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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전공학 이용 생체설계 꿈꾼다

인공단백질이란 인간이 생각대로 설계하고 합성해낸 단백질을 말한다. 인공단백질 개발이 현실화되면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생체설계를 하는 날도 머지않아 다가올지 모른다.

어미닭이 알을 품고 있다고 하자. 만일 그것이 삶은 달걀이라면 그 달걀에서는 병아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왜그러냐고 물었을 때 시원스레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 삶은 달걀에서는 병아리가 나오지 않을까 물은 끓였다가 식히면 처음과 같은 물로 되돌아온다. 알코올도 그렇다. 그런데 왜 달걀은 삶았다가 식히면 삶기 전 상태로 되돌아 오지 않을까. 그 차이는 과학적인 말로 하면 분자의 성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물이나 알코올 분자는 본래 죽은 상태지만, 달걀을 만들고 있는 단백질 분자는 살아 있다. 달걀을 삶으면 이 단백질 분자가 죽게 되는 것이다. 생달걀의 단백질은 생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단백질과 죽은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분별하기는 쉽지 않다. 분자량이나 화학적 결합방식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단백질

그렇다면 살아있는 단백질과 죽은 단백질은 무엇으로 분별하는가. 이는 단백질 모습(입체구조)으로 가능하다. (그림2)를 보자. 여기에는 알코올 분자와 단백질 분자를 모형으로 나타냈다. 알코올은 분자량이 46인 작은 분자로서 찬 분자나 따끈한 분자나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백질 분자는 아주 크다. 분자량이 10만을 넘는 것도 얼마든지 있다.
 

(그림2) 다른 온도에서의 알코올 분자의 구조비교


그리고 그 분자의 모습도 가지각색이며 아주 복잡하다. 단백질 분자는 아미노산이 펩티드 결합으로 이어진 한가닥의 긴 사슬모양의 분자다. 이렇게 길게 이어진 아미노산의 사슬은 늘어나고 굽어지고 접혀지면서 복잡한 입체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들은 복잡하지만 균형이 잡혀 있고 어딘가 생명이 스며있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이 살아있는 단백질 분자의 모습이다.

달걀을 삶으면 달걀 단백질의 분자모습이 변한다. (그림1)과 같이 전체적으로 늘어뜨린 것같은 모양이 된다. 화화적으로는 틀림없는 달걀단백질이지만 병아리가 될 수는 없는 죽은 단백질 분자이다. 이같은 분자의 상태변화를 나타내는 데 우리들은 '변성'이라는 말을 쓴다. 달걀단백질은 가열로 변성된 것이다.

다시한번 (그림1)을 보자. 살아있는 단백질 분자와 변성된 단백질 분자는 그 모습이 아주 다르다. 그러나 아미노산과 아미노산의 결합순서가 바뀌었거나, 아미노산과 아미노산을 잇는 사슬이 한군데라도 끊어졌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백질 분자 중 아미노산 결합서열을 단백질의 1차구조라고 한다. 그러므로 단백질 분자는 변성에 의해 고차구조(1차구조에 대하여 입체구조)가 변하고 그 때문에 죽은 단백질로 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생물활성을 잃게 된 것이다.
 

(그림1)다른 온도에서의 단백질 분자의 구조 비교

 

살아있는 단백질들의 고차구조는 아주 복잡하고 신비스러워서 헤모글로빈 단백질, 근육 단백질, 달걀 단백질 등 단백질마다 제각기 독특한 고차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단백질의 모습은 자연이 창조해낸 섬세한 예술작품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복잡하고 저마다 특유한 살아있는 분자 구조가 만들어졌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살아있는 단백질의 모습은 그 단백질을 만들고 있는 아미노산의 결합서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미노산 서열 중 한부분을 바꾸어 주면 단백질의 입체구조도 미묘하게 변하며 그 단백질이 가진 생물활성 또한 변하게 된다. 이같은 일은 인공적으로도 가능하며 처음 단백질보다 더 나은 생물활성을 가진 단백질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자연의 힘을 초월하는 새로운 기술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이것이 '단백질 공학'이란 꿈이다.

단백질의 생물학적 역할을 분자수준에서 연구하는 일이 지금 생명과학 연구의 중심과제다. 하나하나의 단백질은 자기가 맡은 역할에 알맞는 입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오랜세월 동안 지구 위에 살아온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재주다.

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미묘한 화학반응을 상온 상압이라는 부드러운 환경에서 무리없이 진행시키고 있는 것은 효소라고 하는 한 무리의 단백질의 힘이다.

그 훌륭한 생물활성은 그저 신비스럽다는 말밖에 다른 말을 찾을 수 없다.

인공단백질에서 연구대상으로 삼는 단백질도 거의가 이 효소단백질로서 보다 활성이 좋은 효소를 설계하고 합성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왜 인공단백질인가

인공단백질이란 인간이 생각대로 설계하고 합성해낸 단백질을 말한다. '단백질을 설계하고 설계한 대로 합성해낸다', 이 얼마나 짜릿하고 흥분되는 일인가.

필자가 대학원에서 단백질 공부를 시작한 것은 DNA의 이중나선구조 모델이 발표된 1953년 무렵이었다. 그 뒤 단백질을 합성하는 일을 시작한 것은 1967년 일본 규슈대학 이즈미야 노부오 교수를 만난 덕분이었지만, 그 꿈이 구체화된 것은 1980년부터 일본 오사카대학 단백질연구소의 초빙교수로 드나들면서였다.

왜 인공단백질을 만들려고 하는가. 그 하나는 자연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단백질보다 더 우수하고 쓸모있는 단백질을 합성하여 의료, 약품생산, 공업, 식품생산 등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는 단백질공학이 바라는 지상목적이다.

여기서 소화효소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음식물을 먹으면 그것은 소화기관에서 여러가지 소화효소에 의해 흡수되기 알맞은 크기의 분자로 소화된다. 단백질은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신, 트립신, 키모트립신 등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된다. 탄수화물은 아밀라제, 말타제 등에 의해 글루코스로 분해된 다음, 소장에서 흡수된다. 이들 소화효소인 트립신이나 아밀라제는 모두 단백질이다.

그렇다면 트립신이라는 단백질 소화효소가 탄수화물도 소화시키는 능력을 갖도록 할 수는 없을까. 그러니까 하나의 소화효소가 두가지 또는 그 이상의 영양소를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인공적으로 새로운 효소 단백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두가지 이상의 기능을 한 효소 몸에 갖게 한 인공효소가 의료면에서나 공업면에서 유용할 것임은 불을 보듯 분명한 일이다.

인공단백질을 만드는 또 하나의 목적은 보다 기초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천연 단백질은 저마다 특유한 입체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앞서 말한 바 있다. 왜 저마다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한 단백질의 구조와 그 단백질이 하는 일과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음이 틀림없다.

어떤 관계일까. 이같은 의문을 풀려면 새들의 날개를 생각해보자. 날개는 하늘을 나는 일을 한다. 날개는 이 일을 완전하게 해낼 수 있도록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단백질 구조도 그 단백질이 맡은 바 일을 완전하게 해낼 수 있도록 그 일에 맞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사이에는 어떤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속에 그 단백질의 입체구조와 기능에 관한 정보가 어떻게 숨겨져 있는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사이에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는 법칙은 무엇인지,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공단백질을 설계하고 합성하는 연구는 천연단백질 구조형성의 원리와 기능을 나타내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연구성과는 단백질 연구에 크게 공헌하여 새로운 단백질 시대를 열게 할 것이며, 의료나 공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살아있는 단백질의 고치구조는 아주 복잡하다. 이를 인공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생명체 설계도 꿈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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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윤주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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