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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눈, 인공 팔, 인공 몸... 인체 개조 드라마 '루갈'

◇ 보통난이도

생명공학 기술로 특수 능력을 갖추도록 인간의 몸을 바꾼 비밀경찰 조직 ‘루갈’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루갈’이 3월 28일 OCN에서 시작했다. 인공 눈과 인공 팔, 인공 몸으로 새롭게 태어난 루갈의 요원들은 악행을 일삼는 최대 테러조직인 ‘아르고스’에 맞선다. 이들이 쓰는 특수 능력은 모두 현재의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를 상상한 모습이다. 루갈의 주인공 4인방이 가진 능력을 과학적으로 들여다봤다.

 

드라마 ┃ 뇌에 심은 양자컴퓨팅 칩 
현   실 ┃큐비트 구현 장치 대형 냉장고보다 커 


강력반 경찰 콤비인 강기범(최진혁)과 송미나(정혜인)는 아르고스를 추적하다가 가족과 동료를 잃는다. 이들은 루갈의 총책임자 최근철(김민상)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고, 이후 수술을 통해 새로운 능력도 갖게 됐다.


먼저 한쪽 눈을 잃은 기범에게는 루갈의 수술팀이 인공 눈을 이식한다. 그리고 인간의 뇌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연산 능력을 갖게 만들기 위해 양자컴퓨팅 칩을 뇌에 심어 인공 눈과 연동시켰다. 드라마에서 이 칩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눈으로 시각 정보를 획득하면 뇌에서 이를 토대로 분석과 판단을 진행하는 것처럼 기범이 인공 눈을 통해 상대방을 바라보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저장된 양자컴퓨팅 칩이 그 인물의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한다. 


한편 목 뒤편에 총상을 입은 미나는 이 부위에 만능칩을 이식받고 엄청난 힘과 빠른 속도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만능칩이 처리한 정보가 몸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근육이나 신경을 강화해 초인적인 힘과 속도를 만들어 낸다.  


현실에서는 신체 특정 부위에 칩을 이식한 뒤 이 칩과 기계를 연결해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뇌-기계 접속(BMI·Brain-machine interface) 기술과 유사하다. 


김소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는 “인공 눈이 뇌에 심은 칩으로 파악한 적의 정보를 순식간에 보여주는 모습이나, 체내 호르몬에 변화를 일으켜 신경전달 속도를 순식간에 올리고 근육을 강화해 속도와 힘을 얻는다는 설정은 일반적인 히어로(hero)물에 흔히 등장한다”면서도 “두 사람에게 적용된 칩은 현재의 BMI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BMI 기술은 폭이 수십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길이가 1mm 수준인 마이크로바늘 다발로 만든 신경 전극 칩을 뇌나 말초신경에 심어 시각이나 청각 정보를 일부 감지하도록 돕는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수준에 가깝다. 


김 교수는 “뇌에서 시각과 청각을 담당하는 영역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가 충분히 진행된 결과, 망막에 연결해 망막세포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인위적으로 생성하는 신경 전극 칩이 미국, 독일 등에서 제품으로 출시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도 이들 제품 이상의 성능을 내는 망막용 신경 전극 칩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현재 고려대 의대, 충북대 생리학교실 등과 함께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범에게 장착한 양자컴퓨팅 칩 역시 먼 미래의 얘기다. 양자컴퓨팅 칩을 구현할 큐비트(qubit)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큐비트를 생성하는 장비의 크기를 줄이기도 어렵다. 디지털컴퓨터에서 0 또는 1로 구분된 정보를 저장하는 비트(bit)와 달리,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큐비트는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담을 수 있다.

 
큐비트를 연구하는 임현식 동국대 반도체과학부 교수는 “큐비트를 만드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 중 하나는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물질로 회로를 만들어 그 안의 전자쌍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초전도 장비가 지금은 대형 냉장고보다 크기 때문에 뇌나 신경 조직과 연결할 수 있는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소형 양자컴퓨팅 칩을 만드는 일은 요원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인공 팔 
현   실 ┃말초신경 신호 일부 읽어내는 수준 

 

드라마에서 중요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아르고스에 깊이 몸담았던 과거가 있는 루갈의 조장 한태웅(조동혁)이다. 태웅에게는 인공 팔이 달려 있다. 

 

그의 인공 팔은 생체 조직과의 연결성만 빼고 본다면 가장 현실성 있는 설정이다. BMI 기술을 통해 칩을 심고 로봇 의수를 움직이도록 구성하는 것이 지금도 가능하다. 물론 태웅처럼 인공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통증을 느끼는 태웅의 팔을 루갈 수술팀이 치료하는 장면도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한 설정이다. 수술팀은 기계를 분해할 장비를 들고 팔의 혈관과 촘촘하게 연결된 기계의 전선들을 들여다본다. 드라마 설정상 태웅의 인공 팔은 간혹 생체 조직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체로 완벽하게 결합해 있다. 당연히 그 팔이 내뿜는 힘은 일반인이 받아내기 어렵다. 

 

김 교수는 “혈액과 신경세포 등 모든 생체 조직은 수명이 유한하다”며 “반영구적인 기계와 완벽하게 어우러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치료하는 장면을 넣은 것 같은데, 이는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상당히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드라마처럼 팔의 모든 말초신경, 혈관 등의 생체 조직과 연결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건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 지금은 신경 전극 칩을 팔다리에 이식해 여기서 나오는 신호를 일부 읽어내는 정도다. 김 교수팀은 2017년 개의 좌골(궁둥뼈) 말초신경에 신경 전극 칩을 심고 다리를 제어할 수 있는 신호를 고해상도로 얻는 데 성공했다. doi: 10.1088/1741-2552/aa7493 


김 교수는 “팔다리 등 말초신경에 신경 전극 칩을 심으면 신호의 간섭이 많이 발생해 뇌에 명령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뇌에 신경 전극 칩을 심고 이를 로봇 의수와 연결해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더 간단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 강철 인공장기와 피부로 된 인공 몸
 현   실 ┃인공장기 개발보다 돼지 장기 이식이 용이


매사에 침착한 루갈의 조장 태웅이나 복수에 이를 가는 기범과 미나와 달리, 이광철(박선호)은 엉뚱한 말과 재치로 긴장감 가득한 극에 재미를 더한다. 

 

경찰대를 중퇴하고 검사인 형에게 무시당하던 광철은 아르고스가 벌인 일로 인해 엉덩이부터 하복부까지 피부와 장기가 타들어 가는 심한 화상을 입는다. 루갈 수술팀은 그에게 기계로 된 인공장기와 피부를 이식한다. 인공장기와 피부는 강철로 만들어졌다. 칼은 물론 총알도 가볍게 튕겨낸다. 단점이라면 제때 전기 충전을 안 하면 장기가 멈춰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장기에 한해서는 기계로 된 인공장기가 개발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심장에서 수축과 팽창으로 최고혈압을 만들어 혈류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담당하는 좌심실 보조 장치다. 
흔히 심부전 환자에게 인공심장 수술을 한다는 것은 일정 기간 작동하는 좌심실 보조 장치를 이식한다는 의미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팀은 올해 1월에는 흉골을 절개하지 않고 인공심장을 이식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인공심장처럼 몸에 기계로 된 인공장기를 이식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현실적이지만, 광철처럼 하복부에 있는 신장과 간, 장 등의 장기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직 이들 장기가 담당하는 인체 내 작동 기작을 완벽하게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은 “소장이나 신장 등 생체 조직이 담당하는 주요 기능은 의학적으로 확인됐지만, 뇌 등의 다른 조직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훨씬 많다”며 “이 경우 사람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기계적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맹점이 존재하게 되기 때문에 인공장기를 만드는 대신 동물에게서 장기를 키워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 기술이나 줄기세포로 생체 유사 장기를 만드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사업단은 원숭이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 수술을 진행해 최장 2년 10개월까지 면역억제제 없이 정상 생활을 유지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현재는 인간과의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고 있다. 박 단장은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국내에서 돼지 각막이나 췌도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첫 임상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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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기자
  • 사진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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