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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만이 맛볼 수있는 지적흥분의 희열

과학외길 보람의 순간


한양대 수학과 김용운 교수
 

하나의 공간에는 여러가지의 구조가 있을 수 있다. 가령 한 나라에는 성씨별로 구별되는 구조, 또는 연령별 지역별 등으로 나타나는 구조기 있을 것이다.

필자가 공부한 위상 수학에서는 이들 구조의 특성을 추상화시켜 생각하고자 한다. 하나의 공간에 두개의 구조가 있을 때 두 구조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데는 기존의 구조에 상호 모순 없이 높은 차원에서의 체계화가 성립돼야 한다.

젊은 시절 이 문제를 갖고 일년 이상을 씨름했다. 생각에 지쳐 때로는 연구실에서 캐나다의 광활한 황야를 바라보다 해가 서쪽으로 지고 달이 동쪽 국경선으로 드는 광경에서 고향 생각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이들 두개의 궤도가 하나 융합됐을 때의 상황을 구상해보곤 했다.

그러던 중 지금까지의 골몰을 종식시킬 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루 말로 표현못할 뿌듯한 보람의 순간이었다. 처음 체험하는 과학자로서의 지적 흥분을 누리는 순간은 체험 당사자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 후 나의 지적 편력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거의 모두가 두개 이상의 구조를 통일시키는 작업의 연속이다. 요즘에는 여러 민족 원형에 관한 생각을 인류 차원의 원형론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으로 열중하고 있다. 또 한번 그때의 도취감을 맛보고 싶다면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일까.


26년전인 1968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당시 찍은 사진. 이즈음 맛 본 지적흥분을 지금도 나는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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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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