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지 않으면 건강을 해친다는 생각은 경험적 상식으로 통용된다. 과연 잠에는 어떤 과학적 작용이 있어서 그런 걸까? 뉴욕타임스가 보도하는 잠에 대한 최신정보.
한 대학생이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두 밤을 꼬박 새고 셋째 날 드디어 감기로 앓아눕게 된다. 어떤 고용인이 밤을 꼬박 샌 후 낮에도 일하다 독감에 걸린다. 병원에서는 검사를 위해 밤마다 4번씩 잠을 깨야 했던 수술환자가 집으로 돌아와 편안히 잠을 자게 되자 곧 눈에 띄게 회복하기 시작한다. 이같은 상황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잠을 자지 않으면 병에도 잘 걸리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강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수면 연구가들은 수면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원스레 밝혀 주지 못했다.
수면과 면역의 상관관계
그런데 최근 들어 수면의 궁극적 목적, 특히 수면과 면역체계 간의 밀접한 상호 연관을 조명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실험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수면은 면역체계를 보완, 강화시키고 역으로 면역 체계는 수면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수면은 빠른 안구 운동과 꿈을 꾸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REM수면과 그보다 긴 non-REM수면으로 구분된다. 아직까지 이 두가지 수면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최소한 REM 수면의 경우는 뇌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non-REM 수면 목적에 대해서는 더 모르는 것 투성이다. 얼마 전 미네아폴리스에서 개최된 수면연구학회에서 처음 발표된 새로운 실험 결과는 이 수면의 목적에 대해 흥미있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쥐를 한 숨도 자지 못하게 할 경우 1백% 치명적이지만, 이렇게 죽은 쥐들을 검시해보면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보인다는 사실 이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최근의 연구자들은 왜 쥐가 죽었는지 그 원인을 둘러 싼 신비를 벗겨냈다. 그 쥐들은 마치 면역체계가 파괴된 것처럼 혈액 속에서 광범위한 세균 감염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 다른 실험도 있는데, 이 실험에서는 건강한 남자와 여자를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그 동안 그들의 혈액 속에 있는 면역 체계 인자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연구자들은 면역 기능의 저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연구대상의 면역체계는 마치 수면의 박탈로 인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유기체가 침범한 것처럼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었다.
에이즈 환자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수면시간 동안 일정한 리듬을 따라 일어나는 면역체계의 화학변화가 에이즈 환자의 경우는 비정상적인 파동을 보임을 밝혀냈다. 이같은 비정상성을 통해 에이즈 환자가 낮 동안 유난히 쇠약해지는 이유가 보다 쉽게 설명된다.
면역인자는 밤에 일어나는 소장의 주기적 수축과도 관련이 있는데, 연구자들에 따르면 소장이 수축함으로써 면역체계를 통해 수면을 하라는 신호를 뇌에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내장은 뇌로 하여금 수면을 하게 함으로써 뇌와 다른 기관이 일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수면과 시간생물학연구 소장 몰도프스키 박사에 따르면 수면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동물들이 잠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고 기억을 조직하며 면역체계를 재정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수면을 뇌의 현상으로만 취급하여 그 점에만 치중할 뿐 몸의 다른 부분은 무시해왔다. 그에 따르면 세포와 기관, 호르몬 및 면역인자도 뇌와 마찬가지로 매일매일의 수면과 기상의 순환을 도와주는 분자시계를 가지고 있다.
멤피스에 있는 테네시 대학의 생리학자인 제임스 크루거 박사는 수면을 하게 하는 분자인 수면인자가 낮 동안 혈류 속에 생성되어 일정한 정도에 달하면 사람을 졸리게 하는 것이라는 가설을 검토해 보았다. 그는 이같은 수면인자는 수면을 하게끔 또 하나의 메커니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요인들, 가령 뜨거운 여름날의 오후나 추수감사절 만찬같은 다른 요인들이 이 과정 속에 들어올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다양한 수면인자들은 비록 그 메커니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서로 도와 각지를 보완해 주도록 상호작용하고 있다.
크루거 박사의 연구는 주로 시토킨(Cytokine) 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은 면역체계의 전달물질로 백혈구와 관련이 있다. 이 물질은 감염물질과 최전선에서 싸우는데 그 자세한 성질과 영향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뇌에서도 발견된다.
이 시토킨이 동물의 뇌에 주입되면 그 동물은 수면에 빠지게 된다고 크루거 박사는 말한다. 그런데 이 분자가 뇌의 특정한 부위에서 수면을 증진시키기는 하지만 전체 뇌가 곧 수면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전체가 수면에 빠지려면 다른 뇌의 망이 기능해야 하는데 이것이 선잠에서부터 깊은 숙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의 수면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10년 전에 수면의 신비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다. 시카고 수면연구소의 앨런레흐트시펜 박사는 두마리의 쥐를 동일한 환경 속에 놓고, 한마리만 수면을 취하게 했다.
2주가 지나도록 둘 사이에서 특별히 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수면을 취하지 못한 쥐 쪽이 음식도 개걸스럽게 먹고 더 많은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살이 점점 빠져 바짝 말라 버렸다. 그리고 한 주가 더 지나자 그 쥐는 체온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한 채 죽어버렸다.
잠을 못잔 쥐가 죽는 이유는?
이후로 연구자들은 많은 실험을 통해 수면을 취하지 못한 쥐의 사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무던히 노력했지만 죽은 쥐에서 아무런 이상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 쥐들의 기관이나 혈액, 분비물 모두는 정상적으로 보였다. 과거 레흐트샤펜 박사의 학생으로 일한 바 있고 지금은 베데스다 연방 정신건강 연구소 상임 연구원으로 있는 캐롤 에버슨 박사에 따르면, 그 쥐는 화학요법이나 암 때문에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암 환자와 유사 했다고 한다.
그녀는 "나는 독소로 작용한 것이 무엇일까? 혹 그 쥐들이 감염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혈액을 검사 해본 후 에버슨 박사는 그 쥐들이 혈액의 세균 감염으로 죽었음을 알아냈다. 그녀에 따르면 그 세균은 모든 동물이 일상적으로 접하지만 평상시에는 질병을 유발하지 않았었다.
이상하게도 이 감염을 통해 조직이 파괴되지는 않았는데, 그같은 사실은 그 쥐의 면역 체계가 그 세균을 공격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후 그녀는 보다 진전된 실험을 통해 수면을 하지 못한 쥐의 면역반응을 측정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임파구 신경정신과 의사인 데이비드 딩지스 박사는 건강한 남자와 여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잠을 자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결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비록 적절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몸을 상하게 된다는 신념이 일반적으로 있어왔다. 몇가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험을 치르는 의대 학생과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그리고 누군가와 사별한 사람은 임파구(임파구의 T형과 B형 세포는 감염에 대항해 싸운다)의 양이 줄어들고 다른 면역체계 세포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같은 연구 결과를 통해 위기에 처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사람들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딩지스 박사에 따르면 어떠한 연구도 건강한 사람이 어떻게 수면의 손실에 반응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딩지스 박사와 그의 조력자들은 24명의 건강한 자원자를 선발하여 일주일 동안 수면연구실에서 생활하게 하며 새로운 분석 방법을 통한 야심찬 실험을 행했다. 그들은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면역기능이 현저히 저하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 연구를 통해 우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그는 말했다.
특별한 병원균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진 T형과 B형의 세포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몸에 알려지지 않은 침입자가 있을 때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 세포인 모노사이트와 그라눌로사이트, 그리고 자연적인 공격 세포의 수치는 급격히 올라갔다. 시토킨의 양도 급격히 증가했다고 그는 말했다.
수면을 취하지 못한 연구 대상에서 면역학자들이 '알려지지 않은 적에 대한 반응'이라 부르는 현상이 급격히 일어난 것이다. 이는 병을 일으키는 인자들이 침입했을 때 방어하기 위한 첫 단계로 사람들이 감기나 독감에 대해 더 잘 싸울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이 더 많은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지속되는지, 그리고 뇌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같은 실험을 통해 떠오르는 의문은 면역체계가 정상적인 수면에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가지 주장이 가능한데 그것은 면역세포가 수면인자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1980년에 크루거 박사는 인간의 내장 속에서 그러한 인자를 발견해내는데 성공하였다. 그에 따르면 낮 동안 매크로파지(식세포)라 불리는 면역세포가 내장 속의 박테리아를 잡아먹으면서 그 박테리아 세포벽에 있는 작은 단백질 조각들을 내놓는다. 이 단백질이 순환하지 않고 뇌에 도달하게 되는데, 일단 뇌에 도달하게 되면 이것이 상당한 시간의 깊은 수면을 취하도록 한다. 이에 덧붙여 크루거 박사는 매크로파지가 시토킨의 분비도 자극한다고 주장한다. 이것 역시 동물의 뇌에 들어가면 수면을 유도하게 된다.
이같은 발견은 사람들이 아플 때 왜 수면을 취하게 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혈액과 체액 속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시토킨과 다른 면역 세포가 감염이 발생할 경우 뇌에 일정한 영향을 주어 수면을 취하게끔 하는 것이다.
면역세포가 수면을 취하게 한다
수면과 면역체계 연구의 선구자인 크루거 박사는 그의 관찰 결과를 토대로 하나의 수면이론을 창안해냈다. 뇌는 특수하게 분화된 기능을 담당하는 무수한 신경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낮 동안 모든 신경계가 다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어떤 신경계가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들 사이의 연관관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 자는 동안 뇌는 시토킨을 분비하여 다양한 신경계에 특수한 발화작용을 함으로써 훗날 사용될 때를 대비해 그들 간의 연관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뇌의 일정 부분은 수면을 취하는 반면 다른 부분은 깨어있게 된다. 그러한 깨어있는 신경계의 수가 많으면 그 결과 과학자들이 말하는 non-REM 수면이 일어나고 꿈을 꾸지 않게 된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인간의 질병에 대한 중요한 암시를 던져주고 있다. 만성적인 피로 증세는 뇌에 시토킨을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다하게 분비하게 한다. 암 환자와 이식 환자는 수면을 취하지 못한 쥐처럼 혈액의 세균 감염에 상당한 정도로 노출되기 쉽다. 병원에 있는 환자의 경우 밤 사이에 체온 측정과 혈액 채취를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더 많은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리고 에이즈 환자의 경우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김으로써 낮 동안에도 기운을 차릴 수 없게 된다.
최근 에이즈 환자와 잠을 주제로 한 연구를 주로 해온 캘리포니아주 스크립스 임상연구재단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데니스 다르코 박사에 의하면 뇌 밖의 인자들도 수면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한 사람이 수면을 취할 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델타파로 불리는 수면파의 강도는 밤새 일정하게 오르락내리락 한다. 게다가 튜모 네크로시스 인자(INF)라 불리는 시토킨 역시 동시에 동일한 파형을 그린다. 그런데 이러한 동시성이 에이즈 환자의 경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르코 박사에 따르면 이것이 에이즈 환자가 낮 동안 그토록 피로해 하는 원인에 대한 암시를 던져준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실험은 다른 더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그들의 혈액 중의 튜모 네크로시스 인자(INF)의 수치가 왜 늘었다 줄었다하는 것일까? 이것이 밤 동안 면역체계의 주기적 활동을 지시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그것을 중단시킨단 말인가?
"우리는 위장 병리학자에게 어떠한 암시가 있는지를 문의해 보았다"고 다르코 박사는 말한다. 그 결과 그들은 다음과 같은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식사를 한 지 4시간이 경과하고 잠이 들 때쯤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소장에서 반복적인 수축이 시작된다. 느린 진동이 위장의 아랫부분에서 시작하여 그다음 90분에서 1백20분 동안 소장을 지나 소장과 대장 사이의 연결 기관으로 내려간다. 이때 박테리아가 소장에서 쫓겨나 결장으로 가게 되는데 이것이 반복적인 진동을 지속시킨다.
다르코 박사에 따르면 밤새 결장의 벽은 90분에서 1백20분 사이에 반복운동을 하는 박테리아로 가득차게 되는데 이는 뇌의 수면 단계 사이의 시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또한 수면인자가 뇌에 동시적인 파동을 통해 도달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즉 REM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뇌가 필요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에 있어 non-REM수면 면의 경우는 건강한 내장이 필요하다"고 다르코 박사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