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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올버스의 역설


팽창하는 풍선의 일부분

 

구상성단 M13
 

'밤하늘은 왜 어두울까'라는 의문을 가져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해가 졌으니까 당연히 어둡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낮에는 많은 빛을 내는 태양이 있으나 밤에는 태양이 없으니 그만큼 빛이 없어져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빛을 내는 것이 태양뿐일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꼭 태양빛이 아니더라도 빛만 있으면 밤은 어둡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로 달빛을 생각해 보자. 보름달이 있는 날 밤은 달빛으로 인해 조금은 밝아져 가까이 있는 물체나 사람들을 인식할 정도다.

태양은 우주의 많은 별들중 하나에 불과 하다. 바꿔 말하면 많은 별들이 태양처럼 많은 빛을 내고 있다. 그러므로 별빛이 태양빛을 대신한다며 밤 하늘은 밝아질 수 있다. 물론 그러기에는 별들이 너무 멀리 있는 탓에 어둡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별의 개수는 무한히 많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즉 비록 어두운 별들이라 하여도 많이 모이면 밝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은하수이고, 2백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도 개개의 별은 커다란 망원경으로 보아야만 보일 정도로 어둡지만, 수백억개의 별들이 모여 빛나고 있으므로 전체적인 모습은 맨눈으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밝다. 헤르쿨레스자리에 있는 M13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별들이 방출하는 별빛이 합쳐졌기 때문에 보통의 별보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맨눈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주에서 오는 별빛의 양을 계산해 보면 밤하늘이 어느 정도 밝을지를 알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개략적으로 많은 별빛의 양을 계산해 보자. 계산을 간단히 하기 위해서, 우주는 무한히 넓고, 이공간에 별들이 고르게 퍼져 있으며, 전체 별의 숫자는 무한하고, 동시에 별들의 평균밝기는 같다고 가정하자. 별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어두워진다.

한편 지구로부터 일정 거리에 존재하는 별의 개수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많아 진다. 그럼 이 두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구를 중심에 넣은 거대한 풍선이 우주로 팽창해 간다고 상상해 보자. 이때 풍선의 표면에 부딪치는 별들에서 오는 별빛의 전체양은 풍선의 크기와 상관없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풍선에 붙어 있는 별들이 발하는 빛을 모두 합치면 세개의 풍선면으로부터 오는 별빛의 양은 같다.

예를들어 풍선의 반지름이 10광년 20광년 40광년의 크기를 가질 때를 비교해 보자. 제일 작은 풍선의 표면에 10개의 별이 있다고 가정하면 두번째 크기의 풍선 표면에는 40개의 별이, 제일 큰풍선의 표면에는 1백60개의 별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별의 분포밀도가 일정하고 풍선의 표면적은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별의개수=별의 분포밀도 × 풍선의 표면적).

그런데 평균밝기가 같은 별들이 거리가 다르게 분포해 있으므로 밝기도 다르다. 그 차이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어두워진다고 했으므로 2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별들은 10광년의 위치에 있는 별들보다 4배씩 어둡고, 40광년의 거리에 위치한 별들은 16배씩 어둡다. 그러므로 10광년의 거리에 있는 10개의 별들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별빛의 전체양이나, 40광년의 거리에 있는 16배 어두운 1백60개의 별들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별빛의 전체양이나 매 한가지 같게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우주의 모든 별들로부터 도달하는 별빛의 총양은 일정한 값(상수)에다 우주의 크기를 곱한 값이 된다. 앞에서 우주의 크기가 무한하다고 가정했으므로 지구에 도달하는 별빛의 양 또한 무한하게 된다. 그러므로 밤에도 하늘은 어둡지 않고 밝아야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별빛은 약하지만 무한히 많은 별들이 있으므로 이 약한 빛을 모두 합치면 밤하늘이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밤하늘은 어둡다. 이것이 20세기 초까지 풀리지 않았던 올버스의 역설(패러독스)이다. 위에서 우리의 논리전개 과정은 맞지만 밤하늘이 밝아야 한다는 결론은 틀려서 실제의 밤하늘은 어둡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올버스 자신이 하나의 답을 냈다. 우주공간에는 투명하지 않은 것들(우주공간의 먼지나 암흑성운과 같은 것)이 많아 이것에 의해 별빛이 약해 지거나 가려지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왜냐하면 위에서의 우리의 추론이 맞는다면, 암흑물질도 빛을 흡수하다 보면 언젠가는 받은 만큼 다시 빛을 내놓게 되므로, 이것이 별빛을 약화시키거나 가리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유명한 천문학자 허셀에 의해 이 문제는 풀리는 듯 싶었다. 허셀이 별이 개수를 밝기에 따라 세어 보았더니 어두운 것일수록 그 수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즉 별의 절대 평균밝기가 일정하다는 위의 가정을 인정한다면 우리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별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우주가 무한히 넓다 해도 별의 수가 무한해지지 않으므로 지구에 도달하는 빛도 유한해 지게 되어 밤하늘은 어두울 수밖에 없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나온 것은 허셀의 관측이 우리 은하 내에 있는 별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우리 은하 내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안드로메다 성운이 2백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외부 은하로서 우리 은하와 마찬가지로 2천억개 이상의 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주에는 관측할 수 있는 은하만도 1천억개 정도가 되고(물론 관측 안되는 것 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은하가 존재할 것이다) 각각의 은하는 1천억개 이상의 별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별의 개수는 다시 무한히 많아졌다. 그래서 올버스의 역설은 20세기에 와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풀리지 않는 난제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물론 지금은 풀린 문제다. 5월호에서 계속 얘기해 보도록 하자.
 

오리온자리의 말머리성운^먼지들이 별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어둡게 보인다.
 

천문소식

■ 94별축제

천문대와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한국우주소년단에서 주최하는 '94 별의 축제'가 4월16일 오후 5시부터 올림픽대교 남단 한강고수부지 용성레저타운에서 개최된다.

평소 별을 보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는 이 행사는 천체와 관련된 강연 퀴즈 사진전시회 슬라이드상영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 다양한 종류의 망원경 수십대를 동원, 실제 밤하늘 관측을 밀도 있게 진행할 계획이며 모형로켓 발사 및 모형항공기 축하 시범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행사 안내는 전화 02-533-3343으로 문의하면 된다.

■ 별빛 동호회 새내기 모집

별빛 동호회에서는 대학교내에 천문반이 없는 대학생들 중 천체 관측의 기본 교육을 받고, 함께 관측회를 다니며 활동 하기를 희망하는 새내기나 재학생들을 모집한다. 매주 일요일 4시 서강대학교 RA관 앞 벤치에서의 만남으로 별빛 동호회의 모임은 시작된다.

■ 별과 사람들

일반인들을 위한 아마추어 천문 모임. 이 모임에서는 천체 관측의 기본부터 천체 사진촬영까지 아마추어 천문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각자의 의지에 따라 배울 수 있다. 함께 망원경을 구입하여 함께 관측회도 다닌다.(02-453-8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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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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