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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CPU전쟁, 인텔 독주는 계속될 것인가


인텔호환칩을 내놓은 사이릭시사의 CPU모델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챔피언 인텔이 수많은 도전자들의 협공을 물리치고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사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타이슨과 홀리필드의 대결보다도 더욱 관심을 끄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의 각축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의 업체들간의 경쟁이 더욱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돼 지난 10여년간 세계 P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미국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제왕 인텔사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인텔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경쟁업체들의 도전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하는 것은 일찍부터 올해 컴퓨터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1981년 IBM PC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급하는 '행운'을 잡은 인텔은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에는 PC시장에서 IBM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PC 산업의 역사는 사실상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에 의존해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9년 인텔이 개발한 8088 프로세서는 IBM PC에 채용돼 PC의 제 1세대를 이끌어 왔으며, 그후 82년에는 80286을, 85년에 80386을, 88년말에는 80486을 개발하는 등 PC의 세대 교체를 주도해왔다. 인텔이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곧 PC 시장의 신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됐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텔은 줄곧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호환 칩 업체들의 대 추격전

인텔은 지난해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펜티엄을 발표, 또다시 PC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어 젖혔다. 펜티엄은 3백만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내장, 처리력을 대폭 향상시켰으며 인텔이 이제까지 중점을 두었던 PC 시장 뿐 아니라 고성능 컴퓨터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는 야심작이다.

인텔은 제품명에 있어서도 신제품을 이전에 사용해왔던 '80X86' 방식에 따라 80586으로 정하지 않고 펜티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물론 80X86과 같은 제품명이 호환업체들이 모방하기 쉽기 때문에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면에는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인텔의 색다른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인텔이 원하는 대로 손쉽게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로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텔의 1차적인 적수는 바로 호환업체들. 지난 91년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dvanced Micro Devices)사가 인텔 호환칩인 'Am 386'을 발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면서 호환칩 시대가 개막됐다. 그후 미국 사이릭스(Cyrix)사도 호환칩을 개발, 인텔에 대한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호환 업체들의 도전을 받아온 인텔은 이제까지의 대결에서는 판정승 정도를 무난히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386 칩과 같이 충분히 성숙한 시장은 호환업체들에게 넘겨주고 대신 486, 펜티엄 등 고성능 시장에서 이익을 취하는 전법을 구사했다. 때문에 AMD나 사이릭스 등 대표적인 호환 업체들은 386시장에서는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486급 이상의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한편으로 인텔은 적극적으로 특허권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호환업체들의 발목을 묶는데 성공했다. 즉 AMD와의 해를 넘기는 일련의 특허권 소송을 통해 인텔은 AMD의 486 호환칩 시장 진입 시기를 1년 이상 늦추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새해 상황은 호환칩 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릭스사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초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 펜티엄급의 성능을 갖춘 'M1'칩을 발표했으며 올해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칩의 왕자'를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사이릭스가 펜티엄 호환 칩 판매에 얼마만큼 성공을 거둘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할 문제지만, 펜티엄 호환 칩의 등장은 고성능 시장에서 인텔의 독점적인 지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텔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와 IBM사가 호환칩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나서 인텔에게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까지 사이릭스에 호환 칩을 생산 공급, 호환 칩 시장의 배경이 되어왔던 TI는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호환 칩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3위의 반도체업체인 TI는 특히 저전력의 노트북 PC용 칩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며 486 호환 칩을 인텔이 제시하는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적극적인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세계 1위의 컴퓨터 업체로만 알려져 있는 IBM은 사실상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제까지 IBM은 자사의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반도체만을 생산하고 외부 판매는 하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는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면서 386 및 486 호환 칩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IBM은 인텔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의 수비는 호환 업체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같은 호환 칩 업체들 뒤에는 전혀 새로운 아키텍처로 승부를 걸려는 막강한 경쟁자들이 줄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IBM 애플 모토롤라사 등이 힘을 모아 개발한 '파워 PC' 진영은 인텔이 가장 경계해야 할 강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시못할 도전자 파워 PC의 등장

1981년 IBM PC를 개발, 컴퓨터 시장에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던 IBM은 최근 잃었던 PC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IBM이 선택한 전략은 바로 자신의 기술에 의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IBM은 처음으로 PC를 개발한 이후부터 줄곧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해왔으며, 이 일은 PC 시장의 아키텍처 주도권을 인텔에 넘겨준 계기가 됐다.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IBM은 독자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에 나섰으며 애플 모토롤라 등과 힘을 합쳐 파워 PC를 개발해냈다.

IBM은 한편으로는 인텔의 호환칩 판매를 시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새로운 아키텍처로 인텔의 아성을 공략하고 있다. 파워 PC 진영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이 칩을 채용한 PC를 개발, 사용자 끌어들이기 작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IBM은 지난해 파워 PC를 채용한 워크스테이션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는 PC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며, 애플 또한 올해초에 파워 PC를 바탕으로 한 PC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계 PC 시장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IBM과 애플이 힘을 합쳐 새로운 아키텍처를 PC 시장의 표준으로 정착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은 인텔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함을 짐작케 한다.

인텔의 펜티엄과 파워 PC간의 대결은 역시 PC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드시 PC 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텔은 나름대로 펜티엄의 영역을 PC뿐 아니라 고성능 시장으로 확대시킬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IBM도 파워 PC를 중형컴퓨터나 메인프레임에도 장착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시장 전체에서 전면전을 펼치게 될 펜티엄과 파워 PC의 대결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의 뚜렷한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백중세'로 평가하고 있다. 펜티엄이 전세계적으로 지난 10여년간 인텔의 아키텍처에 익숙해있는 수많은 사용자층을 확보,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나 성능과 가격면에서 뛰어난 '파워 PC'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인 것이다.

최초의 파워 PC 칩인 601은 놀랄만큼 집적도가 높은 제품이다. CMOS(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 기술로 만들어진 '파워 PC 601'은 조그마한 실리콘 조각 위에 2백8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담고 있다.

3백만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집적하고 있는 인텔의 최상위 펜티엄칩과 비교해 볼때 트랜지스터 수에서는 떨어지지만 파워 PC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성능 평가에 있어서도 파워 PC는 펜티엄과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외장 부근에서의 과열현상의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파워 PC 601은 크기가 작아 싼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면에서도 펜티엄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1천개 기준으로 볼때 601은 4백55달러인 반면 펜티엄은 8백98달러에 판매되고 있어 거의 절반 수준이다.

펜티엄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자 강점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의 사용자가 인텔 칩을 채용한 PC용으로 작성된 소프트웨어에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한 파워 PC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중형 컴퓨터 업계를 휩쓸었던 디지털 이큅먼트사(DEC)의 VAX 시스템을 설계한 고든 벳은 최근 '칩 전쟁 : 6개의 주요 마이크로프로세서업체 가운데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펼쳐지는 대결 구도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고든 벳은 특히 파워 PC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를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굳히고 있는 인텔과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유력한 경쟁자로 손꼽았다.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텔 칩은 아직은 CPU의 왕자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아래는 소형 컴퓨터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  이큅먼트사의 알파 칩 보드


중대형 시장에서도 난형난제

파워 PC 이외에도 RISC(축소 명령어 세트 컴퓨팅) 기술에 바탕을 둔 마이크로프로세서들도 인텔의 고성능 펜티엄 칩의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는 PC가 고성능화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RISC 칩을 채용한 시스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윈도우 NT'운영체계를 발표하는 등 워크스테이션과 고성능 PC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인텔은 업계 최고성능 알파칩을 발표하고 소형 컴퓨터 부문에 대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디지털 이큅먼트사(DEC)를 비롯해 '스파크'칩으로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선(sun) 마이크로시스템스사, 그리고 지난해 MIPS 컴퓨터사를 인수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한 실리콘 그래픽스사 등 세계적인 수준의 업체들과도 한판 승부를 벌여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처럼 사방에서 경쟁자들의 맹공을 받고 있는 인텔이 얼마나 PC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지켜나갈 것인지가 바로 향후 PC 시장의 최대 관심사이며, 결과에 다라서는 한차례 PC 시장의 엄청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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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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