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은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별)이다. 우리가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망원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빛을 내는 별 이외에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태양계 외부에서 태양을 바라보면 지구나 목성 등 행성은 전혀 관측되지 않는다. 별등 중 태양만이 행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느 별도 그 주위에는 태양처럼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세계적인 과학주간지 '사이언스'지 최근호에서는 인류 사상 최초로 태양계 밖에서 3개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어 대학 알렉산더 볼츠만 교수가 펄사행성 3개를 발견, 기존의 행성 형성 이론을 외계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것.
이들 행성은 태양계에서 1천2백광년(초속 30만km의 빛이 1천2백년 걸리는 거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것처럼 9펄사(pulsar, 맥동성) 주위를 돌고 있었다. 펄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일종의 중성자별. 중성자별은 태양보다 10배정도 무거운 별들이 일생을 마치고 초신성폭발을 한후 생성되는 아주 밀도가 높은별. 중성자별의 밀도는 태양과 같은 별의 무게가 서울시만한 크기(지름 20km정도)로 압축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볼츠만 박사는 지난 3년간 PSRB1257+12를 관찰해오면서 이 펄사가 1백만분의 6초마다 한번씩 펄스 신호를 방출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 펄스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이 일정한 유형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관찰중인 펄사 주위를 선회하는 물체들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 펄사 주위에 행성과 같은 물체가 있을 경우 펄스 신호는 앞뒤로 약간씩 끌리는 현상이 일어나 도착시간이 달라진다. 이번 펄사행성 발견은 푸에토리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펄사가 방출하는 전파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볼츠만 박사의 이번 보고는 펄사 B1257+12부근에 두개의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1991년말의 연구 결과를 강력하게 밑받침해주는 것. 당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공전주기 67일과 98일의 행성 두개가 펄사 주위를 돌고 있다고 했다. 볼츠만 박사는 이 펄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3번째 행성도 발견해냈다. 그는 "이것이 태양계 밖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행성을 거느린 별'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펄사 주위를 도는 행성들의 크기는 제각기 달라 세개중 두개는 지구보다 조금 크고 나머지 한개는 달만한 것이었다. PSR B1257+12는 자전 속도가 빠르고 이중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펄사들과 구별된다. 지금까지 발견된 5백70개의 펄사들은 대부분 자전속도가 느린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것. 그중에서 펄사 신호주기가 1백만분의 1초 단위로 짧은 것(보통 밀리세컨드펄사라고 부름)은 20개에 불과하다. 밀리세컨드펄사는 이중성으로 이루어진 펄사의 한쪽별이 자기 짝의 물질을 흡수해 자전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자들은 밀리세컨드펄사가 짝별을 잃어버린 것은 다른 별과 충돌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때 부서진 짝별의 잔해는 펄사의 인력에 끌려 주위 궤도에 남아 행성을 형성했다는 것. 볼츠만 박사는 "행성이 태양계처럼 처음 행성계가 형성될 때 생성되기도 하지만 PSR B1257+12처럼 별들의 진화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태양계 밖 행성은 지구밖 문명체의 존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생명체 또는 생명체가 진화한 문명체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아니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행성에는 생명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행성계의 태양격인 펄사가 생명체의 유해한 전자파(X선 등)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행성의 발견으로 많은 별들에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 행성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