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년 된 암석 균열에서 발견된 토착 미생물 세포들. 부시벨트 화성암 지대의 암석 샘플에서 검출된 세포들을 녹색으로 염색한 다음 주사 전자 현미경과 형광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20억 년 전 만들어진 암석 내부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 요헤이 스즈키 일본 도쿄대 지구행성과학과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이 10월 2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비얼 이콜로지’에 발표한 내용이다. doi: 10.1007/s00248-024-02434-8
연구팀은 약 20억 5000만 년 전에 형성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부시벨트 화성암 지대에서 암석을 채취했다. 부시벨트 화성암 지대는 만들어진 이후로 큰 지질학적 영향을 받지 않아 고대의 암석을 변화없이 보존하고 있다.
연구팀은 시추공을 뚫어 깊이 15m에서 지름 8.5cm, 길이 30cm의 암석 시료를 얻었다. 이후 시료의 외부를 살균한 후 암석을 얇게 썰었는데, 암석 내부에서 점토가 채워진 균열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균열 내부가 시추 이후의 외부 환경에서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후 적외선 분광법, 전자 현미경, 형광 현미경을 이용해 균열 내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균열 내부에서 살아있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20억 년 동안 외부와의 접촉 없이 균열 내부에서 살아왔다는 뜻이다. 이 미생물들은 점토 광물에서 생존에 필요한 유기물이나 무기물을 대사했으리라 추측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균열 근처의 틈새는 점토로 막혀있어 외부에서 유기체가 들어오거나 내부에서 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으로 고대 지층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미생물의 기록은 단숨에 19억 년이 늘어났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미생물이 발견된 가장 오래된 지질층은 남태평양 심해에 쌓여있던 1억 150만 년 된 퇴적층이었다.
외부와의 접촉 없이 홀로 진화한 미생물은 초기 생명체의 진화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은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의 유전체를 연구하면 초기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지구 바깥의 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으려는 시도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미국우주항공국(NASA)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는 20억 년 전 화성에서 생성된 암석을 채취할 예정이다.
요헤이 교수는 “20억 년 전 지구의 시료에서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화성 시료에서도 무엇인가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추후에는 미생물의 유전적 계보를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