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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부자보다 가난한 몸짱

침으로 지방 분해하고 한약으로 노폐물 없애

시대에 따라 멋있는 체형의 기준은 달랐다. 요즘처럼 군살 없는 균형 잡힌 몸매를 이상적인 체형으로 여기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넉넉하게 살찐 남자의 뱃살은 인격이나 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은 ‘자기 관리를 못해 게으르다’는 이미지로 비친다.

비만은 몸무게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비만은 질병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과식과 운동부족 같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비만은 평균수명을 낮추는 요인이며 고혈압과 당뇨병 등 성인병의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체중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세종은 뚱뚱했다

찬란한 업적을 남긴 조선시대 세종은 젊었을 때 비만한 체구였다고 한다. 세종은 고기가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고, 조선시대 왕들이 즐겼던 사냥 같은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다. 아버지 태종은 세종의 비만이 걱정돼 사냥을 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세종은 30세를 전후해 건강이 매우 나빠졌는데, 35세에는 살이 빠져 30세 이전에 매던 허리띠가 헐거워질 정도였다. 물을 매우 많이 마셨다는 소갈병과 시력장애를 자주 호소했다는 당시 기록으로 보면 세종은 당뇨병을 앓았던 것 같다. 과다한 영양섭취와 운동부족으로 생긴 비만은 최고의 의료와 식생활을 누렸던 왕들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도 ‘뚱뚱하고 신분이 높은 사람은 기름진 음식 때문에 질병이 생긴다’고 기록하고 있다.

황제내경 이후 한의학에서 비만을 이해하는 데는 몇 가지 관점이 있었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이론으로 비만을 논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위의 기능을 해친다. 비위의 기능이 떨어지면 열(熱)이 발생해 우리 몸의 진액(津液)을 마르게 한다. 진액은 인체의 모든 체액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진액은 모든 대사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진액이 마르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식욕이 늘기 마련이므로 비만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기허(氣虛)와 습담(濕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가 허하면 비위의 기능이 약해지므로 이차적으로 습담, 즉 몸의 노폐물이라 할 수 있는 과다한 지방과 수분이 발생해 체내에 축적되고 이에 따라 비만이 생기기 때문이다.

거꾸로 습담이 기의 운행을 방해해 기허증을 유발하며 비위의 기능을 저해하기도 하므로 비만의 악순환이 일어난다.

현대인은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고 운동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다. 이는 기의 운행을 방해해 습담을 생기게 하므로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만에 대한 한방치료는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몸매 만들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볼록 나온 배는 더 이상 인격의 상징이 아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란다. 비만 탈출을 꿈꾼다면 침을 맞아보자. 과잉 축적된 수분과 지방을 빼주는 이수제을 복용해도 도움이 된다.


침으로 지방 분해되는 이유

침은 비만을 치료하는데 널리 사용된다. 침 치료에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귀 부위에 시술하는 ‘이침(耳鍼) 요법’과 배나 허벅지 등 특정 부위의 피하지방을 분해시키는 ‘지방분해침 요법’이 있다.

귀에 놓는 이침은 보통 식욕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한다. 식욕과 관련된 귀 부위 경혈에 5~7개의 작은 침을 1~2mm 정도 삽입한 뒤 테이프로 붙이면 지속적으로 침의 자극을 얻을 수 있다. 대개 한쪽 귀에 침을 꽂고 있다가 3~4일 뒤 반대쪽 귀에 새로운 침을 놓는다.

이침은 식욕을 억제하고 몸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며 위장의 활동을 약화시켜 밥을 먹은 뒤 소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귀 뿐만 아니라 몸에서 식욕 억제와 소화기 기능을 조절하는 경혈을 찾아 20분가량 직접 침을 놓는 방법도 있다.

지방분해침 요법은 지방이 많이 축적된 부위에 침을 놓은 다음 침에 전기 자극을 줘서 피하지방을 분해하는 것이다. 지방분해침 요법이 이런 국소 비만을 치료하는 기작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있다.

우선 물리적인 해석이 있다. 줄의 법칙에 따라 침에 전류가 흐르면 열이 발생해 세포의 신진대사를 방해한다. 그러면 세포는 일시적으로 에너지 생산을 멈추는데, 다시 신진대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이동시키기 위해 그 세포 부위의 중성지방을 사용한다. 이때 중성지방은 글리세린과 지방산으로 가수분해되고 혈액순환을 통해 제거된다.

침에 전기로 자극을 주면 지방세포의 세포막 안팎에 전위차가 생기고 이 때문에 세포 내 전해질이 세포 밖으로 이동하면서 그 부위의 중성지방이 지방산과 글리세린으로 분리돼 지방세포 밖으로 나온다는 설명도 있다.

마지막으로 생화학적인 분석이 있다. 중성지방 가수분해 효소인 ‘트리아실글리세롤 리파아제’는 원래 불활성형인데, 침에 전기로 자극을 주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촉진되면서 이 효소가 활성형으로 전환된다.

이때 활성화된 지방질 가수분해 효소인 리파아제가 지방세포의 중성지방을 분해해 세포 밖으로 내보낸다.

태음인은 살 찔 체질?

침 치료 외에 한약을 복용하는 것도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다. 이때는 주로 습담을 직접 없애거나 습담이 생기는 신체 상태를 개선하는 한약재를 사용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이런 한약재에는 이수제(利水劑)가 많다.

이수제는 이뇨제(利尿劑)와 다르다. 이뇨제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할 수 있지만 체지방은 줄지 않는다. 이뇨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탈수증이 생길 수 있고,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늘어난다.

반면 이수제는 체내에서 필요 없는 수분과 지방, 즉 습담을 빼주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이수제를 복용하다가 중단하더라도 다시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비만 치료에 사용하는 한약을 복용하면 식욕과 소화 기능이 억제되고 습담이 제거돼 체중이 줄기도 하지만, 처방에 따라서 체중이 준 뒤 생길 수 있는 체력저하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 감소도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 조선 말 이제마가 창안한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적용해 비만을 치료할 수도 있다. 사상의학에 따르면 비만하기 쉬운 체질은 타고난다. 즉 사람은 네 가지 체질에 따라 내장의 기능에 차이가 있는데, 한의학에서 에너지 소모와 배설에 관여한다고 보는 폐와 신장의 기능이 강한 사람은 살이 찌기 쉽지 않다. 반면 소화 흡수와 관련된 간장(肝臟)과 비장의 기능이 강한 사람은 뚱뚱해지기 쉽다.

따라서 사상의학에서는 폐장의 기능이 강하고 간장의 기능이 약한 ‘태양인’과 신장의 기능이 강하고 비장의 기능이 약한 ‘소음인’은 살이 찌기 어려운 반면, 간장의 기능이 강하고 폐의 기능이 약한 ‘태음인’과 비장의 기능이 강하고 신장의 기능이 약한 ‘소양인’은 비만이 생기기 쉽다고 본다.

뚱뚱한 사람은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고 평소 끼니를 거르거나 자주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가 높아진다. 따라서 비만한 사람은 한의학 치료와 함께 충분한 운동을 하고 식사습관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약탕기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율무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좋다.

율무는 한약재명으로 의이인(薏苡仁)이라 불리는데, 오래 복용하면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율무는 이뇨작용이 있어 평소 몸이 잘 붓는 사람에게 더욱 효과가 좋다. 또 율무는 소염 작용이 있어 피부질환에도 사용되는 약재로 비만과 함께 얼굴에 여드름이 있다면 율무가 도움이 된다.

율무차는 율무를 약간 볶아 가루를 내어 복용하는 것이 맛이 좋다. 쌀과 함께 혼식을 하거나 율무죽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사할 때 주식인 쌀밥의 비율을 줄이고, 대신 율무의 섭취를 절반 이상으로 늘리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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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선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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