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은 행성이 태양 둘레를 구체적으로 공전하는 까닭은 태양과 행성간에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1687년 모든 물체 사이에는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 작용한다는 법칙을 발견했다.
위와 아래에 대한 개념은 아마도 지구상에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싹튼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고대에 위와 아래에 대한 개념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위는 신들이 사는 장소로 신성하고 아래는 지옥의 방향으로 신성하지 못해 모두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믿었다.
이와 같은 절대적인 위 아래의 개념은 구형인 지구에서 (그림 1)과 같이 우리와 정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래로 떨어질 것이므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
그 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증명되자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나 모든 물체가 지표에 붙어 있는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으로 이어지는 근대 역학의 성립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중력은 아래 방향이 아니라 지구의 중심쪽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됐다. 이번에는 만유인력의 법칙이 알려지게 된 과정과 지구상에서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 지역에 따른 그 크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페스트와 뉴턴
중력에 대해 알기 위해 우선 뉴턴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하자. 뉴턴(1642-1727)은 1664년 20대로 갓 접어든 나이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 해에 런던에서는 전염력이 강한 페스트가 유행, 케임브리지 대학은 휴교에 들어갔다. 1665년까지 페스트는 맹위를 떨쳤다.
시골은 도시보다 페스트에 감염될 위험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 뉴턴은 어머니 집이 있는 울스토르프라는 작은 마을로 피해 거기서 어머니와 2년을 함께 보냈다. 그는 이 짧은 시기에 생애의 그 어떤 시기보다도 수학과 과학에 대해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이 시기에 뉴턴은 오늘날 중요한 분야로 여기고 있는 미적분학을 체계화하고 광학에 관한 많은 사실을 규명했으며 인력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인력에 대해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사과에 얽힌 것이었다. 어느날 뉴턴은 링컨셔 농장의 뜰에 앉아 있을 때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인력에 대해 심원한 명상에 잠겼다. 그때까지 그 원인에 대해 많은 철학자들이 탐구해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일반인들에게 관념적으로 사과는 당연히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시기였다.
젊은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경이감을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 사과는 좌우나 위가 아닌 아래로 한결같이 떨어지는데, 뉴턴은 사과를 땅에 떨어뜨린 인력은 분명히 사과나무의 높이보다 더 높은 곳까지 미칠 것이며, 산꼭대기에도 존재하고 거기서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그는 인력이 달과 같이 먼 곳까지 미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인력이 지구 둘레를 도는 달까지 미친다면 떨어지는 사과와 같이 지구의 포로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더 나아가 태양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인력이 작용한다면 태양계내 행성의 무리들을 묶어 버릴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이미 갈릴레이에 의해 관성법칙 낙체운동법칙이 발표되고 케플러에 의한 제1, 제2, 제3법칙 등이 알려져 있었지만 그들 사이의 상호 관련성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또 케플러는 태양계 내의 행성의 거리와 공전 주기 관계를 밝혔지만 행성의 이와 같은 운동은 방출되는 신비한 힘인 '아니마 모트릭스'나 자기적인 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것은 당시 길버트에 의해 알려진 바와 같이 지구는 거대한 자석과 같이 자기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추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체가 원운동을 하는 데에는 중심쪽으로 끌어당기는 힘, 즉 구심력이 필요하다. 당시에는 행성들이나 달의 원운동에 필요한 힘을 '아니마 모트릭스'라는 것으로 설명했으며 행성들의 궤도가 원이 아니고 타원인 것은 행성과 태양 사이에서 자기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떨어지지 않는 사과-달
뉴턴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들의 운동이나 지구를 중심으로 한 달의 운동을 상호간에 미치는 인력으로 설명했으며 인력에 대한 그의 생각을 사과와 달을 비교함으로써 시험했다. 만일 사과와 달이 모두 지구 인력에 의해 지구로 묶여 있다고 가정하면 사과를 자유낙하하게 하는 힘은 달에까지 미쳐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게 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그는 그의 유명한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다루고 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산꼭대기 Ⅴ에서 수평방향으로 사과를 던지면 사과는 최초의 속도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긴 거리를 운동해VA VB VC 라는 포물선 궤도를 그리게 된다. 충분히 빠른 속도로 사과를 던지면 사과는 지표의 곡률과 일치해 떨어지지 않고 본래의 산꼭대기로 다시 돌아가서 언제까지고 지구 주위를 회전할 것임에 틀림없다.
달이나 인간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지구의 중력장 아래에서 이와 같이 적당한 속도로 던져진(?) 것이어서 지구 주위를 회전하는 것이다. 결국 사과를 떨어지게 하는 힘과 달 또는 인공위성을 직선 운동에서 벗어나 지구로 계속해서 떨어지게 하는 힘은 같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
이 두 운동에 대한 논의는 독창적인 것이지만, 갈릴레이 케플러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케플러는 제3법칙을 태양과 행성사이에만 적용했으나 뉴턴은 목성과 그 위성들, 그리고 토성과 5개의 위성에서도 성립함을 알게 됐다. 지구에는 위성이 달 하나뿐이므로 케플러 제3법칙을 직접 적용할 수 없었으나 뉴턴은 이미 달의 궤도 운동에서 케플러의 제2법칙인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이 적용됨을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 즉 태양이 행성을 묶어 놓고 지구가 달을 묶어 놓으며 지구상에 사과가 연직 아래로 떨어지고 자전하는 지구상의 물체를 붙잡아 놓는 힘은 인력이라는 힘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알고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것이 그의 저서 프링키피아의 제3부에 게재된 만유인력의 법칙인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우주상의 모든 물체는 그들 사이에 인력이 작용하고 그 크기는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며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질량이 ${m}_{1}$, ${m}_{2}$이고 거리가 r만큼 떨어져 있다면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F는 F=G$\frac{{m}_{1}·{m}_{2}}{{r}^{2}}$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력 상수 G를 뉴턴은 알지 못했으며 그가 죽은 후 70년이 지나서야 캐빈디시에 의해 측정됐다.
뉴턴의 사과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구체화했다는 데에는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가 있다. 특히 뉴턴의 장례식 때 송사에서도, 당시의 철학자들이나 뉴턴의 전기를 쓴 데이빗 블루스타도 이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자기장의 연구로 유명한 가우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 사과 이야기는 밑도 끝도 없다. 그러한 대발견이 사과로서 빨라지거나 늦어진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그 일은 다음과 같았을 것이다. 얼빠진 사나이가 찾아와서 치근덕거리며 그가 어떻게 그러한 큰 발견을 해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뉴턴은 이야기를 하다가 상대방이 얼마나 바보인지를 깨닫자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뉴턴은 사과가 자기의 코 위에 떨어졌다고 이야기했다. 덕분에 그 사나이는 만족하고 돌아갔다."
이것은 '단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인력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실 만유인력의 법칙은 갈릴레이 케플러 등에 의한 역학에 관한 많은 지식의 축적에서 탄생된 것이며 더구나 17세기 후반의 과학 풍토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겠다. 뉴턴은 당시 핼리 혜성의 발견자로 유명한 애드먼드 핼리, 로버트 훅, 1급 건축가 렌 등과 협력해 실험을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고 편지 팸플릿 책 등으로 서로 토론하는 등의 협력 활동을 활발히 했다. 뉴턴이 이와 같은 협력 연구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하튼 뉴턴이 명상을 하던 사과나무는 널리 알려지게 돼 18세기 말 울스토로프의 사과나무 중 특별한 한 그루에 '사과가 떨어진 나무'라는 표지가 붙었다. 1820년경 그 나무는 완전히 죽어 버렸기 때문에 그 나무로 의자를 만들었는데, 그 의자는 아직도 보존돼 있다. 그 후 그 나무의 곁가지 하나가 과수연구소로 보내져 여러번의 접목 끝에 새로운 사과나무가 만들어지고 세계로 널리 퍼져 우리나라의 대덕연구단지 표준연구소 뜰에서도 자라고 있다. 뉴턴의 사과나무는 '켄트의 자랑'이라는 품종으로 뉴턴 시대에는 굽거나 삶아 먹는 사과로 유명했다고 한다.
뉴턴의 사과와 지구 중심
뉴턴의 사과는 지표에 떨어지면 운동을 멈춘다. 만약 사과가 지표를 뚫고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가정하면 그 사과는 어디를 향하며 그 후 어떻게 되겠는가?
전호(前號)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지구의 모양은 완전한 구형이 아닌 적도쪽이 부푼 타원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물론 극반지름이 6천3백56.752㎞, 적도 반지름이 6천3백78.137㎞여서 지구의 편명도는 1/298.257로, 거의 구형에 가까우나 회전 타원체다.
그러면 지구의 중력은 왜 지구 중심을 향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히 말해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 적도 지방에서 대체로 본 지표의 자전 속도는 약 3백m/s에 이른다. 다만 지표상에 있는 집 나무 땅 더구나 대기까지도 지표와 같은 속도로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지표에 붙어사는 사람은 이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결국 지구의 이러한 운동으로 지표상에 있는 모든 물체는 빠른 속도로 원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돌을 실에 매달아 원운동시킬 때 만약 실이 끊어지면 돌의 운동은 어떻게 되겠는가? 물체가 원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방향을 틀어 줄 힘 즉, 구심쪽으로 향하는 힘이 필요한데 이를 구심력이라고 한다.
결국 (그림 3)에서 보는 것처럼 지표상에 있는 물체는 원운동하는 데 필요한 구심력 일부를 물체와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에서 얻어 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력은 만유인력에서 구심력을 제한 나머지로 관측되는 것이므로 적도와 극지방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는 정확히 지구 중심을 향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지구는 지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있으므로 위도에 따라 구심력의 크기가 다르게 된다. 극지방에서는 구심력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중력의 크기는 최대가 되며 적도 지방에서는 구심력이 가장 크므로 중력은 최소가 된다.
결국 사과에 작용하는 인력은 지표 부근에서 최대이며 이후 점점 적어지다가 지구중심에서 0이 되며 다시 점점 증가하는데, 이때 그 방향이 반대다. 결국 사과는 떨어진 지점의 반대편 지표 부근까지 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운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그러나 지구는 균질한 물질로 구성돼 있는 것이 아니며 무거운 철이 중심핵을 이루고 가벼운 규산염 물질이 맨틀과 지각을 이루고 있으므로 지구 내부로 가면서 중력의 크기는 (그림 4)와 같게 된다.
중력을 이용한 무동력 지하철
중력을 이용해 서울에서 동경까지 (그림 6)과 같은 지하철을 건설했다고 하자. A에 있을 경우 중력은 지구 중심쪽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지하철에 작용하는 힘은 수평 방향의 분력 ${f}_{1}$과 수직 방향의 분력 ${f}_{2}$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지하철은 수평 방향의 분력 ${f}_{1}$에 의해 동경쪽으로 나갈 것이다.
지하철이 B에 이르면 수평 방향의 분력은 0이 되며 이때부터 관성에 의해 운동한다. 그러나 B에서 C에 이르는 동안 수평방향의 분력 ${f}_{4}$는 서울쪽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그 속도는 점점 늦어져 동경에 이르면 멈추게 된다. 마찬가지로 동경에 이른 지하철은 수평 방향의 분력 ${f}_{4}$에 의해 다시 서울쪽으로 향하게 된다. 결국 지하철은 서울과 동경을 왕복하는 운동을 하게 된다. 물론 이는 지하철과 레일 사이에 작용하는 마찰력은 없는 것으로 가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함께 생각합시다
계속 낙하하는 사과의 운동속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구 중심쪽으로 떨어지는 뉴턴의 사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속도가 점점 빨라져 반대편의 지구에서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인가 아니면 다시 떨어진 장소로 돌아올 것인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두 물체 사이의 인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감소한다. 그러면 계속 지구 중심쪽으로 떨어지는 뉴턴의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뉴턴의 사과는 지구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두 물체 사이의 거리는 두 물체의 질량 중심사이의 거리를 말한다. 지표 밖에 있을 때의 사과에 작용하는 인력은 사과와 지구의 질량 중심 사이의 거리로 생각해도 되지만, (그림 5)와 같이 사과가 지구의 내부에 있을 때에는 그림에서 A부분의 질량은 없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지구 중심에서는 인력이 0이 된다.
서울에서 동경사이의 거리가 1천㎞라 하고 지하철을 직선으로 건설한다면 지표에서 가장 깊은 곳은 지하 몇 m가 될까? 또 지하철이 서울에 멈추어 있을 때 동경쪽으로 작용하는 가속도의 크기는 얼마일까(단 서울과 동경 사이의 지표는 완전한 구형이라고 가정하고 지구 반지름을 6천4백㎞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