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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를 만들어 내는 황금열쇠 정밀화학

보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은 인류의 꿈. 화학자들은 생체의 기능과 구조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유용한 화학물질을 만들어냄으로써 이 꿈을 실현하고 있다. 소규모의 생산체계와 높은 수익성 그리고 두뇌집약적인 특성으로 2000년대 화학공업의 주류를 이룰 정밀화학.


인간은 손을 사용하여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반가운 친구와 만나서 악수도 하고 식사를 하며 야구도 한다. 그러나 화학자의 눈으로 볼 때 단순히 손이란 것은 없다. 다만 왼손 아니면 오른손이 있을 뿐이다. 왼쪽 장갑은 왼손에만 들어가고 오른손에는 맞지 않는다. 이것으로 보아도 왼손과 오른손은 어딘가 다른게 분명하다.
 

왼손에 해당하는 '아스팔긴'산 (L-As-partic Acid)은 아무 맛이 없고 '페닐알라닌'(L-Phenylalanine)은 쓴맛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가 결합된 '아스팔탐'(Aspartame)이라는 화합물은 예측할 수 없이 강한 단맛을 낸다. 게다가 이 화합물과 분자식은 같지만 배열 형태가 다른 이성체는 꽤 쓴맛을 낸다.
 

이것은 정밀화학 제품이 생체 내에서 이루는 반응이 얼마나 미묘하고 또 엄격한 입체 구조적 조건을 요구하는지를 잘 말해주는 예이다(그림1).
 

(그림1)정밀화학제품의 입체구조와 생리효과

 

현대는 화학물질의 시대

 

<;그림2>;정밀화학개발 효과도


생명체는 단백질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구상의 생명체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형성하는 21가지 아미노산은 모두 왼쪽잡이 아미노산 뿐이다.
 

이들 왼쪽 아미노산이 이루는 단백질은 기묘한 구조를 형성하여 생체의 온갖 기능과 작용을 한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 복잡하고 기묘한 구조와 기능을 캐내고 있다. 그 결과는 온갖 편리하고 유용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용되어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리하여 현대는 분명 화학물질의 시대이다.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전자제품이 생활의 편의를 제공 하듯이 정밀 화학제품은 건강한 삶과 더 나은 생활을 누리게 해준다.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 걱정않고 잠을 이루게 하는 약이 있고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병균을 퇴치하는 항생물질이 있다. 파리나 모기 벼멸구 등을 제거하는 살충제가 있는가 하면 식량을 생산하는 작물은 빼고 잡초만 죽이는 제초제가 있다.
 

비계는 없고 근육살만 크게 늘어나는 돼지를 만드는 비육제, 옷감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하는 염료, 좋은 향기를내는 향료, 음식의 맛을 돋구어 주는 조미료, 설탕이 아니면서도 설탕의 수백배나 더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등 이 모두가 정밀화학 제품이다.
 

우리의 생활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 주는 이것들이 없는 현대인의 문명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다(그림2).
 

이처럼 정밀화학 제품의 특징은 그 자체가 주된 소재나 중심은 아니지만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소재의 품질을 향상시켜 중심소재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밀화학을 다른 용어로는 효능화학(Performance chemical)이나 특용화학(Specialty chemica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표1 참조). 따라서 정밀화학제품은 그성능 때문에 팔리게 되고 또한 그 성능을 보고 사는 사람은 가격을 문제 삼지 않는다.

 

<;표1>;정밀화학분야 및 세계시장규모(1982)
 

1백배의 이익도 거뜬


정밀화학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의약품 분야를 예로 들어 보더라도 질병에 걸린 사람은 잘 듣는 약만 있다면 가격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밀화학 제품의 특징은 시장규모가 크다기 보다 이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전체 세계시장으로 볼 때 한 제품의 시장규모는 큰 것이 연간 판매고가 10억달러 선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순이익이 3분의 2나 되는 것이 보통이고 원가의 1백배 이상을 받는 것들도 허다하다. 일반적인 상품은 이익률이 5% 정도이므로 정밀화학제품으로 10억달러 매상을 올리는 것은 일반상품으로는 1백억달러 규모의 제품을 파는 것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이익을 내는 셈이 된다.
 

실제로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독일이 '파이자'사의 소염진통제 '피록시캄'은 84년 국내에 수입될 때 ㎏당 1만2천달러를 호가했는데 이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총 원가는 1백달러 미만이었다. 1백배 이상의 이익이 난 셈이다. 또한 최근에 영국 '글락소'사가 개발한 위궤양 치료약 '라니티딘'은 ㎏당 1천8백달러에 팔리고 있는데 원가는 50달러 이하이니 30∼40배의 이익이 난다. 연간 10억달러의 매상을 바라보고 있는 이 제품은 '글락소'그룹 전체이익의 40%를 차지한다. 이 한 제품이 '글락소'그룹 전체를 먹여 살리는 셈이다.
 

효능이나 성능면에서 정밀화학제품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미국의 '듀퐁'사가 개발한 제초제 '글린'(Glean)을 들 수 있다. 이 약품의 제초효과는 대단하여 한 숟갈의 약품을 물에 타서 1정보의 들판에 뿌리면 식물이란 식물은 모조리 말라 죽는다.
 

이 정도의 희석이라면 한포기의 풀에 약물이 도대체 얼마나 묻겠는가. 이렇듯 강력한 약효에도 불구하고 인체나 가축 등에는 해가 없고 제초 이외의 다른 환경적 영향은 거의 없다. 이제품도 연간 10억 달러의 매상을 기대하는 제품이다(표2).
 

정밀화학제품은 성능만 탁월하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 준다. 따라서 부존자원이 빈약하여 고부가 가치의 창출이 절대절명의 명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정밀화학 분야야말로 기필코 도전 해야할 전략적 산업분야가 되고 있다. 더우기 정밀화학제품의 시장규모는 세계인구와 농경지 면적에 관계가 되는데 지금까지 닫혀있는 중공이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세계인구와 농경지가 25% 더 생기게 되어 정밀화학 제품의 세계전체 시장규모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정밀화학 제품은 물질특허 제도에 의해 독점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경쟁자가 배제되고 이익보상이 확실하여 현재의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는 가장 유력한 전략산업 분야가 되고 있다.

 

<;표2>; 대표적 정밀화학 제품과 화학적 구조
 

자연의 신비를 여는 열쇠를 찾아서


그러면 이렇듯 수익성이 좋고 성능이 뛰어난 정밀화학 제품은 어떻게 찾아내는 것일까. 실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름이 정밀화학이고 물질이 화학물질일 뿐 이들을 개발하는 일은 화학자만의 일이 아니다.
 

성능이 탁월한 물질을 찾아내자면 이 물질이 들어가서 작용하는 생체 내의 자리의 모양을 정확하게 알아내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극도로 발달한 현대의 과학임에도 불구하고 생체 내의 미세한 분자구조나 모양 움직임 작용 등에 대해서는 너무나 알려진 것이 적어서 쉽고 간단하게는 인간이 접근할 수가 없다.
 

또한 한가지 약효를 나타내는 생체 내의 어떤 구조의 모양 뿐 만 아니라 물질이 그 작용점까지 도달하기 까지의 경로 등, 도중에서의 영향이나, 작용점에서 약효를 나타내고 난 후에 그 물질이 없어지고 소멸하는 전과정에 대해서 모든 영향을 연구하여야 한다.
 

의약의 경우는 약효는 물론 부작용의 문제도 연구하여야 하고 농약의 경우는 약효는 물론 인체나 동물 식물 물고기 기타 환경적 영향까지 모두 연구 하여야 한다.
 

이렇듯 정밀화학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생체의 비밀에 도전하여 신비의 문을 여는 열쇠를 찾아내는 것이다. 열쇠는 무엇이며, 열쇠를 찾기위한 힌트는 어디서 얻는 것일까.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방안에 국화꽃을 꽂아 두었는데 시일이 지나자 꽃은 다 시들어 말라죽고 말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말라서 죽은 국화꽃 주변에 파리, 모기 등이 죽어 떨어져 있었다. 이상히 여겨서 그 국화꽃을 추출하여 조사 했더니 여러 해충을 죽이는 강력한 살충효과를 지닌 '피레스럼'(Pyrethrum)이란 물질이 들어 있었다. 이 물질은 그때까지 알려진 살충제에 비하여 1백배나 강력한 효과가 있었지만 사람이나 가축 등에는 전혀 해가 없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물질은 방안이나 집안에서만 살충효과를 나타내었고 집 밖이나 논밭에서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여기서부터 연구를 시작하여 집안에서는 물론 논밭에서도 기존의 살충제에 비해서는 1천배 이상 강력한 살충효과를 내면서도 사람이나 가축에는 전혀 해가 없는 '피레스로이드'(pyrethroid)계 살충제가 개발되었고 현재는 무공해 살충제로서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이 예는 천연의 물질로 부터 열쇠를 찾는 한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열쇠에 대한 힌트일 뿐이고 본격적인 연구는 여기서 부터 시작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우연히 힌트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연구자가 연구를 하다가 때가 되어 빵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설탕이라곤 만진 적이 없는데 손 끝에서 단맛이 나서 조사 하였더니 한가지 물질에서 강력한 단맛이 남을 알아내게 되었다. 여기서 개발되어 나온 것이 사카린을 대신하여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설탕보다 2백배 더 강한 당도를 내는 '아스팔탐' 인공감미료이다.

 

1만개의 발상 중 1개 만이 제품으로
 

<;그림3>;정밀화학제품 개발 과정


이처럼 자연의 비밀에 대한 열쇠는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천연물에서 찾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생체나 효소 그리고 기존에 알려진 약효를 근거로 분자구조를 설계하고 합성하는 의도적 연구로 찾아낸다. 그러나 최초에 만나는 것은 오로지 힌트(Lead)일 뿐이고, 거기서 부터 연구는 시작 되는 것이다.
 

얻어진 힌트로부터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고 특징적인 부분을 변형시키거나 보강하여 구조적 변화에 대한 생리활성의 정도를 측정한다.그리고 나서 분자구조의 변화와 생리활성의 정도를 컴퓨터의 도움으로 분석하여 생체 내의 문에 걸려있는 자물쇠의 모양을 추적한다. 이로부터 열쇠가 될 만한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고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이것을 가지고 생리활성 시험을 행한다.
 

여기서 얻어진 정보를 이용하여 더 좋은 열쇠를 만든다. 이 일을 되풀이 하면서 좋은 열쇠가 되는 화합물이 얻어지면, 이 화합물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없는지 독성은 없는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등 다방면에 걸쳐 연구를 하고 나쁜 영향이 있으면 다시 되돌아가서 새로운 열쇠를 찾는다.
 

즉 화학적 구조 변형과 약효와 독성 검사를 되풀이 하면서 가장 효과가 좋고 안전한 물질을 찾아낸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물질은 실제 응용면에서의 문제가 없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의약품의 경우는 병원에서 임상실험에 들어가고, 농약의 경우는 실제로 논밭에 뿌려서 여러가지 독성 및 환경적 영향을 연구한다. 이와 동시에 한편으로 이 물질을 값싸고 쉽게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공장을 설계하고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전과정을 통하여 정밀화학 제품이 판매에 이르기 까지는 힌트를 찾아나서고 부터 화학적 합성과 약효검정 및 안전성 확인을 통과하는데 대략 1만분의 1의 확률을 갖는다(그림3).


그러고도 실제 판매에서 성공하기 까지의 확률은 약 3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한 연구기간을 짧아야 6년 길면 10년이 걸린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컴퓨터와 자연과학 지식의 발달로 이 확률은 차츰 높아가는 추세에 있으며 개발기간도 단축되어 가고 있다.
 

이를위해 화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독물학자 의사 약사 엔지니어 등 모든 분야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생체의 비밀을 알아내고 분자를 설계하기 위하여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며 X─선 회절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핵자기 공명을 이용하는 등 첨단의 기술과 과학기기를 동원한다(그림4).
 

<;그림4>; 화학공업 구조

 

3천억 달러의 세계시장
 

 

<;표3>; 선지니국의 정밀화학 대 화학공업 비중


정밀화학 제품은 개발의 확률이 낮고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초기의 힌트로부터 최종 제품의 판매에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큰 회사들 만이 할 수가 있으며 큰 화학회사일수록 더욱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수익성이 좋은 분야이므로 개발회사들은 연구개발에서 부터 생산에 이르는 온갖 과정과 공정이나 제조기술 장치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모두를 '노우 하우'로 감추고 있을 뿐 아니라 특허로 감싸 놓고 있어서 제품생산의 정확한 비밀을 알아 내기가 매우 어렵다.


현재 세계적으로 생산 유통되고 있는 주요 정밀화학 제품을 분류해 보면 (표1)과 같다. 세계 총시장규모는 1982년 현재 약2천5백17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1986년도에는 그 액수가 약 3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가운데 서유럽 제국이 28% 미국이 24%, 일본이 1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이들 선진 공업국의 전체 화학공업에 대한 정밀화학공업 비중은 일반적으로 50% 이상으로 매우 높으며 후진국일수록 정밀화학의 비중이 낮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정밀화학공업의 성장률도 또한 매우 높다(표3). 이는 선진국일수록 정밀화학공업의 개발에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표4>; 미국화학업체의 유형별 기업수지 비교

 

선진국의 비밀의 장벽에 도전하는 우리의 고급두뇌


서구 선진국은 정밀화학공업의 역사가 1백년에 이르나 우리나라는 의약품 원료를 합성하기 시작한 역사가 15년 밖에 안된다. 게다가 아직 단 1건의 신물질을 개발한 경험이 없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 화학 연구소 한국 과학 기술원 및 몇몇 제약회사에서 새로운 정밀화학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 하였다.
 

부존자원이 빈약하여 부가가치의 제고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우리나라로서는 정밀화학 제품 개발이 매우 유망한 전략적 미래 산업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대부분 물질특허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신물질을 처음 개발하지 않는 한 대외전략제품으로 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독창적으로 좋은 효능의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이 분야에 많은 고급인력이 있어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올해 부터 이 분야 연구를 위하여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어 신규 화학물질의 합성분야 뿐 아니라 약효검정과 안전성 검정에도 최신의 시설이 갖추어지고 있다. 유능한 고급인력도 이 분야에 모이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탁월한 효능을 지닌 정밀화학 제품이 개발되어 세계로 진출할 날도 멀지 않았다.

 

정밀화학공업과 타 산업과의 관계


정밀화학의 개가 아스팔탐


설탕의 1백 80∼2백배 단맛을 내는 아스팔탐은 칼로리가 낮아 고혈압과 당뇨병 등 성인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인체에 거의 해가 없다. 아스팔탐은 아스팔긴산과 페닐알라닌의 두 아미노산이 결합된 펩티드 화합물이다. 가장 어려운 공정인 아스팔탐의 α이성체와 β이성체의 분리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실용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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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황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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