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임업연구원에서 야생조류와 짐승에 대한 분류, 생태 및 보호관리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지 어느새 40년의 세월이 흘렸다. 그동안 1964년에는 경희대 조류연구소가 미국방부의 예산으로 동남아시아 10개국에서 그 나라들과 공동으로 철새의 이동에 관한 연구를 실시할 때 참여한 바 있다. 1965년부터 1967년까지는 일본의 야마시나 조류연구소에서 일본조류의 생태와 이동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철새의 이동을 조사하려면 새의 발목에 가락지를 끼워야 한다. 따라서 이른 새벽이나 해질 무렵 백로와 왜가리 등이 앉아 있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 새끼에 가락지를 끼워야 하기에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한 철새 도래지와 번식지를 찾아 홋카이도 오키나와 중부지방 동북지방 외딴섬 등에서 일본의 조류 1백여 종 약 6만마리를 잡아 가락지를 끼워 날려 보낸 적이 있다. 1966년 겨울 어느 날 새벽 일본 국도 1호선의 도요하시(豊橋)에서 백할미새를 포획해 가락지를 끼워 날려 보낼 때는 거센 겨울바람 때문에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괴로웠던 일이 지금도 기억난다.
1970년 후반부터 오늘까지는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명산 도서 등에서 새와 짐승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처럼 야외에서 학술조사를 할 때는 쌍안경과 망원경, 카메라를 메고 등산복 차림으로 참여하는데, 어떤 때는 간첩으로 오인받기도 했다.
1981년 강원도 건봉산과 향로봉에 나섰을 때는 군용트럭이 전복돼 조사도 못하고 철수했으며, 지난해에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나갔다가 선박이 전복돼 고초를 겪었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휴전선 지역을 조사할 때는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애로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건강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우리나라의 자연자원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 남은 인생을 바쳐 우리나라의 야생동물을 조사, 연구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