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CD-ROM을 사기로 작정했다면 전송률, 평균 액세스시간, 버퍼의 크기를 확인하라. 그리고 내 컴퓨터와 인터페이스 방식이 호환되는지를 살펴라.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대개 늘상 써왔던 물건이 아니라면 구매과정에서 꼬리표에 부착된 제품 특성을 먼저 읽는다. 가령 그것이 옷이라면 치수는 얼마이고 소재는 무엇이며 빨래할 때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등등의 것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이 꼬리표에 쓰여진 내용은 누가 읽더라도 이해가 가능한 어휘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컴퓨터와 주변기기에 관한 한 구입하기로 작정한 물건의 사양표에 나온 것을 모두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것이 아직 광범위하게 보급되지 않은 경우라면 정도는 더 할 수 밖에 없다. 컴퓨터 구입 가이드마다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CD-ROM 드라이브는 아직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물건이다. 많은 매체에서는 'CD-ROM으로 출발하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본격 개막을 예고하고 있긴 하지만, 작년말 현재 많이 잡아도 대력 7-8만대로 추정되는 CD-ROM 드라이브 보급률은 3백50만대를 헤어리는 PC 보급 대수와 비교해 볼 때 아직은 저조하다.

그러나 이미 바람은 불었다. 솔빛 조선미디어의 서희창 기획실장은 "작년 초부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CD-ROM 드라이브 판매량이 올 하반기에 급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은 예측은 최근의 왕성한 CD-ROM 판매량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을 비롯한 여타의 조건을 두루 고려한 것이라고 밝힌다.

즉 대형 컴퓨터 제조사들이 CD-ROM 드라이브를 기본사양으로 장착한 PC를 올 봄경에 선보일 태세여서 CD-ROM 붐이 일어날 조건은 이미 성숙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약 20여개의 국내 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CD-ROM 타이틀 개발 열기의 결과로 조만간 '안 쓰고는 못 배길' 타이틀이 등장한다면 하드웨어(CD-ROM 드라이브)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져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떤 기준으로 CD-ROM 드라이브를 선택할 것인가. 사양표에 등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내게 맞는 것을 찾아보자.
 

내장형이냐 외장형이냐의 망설임은 성능과 무관한 문제다.
 

검색속도 느린 CD-ROM

CD-ROM에는 외장형과 내장형이 있다. 이 구별은 성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외장형은 설치가 쉽게 PC 내부 슬롯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가격면에서 볼때 외장형이 내장형보다 10만원 가량 비싸다. 따라서 PC 본체 내에 확장 슬롯이 다른 카드 등으로 꽉 차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비싼 외장형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물론 외장형이냐 내장형이냐의 문제는 자신의 업무와 연관해 판단하면 될 것이다. 예컨대 집과 회사에서 모두 CD-ROM이 필요하다면 휴대가 가능한 외장형을 사서 들고다니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형태는 성능을 결정하는 문제는 아니다. CD-ROM 선택의 핵심은 속도다. CD-ROM의 성능은 바로 두가지의 속도와 직접 관련돼 있다. 하나는 데이터를 드라이브가 1초당 얼마나 읽어들이느냐를 말하는 전송률(transfer rate)이고, 다른 하나는 명령을 주고 드라이브고 CD-ROM 디스크내의 자료를 찾아 화면에 출력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인 평균 엑세스 시간(average access time)이다.

현재 나와 있는 CD-ROM 드라이브들의 전송률은 1초당 1백50KB와 3백KB 2가지 타입이 있다. 초당 1백50KB를 읽어들이는 경우 1배속(single speed), 3백KB를 읽어들이는 경우를 2배속(double speed)이라 하는데, 2배속은 1배속보다 빠른 만큼 동화상이 매끄럽지만 비싸다. 지금까지 개발된 CD-ROM 드라이브 중에는 4백50KB의 전송률을 가진 것도 있으나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엔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엄두를 낼 상황은 아니다.

평균 액세스 시간은 ms(밀리 세컨드, 1천분의 1초)로 표시되는데, 일반적으로 최고 2백ms부터 4백50ms 범위 내의 수준. 시중에 나온 제품중에는 평균 액세스 시간이 5백ms 밖에 안되는 것도 있는데, 사고 나면 후회한다. 액세스 시간은 적어도 3백ms 이하여야 필요한 데이터를 읽어들이는데 무리가 없다. 극히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은 이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

CD-ROM이 이전의 저장매체들이 비해 우수성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검색속도다. CD-ROM은 디스크와는 달리 한개의 트랙으로 이어져 있고, 따라서 특정 섹터를 찾을 때 그 길을 계속 따라가거나 또는 광헤드를 천천히 이동시키면서 원하는 섹터를 찾아야한다. CD에 기록된 내용이 음악이라면 연속적으로 읽으면 되므로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정보를 검색해야 하는 경우에는 하드디스크처럼 빨리 찾아내지 못한다. 일반적인 하드디스크의 평균 액세스속도가 20ms 이하의 속도인 것을 감안하면 3백ms의 CD-ROM 검색속도는 '거북이 수준'이라 할만 하다.

그리고 속도 못지 않게 눈여겨봐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버퍼(buffer)의 용량이다 버퍼는 컴퓨터가 바로 다음에 요구할 디스크상의 정보들을 미리 보드 위의 메모리로 옮겨놓음으로써 전체적인 수행속도를 향상시켜주는 임시저장소다. 게임이나 비디오 애니메이션과 같은 그래픽을 즐기고자 한다면 필수적으로 버퍼를 살펴야 하는데, 일반적인 크기는 64KB로 이정도는 되야 동화상 처리에 무리가 없다. 1배속과 2배속의 속도는 버퍼가 같은 경우를 상정한 수치임을 생각하면 전송률과 버퍼의 크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이상적임을 알 수 있다.

멀티미디어 키트 구입이 유리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CD-ROM드라이브 구입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요소가 인터페이스 방식이다. 인터페이스란 컴퓨터 본체와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중간 장치로, 인터페이스카드들은 CPU의 제어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메인보드의 슬롯에 연결돼야 한다.

CD-ROM 드라이브를 본체와 연결하는 방식에는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 방식과 AT버스 방식이 있다. SCSI 방식은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표준 방식으로, AT버스 방식에 비해 속도가 다소 빠르고 검색이 안정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IDE 방식이라고도 불리는 AT버스 방식은 각 제조사의 고유 방식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 방식에 맞는 인터페이스카드가 필요하다.

두 방식은 타이틀을 읽는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호환성이다. SCSI 방식은 1개의 콘트롤러에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7개의 디바이스를 연결할 수 있어 호환성에는 AT버스 방식을 제압한다. 그러나 전문가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가 하드디스크 광디스크 백업테이프 등 2-3개 이상의 주변기기를 연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현재로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디바이스와 콘트롤러가 1대1로 연결되는 AT버스 방식이 무난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SCSI카드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다른 주변장치, 특히 하드디스크 등과 제대로 호환이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한편 CD-ROM 드라이브 구입을 결정하면 반드시 사운드카드의 구입을 고려해야 한다. 즉 사운드카드가 없는 CD-ROM 드라이브는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이미 사운드카드를 장착했다면 카드 자체에 CD-ROM 드라이브 인터페이스 슬롯이 붙어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맞는 인터페이스 방식의 CD-ROM을 구입하면 된다. CD-ROM과 사운드카드를 따로 구입하는 경우라도 사정은 마찬가지.

사운드카드에 CD-ROM 드라이브 인터페이스 슬롯이 없다면 본체 내에 남아있는 슬롯을 하나 더 차지한다. 따라서 슬롯 여유분이 없을 때는 외장형을 사야 한다. 요즘은 CD-ROM과 맞는 사운드카드를 준비하고 타이틀을 번들로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키트도 상당수 출시됐는데, "어느 것도 준비되지 않은 경우라면 키트를 구입하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고 JC현의 최남선 차장은 권한다. 멀티미디어 키트가 인터페이스의 호환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이점 외에도 설치의 용이성과 함께 가격도 싸다는 것이다.

드라이브의 데이터 수용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해야 할 사항. 플로피 드라이브의 DD와 HD의 경우처럼 드라이브가 타이틀의 최대 용량을 수용할 수 없다면 디스크에 수록된 데이터를 재생시키지 못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용량은 대략 6백50MB 정도로, 이정도면 게임은 물론이고 백과사전이나 학술용 데이터베이스를 읽는데도 무리가 없다.

이 외에 CD-ROM 구입시 알아야 할 부분으로는 드라이브에 CD를 적재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캐디(caddy) 방식과 트레이(tray) 방식이 있는데, 캐디 방식은 디스크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사각 케이스에 넣어 드라이브 내로 삽입하는 방식이고 트레이 방식은 디스크를 직접 드라이브에 넣는 방식이다. 캐디 방식은 운반이 용이하고 먼지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번거로움이 있어 요즘 등장하는 대부분의 CD-ROM 드라이브들은 트레이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호환성 걱정을 덜어주고 가격도 싼 멀티미디어 키트의 구입을 권한다.
 

올 여름 경 가격인하 예상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비롯한 2여개의 멀티피디어 관련업체가 정한 멀티미디어 기준인 MPC 레벨을 소개하겠다(표). 이 기준은 레벨 1과 레벨 2로 구분돼 있는데(표), 이 기준을 통해 본다면 앞으로 나올 타이틀과의 호환성을 위해서라도 속도와 버퍼는 적어도 레벨 2 수준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레벨 2에 등장한 CD-ROM XA란 새로운 CD-ROM 아키텍처의 하나로 포토 CD 등을 읽을 수 있는 장치다.

포토 CD는 코닥사가 사운을 걸고 현재 개발중인 신기술로, 한번 데이터를 기록하면 다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없는 CD 디스크의 한계를 넘어 최대 1백개의 고화질 사진을 하나의 디스크상에 디지털 방식으로 압축 저장하는 것이다. 싱글세션이란 한번만 사진을 수록하는 것이고 멀티세션이란 사진의 기록이 여러번 가능하다는 뜻.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현재는 이후에라도 지원이 가능하지 여부만 확인하는 것으로 족하다.

PC와 그 주변기기에 관한 한 '빠를수록 좋다'는 말은 철칙이다. 하지만 빠른 것은 예외없이 비싸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격에 매달려 정작 필요한 기능을 갖추지 못한 드라이브를 구입한다면 이후에 다시 추가 비용이 들 게 뻔하다.

따라서 CD-ROM의 속도는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과 주로 사용하게 될 타이틀이 그래픽 위주인지 텍스트 위주인지 등을 고려해보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CD-ROM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올 여름 경 대폭의 가격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표) MPC 멀티미디어 규격
 

199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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