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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 만약 세상에 마찰이 없다면…

마찰이 없는 세계는 존재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곳에서는 영원히 운동에너지가 보존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은 마찰이 존재함으로써 유지된다.

마찰이란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항상 마찰이 작용하고 있다. 마찰에는 눈에 보이는 마찰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있는데, 눈에 보이는 마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마찰은 우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자연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쇠판(브레이크 라이닝)이 바퀴를 누름으로써 마찰이 생기고 자동차는 서게 된다. 공장에 있는 기계가 오래되면 '삐거덕삐거덕'하고 소리를 내는데 이는 접촉점에서의 마찰 때문에 나는 소리다 이것이 눈에 보이는 마찰인데, 마찰을 줄이려면 기름을 치면 된다. 그렇더라도 마찰을 줄이는 것이지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은 공기와의 마찰인데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에 그 존재를 잊고 산다.

완전한 얼음판을 탈출하려면

마찰이 없으면 우리는 한시도 불편해서 살수 없다. 우리가 걸어 다니는 것도 사실은 마찰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얼음판 위에서 걷기가 상당히 불편한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아주 완벽하게 미끄러운 얼음판 위에 있는 사람이 얼음판 밖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어서 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겠지만 기어서 간다는 것은 손과 무릎까지 바닥에 대서 마찰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인데 완벽하게 미끄럽다는 것은 어떻게 해도 마찰을 증가시킬 수 없는 가상적인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소용이 없다.

썰매를 탈 때 꼬챙이로 얼음을 찍는 것은 역시 마찰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마찰이 완벽하게 없다는 것은 꼬챙이로 찍는 것과 같은 일도 허용되지 않는 가상적인 얼음판을 말하는 것이다. 기어도 소용없고 꼬챙이로 찍지도 못하는 완벽한 얼음판에서는, 이동하기 위해서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여전히 자기 자리에 변동이 없다. 만약에 야단법석을 떤 후에 자리가 이동되어 있다면 그 사이에 어느 정도의 마찰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한 곳에서 이동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 중에서 가장 필요가 없는 물건을 가고 싶은 반대 방향으로 던지는 방법밖에 없다. 동쪽으로 가고 싶을 때는 신발을 벗어 서쪽으로 던지면 신발은 서쪽으로 운동하지만 자기는 동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것을 '뉴턴의 운동 제3법칙' 또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 이라고 한다. 신발을 던지면서 신발에 힘을 주는 것은 신발이 손을 떠날 때까지이고 그 사이에 신발에 주는 것과 똑같은 힘을 나도 신발로부터 받게 된다.

내가 신발에 주는 힘과 신발이 내게 주는 힘이 같은데도 나보다는 신발이 훨씬 빨리 움직이는데 그것은 신발의 질량이 더 작기 때문이다. 물체에 힘을 주면 물체의 운동상태가 변한다. 즉 가속도가 생기는데 그 가속도의 크기는 힘에 비례하고 물체의 질량에 반비례하는데 이를 '뉴턴의 운동 제2법칙' 또는 '가속도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를 식으로 표시하면 질량 m에 작용하는 힘이 F일때 생기는 가속도를 a라고하면 a = F/m 이며 보기 좋은 모양으로 고치면 F=ma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발과 나 사이에 주고 받는 힘은 같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가속도는 질량이 작은 신발이 훨씬 크다.

신발이 내 손을 떠났을 때에 물론 신발은 빠르게 움직이고 나는 천천히 움직인다. 그러나 중력이 없다면 신발이나 나나 속력이 변하지 말고 똑바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즉 그러한 속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양쪽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없으므로 운동상태가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운동상태가 조금이라도 변했다면 그만큼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그 물체에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물체의 운동상태에 변함이 없는 것을 '뉴턴의 운동 제1법칙' 또는 '관성의 법칙' 이라고 한다.

모든 운동은 이 세 가지의 운동법칙에 의해 분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총을 쓰면 총알 뒤에 있는 화약이 터져 강력한 가스를 발생시키고 그 가스가 총알을 총구 밖으로 밀어내게 되는데 가스가 총알을 미는 것과 똑같은 힘으로 총신도 뒤로 밀리게 된다.

이때 총알과 총신에 생기는 가속도는 각각의 질량에 반비례하며,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총알이 총구를 떠나는 순간까지이므로 총알이 총구를 떠나는 순간부터 어디에 부딪히기 전까지 총알은 등속 직선 운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현상을 일상생활에서 관찰하여 우리 나름대로의 논리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해석을 한다. 마찰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물체는 그 움직이는 동력이 없어지면 움직임을 멈추는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흔들어 놓은 진자는 점점 진동의 폭이 줄어 결국은 서게 되는데 우리는 그 진자에 작용하는 공기의 마찰이 보이지 않으므로 진자에 작용하는 동력이 없으니까 당연히 서는 거라고 해석한다.

마찰이 전혀 없는 곳이라면 한번 흔들어 놓은 진자는 진폭이 줄지 않는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진폭이 준다면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마찰이 정말로 없는 곳이라면 청소가 끝나고 집에 갈 때 진자를 흔들어 놓고 가면 다음날 아침에도 진자가 서 있지 않고 계속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책상에서 굴러 떨어진 공은 통통 튀다가 결국은 바닥에 정지한다. 이것도 우리는 무의식 중에 공에 동력이 없으니까 당연히 서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마찰이 없는 세계에서는 바닥으로 자연히 떨어진 공은 반드시 처음 떨어지기 시작했던 높이까지 올라와야 한다.(단 바닥의 탄성계수가 1일 때) 만약에 그 높이보다 적게 올라 왔다면 그것은 그만큼 마찰이 있다는 표시이다.
 

마찰없이 움직이는 소립자의 궤적
 

에너지 뻥튀기 세상?

만약에 튀긴 자리보다 더 많이 올라오는 공이 있다면 그것은 그 공을 처음 튀길 때 자연스럽게 놓은 것이 아니고 밑으로 약간의 힘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을 자연스럽게 놓지 않고 밑으로 힘을 주어 던지면 마찰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원래 위치보다 많이 올라오게 할 수 있다. 만약 자연스럽게 놓았는데도 원래의 위치보다 더 높이 올라오는 공이 있다면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살짝 떨어진 공이 한번 튀겨서는 더 높이 올라가고 다음번에는 더 높이 올라가고 그 다음 번에는 또 더 올라가서 나중에는 교실 유리창도 깨고 밖으로 튀어나갈 것이다. 그러한 공들은 조금만 움직여 주면 자꾸 운동이 빨라져서 세상에는 온통 운동하는 공들 천지로 변할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는가" 라는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거기서는 에너지 걱정을 조금도 할 필요없다. 이는 마치 다 태운 연탄이 새 연탄보다 화력이 좋고 두 번 때고 난 연탄은 더욱 화력이 좋아서 연탄 한장만 있으면 평생을 때고도 처음보다 더 좋은 연탄이 된다는 것이므로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때면 땔수록 화력이 좋아지는 연탄이 있는 세상에서는 에너지걱정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고 떨어진 공이 마찰 때문에 떨어진 위치보다도 항상 적게 올라오는 세상이다. 떨어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의 마찰, 부딪칠 때 나는 소리, 부딪칠 때의 마찰... 이러한 것들이 모두 공의 속도를 줄인다. 마찰이 없는 세계에서 튀는 공은 소리도 나지 않는다. 소리도 에너지이기 때문에 소리가 난다는 것은 소리나는 만큼의 에너지가 없어진다는 뜻이므로 마찰이 있는 것이다.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기계는 마찰이 많다는 증거다. 거기에 기름을 쳐 주면 마찰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작아진다. 마찰이 없는 곳에서 튀는 공은 공이 튀는 소리는 물론 바닥이 울리는 소리도 전혀 없어야 한다. 만약 그로 인하여 조금이라도 소리가 난다면 그 공의 속도는 조금씩 느려질 것이고 결국은 서야 한다.

자동차 타이어가 쉽게 마모되는 이유는 자동차 타이어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지면과 마찰이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는 차의 타이어는 쉽게 마모되고 브레이크를 적게 사용하는 차의 타이어는 잘 마모되지 않는다. 기계에 기름을 치지 않으면 마찰이 크기 때문에 기계는 쉽게 마모된다. 그러나 기계에 기름을 자주 쳐서 마찰을 줄여주면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 어떤 물체가 닳아 없어진다는 것은 마찰이 있기 때문이며 마찰이 클수록 빨리 마모되고 마찰이 작을수록 적게 마모된다. 마찰이 없는 세계에서는 마모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마찰이 없는 곳에서 튀는 공은 튀는 소리도 안나지만 몇천년이 지나도 전혀 마모되지 않는다. 물이 바위 위를 흘러갈 때 마찰이 없는 것처럼 부드럽게 지나가지만 몇 십년이 지나면 그 바위가 패이는 것으로 봐서 물과 바위 사이에도 마찰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공기가 있기 때문에 물체가 움직이려면 공기와 부딪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며 항상 지구의 중력을 받아 지면을 누르고 있으므로 바닥에 놓여 있는 어떤 물체를 밀 때 바닥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거대한 우주의 태양계 안에서 세번째 행성인 지구 표면에서 살고 있다. 공기는 그 지구의 표면을 얇게 싸고 있는 기체이며 우리는 그 속을 떠나서는 한시도 살수가 없다. 이렇게 우리는 더 넓은 보편적인 세상이 아니고 지구의 표면이라는 지극히 특수한 장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소립자의 세계는 진공

시야를 극미의 세계로 돌려 보자. 생물은 세포로 만들어졌고 그 세포들은 또 분자로 만들어졌다. 분자들은 몇가지의 원자가 결합함으로써 만들어지며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과 같은 소립자로 만들어진다. 그러면 소립자들 사이에, 원자들 사이에, 또는 분자와 분자들 사이에도 공기가 있을까? 공기 자체가 분자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분자 사이에 공기가 있다는 말은 교실 안에 학교가 있다는 것과 같이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그러한 미시의 세계에 있는 입자들 사이에는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는 진공 (진짜 공간)이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계만 빼고는 거시의 세계에서 움직이는 천체들과 미시의 세계에서 움직이는 소립자 원자 분자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마찰이 없는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달이나 지구, 그리고 하늘에 있는 수많은 별들은 마찰이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므로 동력이 없어도 태초에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은 분자나 원자도 마찬가지여서 분자나 원자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무질서하게 운동하고 있다. 온도가 높은 것은 심하게 운동하고 온도가 낮은 것은 좀 덜 운동하지만 모든 물체의 온도는 적어도 영하 2백73℃ 보다는 높으므로 가만히 있는 분자나 원자는 하나도 없다. 이렇게 꾸준히 입자들이 운동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마찰이 없는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마찰이 없는 세계를 가정했을 때에만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찰이 없는 세계가 어떠할 것이냐 하는 것부터 생각해 봐야한다. 운동에 관한 계산문제를 풀 때 마찰이 없다고 언급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마찰이 없다고 가정하여 풀어야 한다.

함께 생각합시다

운동의 제2법칙에 따르면 힘이란 물체의 운동상태를 변화시키는 원인이다. 즉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운동상태의 변화(가속도)와 그 물체의 질량에 비례한다. 그러면 힘의 단위는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해설

힘의 단위는 N(뉴턴)인데 1N의 힘이란 1㎏에 작용하여 1m/${S}^{2}$의 가속도를 내는 힘을 말한다. 따라서 2N의 힘이 1㎏에 작용하면 2m/${S}^{2}$의 가속도를 만든다. 따라서 질량 m(㎏)이 작용해 a(m/${S}^{2}$)의 가속도를 내게 하였다면 그 물체에 작용한 힘은 ma (kgm/${S}^{2}$)라고 볼 수 있으며 우리는 kgm/${S}^{2}$을 뉴턴이라고 한다.

1g에 작용하여 1㎝/${S}^{2}$의 가속도를 내게 하는 힘을 dyne(다인)이라고 하는데 뉴턴보다 10만배가 작은 단위다.

우리가 보통 일상생활에서 쓰는 힘의 단위는 ㎏중인데 1㎏중이란 질량 1㎏을 지구가 당기는 힘을 말한다. 질량이 1㎏인 물체를 자유낙하시키면 지구의 인력을 받아 가속도 운동을 하는데 그 가속도의 크기를 재면 위치에 따라 악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9.8m/${S}^{2}$이 된다. 따라서 질량이 1㎏인 물체를 지구가 당기는 힘의 크기는 9.8N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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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희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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