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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한반도 훈풍’에 환율 하락 기업 이익은 오히려 늘어난다?

어서와, 경제는 처음이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분위기까지 조성되면서 한국의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있다(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 한국은 북한과의 휴전 상황으로 전쟁이 일어나기 쉬운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2017년 9월처럼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곤 한다. 반대로 최근 북한의 핵실험장 부지 폐쇄 약속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시켜 환율의 하락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환율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에 있으며, 더 나아가 환율의 변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자.

 

 

환율은 ‘다른 나라 통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교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100원에 교환되다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 영향으로 1달러에 대해 1050원으로 교환비율이 바뀐다면, 달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반면 원화의 가치가 올라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1달러에 대해 1050원에 교환되다가, 1100원으로 상승하게 된다면 이는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 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환율의 변화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제 환율이 1100원이었지만 오늘 1300원까지 상승한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1000달러에 팔리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을 어제 우리 돈 110만 원에 구입 했지만, 오늘은 130만 원으로 가격이 상승해 어제보다 20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같은 기간 한국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S의 가격이 100만 원에 머물러 있다면, 이전 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갤럭시S를 구입하려 들 것이다.

 

반대로 어제 1100원이었던 환율이 오늘 900원으로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보자. 환율 상승의 경우와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에서 1000달러에 팔리는 아이폰의 원화 환산 가격은 어제 110만 원에서 오늘 90만 원으로 20만 원 떨어질 것이며, 갤럭시S 등 한국의 경쟁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보일 것이다. 따라서 환율이 하락할 때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로 큰 피해를 보고, 반대로 환율이 상승할 때에는 기업 경쟁력이 개선될 것처럼 보인다.

 

 

환율 하락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위 그래프는 한국을 대표하는 2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KOSPI 200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여준다. 단, 2017년까지는 실제 이익이며, 2018년은 영업이익의 예상치를 나타낸다.

 

 

한눈에도 알 수 있듯, 한국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환율이 하락했다고 해서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7년으로, 하반기로 가면서 환율이 점점 떨어졌지만 무려 178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에는 2017년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더 우세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환율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데에는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 및 한국 수출기업의 환율 위험 관리 능력이 향상한 것뿐만 아니라, 환율 변화의 원인이 변화한 것을 들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정부가 환율 수준을 결정하는, 이른바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이른바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바뀌었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 환율이 오른다.

 

 

예전에는 정부가 환율을 결정하는 사실상 유일한 주체였다면, 이제 정부는 여러 외환시장 참가자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최근 외환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누적)와 환율의 흐름을 같이 표시한 아래 그래프를 보면, 환율과 외국인 매매 사이에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유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보유하던 외화(달러 혹은 유로, 엔 등)를 외환시장에서 매도하고 이를 원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환전할 필요가 있고, 이는 원화의 가치 상승(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이 최대 변수


그럼 어떨 때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매수할까?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와 KOSPI200 영업이익 전망치의 변화를 비교해보면 주로 한국 기업실적이 개선될 때 외국인 주식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대로 실적전망이 악화될 때 주식 매도 공세가 강화된다(물론 2007년처럼 약간의 예외는 있다).

 

정리해보면 첫째, 한국 외환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이른바 자유변동환율제도이고, 둘째, 한국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매 주체는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며, 셋째,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실적전망이 개선될 때 적극적인 순매수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한국 기업실적이 개선될 때 한국 주식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니, 결국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에 주식 시장도 강세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골디락스 vs. 스태그플레이션


환율의 변화는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제품의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으니, 경제 전반에 물가 하락 압력을 높이게 된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내수시장이 개방된 것도 환율 변동의 영향을 강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쇼핑몰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이른바 ‘직구’ 붐이 일어난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될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한국 물가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물가안정 목표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2%)을 웃도는 경우에는 금리를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고 수입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에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곧 기업이나 가계의 대출 금리 부담을 높일 것이며, 이는 자산시장은 물론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는 매우 급격한 경기 변동을 경험하게 된다. 환율이 하락할 때에는 기업실적도 좋고 물가도 안정되는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이 출현하지만, 반대로 환율이 급등할 때에는 기업실적 전망이 악화되는 데다 물가가 불안해지기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가 해외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사진은 인천공항 특송물류센터에서 직구 상품의 통관작업을 하는 모습.

 

 

결국, 한국경제는 매우 급격한 경기 변동을 경험하게 된다. 환율이 하락할 때에는 기업실적도 좋고 물가도 안정되는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이 출현하지만, 반대로 환율이 급등할 때에는 기업실적 전망이 악화되는 데다 물가가 불안해지기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한국 사람들은, 특히 주식투자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경제와 환율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지닐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경기가 갑작스럽게 좋아지고 또 나빠지는지 이해하면 상급학교 진학이나 혹은 창업 같은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홍춘욱_ hong8706@naver.com
1993년 12월부터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환율의 미래’ ‘인구와 투자의 미래’ 등 다양한 책을 통해 경제 지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며, 블로그(blog.naver.com/hong8706)를 통해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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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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