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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전자 이상이나 염색체 숫자·순서 바뀔 때 나타나

돌연변이 왜 일어나는가

돌연변이는 흔히 '비정상적이 유전자'로 해석되지만, 이는 돌연변이가 해롭거나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저 야생형과 DNA서열이 다르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돌연변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출발점을 '먹는 이야기'부터 하자. 여러분은 쇠고기와 닭고기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가.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쇠고기와 닭고기 요리를 먹으면서 양념을 똑같이 해도 두가지 맛이 다른 것은 왜일까? 이에 대한 답은 두가지 고기가 각각 다른 동물의 근육이므로 성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왕 이상한 지문을 던진 김에 하나 더. 그렇다면 소의 근육과 닭의 근육은 어떻게 해서 성분이 서로 다르게 발달됐을까? 이는 성분의 차이를 묻는 것이 아니고 차이게 나게 된 과정을 묻는 것이다. 아마 위의 두 물음에 웃으며 답한 사람들이라도 바로 이 질문에는 머뭇거릴 것이다.

이에 대해 단순하게 답을 하자면 소와 닭은 각각의 근육을 이루는 성분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소와 닭 유전자의 차이는 근육의 성분(고기맛)뿐만 아니라 닭과 소의 다른점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몸집의 크기, 생김새, 소화흡수와 혈관 순환 등 생리적인 것, 새끼(알)를 낳아 기르는 과정, 소리내 우는 방법, 그리고 행동상의 특이성 까지도.

소와 닭은 각각의 수정란 핵 속에 있는 모든 유전자 체계(게놈)가 질서 있게 작동한 결과로서 발생의 과정을 거쳐 태어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소와 닭 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동물 식물 미생물-들이 각각 서로 다른 모습을 갖게 되는 원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유전자는 DNA로 구성돼 있고 DNA는 네가지 뉴틀레오티드(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가 특정한 순서로 실처럼 연결돼 이가운데 두개가 이중나선의 형태로 꼬여 구성돼 있다. 이들 뉴클레오티드의 순서에 따라 상응하는 mRNA가 만들어지며 그 뉴클레오티드가 차례로 3개씩 한 조가 돼 한개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유전암호로 작용하며, 이 아미노산들이 순서대로 연결돼 단백질의 일차구조를 형성한다.

어느 유전자의 뉴클레오티드 순서(DNA의 서열)가 달라지면 그로부터 지정돼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유전자의 닮은 정도는 그 유전자들의 DNA 서열이 닮은 정도를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생물이 많이 닮을수록 유전자의 DNA 서열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사람과 침팬지의 경우는 DNA 서열의 90% 정도가 비슷하다.

이와 같이 유전자의 차이가 각양각색으로 달라진 결과 나타난 것이 생물의 다양성이다. 지구에 가득 찬 수많은 종류의 생물들, 끊임없이 진화해오고 멸종하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변화해 지구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각각 조금씩 내지는 크게 다른 DNA 서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토종 한우와 미국에서 키운 한우

다시 먹는 얘기로 돌아가보자. 같은 쇠고기라도 우리나라 토종 한우고기와 미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 쇠고기의 맛을 비교하면 아마 가의 모든 사람이 한우고기를 더 좋아할 것이다. 이 맛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답은 역시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다.

요즘 초미의 국민적 관심인 우루과이 라운드와 농산물 시장 개방, 이로 인한 농촌의 위기를 화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이는 "한우 덕분에 쇠고기만은 개방돼도 문제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안심할 일은 못된다. 이미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한우 종자를 가지고 가서 미국의 풍성한 풀밭에서 기르고 있다고 한다. 이들 미국에서 기른 한우 고기가 우리나라에 싼 값으로 들어온다면 우리의 축산업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기서 장황하게 한우고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우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록 미국 풀을 먹여서 키울지라도 한우종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앞서 이야기한 닭과 소의 차이가 생물의 다양성의 한 예라고 한다면 한우와 외국 소의 차이는 같은 종 내의 변화, 또는 변이(variation)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종 내 개체간의 변이 역시 유전자의 차이 때문에 생긴다.

생물학에서의 종(種, species)이란 서로 정상적인 교배에 의해 새끼를 낳아 번식할 수 있는 각 개체들의 집합이다. 같은 종 내에서 일어나는 변이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차이를 유전적 다형성(多形性, polymorphism)이라 부르는데, 이 차이는 종간의 유전자 차이보다 물론 훨씬 미세하다.

유전적 다형성은 우리가 주변에서 매일 보는 현상이다. 혈액형이 여러가지 있는 것도, 형제간에 서로 다르게 생긴 것도 다형성 때문이다(닮은 점은 물론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 때문). 아와 같은 유전적 다형성은 서로 다른 지역간에 인적 교류(결혼)가 제한될 경우 지역적 특징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른 점을 많이 가질 뿐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른 얼굴 모습의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분석한 글이 지난 2월호 '과학동아'에 실린 바 있다.

이상에서 말한 유전적 다형성의 원인이 되는 '서로 차이가 나는 유전자'들을 대립유전자(allele)라고 부른다. 대립유전자들은 같은 종의 개체들에게 산재해 있고 각 개체들은 모두 정상적인 개체다. 즉 누구의 대립 유전자가 정상이고 누구의 대립유전자는 비정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새로 생겨난 대립 유전자를 비정상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같은 대립 유전자를 돌여변이 유전자(mutant gene, mutatnt allele)라고 부르고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겨나는 과정을 돌연변이(mutation)라 한다.

돌연변이는 야생형과 DNA서열이 다르다

돌연변이는 정상적인 유전자로부터 비정상적인 유전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한 그 결과로서 만들어진 산물을 말하기도 한다. 달리 말하자면 돌연변이(mutation)에 의해 돌연변이(mutant, mutation)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까. 이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립되는 정상 유전자를 야생형(wild type) 유전자라고 부른다. 야생형이란 보통 자연상태에서 흔히 존재하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위에서 설명한 유전적 다형성의 경우는 한 유전자에 두가지 이상의 야생형이 존재하는 셈이다.

돌연변이가 '비정상적인 유전자'라는 말은 반드시 해롭다거나, 또는 야생형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야생형 유전자보다 열등할 수도 있고 드물게는 더 강한 작용을 할 수도 있으며 기능상 아무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이는 단지 '야생형과 DNA 서열이 다르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유전형 다형성도 처음에는 돌연변이로서 시작된 것이 다행히도 개체가 번식하고 살아가는데 별로 해롭지 않거나, 또는 오히려 조금 이로운 덕분에 그 종의 개체 사이에 계속 퍼져나간 것이다.

물론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개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돌연변이의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가 사람에게 일어나면 유전 질환으로 나타난다. 혈액 응고 인자중 하나가 결핍돼 상처가 나면 피가 멎지 못해 죽는 질환인 혈우병(hemophilia), 빨간색과 초록색의 구분을 못하게 되는 색맹(color blind), 지능저하와 얼굴 모습의 이상을 비롯해 복합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 등은 잘 알려진 돌연변이에 의한 질환이다. 또한 암 조직을 떼어내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그 개체의 정상세포와 다르게 암세포에만 돌연변이돼 나타나는 소위 '암 유전자'들도 다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돌연변이가 다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돌연변이가 유전되기 위해서는 생식 세포의 핵속에 있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만이 번식에 의해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식 세포 이외의 세포, 즉 체세포의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는 그 개체에만 국한돼 존재한다. 개체가 죽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종의 전체적인 유전자 변화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된다. 반면 생식세포에 일어난 돌연변이는 그 종의 장래 유전자 구성에 중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가임 연령층의 사람들은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나 방서선 등에 노출되는 것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염색체 돌연변이와 유전자 돌연변이

돌연변이는 크게 염색체의 숫자나 구조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염색체 돌연변이와 특정 단일 유전자에 국한해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전체 게놈에서 보면 어느 한 지점에서 나타난 것이라서 점(点) 돌연변이(point mutation)라고도 부른다. 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형태는 여러가지다. 각 3개씩의 뉴틀레오티드가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유전 암호를 깨뜨리게 되는 모든 변화, 예를 들면 뉴클레오티드가 빠져버리거나, 더 삽입되거나 일부의 순서가 바뀌는 등은 돌연변이로서 나타날 수 있다.

염색체 돌연변이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달라서 현미경에 의한 염색체 검사로 밝혀질 정도로 규모가 큰 변화다. 그 중 한가지가 구조상의 변화로, 염색체의 한 부분이 결손되거나 반복, 또는 순서가 뒤집어지거나 서로 다른 염색체들이 절단된 후에 엉뚱한 짝과 연결될 때 일어난다.

염색체 돌연변이의 다른 한가지는 염색체 숫자의 변화다. 어느 특정 염색체나 전체 염색체 한벌이 없어진다든지 더 생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염색체 돌연변이는 막상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유전자의 DNA 서열변화) 없이도 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염색체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곧 그 염색체에 들어 있는 유전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므로 이로 인한 영향이 생기는 것이다. 다운증후군은 인체의 21번 염색체가 정상 숫자의 2개에서 3개로 된 대표적인 경우다.

이같은 돌연변이중 염색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전자 돌연변이의 원인은 많이 알려져 있다. 우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은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들 수 있다.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돌연변이원(mutagen)이라고 하는데, 돌연변이원은 일반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작용도 한다. 암의 생성원인 중 위에서 말한 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음식이나 약품 등에 이러한 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안정성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 보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와 함께 방사능 노출로 인한 돌연변이도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에너지의 핵발전에 대한 의지도가 점점 커지면서 방사능에 의한 돌연변이는 평화시에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임에 틀림 없다.

이와 같은 돌연변이원들은 일반적으로 DNA에 상처를 입히는 물질들이다. 상처난 DNA를 세포가 스스로 고쳐서 살아 남으려는 과정에서 잘못 고쳐진 것이 돌연변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뱀의 색깔을 결정짓는 유전자들.^①은 야생형으로 검은색을 만드는 유전자와 주황색을 만드는 유전자가 함께 존재한다. ②는 주황색을 만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③검은색을 만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④는 두 유전자가 함께 돌연변이된 경우다.
 

생명과학의 '보물'
 

닭 벼슬의 유전적 다형성. 이 처럼 여러 모양의 벼슬이 나타나는 것을 벼슬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다형성 때문이다. 이들 닭들의 상호관계는 한우와 외국소와의 관계와 같다.
 

돌연변이는 생명과학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도구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다가 공기가 심하게 오염된 후에야 맑은 공기의 고마움을 알게 되듯이, 야생형과는 다른 효과를 보이는 돌연변이가 없으면 야생형 유전자의 존재나 그 기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고자 하는 생명과학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는 단세포인 수정란이 세포분열과 세포분화를 거치면서 2백여개 이상의 세포타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수많은 세포와 조직이 3차원의 구조로 발달하는 과정, 그리고 이와 같이 이루어진 각 장기가 서로 적절히 조화돼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한 개체가 정상 기능을 하게 되는 과정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기본적인 청사진이 보관된 곳이 바로 게놈이다. 게놈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유전자들이 바로 정보다. 서로 다른 세포들이 이들 정보를 취사 선택해 이용함으로써 서로 다른 기능과 형태를 갖는 세포로 분화된다. 따라서 이들 유전자를 확인하고 기능을 밝히는 것이 생명과학의 중요한 목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생명과학자들은 초파리 생쥐 등의 실험 동물에서 일부러 돌연변이를 유도한다. 그 방법중의 하나는 유전자 이식 기법으로, 생쥐 생식세포의 염색체에 외부로부터 넣어준 DNA를 삽입시켜 이때 DNA가 마침 중요한 유전자 한 가운데에 삽입되면 유전 암호가 중간에 단절되므로 돌연변이가 될 것이다. 이 생쥐는 외부에서 넣어준 유전자를 대대로 새끼한테 전달한다. 이와 같은 생쥐를 유전자 이식생쥐라 부른다.

유전자 이식 생쥐를 이용한 돌연변이 유전자의 연구는 여러분이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는 생명과학의 길을 택하면 직접 접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백색증에 걸린 흑인 소년. 멜라닌 색소 생산에 필요한 효소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 색소를 못 만들어낸다.
 

199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신희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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