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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 축구의 과학

유럽 주요 경기 150골 분석 결과 오른쪽 공략때 득점 확률 76%

'축구는 과학이다.' 오로지 공을 좇아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들의 행동을 하나씩 분석해보면, 축구가 과학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대회로 온 세계의 이목이 축구에 쏠려 있다. 둥근 공 하나를 놓고 연출되는 세계 각국 선수들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와 승부의 순간순간을 바라보면 전세계적으로 축구가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를 대충 짐작할 만하다.

무릇 축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관람자에게 주는 최고의 기쁨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기에 이겼을 때보다는 졌을 때 더욱 흥분한다. 상황이 불리한 경기를 보면서 작전지시를 내리기도 하고, 우리 팀 선수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보면서는 '내가 뛰어도 저 것보다는 낫겠다'는 등의 울분을 토로하는 이유도 바로 이기지 못한 경기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승리의 기쁨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뛰어도…'와 같은 관람자의 반응은 실제로 자신이 감독이나 선수로 나가 뛰겠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이 오랫 동안 눈만 뜨면 날이 새도록 해온 일을 비전문가인 관람자가 더 잘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감독이나 해설자 이상의 식견으로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비경기인'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외국의 많은 스포츠감독들이 선수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비경기인 출신이면서도 선수들에게 깜짝 놀랄 만큼의 경기력 향상을 가져오게 한 장본인들임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제 월드컵 축구를 관람하면서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하자. 골키퍼까지 제친 선수가 무인지경에서도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나름대로의 원인을 가지고 있다. '선수나 감독을 능가하는 축구 읽기'를 위해 그리운드를 지배하는 몇가지 과학적 사실들을 살펴보는 일만으로도 관전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골은 언제 어느곳에서 어떻게 들어가는가
 

(그림1) 경기장 분할도^전체 득점의 90% 이상이 그림의 59, 67, 68 인접 부근에서 이루어졌다.
 

축구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인기 종목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통쾌한 득점 장면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룰을 엄격하게 적용, 볼을 잡은 선수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더 많은 골이 나도록 유도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골키퍼를 제외하고 10명의 선수가 운동장을 그토록 뛰어다니면서도 한 골을 얻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의 통계는 대략 10번의 슈팅에 한 골이 터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축구의 골 득점은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어떤 이는 축구 경기의 결과를 '운이 7이면 기술은 3'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때로는 경기 내용상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압도했으면서도 단 몇 차례의 역습에 패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경기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승리하기까지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축구장 하프라인의 한쪽면을 바둑판처럼 72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지역에 고유 번호를 붙인 후 골인할 때까지의 볼 움직임을 기록해보면 마구잡이식으로 벌어지는 듯한 골인 장면이 의외로 일목요연함을 보인다(그림1).

필자는 1984년부터 2년간 벌어진 유럽의 각종 리그전이나 유럽컵 경기에서 이루어진 1백50골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해 분석해 본 일이 있다. 이같은 분석은 축구가 공 하나를 넣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 우연에 의해 승부가 판가름나는 '비과학적' 스포츠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분석 결과 전체 득점의 75%는 골 포스트로부터 약 9.15m 이내에서 이루어졌으며 이중 90% 이상이 골포스트 양끝 1m 이내인 59, 67, 68의 인접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이들 골 득점은 거리로 보아 11%가 약 14m 이내, 그보다 먼 거리에서 14%가 이루어졌고 23m에서의 득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득점의 76%가 공격측의 오른쪽으로부터 위의 3개 지역으로 득점 직전에 볼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나 오른쪽의 공격이 득점에 훨씬 많이 연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득점 방법으로 보아 전체골은 오른발 슛이 55%, 왼발 슛이 33%이고 헤딩 슛이 12%였는데, 골 다발 지역에서는 오른발슛이 45% 왼발 슛 30% 헤딩슛의 성공이 25%로 나타나 골 라인에 가까울수록 헤딩에 의한 득점이 많아졌다. 한편 경기가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된 후에는 공이 네사람을 거치기 이전에 이루어진 슈팅에 의해 골 득점의 40-50%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상에서 나타나는 수치와 백분율은 어떤 경기를 분석하더라도 대략 유사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골 득점 직전의 볼 공급은 어디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득점하기 전까지의 볼 움직임은 대개(그림 2)의 C지역에서 B지역으로, 다시 B지역에서 A지역으로 패스된 후 마지막으로 (그림 1)의 59와 67, 68지역에서의 슛으로 득점하는 것이 전체 득점의 76%를 차지한다.

한편 볼이 골키퍼를 제치고 골대의 어느 부분을 관통하는지 알아보자. 골문의 크기는 가로 7.32m 세로 2.44m다. 이를 가로 세로 각각 4등분해 전체 16개의 구획으로 나누면 상하로는 66㎝ 좌우로는 1.8m의 직사각형이 만들어진다. 이때 골 득점의 66%는 지상으로부터 66㎝ 이내의 낮은 부분을 통과하며 전체 득점의 80%가 골 포스트 높이의 중간 부분 아래로 들어가 이 구역이 '구멍'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약 39%의 골이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들어가 35%인 왼쪽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상의 결과를 모두 종합하면 득점을 위한 방법은 명확히 드러난다. 즉 축구 경기에서 보다 많은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오른쪽 윙이나 또는 오른쪽 공격수의 오버랩에 의한 반대편 골 에어리어 모서리 부근을 겨냥한 센터링이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이유는 인간의 신체조건에 바탕을 둔 행동 습성을 생각해보면 더욱 간단하다. 82%가 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발잡이이면서 정보획득을 오른쪽 눈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공격자 입장에서는 오른쪽에서 날아오는 볼에 대한 정보처리가 정확하고 그에 알맞은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공격편의 오른쪽은 수비쪽에서 보자면 왼쪽이 되기 때문에 순발력을 한 템포 느리게 하는 효과도 있다. 다시 말해 수비측은 왼쪽 풀백이 강해야 하며 공격측은 오른쪽 윙이나 풀백이 강해야 보다 많은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림2) 득점 직전의 공 움직임^C-B-A 순으로 연결된 공이 (그림1)의 59, 67, 68 지역으로 패스돼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전체 득점의 76%나 된다.
 

페널티킥이 들어갈 확률

골 득점과 관련해 최종 수비수인 골키퍼나 공격수 모두에게 일종의 '예외 상황'이라 할 수 있는 페널티킥의 경우를 살펴보자. 요즘들어 공격 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페널티킥을 주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월드컵 역시 이같은 추세에서 여외는 아니어서 82년 스페인 대회에서 터진 골중 페널티킥에 의한 것은 5%에 불과하던 것이 86 멕시코대회에서는 9%,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무려 11.3%로 늘어나고 있다.

86년대회에서 당시 세계적 기량의 선수인 지코나 프라티니, 소크라테스 등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바 있다. 관중들이 가장 열을 내는 경우가 바로 응원팀의 선수가 패널티킥을 골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할 때다. 이같은 흥분은 '페널티킥은 90% 성공한다'는 속설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산술적 계산은 그렇지 않다. 넣거나 막거나 둘중 하나, 즉 50%가 정상이다.

물론 페널티킥은 어디로 갈지 방향을 알 수 없는 공을 정지시켜 골키퍼와 1대 1로 싸우는 것이어서 다른 슛보다는 골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실축보다는 골인될 확률이 더 높기는 하다. 골키퍼를 포함해 사람의 전신반응 시간은 2초를 넘는게 보통이어서 페널티 마크로부터 골 라인까지 볼이 도착하는 시간이 골 키퍼의 반응시간보다 빠르기 때문에 잘 찬 공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의 성공률이 속설보다는 적어도 산술평균보다는 높은 이유는,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골키퍼의 위치와 공격자의 킥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골대 중앙을 중심으로 양쪽을 각각 2등분해 전체를 5개의 축으로 나누어보자(그림 3). 멕시코 대회 당시 나온 42개의 페널티킥중 정가운데인 A지역을 통과한 볼은 20%나 됐다. 따라서 만약 골 키퍼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면 페널티킥중 20%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전체의 50%가 B지역을 통과했는데, 이 지역은 중심으로부터 1.8m 정도 되는 곳이어서 이 역시 골키퍼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더 많은 페널티킥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 연구에 의하면 페널티킥 때 골키퍼는 가만히 서 있어도 25%는 막을 수 있고, 여기에 약간의 다이빙 동작이 가해지면 다시 14.2%, 점프를 하면 4.3%의 방어율이 더해진다고 한다. 따라서 페널티킥의 43.5%는 골키퍼가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미리 판단하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한 것인데, 대개의 경우 골키퍼는 공이 날아오기 전에 한쪽 방향으로 다이빙하기 때문에 공격수의 득점 확률을 높여주고 있다.
 

(그림3) 페널티킥의 통과 지점^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을 수 있는 확률은 속설보다 높고 산술평균보다는 낮다.
 

축구는 마라톤 경기가 아니다

연장전이 없으면 전 후반 90분을 뛰는 축구는 격렬한 스포츠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선수들의 체력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체력은 사실 축구 지도자나 선수가 원하는 첫째이자 지속적인 요구사항이다. 왜냐하면 기술이나 전술에 앞서 필요한 기술을 구사하고 성공적인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체력이기 때문이다. 시합에서 요구되는 체력 문제는 상대 팀이 자기 팀보다 체력이 앞서 있을 때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축구경기에 요구되는 체력의 정도를 살핀 연구결과들은 주로 선수가 경기동안 뛰는 거리를 기초로 운동량을 따지고 있다.그리고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한 선수가 경기에서 뛰는 거리는, 포드나 미드필더 등 각 포지션의 고유 역할이 불분명해진 현대의 이른바 '토털 사커'의 경우 평균 12㎞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위더스와 레일리란 두 학자가 행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그들은 경기 중 선수들이 달리는 형태를 크게 걷기, 조깅, 뒤로 달리기, 달리기, 최고속도로 달리기의 5가지 형태로 구별하고 선수들의 운동량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가장 많이 달린 형태는 조깅(45%) 걷기(26%) 보통 달리기(13%) 뒤로 달리기(8%)였다. 그리고 골 연결의 관건인 전력 질주는 6%, 거리로 봐서 대략 7백m가 조금 넘었다. 이같은 결과는 각 포지션별로 차이가 그리 크지 않으며, 다만 최대 속도로 달린 거리에서 풀백이 가장 많이 뛰었고 중앙 수비 선수가 가장 적게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선수들은 경기 중 11-1백20초 정도를 포지션별로 순간 순간 쉬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90분 경기중 실제 인플레이되는 시간은 대략 65분 내외 (지금까지 벌어진 역대 월드컵 경기의 평균 실제 경기 시간은 62분)에 불과하다는 것도 밝혀 냈다.

이같은 연구 결과에 따라 연구자들은 축구 선수들에게 매 5-6초마다 방향 및 속도의 변화가 요구되고 또 30초마다 15-20m를 최대로 빨리 달릴 수 있는 무산소 능력을 키우도록 결론내리고 있다.

많이 뛴다고 골을 넣고, 그래서 경기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만큼 '경제적인 경기'를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축구는 긴 구간을 달려야 하는 마라톤 시합이 아닌, 순간 돌파력으로 골을 연결시키는 순발력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팀이 외국 팀과의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후반 체력의 열세를 패인으로 지적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체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힘을 '쓸 때 쓰는' 리듬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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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신동성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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