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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두눈 시각차 이용, 환상의 3차원 영상 만든다

인간이 가진 다섯가지 감각중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감각 수단은 시각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영상방법은 대개 평면에 그쳐왔다. 하지만 이제 인간이 도달한 기술의 진보는 '두눈의 시각차'란 단순한 개념을 이용해 대상물을 모두 '입체'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이 최초로 발명된 것은 19세기 중반이었고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이 등장한 것도 20세기 초에 불과하다. 이들 매체는 모두 사물을 2차원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발명 당시 사람들에게 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2차원의 한계를 넘어 3차원의 표현방법을 찾고자하는 노력이 이들 발명품들보다 앞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좀 더 현실감있는 입체이미지에 접근하고자 수많은 입체경이 발명돼 왔으며 그 맥(脈)은 오늘날 가상현실시스템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입체화 발견에 대한 연구는 1백50년 전 휘트스톤이란 인물이 프리즘과 거울을 사용한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최초의 입체경을 발명해 명성을 얻은 바 있는 그는 사람의 양쪽 눈이 보는 이미지 차이가 입체적인 깊이를 지각시킨다는 사실을 영국학술원에 보고했다.

그는 마주 향하는 이미지들을 반사시키기 위해 45° 각도의 거울을 사용해 두개의 사진이 보는 사람의 눈을 향해 반사되도록 측면에 배치했다. 이 거울 입체경은 비교적 간단한 장치로, 눈에 하나씩 2개의 2차원 그림을 제공함으로써 기술적으로 망막의 불일치를 만들었다. 렌즈없이 보는 유일한 입체경인 이 발명품은 이후 관찰자의 눈사이 거리와 이미지의 크기를 조절하는 렌즈가 부착돼 정교함을 더했다.

한편 무작위 점 입체화(random-dot stereogram)라 불리는 입체기술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는 베라 유레즈라는 사람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 얼마전 관심을 끌었던 '매직아이'라는 것은 바로 이 무작위 점 입체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난수표에서 힌트를 얻어 흑백의 점으로 그려낸 두장의 그림을 일정한 방법을 통해 보면 입체적인 도형이 떠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인간의 두눈이 양안시각을 갖는다는 것과 대상인식은 항상 입체시(立體視) 이전에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증명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레즈의 발견 이전까지 사람들은 한눈의 대상물 인식은 입체시 전에 일어나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는 두눈의 영상은 두뇌의 중간지점에서 합쳐지고 깊이가 인식되기 때문에 편시야시각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시초로 그후 입체 안경을 통해 보는 입체영화와 3-D영상 기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브루스터란 인물은 양쪽 눈이 정확히 다른 그림을 보는데 도움이 되는 렌즈를 사용한 입체경을 발명했는데,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는 이 발명품은 두눈이 같은 광경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두개의 랜즈사이에 경계 분리기가 동시에 놓여졌다. 이것은 후에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뷰마스터(ViewMaster)라는 간단한 입체그림을 보는 도구로 발전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입체경들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자면 장난감으로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186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사회에 끼친 인기와 영향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입체 영상의 결정체 홀로그래피

오늘날의 입체 컴퓨터 디스플레이는 좌우에 서로 다른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제공하지만 눈에서 상까지의 거리가 항상 일정해 비정상적인 원근조절 초점맞추기나 안구의 운동이 일어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실세계에서는 어느 대상물에 대해 자동적으로 눈의 초점이 조절되지만 컴퓨터 모니터상에 디스플레이되는 모든 이미지들은 깊이 단서를 가지지 못하고 초점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인 시각에 디스플레이를 인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영상의 질, 크기, 프레임의 속도 등을 결정하는 시각적 단서의 특성을 이해해야 된다.

우리가 입체(또는 깊이)를 지각하기 위해서는 양안암시와 단안 암시정보가 필요하다. 양안암시는 좌우 망막에 맺히는 상의 차이로 부터 얻어지며 가까운 거리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10m 이상의 거리에서는 단안 암시가 보다 중요한 입체정보(물체의 크기, 텍스쳐의 밀도, 선형원근 등의 정적 단안단서와 운동시차같은 동적 단안암시)를 제공한다.

입체영상에 대한 입체시 효과는 사람의 양쪽 눈이 대략 64㎜ 정도의 간격으로 위치하는데서 일어난다. 사람의 눈이 실세계를 볼 때는 두눈의 불일치(망막에 투사된 이미지의 두 지점 사이 수평거리)로 인해 망막에 맺히는 상이 서로 달라짐에 따른 영상 차이가 입체 효과를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입체화의 기본원리는 인간 두 눈의 불일치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시각특성을 이용한 입체시 유형에는 크게 스테레오쌍을 이용하는 방법, 편광기술을 이용하는 방법,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프리프리히 진자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입체쌍 기법은 오늘날 워크스테이션과 개인용 컴퓨터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3차원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입체쌍 기술은 시간병렬방식과 다중시간방식의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시간병렬방식은 두 영상이 동시에 제공되는 형태의 것으로, 두눈이 자기만의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시각분리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기술은 한쪽 눈으로부터 다른 쪽 눈의 영상을 차단하기 위해 수직선 또는 시차장벽을 이용한다. 반면 다중시간방식은 광학기술을 사용해서 왼쪽 눈의 시계가 주어지면 오른쪽 눈이 차단되고 오른쪽 눈의 시계가 주어지면 왼쪽 눈이 차단되는, 즉 왼쪽눈과 오른쪽 눈이 보는 상을 교체해가며 모니터와 동기화시켜 각각의 눈에 하나의 상만을 허용하기 위한 특수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가 LCD셔터방식안경으로, 이 안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의 디스플레이 속도가 1초당 1백20㎐(각눈에 1초당 60번씩 보여짐)가 되어야 한다. 만약 그 이하가 되면 깜빡거림 현상을 느끼며 눈이 피로해진다.

편광기술을 이용한 방식은 주로 입체영화나 입체슬라이드에 활용된다. 편광기술을 이용한 입체영화(3D movie)는 2차원적 영상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생생하고 충격적인 화면을 제공한다. 3차원 입체영화는 1937년 헐리우드에서 시도되었으며 화면을 두개의 이미지로 분리시키기 위해 적색과 녹색의 필터를 사용했다. 이어 1952년에는 처음으로 3차원의 입체영화가 공개되었다. 이 편광필터방식의 원리는 두대의 영사기에 각각 수직과 수평방향으로만 빛을 투사하는 편광필터를 씌우고 사람의 눈에도 같은 종류의 필터가 부착된 특수안경을 씌우는 방식이다. 입체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투사기 상의 필터와 편광이 일치하는 수동 편광안경을 써야 한다.

3차원 디스플레이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미래의 입체영상으로 불리는 홀로그램이다. 홀로그램은 희랍어의 holos(완전한, 전체)와 gramma(메시지, 정보)의 합성어로, 완전한 그림, 또는 입체적 그림, 전체를 기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하자면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상, 다시 말해 눈으로 볼 수 있는 경관에 대한 전체적인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입체 이미지의 결정체라고 할만하다. 일반적으로 사진은 단지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의 강약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만 홀로그래피는 빛의 강약 외에 위상(깊이정보)도 기록한다. 홀로그램제작에는 피사체에 광파가 닿는 순간 피사체로 부터 나온 진폭과 위상의 정보가 녹화되기 때문에 렌즈가 필요 없다. 홀로그램은 물체에서 나오는 광파와 기준파의 간섭결과로서 이룩되는 간섭무늬를 기록한 것으로, 이 사진기록을 현상한 다음 다시 레이저광으로 조명하면 원래의 경관이 재생성돼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네번째의 프리프리히 진자효과는 한쪽 눈에만 검정색필터를 낀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볼 때 필터를 낀 쪽의 눈에 시각 정보가 늦게 해석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기법이다. 입체사진의 원리를 이용해 설명하자면 늦게 도달한 장면에 있었던 카메라의 위치와 현재의 장면에 있는 카메라의 위치에서 촬영한 두장의 사진을 각각 보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다시 말해 빛의 강약에 따라 신경전달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이용해 두뇌의 정보처리속도에 시간차를 두는 방식이다. 이 효과로 인해 필터를 낀 쪽의 눈은 근사한 차이로 다른 한쪽의 눈보다 늦게 사물을 본다. 즉 어두운 렌즈로 한쪽 눈을 덮어 빛은 덮지 않은 눈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중에 근소한 차이로 들어가는 것으로 뇌에 인식되는 것이다.

이 기법은 다른 대상물의 거리 분리가 깊이 단서로 해석되기 때문에 여러 개의 이미지들이 다른 속도로 움직일 때 입체가 형성된다. 이 효과를 이용한 입체만화영화가 최근 국내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뛰어난 입체효과는 못느껴지지만 일반 만화영화보다는 실감있는 영상을 제공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여러 입체구현 시각장치 중 가장 이상적이며 정교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HMD(Head Mounted Display). 가상현실(VR) 기술을 알리는 '대표선수' 이기도 하다.
 

표현기술따라 안경도 각각
 

편광 필터 안경(위)과 적청 안경. 두 안경 모두 각각의 눈에서 접수한 정보가 뇌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상의 왜곡을 이용해 입체 영상을 느끼게 한다.
 

앞에서 설명한 여러 형태의 입체효과 표현 기술은 그에 따른 특수한 입체용 안경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렌즈입체경, 적청안경, 편광안경, 그리고 LCD셔터안경의 네가지 형태가 있다.

렌즈 입체경은 입체쌍의 이미지를 보기위한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형태의 보조기구다. 이 기구는 두눈 사이의 거리만큼 떨어진 위치에 약간 볼록한 렌즈(보통 플라스틱)가 양쪽에 부착돼 있다. 입체쌍의 이미지는 고정된 크기를 가지며 눈과 렌즈사이의 거리는 정확한 초점을 이룰 때까지 적당하게 유지한다. 두눈의 불일치를 이용한 이 방식은 입체사진이나 입체그림을 보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일회용 입체카메라는 한 인화지에 2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으며 좌측눈과 우측눈의 이미지를 함께 나타낸다. 그리고 두개의 렌즈가 부착된 렌즈 입체경을 사용해 생생한 입체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렌즈를 사용한 입체경과는 달리 렌즈대신 필터를 이용하는 입체안경도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적청, 또는 적록안경과 편광안경(Polarized glasses)이 바로 그것이다. 사용되는 두개의 이미지는 청색과 적색으로 입력돼 있고 이미지를 볼때 왼쪽 눈에는 적색의 이미지가, 오른쪽 눈에는 청색의 이미지가 각각 보여진다. 그 결과 뇌에서는 이를 완전한 하나의 그림으로 해석해 3차원 이미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적청방식은 간단하게 3차원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완벽한 컬러이미지를 볼 수 없다는 점과 고스트현상(한쪽눈이 다른쪽 눈의 이미지까지 같이 보게 되는 현상)으로 인해 장시간 볼 경우 어지러움 증세를 가져오기 쉽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색분리형의 적청안경과는 달리 편광안경은 빛을 편향시키는 편광기술을 사용한다. 이 기술은 입체영화에 쓰이는 투사방법과 함께 사용되고 있는데, 이 때 사용하는 안경에는 렌즈에 해당하는 빛을 특정한 각으로 편광시키기 위한 필터가 붙어 있다. 투사스크린은 금속제이므로 반사광의 편광을 유지하며 편광필터는 두대의 영사기 앞에 각각 수직과 수평방향으로만 빛을 투사하는 직각 편광필터를 씌우고 사람의 눈에도 투사기상의 필터와 편광이 일치하는 수동편광 안경을 쓰고 보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는 완전한 컬러의 입체영상과 돌출효과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빛을 편광시키기 위해 '프로젝션 시스템'이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과 편광으로 인해 광도가 줄어들어 영상이 희미하게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LCD셔터 안경에 쓰이는 기술은 편광효과와 유사하다. LCD 셔터방식의 안경은 비용면에서 비싸지만 질과 편리성에서 다른 방식보다도 가장 우선한다. 또한 이용하기가 쉬우며 전력이 조금밖에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이 방식은 영상을 전송하거나 차단하기 위해 액정기술과 편광을 사용한다. 액정은 액체가 지닌 유동성과 결정이 지닌 광학적 이방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액체물질로서 전기적인 자극을 가하면 빛의 통과 방법이 달라지는 성질을갖고 있다. 여기에 편광필터를 이용하면 빛의 차단과 통과를 제어하므로 각각의 눈에 단 하나의 이미지를 보여 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빠른 속도의 셔터개폐가 이루어지면서 우리의 뇌는 두개의 이미지를 하나의 독립된 입체영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입체 영상이 구현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가상현실의 완벽한 재생감이다. 지금은 꿈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상현실이 좀 더 현실감을 갖는다면 인간의 행동양식에까지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가상현실 시스템의 입력장치인 데이터 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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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서종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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