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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설사 유산균 섭취가 효과

한국형 종균, 씨암닭 한마리 찾기

 

한국야쿠르트 연구원이 '한국형 비피더스 종균'을 배양하는 모습.


배탈이 흔해지는 계절이다. 각종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장마철에는 상한 음식물을 통해 세균이 몸에 잘 침투한다. 그래서 평소 건강한 사람도 설사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며칠 동안 설사를 계속 하다보면 무기력해지고 활동이 둔해질 뿐 아니라 영양실조로 인해 다른 질병이 발생한다.
어른의 경우 설사는 그렇게 큰 병이 아니다. 하지만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신체 변화에 대처하는 적응력이 부족한 탓에 성장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식중독으로 인한 여름 설사로부터 벗어나려면 평소 몸을 청결히 하고 음식이 상하지 않았나 주의하는 일이 필수다. 이와 더불어 몸에 이로운 균을 포함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장을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기호식품인 유산균 함유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치가 있는 균

사람의 소장과 대장에는 엄청난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자그마치 1백조개에 달하는 1백여종의 미생물이 몸 속에서 우글대고 있다. 무게는 1-1.5kg 정도. 위에는 미생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많고 독한 위산과 담즙산 때문에 미생물이 살기 어렵다.

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크게 두종류, 즉 몸에 이로운 균과 해로운 균으로 구분된다. 이들의 양은 음식물의 종류나 몸의 컨디션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예를 들어 세균에 감염된 음식을 먹으면 몸에 해로운 균의 양이 급속히 늘어 설사를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 반대로 유산균과 같은 이로운 미생물이 많아지면 장에 좀처럼 탈이 나지 않는다. 평소 유산균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산균이란 우유에 존재하는 유당을 분해시켜 유산(젖산)을 만드는 균을 말한다. 1857년 파스퇴르가 우연히 발견한 이후 현재까지 수백여종이 알려졌다. 각종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해한 물질의 독성을 제거하며 비타민 합성을 돕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래서 유산균 제품은 요구르트와 같은 건강식품을 비롯해 질병을 직접 치료하는 각종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유산균 중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끈 것은 비피더스(Bifidus). 라틴어로 ‘가지가 있다’는 뜻으로 생김새에서 유래한 말이다. 1899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티셔 박사가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의 대변에서 처음 분리해냈다.

비피더스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의 하나는 장에서 젖산과 초산을 생성함으로써 장의 산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장에 이미 존재하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병원성 미생물이 맥을 못추게 만든다. 물론 변비나 설사, 그리고 장암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는 균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균이라 해도 산업적으로 응용될 만큼 대규모로 생산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비피더스균의 경우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대장에서 생존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이런 조건을 마련해 기르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겨우 성공적으로 키웠다 해도 그 중에서 자손을 대량으로 번식할 수 있는 튼튼한 ‘씨암탉’ 1마리를 찾는 일이 만만치 않다. 우선 타고난 본성 자체와 달리 공기와 접했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 훈련을 거쳐야 한다. 음식이나 의약품에 포함된 비피더스균은 당연히 공기에 노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위산과 담즙산으로부터 무사히 견디고 장에 도착해 효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 수백만마리의 후보 중에서 ‘알짜 중의 알짜’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올해 4월 특허를 받은 '한국형 비피더스 종균' 의 전자현미경 사진.


종균 보유국가 6개국

현재 비피더스 종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다. 한국은 지난 96년 6월 한국야쿠르트사가 종균을 발견함으로써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생후 3개월 된 국내 아기의 대변과 몇년 간 씨름한 결과였다. 이 비피더스 종균은 HY8001이란 이름으로 올해 4월 특허 등록을 마쳤다.

한국형 비피더스균은 이미 제품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사는 기존에 고가(연간 10억원)를 들여 종균을 수입하던 데서 탈피하고 앞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활발히 수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과연 ‘한국형’ 비피더스균이 몸에 얼마나 좋을까에 관해서다. 지난 7월 초 서울대 수의학과의 신광순 교수팀은 비피더스균을 포함한 한국야쿠르트의 몇가지 제품으로 실험한 결과 유산균이 식중독균(O-157과 살모넬라)을 줄이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비록 실험 대상이 사람이 아닌 토끼였지만 유산균 제품의 효능을 입증하는 흥미로운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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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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