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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녹여 쓰는 인공적혈구 개발

일본 연구진, 감염위험·거부반응 등 없어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다 쓴 이산화탄소를 운반해주는 적혈구. 바야흐로 이 적혈구를 인공으로 만들어 쓰는 시대가 되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나 수술 중에 혈액이 부족한데 수혈을 할 수 없다면….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가 아니라도 오싹해 오는 느낌일 것이다. 지금까지 수혈이 많은 이의 생명을 구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런데 현상적으로는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혈액이 헌혈 등을 통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타인의 피를 제공받는다 했을 때 병원미생물이나 간염바이러스, 매독 스피로헤터, HIV(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면 사용할 수 없다. 이들 검사를 모두 마친다 해도 보존기간이 3주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기간이 지나 버려지는 혈액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의 과학지 '쿼크'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수혈의료가 안고 있는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는 인공 혈액 연구가 활발하다고 한다. 의학자와 화학연구자들이 모여 '일본혈액대체물학회'를 설립하고 인공혈액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움직이는 장기'라고도 말해지는 혈액은 영양보급, 체액 밸런스 조정, 외부로부터의 이물질이나 병원미생물에 대항하는 면역반응 등 여러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중요하고도 긴급성을 요하는 역할은 전신 구석구석까지 산소를 공급하고 다 쓴 이산화탄소를 폐를 통해 몸밖으로 내보내는 일. 이 가스교환의 주역을 담당하는 것이 적혈구다.

적혈구 속에는 많은 혈색소(헤모글로빈)가 들어 있다. 이 헤모글로빈이라는 것은 철 원자를 포함한 포르필린유도체 '헴'과 '글로블린'이라 불리는 단백질이 결합한 물질로, 산소와 결합하기 쉬운 성질을 가진다.

산소운반능력을 가진 적혈구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인가가 현재 연구자들이 가장 힘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다.

채혈된 이후 사용되지 못한 혈액은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곧장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혈장성분에서 항체를 추출한달지, 알부민 제제의 원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적혈구 성분만은 지금까지 별 이용방법이 없어 폐기되는 일이 많았다.

적혈구는 가운데가 움푹 패인 원반형 주머니같은 얇은 껍질 속에 헤모글로빈이 가득찬 구조를 하고 있다. 이 껍질에는 바이러스 등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고 혈액형도 껍질의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벗겨버리면 감염의 걱정도 없고 혈액형을 맞출 필요도 없게 된다.

적혈구의 껍질을 벗겨내고 그 내용물인 헤모글로빈만을 이용해보려는 발상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헤모글로빈은 4개의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그대로 몸 속에 넣으면 즉시 흩어져버리게 된다. 그리고 신장의 필터를 뚫고 혈뇨가 되어 즉시 몸 밖으로 배출돼 버린다. 이래서는 산소운반 역할을 해낼 수 없다.

최근에는 헤모글로빈 분자에 수염을 붙이거나 분자 사이에 다리를 놓아 고정하는 등의 방법이 개발돼 있다. 덩어리를 크게 함으로써 먼저 신장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량의 헤모글로빈을 직접 혈관 속에 넣으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심장에 큰 부담이 돼 견디지 못하게 된다. 결국 혈액과 같은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역시 껍질이 필요하게 되지만, 감염이나 혈액형 문제가 있어서 본래의 껍질을 쓸 수는 없다.

일본혈액대체학회의 연구진은 인지질이나 콜레스테롤 등을 사용, 헤모글로빈 집단에 박막을 씌우는데 성공했다. 이는 '헤모글로빈 소포체(小胞體)'라 불리는 것으로, 본래의 혈액성분에 가깝다.

이들은 또한 이와 소포체와 병행하여 '리피드헴'을 사용한 인공적혈구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헤모글로빈 기능, 즉 산소운반의 중핵이 되는 헴이라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 이를 공(求)상태의 기름방울로 가공한 것. 즉 헌혈에서 남은 폐품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인공적으로 합성, 말그대로 '인공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리피드헴은 짙은 갈색의 가루. 여기에 물을 부으면 산소를 결합하여 붉은 색으로 변화하여 혈액과 같이 보이게 된다. 이 리피드헴을 사용하면 감염의 위험도 없고 거부반응도 없게 된다. 게다가 몇번이고 반복사용할 수 있다. 이미 동물실험에서는 좋은 효과를 얻었으며, 언제라도 인간에 대한 임상실험이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짙은 갈새 각루인 인공 적혈구에 물을 부으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
 

199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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