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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사건의 지평선 너머, 회전 우주가 있을까?

▲Midjourney, 라헌

 

우주의 움직임은 특정한 방향성이 없다는 등방성과 균일성은 거시적인 표준 우주론의 정설입니다. 최근 리오르 샤미르 미국 캔자스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의 관측 데이터를 근거로 우주는 특정한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런 우주의 회전이 우리은하가 블랙홀에 갇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죠. 


지웅배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특별한 주장에는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을 상기하며, 표준 우주에 도전하는 회전 우주 가설의 시사점과 과제를 분석합니다.

 

흑역사로 남은 회전 우주의 데뷔

 

1950년 12월 31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구석의 제목 하나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젊은 엄마가 우주의 심연을 발견하다!” 여기서의 “젊은 엄마”는 당시 박사 과정 중이었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다. 당시 막 첫 아이를 낳은 루빈은 갓난아기를 안고 아버지, 남편과 함께 눈보라를 해치며 미국천문학회에 참석했다. 그런 자리가 루빈 자신이 꼽은 최악의 흑역사로 남았다.


루빈은 북반구 하늘에 분포한 외부은하 108개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 은하들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 치우친 듯한 패턴을 발견했다. 이를 근거로 루빈은 우주 전체가 특정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루빈은 이 발표에 “우주의 회전(Rotation of the Universe)”이란 아주 거창하며 당돌한 제목을 붙였다. 갓 연구를 시작한 박사 과정생으로서는 파격적인 주장, 제목이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며 루빈의 발견은 한정된 데이터가 일으킨 일종의 통계적 오차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주는 별다른 방향성 없이 균일하다는 우주론적 원리가 자명한 사실로 확립됐고, 루빈의 회전 우주는 그의 흑역사로 남았다.

 

▲ESO, M. Kornmesser
현재까지 확인된, 우리은하에서 가장 먼 은하인 JADES-GS-z14-0의 예상 이미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의 우리은하 밖 심우주 관측 프로그램(JADES)이 2024년에 처음 발견한 JADES-GS-z14-0는 우주가 처음 만들어지고 3억 년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JADES는 최근 회전 우주 가설을 제기한 논문의 핵심적인 관측 결과를 제공했다.
한편 2025년 3월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ALMA)가 관측한 바에 따르면, JADES-GS-z14-0에는 산소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우주의 원시은하가 기존 예측보다 성숙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이 되돌린 시계

 

그런데 최근, 반세기 전에 사라진 루빈의 흑역사를 상기시키는 충격적인 발견이 새로이 등장했다. 리오르 샤미르 미국 캔자스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의 이번 새 연구를 보면 우주는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 같다. doi: 10.1093/mnras/staf292 게다가 이 연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매우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점이 정말 당황스럽다. 심지어 샤미르 교수는 이 발견이 흥미로운 옛 가설 정도로 여겨졌던 블랙홀 우주론, 즉 우리우주는 거대한 블랙홀에 갇혔다는 가설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일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샤미르 교수는 제임스웹으로 진행된 우리은하 밖의 심우주 관측 프로그램인 JADES의 이미지를 분석해, 대대적인 나선은하 채집을 진행했다. 특히 그중에 나선팔 구조가 뚜렷하게 보여서 회전 방향의 파악이 쉬운 나선은하 263개를 골랐다. 우주가 특정 방향성 없이 무작위로 존재하리란 기존 관점에 따르면, 이 나선은하들의 회전 방향도 당연히 일정하지 않아야 했다. 즉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은하가 각각 반반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논문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관측 가능한 263개의 은하들 중에 무려 3분의 2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반시계 방향 은하는 겨우 3분의 1이다. 이런 불균형은 극단적이다. 우주 은하들의 절반 이상, 거의 66%에 달하는 은하들이 특정한 방향의 회전 성분을 가졌다는 건, 전체 은하의 평균을 내면 우주 자체도 더 우세한 특정 방향으로 회전해야 한다는 결론을 가리키는 까닭이다. 


시계 방향을 선호하는 우주?

 

우리은하, 그리고 바로 옆 안드로메다 은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은하는 뚜렷한 원반과 나선팔 구조다. 이런 은하를 나선은하라고 한다. 나선은하는 모두 한쪽 방향으로 회전한다. 휘감긴 나선팔의 모양을 보면 은하의 회전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다. 


나선은하의 회전은 은하 전체를 감싼 암흑물질 헤일로의 지배를 받는다. 은하의 회전 방향은 오래전 이 은하가 만들어진 그 당시 주변 우주의 거대구조 환경과 암흑물질의 방향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여러 나선은하의 회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면 암흑물질이 우주 전체에 어떻게 분포하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우주 속 암흑물질의 흐름을 마치 일기도에 표현된 대기 흐름처럼 파악할 수 있다.


별과 가스의 밀도가 더 높은 부분인 은하 나선팔 영역의 픽셀은, 팔과 팔 사이 영역보다 밝다. 샤미르 교수는 이를 활용해 모든 은하의 나선팔과 그 회전 방향을 자동 인식하는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가 전 은하의 3분의 2가 시계 방향으로 돈다는 것이다. 이 점이 당황스럽다. 우주가 이런 비대칭을 보일 어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이번 분석의 근거 데이터 자체가 편향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연구는 제임스웹으로 관측한 고해상도 은하 이미지만 사용했다는 특수성은 있다. 하지만 전 우주의 방향성을 대변하기엔 너무 빈약하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제임스웹의 데이터 중에서도 특정 방향을 관측한 JADES 프로그램의 데이터만 활용했다. 우주 전체의 여러 방향에 퍼진 모든 은하가 아니라, 애초에 비슷한 방향에 모인 은하들만으로 진행한 분석이다. 그래서 이 점이 매우 치명적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먼 은하들의 회전 방향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105개의 나선은하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158개의 나선은하
회전 우주 가설을 제기한 리오르 샤미르 미국 캔자스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우리은하 밖 심우주를 관측한 JADES 프로그램의 데이터 중 나선은하 263개를 대상으로 그 회전 방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은하가 3분의 2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주에 비하면 너무 작은 은하

 

우주가 균일, 등방하다고 말할 때, 이 우주론은 아주 거시적인 스케일을 의도한다. 우리에겐 은하단이 아주 거대해 보여도, 이 우주론적 원리가 말하는 우주의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다. 은하단 하나 정도에서는 그 안의 은하들이 특정한 방향성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네이처 천문학’엔 거미줄처럼 얽힌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들도 한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놀라운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의 통계는 매우 방대해서 슬론 디지털 전천 탐사(SDSS)의 데이터를 활용해, 총 1만 7181개의 필라멘트에 속한 21만 3625개 은하를 분석했다. 이번 제임스웹 연구의 263개 은하를 압도한다. 이 필라멘트를 간단히 표현하면 긴 원기둥 모양으로 은하들이 이어진 구조다. 필라멘트가 긴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면, 필라멘트 속 은하의 절반은 우리은하 쪽으로 다가오고 나머지 절반은 멀어지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각 필라멘트의 은하들이 움직이는 그 상대적인 방향과 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각 필라멘트에 대해서 은하들 절반이 우리은하에서 멀어지고, 나머지 절반은 다가오는 움직임을 보였다! 2021년의 이 발견은, 우주거대구조의 한 구석을 보면 마치 그 일대의 은하가 모두 한쪽의 특정한 방향성으로 도는 것처럼 관측된다는 의미다. 결국 우주 전체가 단일한 회전 성분을 가졌는지 말하려면 북반구, 남반구 전역에 퍼진 수백만, 수천만 개의 은하를 모두 모아서 분석해야 한다.


이번에 샤미르 교수가 활용한 제임스웹 망원경은 한번에 관측하는 시야가 매우 좁고, 그 목적도 하늘 전체를 빨리 훑어보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조사 관측들과 다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좁고 특정하며 동일한 시야에 들어온 은하들만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에 그 시야의 은하들이 한쪽으로 편중된 방향성을 가진 것처럼 보일 여지가 충분하다.

 

설상가상, 블랙홀 속에서 도는 우주

 

그럼에도 저자는 여기서 또 한 발 나아가, 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우주가 통째로 한쪽 방향으로만 돌고 있다면, 우리우주가 거대한 블랙홀 안에 갇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블랙홀 우주론은 일찍이 젊은 시절의 스티븐 호킹이 블랙홀 특이점을 연구할 때부터 거론됐다. 물리학에서 볼 때 블랙홀의 특이점과 태초 빅뱅의 특이점은 같다. 둘 모두 막대한 질량이 한 점에 모인, 밀도가 무한하며 부피는 0인 상태여서다.


결국 블랙홀과 태초 우주의 빅뱅 간 특이점을 구분할 수 없다면, 우리우주가 아주 거대한 블랙홀의 특이점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우주의 블랙홀은 계속 물질을 집어삼키며 덩치를 키우는 중이며, 우리우주도 계속 팽창한다. 또 블랙홀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이란 한계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빛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우주의 경계, 즉 우리우주의 관측 가능한 지평선과 유사해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 일부 천문학자는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에너지가 우주 곳곳의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과 연관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주에서 발견되는 모든 블랙홀은 한쪽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한다. 한쪽으로 천천히 회전하며 거대하게 확산됐던 별과 가스 구름이 급격히 작은 점으로 붕괴, 수축하면서 블랙홀이 생성된다. 블랙홀은 생성 과정에서 각 운동량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빠른 스핀을 얻는다. 


우리우주가 더 거대한 블랙홀 안에 갇혔다면, 이 블랙홀도 빠르게 스핀을 돌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주 전체가 한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번 논문의 저자인 샤미르 교수는 이와 같은 정황적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신의 발견이 블랙홀 우주론을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우주거대구조가 표준 우주론에 던지는 의문

 

샤미르 교수가 이번 논문에서 언급한 블랙홀 우주론이라는 개념이 너무 파격적이라 사람들이 일단 여기 주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구에 쓰인 관측 데이터의 더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천문학자들은 수십억 광년에 이르는 거대구조들을 우주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우주 끝자락에 퀘이사 여러 개가 길게 이어진 원시 필라멘트는 물론, 관측 가능한 우주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은하들이 길게 이어진 초거대구조까지 찾았다.


이런 구조는 우주가 거시적 스케일에선 오직 균일하다고 간주한 기존 우주론의 원리를 거스르는 듯이 보인다. 실제로 기존 표준 우주론 모델의 시뮬레이션은 이런 초거대구조를 재현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태초부터 한쪽으로 편향됐거나 그런 상태로 시작됐을 가능성까지도 고민한다. 따라서 이번 논문의 주장은 최근 불거진 우주의 이와 같은 불균일성, 비등방성에 대한 의문의 연장선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이번 논문의 저자인 샤미르 교수는 이전에도 제임스웹으로 새로 관측된 ‘너무나 무거워 보이는 초기 은하’들을 설명하려면 우주의 나이가 지금까지 파악한 수치의 거의 두 배인 약 270억 년이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압도적으로 무거운 초기 은하들은, 기존의 표준 우주론을 유지하면서도 설명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샤미르 교수가 현재의 제한적인 관측 데이터의 빈틈을 노리고 파격적 주장을 일삼는 영리한 선동가일지, 다수의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우주론에 매진하는 고독한 선구자일지는 앞으로의 더욱 방대한 관측들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주가 통째로 한쪽 방향으로 회전 중이란 가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베라 루빈의 흑역사는 사상 처음으로 우주 회전의 진리를 밝힌, 선구적 발견의 순간으로 재평가될지 모른다. 오랫동안 아인슈타인의 흑역사로 간주됐던 우주 상수, 람다가 암흑에너지가 발견되면서 시대를 앞선 통찰로 재평가받은 것처럼 말이다. 

 

 

용어 설명/h5>
우주거대구조(large-scale structure of the cosmos) : 우주 속 은하들의 분포를 입체 지도로 그리면 거대한 그물처럼 얽혀 있다. 이처럼 은하들이 아주 거대한 규모에서 분포하는 구조를 우주거대구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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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지웅배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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