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메이커-레비혜성의 목성충돌을 세계 주요 천문대에서 관측한 결과 여러가지 사실이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충돌구름의 고도, 검은띠 형성, 충돌온도 측정, 해성물질의 발견은 큰 수확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3,4년후 새로운 목성테는 형성될 수 있을까.
숨을 죽이면서 지켜보았던 22개의 혜성과 목성의 충돌이 끝났다. 1주일 동안의 충돌 기간 중 전세계 수백개의 천문대에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X선 영역으로부터 전파(radio wave)영역까지 영상관측, 혹은 분광관측을 하면서 이 진귀한 충돌현상을 관측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현산천문대를 위시해 서울대 경희대 등 각 대학 천문대에서 이 충돌을 관측했다.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은 천문학자들이 예상한 목성의 남반구 위도 43도에서 정확히 일어났고 충돌 예정 시간도 10여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예견된 여러가지 현상, 즉 오로라의 변화 지진파 버섯구름 등이 그대로 나타났다. 새삼 인간의 과학기술을 통한 예견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후반을 사는 우리는 수천만년에 한번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관측했으니 행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허블의 활약
여러 천문대에서 관측한 결과를 요약해보자. 먼저 허블우주망원경의 업적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어렵다. 허블망원경은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에서 영상관측과 분광관측을 수행했다. 자외선 영상관측으로 새로 생긴 오로라를 관측했고 분광관측으로는 혜성에서만 볼 수 있는 Cs ${S}_{2}$ Fe Na 등의 휘선을 목성 충돌장소에서 발견했다. 무엇보다 지상의 망원경보다 거의 50배 이상되는 분해능으로 충돌장소의 미세구조를 살필 수 있는 영상관측을 해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미국의 퀴퍼관측소는 보잉747에 지름 1m짜리 망원경을 장치해서 고도 12km 이상을 날면서 10미크론 영역의 적외선 관측을 해냈다. 이 결과 충돌장소의 온도를 측정해냈으며, 미량 원소들의 휘선을 관측함으로써 충돌장소의 열적 변화를 소상히 알아낼 수 있었다.
8m짜리 하와이 케크천문대, 5m짜리 팔로 마산 천문대, 3-4m짜리 하와이 마우나케아 정상의 망원경들, 스페인 남부의 칼라 알토 천문대, 카나리아군도의 라팔마 천문대, 칠레의 CTIO천문대, 유럽남부천문대(ESO), 텍사스주의 맥도널드 천문대, 심지어는 남극에 있는 천문대까지 거의 모든 주요 천문대에서 적외선 영상관측과 분광관측을 했다.
적외선관측의 이점은 충돌장소를 보다 정확히 포착하고 낮에도 관측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그러나 국내 천문대에서는 적외선탐지기가 없기 때문에 가시광선 영역에서만 관측이 시도됐다. 자연히 적외선 영상이 보여주는 스페타클한 장관은 놓친 셈이다.
맥도널드 천문대에서는 충남대의 김용하 교수가 충돌 장면을 1-2.5미크론 영역에서 영상관측했고, 충돌이 끝난후 약 1주일간 충돌자국의 진화과정을 추적했다. 충돌자국이 1주일이 지나자 원형에서 기다란 모양으로 변해 목성의 띠와 같은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버섯구름의 고도 2백50km
8월16일 현재까지 경희대 천문대에서는 꾸준히 충돌자국의 진화과정을 살피고 있다. 충돌자국은 8월 중순 현재 가시광선 영역에서 목성을 두르는 검은 띠를 보이고 있다.
칠레의 CTIO천문대에서는 필자가 7월14일부터 약 2주일간 관측했다. CTIO의 4m 망원경에서는 적외선 영상관측을, 1.5m 망원경에서는 적외선 분광관측을 했다. 주요 발견은 주로 분광관측에서 나왔다. □ 뜨거운 메탄가스가 충돌장소에서 밝은 휘선을 내는 것을 발견했으며 □ 충돌 구름의 고도는 약 2백50km라는 것을 알아냈고 □ 충돌자국이 가시광선에서 검게 보이는 이유는 충돌 구름이 고분자탄소화합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며 □ 충돌 폭발은 적어도 5기압 이하에서 일어났음이 드러났다. 또 충돌 장소와 정반대되는 북반구 43도 근처에 뜨거운 장소가 발견됐다.
한편 작년 말에 김용하 교수와 필자가 한 학회에서 예견했던 ${H}_{3}^{+}$ 이온이 충돌장소에서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분광관측으로 확인됐다.
하와이 천문대에서는 적외선 관측 결과 아주 뜨거운 CO가 발견됐다. 충돌 구름은 약 2백50km 지역의 성층권에 떠 있으므로 성층권 바람 속도를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인데, 이전에 이론적으로 예측한 바와 같이 대류권 바람 속도보다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이 확인됐다.
천문학자들은 충돌자국은 서서히 식어갈 것이며 두달 뒤에는 충돌로 형성된 검은 띠도 서서히 분산되어 목성은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행성천문학자들은 관측자료를 면밀히 조사분석해 완벽한 충돌시나리오와 충돌 후의 결과를 알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류가 목격치 못한 현상도 남아 있다. 아직 축제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 중의 하나는 목성 테의 생성 가능성이다. 호라니 박사는 새로운 테가 3-4년 후에 생성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도 천문대에서 하루빨리 적외선 카메라를 구입해 역사적 장면을 반드시 관측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