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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발명가 사무엘 콜트가 1836년 설립한 콜트는 초기에는 리볼버 권총을 전문적으로 제작했다. 당시 미국 서부에서 크게 유행하던 리볼버 권총은 탄창 없이 약실에 총알을 넣어 약실을 회전시키며 사격을 하던 권총이다. 콜트가 만든 SAS 리볼버 권총은 서부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고, 그 덕에 콜트는 ‘서부를 정복한 총(The gun that won the west)’라는 멋진 별명을 얻었다. 탄약폭파에서 얻은 반작용을 이용해 재장전되는 자동권총을 만든 것도 콜트다. 하지만 콜트가 본격적인 전성기를 누린 것은 우리에게 M16으로 잘 알려진 M16A1 소총과 함께다.

이거 장난감 소총 아니야?

사실 M16을 처음 개발한 것은 콜트가 아니다. 또 다른 미국의 총기 제조사인 아말라이트가 1950년대에 개발한 AR-10과 AR-15가 M16의 기본이 되는 총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총기가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면서 총기 가격이 폭락했다. 총기 시장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아말라이트는 콜트에 AR시리즈의 판권을 넘겼다. 1962년 미 공군이 기지 방어용으로 AR-15 8500정을 처음 시험 구매했고, 1964년부터 시작된 베트남전에서는 미 육군의 공식 소총이 됐다.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던 M1소총의 이름을 이어받은 M16이라는 이름도 이때 붙었다.

처음부터 M16이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병사들 사이에서 장난감 소총이란 비아냥거림이 따라다녔다. M16은 경량화를 위해 개머리판, 총열 덮개 등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는데 M1 같은 나무 총몸에 익숙한 병사들이 이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같다고 여긴 것이다. 정말로 문제가 된 것은 잦은 고장이었다. 한 설문조사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병사 중 80%가 실전에서 총기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고했고, 이 때문에 의회가 긴급 조사단을 편성할 정도였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콜트의 과장광고가 있었다. 미 육군의 정식 소총이 되자 콜트는 M16을 ‘청소와 수리가 필요 없는 소총’이라고 광고했는데, 병사들이 이를 믿고 정말로 총기 손질을 게을리한 것이다. 콜트는 뒤늦게 개머리판에 총기 손질 도구를 휴대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M16은 장점이 많은 소총이다. 무엇보다 가볍다. 플라스틱과 항공기용 알루미늄을 사용해 무게가 기존 M14보다 1kg 가량 가벼운 2.98kg이다. 무게만 따지면 최근에 나온 동급 소총에 버금갈 정도로 가볍다. 정확도도 높아졌다. 사격시 발생하는 진동이 총열의 축과 나란히 전달되게 설계해 사수가 총의 흔들림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게 했다. 구경이 7.62mm에서 5.56mm로 작아져 파괴력은 떨어졌지만 반동이 줄면서 정확도는 오히려 올라갔다. 수풀이 무성한 베트남의 지형상 갑작스러운 근접전이 많았는데, 가볍고 조준이 정확한 M16을 쓰기에 최적이었다. M16은 베트콩 사이에서는 ‘검은 총’이라고 불릴 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빼앗긴 M시리즈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베트남전에서의 큰 성공으로 M16은 서방세계를 대표하는 총이 돼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전 세계적으로 800만 대 이상이 팔렸다. M16을 개량한 M4도 미 육군의 공식 소총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콜트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미국 시장에 유럽의 총기 제조사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벨기에의 FN으로 대표되는 유럽 회사들은 저작권이 만료된 AR시리즈를 카피해 콜트보다 더 싼 가격에 M4 소총을 공급했다. 근근이 소총 시장의 점유율을 유지하던 콜트는 지난 2013년 입찰에서 미 육군과의 M4 계약에 실패함으로써 큰 타격을 입었다. 웬만해서는 같은 나라 회사인 콜트를 선택할만한데, 입찰 당시 콜트가 적어낸 M4 소총의 가격은 다른 업체보다 90% 이상 비쌌다. 유럽 제조사들은 M시리즈를 그대로 카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총에 다른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는 레일을 도입했고 안정성도 높였다.

50년 전에 개발된 M16 소총이 아직 현역으로 뛸 만큼 소총 시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각 나라에서 개발 중인 소총 대부분이 표준탄을 사용하고, 총열 길이, 탄의 위력, 무게 등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총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FN과 독일의 총기 제조사인 H&K는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도입해 90년대 소총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가늠자와 가늠쇠로 조준하는 기계식 가늠쇠 대신에 조준점이 바로 보이는 도트사이트, 주야간 조준경, 적외선 조정장치 등 소총에 부착하는 액세서리는 최근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탄의 관통력은 그대로 유지하면
서 총열의 길이를 줄여 휴대성과 무게를 줄이는 게 개발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콜트의 라이벌들이 지속적인 투자와 R&D로 혁신을 주도할 때 콜트는 사업부진과 노사문제 등으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옛 영광만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콜트가 빼앗긴 M시리즈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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