가 올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일기예측이라고 하면, 몇 달 혹은 몇 년 뒤, 심지어 수백 년 뒤 대기의 상태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알아보는 것은 기후예측이라고 표현한다.

기후는 지구상의 특정지역에서 특정한 기간에 나타나는 평균적인 기상 상태를 말한다. 대개 30년 정도의 평균적인 기상상태를 기후라고 정의하지만, 몇 주 이상 지속되는 장기간의 기상상태를 일컫기도 한다. 기후예측을 위해서도 수치예보모형이 이용된다. 여기에는 대기운동을 지배하는 방정식들과 소나기성 강수를 유발하는 대류 현상이나 구름응결과 강수과정, 그리고 태양과 지구의 복사에너지의 전달과정 등과 같은 기상현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수치예보모형을 이용한 21세기의 기후예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21세기의 기후를 예측하는데는 과거의 기상자료로부터 얻을 수 있는 통계적 방법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21세기 지구의 평균적인 지표면 기온의 증가는 19세기 후반부터 축적된 기온자료로 예측한다.

21세기의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가지 가정을 해야한다. 첫번째는 온실기체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매년 1%씩 증가한다고 가정하고 미래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결정한다. 다음으로 생태계의 분포나 토양 특성의 분포가 21세기에도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21세기 중반의 한반도 주변 기후는 현재보다 지표면 기온이 약 2℃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예측에서 중요한 또다른 요소인 강수량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지만 현재보다 약간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세계적으로는 모든 지역에서 온도가 증가하며 특히 남반구보다는 북반구에서, 해양보다는 대륙에서 온도의 증가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현상의 원인을 한마디로 하면 지역과 시간에 따라 태양으로부터 받는 일사량의 차이다.

100% 예측은 불가능

경험적으로 볼 때 여름에는 햇빛이 강하고 일조시간도 길며 겨울에는 반대로 햇빛도 약하며 일조시간도 짧다. 또 적도지역으로 갈수록 여름철과 같이 강한 햇빛과 긴 일조시간을 가지며 극지방으로 갈수록 겨울과 같은 약한 햇빛과 짧은 일조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차이는 지구공전궤도, 공모양의 지구 모습과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같은 천문학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

일사량의 지역적인 차이는 대기가 운동을 하도록 한다.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공기는 위로 상승하며 차가운 공기는 밑으로 하강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에 따라, 그리고 같은 지역이라도 높이에 따라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운동이 대기의 운동을 파악해 날씨를 예측하는데 근본적인 어려움이다.

따라서 날씨변화를 100%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재미있으며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활동이다. 또한 기상예측 정보는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한 몇몇의 상업적인 기상정보회사를 제외하고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공적인 정보다. 이는 그만큼 기상재해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기상 예측정보가 사회 경제적인 활동에 중요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일기예보와 기후예측 기술이 발달돼 기상재해의 피해에서 해방되고 기상예측정보를 100% 활용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199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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