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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동위원소 이용한 석유탐사 새기술

석유탐사에서 기존의 지화학적 접근법은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내용물질에 접근해야 이용될 수 있지만 안정동위체의 접근법은 표층으로 스며나오는 탄화수소가스에서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헌에 의하면 북한은 1977-1985년, 남포앞 서해에서 10개 공을 시추해 4개 공에서 양호한 석유의 징후를 확인, 그중 한 개 공을 시험한 결과 하루 2백 35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작년에 우리가 소비한 5억1천4백만 배럴에 비교하면 북한에서 확인된 것은 우리의 연간 석유소비량의 47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반도 해역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뉴스다.

지구물리탐사와 지화학적 탐사
 

(그림1) 스니퍼와 유출가스의 자동분석체계
 

1975년 포항에서 국내 최초로 석유탐사를 위한 시추를 했다. 그 때 석유의 징후는 확인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에 대한 논쟁이 91년 말 언론에 다시 한번 보도됐다. 어떤 방송기자는 포항의 시추에 참여했던 전문가를 일일이 찾아서 그 때 논의됐던 내용을 텔레비전 화면에 담아 시청자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이와 비슷한 논쟁이 북해 석유탐사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독일연방연구소의 어떤 지질학자는 석유가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해왔는데, 그의 사후에 대규모의 석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석유탐사법을 크게 보면 지구물리탐사와 지화학적 탐사로 나뉜다. 전자는 간접탐사법으로서 주된 임무는지층의 구조를 확인, 석유 부존의 지질조건을 밝히는 활동이고, 후자는 직접적인 탐사법으로서 지층의 내용물에 접근, 이들의 지화학적 특성 근원 이동 진화 성숙과정 성숙도 등을 확인하는 활동이다. 물리 탐사에 의해 검층된 지층의 내용물에 접근하려면 해양일 경우 전통적으로 반잠수형 시추선으로 시추한다.

우리는 포항 시추를 시작으로 그동안 총 28개(육상 2, 대륙붕 26) 공을 시추한 바 있다. 그동안 대륙붕의 시추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2억5천만달러라고 한다. 바로 지난 9월10일 현재 시추중인 울산 남동쪽 43km 지점의 대륙붕 6-1 광구 고래 1호 시추정에서 매장량 4백만-5백60만t의 가스층이 발견됐다는 반가운 뉴스가 보도된 바 있다(사진 1).
 

(사진1) 동해 대륙붕 고래1호정에서 분출되는 천연가스(93.9.10)
 

석유탐사에서 지화학적 접근 추세는 대체로 3단계로 발전해 왔다. 초기(1930-1960년)는 전통적으로 사람의 감각에 의존, 유전에서 유출되는 석유를 직접 확인하거나 유출물의 부근 지역을 집중적으로 시추해서 발견한 경우다. 한때 세계 최대규모이던 베네수엘라의 보리바연안 유전을 포함, 약 50%의 대규모 기존유전이 그렇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기(1960-1977년)는 기기를 이용해 유출물을 확인한 단계로 볼 수 있다. 한 예로서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의 원리를 이용한 스니퍼(Sniffer : 그림 1)를 고안해서 보다 진보된 탐사를 수행했다. 이 장치로 종전의 육감보다 1백만 배나 더 효율적으로 유출물의 식별이 가능해졌다. 한반도 황해의 탐사 때에도 이 장비가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조사자료의 유무는 알 수 없다.

현재(1977년 이후)는 유출물에 담겨진 정보를 분석해 확인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화학적 표식물(바이오마크 및 케로젠)과 안정동위원소의 특성은 유출물 안에 숨겨진 석유의 유익한 정보다.

국내의 석유탐사와 시추작업에는 우리 기업과 전문가의 일부가 참여한다. 외국의 전문용역회사들이 핵심 기술을 소유하고 있어 그들의 권고와 의견이 마지막 결정에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 소개할 안정동위체의 탄화수소 탐사(그림 2) 분야는 지금까지 우리의 참여가 미진했던 분야 중 하나다.
 

(그림2) 배사구조의 단면도와 탄소동위체 상호관계
 

동위원소와 지문

동위원소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기에서는 석유탐사에 관련된 동위원소의 특성을 소개한다.

동위원소(전자 수와 양성자 수는 같고 중성자 수만 다른 원소)는 방사성동위원소와 안정동위원소로 나뉜다. 전자는 핵폐기물의 처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독자들 대부분이 방사선을 내쁨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후자는 방사선과 무관하므로 일부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화학자들은 지구 위에 이론적으로 존재 가능한 동위원소의 수를 방사성동위원소는 3천5백여 종, 안정동위원소는 1천5백여 종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은 전자가 1천2백여 종, 그리고 후자가 3백여 종에 불과하다.

안정동위체(안정동위원소가 특정한 목적에 쓰이는 것을 구분한 것임)중에서 지각물질의 기원, 지각물질, 생물, 그리고 공기와의 상호작용, 기타 지질작용의 추적수단으로 쓰이고 있는것은 1백여 종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은 수소(${H}_{2}$), 탄소(C), 산소(${O}_{2}$), 질소(${N}_{2}$) 그리고 황(S)의 안정동위원소들이고, 그 외 특정한 목적으로 세레늄(Se), 규소(Si), 붕소(B), 염소(${Cl}_{2}$), 그리고 칼슘(Ca) 등이 이용되고 있다.

앞의 다섯 가지 원소들은 지각물질, 생물체 그리고 대기의 주된 성분들이므로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일반적인 환경매체로서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만일 이들을 표식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들의 이동경로, 화합과 혼합 등의 과정을 밝히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개의 원소에는 몇 개의 안정동위원소가 있다. 이들의 중량 비율은 일정하다. 우리는 안정동위원소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존재비라는 용어를 쓴다. 같은 원소라 할지라도 구성된 물질의 상태 즉, 암석 생물체 액체 그리고 기체와 같은 상(phase)의 형태가 다른 경우, 화학적 형태의 차이, 생성기원과 생성과정이 다른 경우는 동위원소분별작용 또는 동위원소효과(뒤에 설명) 때문에 안정 동위원소의 존재비에 미세한 차별화가 나타난다.

지구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그들의 연구 목적에 지문(fingerprint)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문은 연구 대상에서 측정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므로 그 물질이 지질시대를 거쳐 오면서 변화된 어떤 과정의 정보이기도 하다. 지문의 활용은 현대 지구과학에서 거쳐야 될 기본코스로 통한다. 그러므로 마치 약방에 감초와 같이 지화학 관련논문에 지문 자료가 포함되고 있다.

탄화수소의 안정동위체 특성

기본 개념은 유기물질이 지하에 묻혀 원유로 성숙되는 과정에서 탄화수소가스가 발생하고, 그 가스의 주된 원소인 수소 및 탄소의 안정동위체들이 분별되는 존재비 특징을 나타낸다는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위체의 분별이 일어나는 경우는, 전문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주로 물질의 분자들이 화학적으로 재배치될 때 각 분자들 사이에서 동위체의 교환반응을 수반하는 경우, 화학반응이 진행될 때 반응률이 반응물질의 질량비에 의존하는 비가역반응(非可逆反應)일 경우, 그리고 물질의 물리적 변화, 즉 증발과 응축, 용융과 결정화, 흡착과 탈착 등 농도 혹은 온도의 구배(句配) 때문에 질량차가 일어나는 이온 또는 분자들의 확산 및 이동 등에서 주로 일어난다.

자연현상은 이러한 동위원소의 분별현상을 동반한다. 그래서 지질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동위체 존재비의 특성 즉, 지문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5) 지열에 의한 탄화수소 가스의 발생과 안정동위체의 특성 비교
 

안정동위원소로 메탄가스유형 구분

석유와 안정동위체의 특성을 연결시키려면 먼저 석유의 형성과정에 대한 개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석유 생성원인의 유력한 학설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유기물질이 비 바람 혹은 강을 통해 흘러들어와 해양 퇴적층에 쌓이면 퇴적층 안의 질소 산소 그리고 황이 존재하는 환경에 미생물이 침투, 부식토양으로 변한다.

다시 속성작용을 거쳐 구조가 매우 복잡한 케로젠(kerogen)이란 물질의 덩어리가 형성된다. 기본적인 케로젠 분자는 벤젠형의 방향족 고리가 케로젠을 여러 겹으로 둘러싸서 만들어진 덩어리다(그림 3). 이것이 석유의 조상인 기원물질이라는 학설이다. 지구상에 약 1.3×${10}^{12}$t이 존재하는 케로젠은 유기탄소의 가장 풍부한 형태로 알려지고 있다.

기원물질이 얕은 퇴적층에 묻히면 박테리아가 작용, 박테리아성 메탄 가스(wet gas)를 발생시킨다. 묻히는 깊이에 따라 지열구배 때문에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기원물질이 열적 분해로 고탄화수소 가스 성분, 즉 드라이가스(dry gas)로 전이 한다(그림 4). 이러한 기원물질의 전이가 성숙(maturation)이며, 성숙의 정도는 광학적 특성, 즉 비트리나이트 반사도에 의해 구분되고 있다. 광학적인 특성은 기원물질의 성숙 상태의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떤 깊이에 도달하면 압력을 받아 가스 성분과 오일 성분이 공존하는 구역이 나타난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 묻힐 경우, 온도의 상승 때문에 고탄화수소 성분과 액화된 석유가 분해되면서 대체로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 드라이가스로 변한다(그림 5에서 심도 3.5km 이하). 이것이 우리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천연가스다. 기원물질이 석유로 되려면 적당한 온도(65-1백50℃), 즉 적당한 성숙환경이 지질시대기간 만큼 유지돼야 가능하다.

탄화수소 가스의 성분은 매우 다양하다. 천연에서는 일반적으로 메탄성분이 거의 대부분이고 그밖에 에탄 프로판 부탄 그리고 펜탄 성분 등의 순으로 점차 감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름철 논바닥을 관찰하면 어떤 기포들이 솟아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메탄 가스이긴 하지만 석유의 메탄 가스와는 다르다. 유기물질에 박테리아가 침투, 박테리아의 대사경로에서 발생된 것이다. 대사경로는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개미산과 같은 유기성분이 발효에 의한 분해로 메탄 가스를 발생시키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유기성분의 분해로 생긴 이산화탄소가 메탄 가스로 환원되는 경우다. 이들의 메탄 가스는 석유와 관계가 없다.

석유탐사에서 지화학적 접근방법들이 많이 개발됐다. 예컨대 직접법으로는 스니퍼와 같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분석과 헬륨(${He}_{2}$) 농도 측정 등을 들 수 있고, 간접법으로는 금속이상대(金屬異常帶)와 라돈을 측정, 접근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지층 안에 흡착돼 있는 메탄 가스의 유형을 구분하는데 안정동위원소의 특성을 이용하면 보다 간편하고 의미가 분명해진다. 탄소의 안정동위원소인 ${ }^{12}$C(탄소-12)와 ${ }^{13}$C(탄소-13)의 동위원소분별효과는 생성된 물질이 미생물의 대사경로 또는 열적 전이 과정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이 나타나므로 관계되는 안정동위체를 측정해 구별할 수 있다.
 

(그림6) 포화탄화수소 가스의 전형적인 GC스펙트럼
 

안정동위원소의 측정
 

(그림3) 케로젠의 구조 모형

(그림4) 지열구배와 열가스의 액화-윈도 개념
 

안정동위원소의 측정에는 특수하게 설계된 질량분석기(사진 2)를 이용한다. 지질사건의 추적과 규명에 많이 이용되는 안정동위원소들은 수소의 D/H 비, 탄소의 ${ }^{13}$C/${ }^{12}$C 비, 질소의 ${ }^{15}$N/${ }^{14}$N 비, 산소의 ${ }^{18}$O/${ }^{16}$O 비, 그리고 황의 ${ }^{34}$S/${ }^{32}$S 비 등이다.
 

(사진2) 질량 분석기(한국자원연구소)
 

자연현상에 수반된 동위원소의 분별작용은 미세한 차별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그 차이를 쉽게 구분해 표시하려고 델타(δ)값을 정의해 사용한다. 그 값은 시료에 들어 있는 같은 동위원소의 비와 표준물질에 있는 같은 동위원소의 비를 측정해 천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탄소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δ}^{13}$C$\frac{({}^{13}C/{}^{12}C)S-({}^{13}C/{}^{12}C)ST}{({}^{13}C/{}^{12}C)ST}$   ×1000
S : 시료 ST : 표준물질

표준물질은 미국표준국 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구입할 수 있다.

측정과정은 야외에서 시료의 채취와 전처리, 동위체의 측정, 측정값의 표준화, 그리고 자료의 해석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들 과정마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예컨대 퇴적물에 흡착된 메탄 가스의 δ${ }^{13}$C 값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피스톤코아 장치 (사진 3)로 시료를 채취한 후 곧바로 액체질소로 얼려서 흡착된 가스의 이탈을 방지해야 된다.
 

(사진3) 피스톤 코아 채취 장비에 의한 해저 뻘시료 채취장면

(사진4) 고진공 가스추출장치
 

그리고 대기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고진공장치 (사진 4)에서 가스를 분리한다. 포집된 유기가스의 보관은 합성수지로 된 용기를 절대로 피해야 한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 탄화수소 성분(그림 6)을 분석하고 가스의 산출량을 측정한다.

남은 부분은 각 성분을 분리 (대체로 ${C}_{5+}$까지)해 질량분석기로 분리된 각 성분의 δ${ }^{13}$C 값을 측정한다. 델타값을 나타낼 때는 사용된 표준시료를 표시해 준다. 이들 분석된 자료는 메탄 가스의 발생기원을 판정하는 객관적인 기초자료가 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원유의 메탄 가스의 δ${ }^{13}$C 값은 -20--30‰이고, 부식된 유기물질에서 온 것은 -30--50‰, 그리고 미생물의 대사경로일 경우 -50--100‰ 이하다(마이너스 부호는 표준물질보다 낮다는 것을 뜻한다).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대부분의 퇴적층에는 메탄이 주성분으로 된 탄화수소 가스가 흡착돼 있다. 퇴적층안의 유기물질 농도에 따라 그 양이 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석유가 매장된 부근에서는 퇴적층 안의 유기물질의 양과 반드시 비례관계는 아니지만 일정한 비율의 탄화수소 가스가 유출되고 있다(그림7).
 

(그림7) 퇴적층 심도단면과 층내부에 흡착된 메탄(${C}_{1}$) 에탄(${C}_{2}$) 프로판(${C}_{3}$)의 농도와 메탄의 성분비(${C}_{1}$/(${C}_{1}$+${C}_{2}$))의 상호관계
 

석유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지질시대(약 1백만년-2억년)가 소요되므로 지층이 이상적일 경우 계속해서 유전으로부터 유출물이 누출돼 주변의 퇴적층을 거쳐 스며 나온다. 따라서 특정한 퇴적층은 항상 일정한 속도의 탄화 수소가스의 유출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탄화수소 가스를 어떤 방법으로 포집해 웨트가스 혹은 드라이가스로 구분할 수 있을까? 70년대 초에 그에 대한 과학자들의 기술적 검토가 있었다.

지금은 연구장비와 기술이 진보돼 퇴적물의 2백-5백g에 들어 있는 가스(약 1억 분의 1몰)를 포집, 분석해 가스의 생성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그림 8과 9).
 

(그림8) 델타값(${δ}^{13}$${C}_{1}$ 대 δD)으로 구분되는 메탄가스의 유형(열가스 영역이 석유와 직접 관계된다)

(그림9) 피스톤코아에 들어 있는 메탄의 탄소 동위체 ${δ}^{13}$C값 대 탄화수소 성분비 상호관계(박테리아 가스영역과 오일윈도 영역구분)
 

안정동위체의 탄화수소 탐사 기술

앞에서 안정동위체의 특성과 탄화수소의 성숙관계를 알아보았다. 실제로 그러한 기술이 탐사활동에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알아보자. 접근방법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본다. 예컨대 광역적 접근법, 특정지역에 대한 정밀 탐사, 그리고 시추와 병행하는 방법 등으로 구분하여 보자. 분석수단은 안정동위체의 기술이 주체가 되고 현장에 따라 부가적인 분석기술이 추가될 수 있다.

첫번째 광역적 접근의 대표적인 예는 영국 북해 유전에서 실시된 것으로 해저 지표에서 1-3m 깊이의 피스톤코아를 3백㎢ 당 1개 씩, 총 6백3개를 채취, 분석해 매장된 석유를 확인한 경우다.

두번째는 지구물리탐사에 의해 대규모의 배사구조가 확인될 경우 시추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용물의 사전평가를 하기 위한 접근법이다. 예상되는 시추지점에서 임의로 10여 곳을정하고 1-2m 내외 피스톤코아를 채취, 흡착된 탄화수소 가스의 분석을 실시해 예비 판정을 해보는 경우다. 평가 결과에 따라 시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의 경우는 시추를 진행하면서 심도별로 분출되는 탄화수소 가스를 채취, 성분분석과 δ${ }^{13}$C 값을 측정해 오일 윈도(oil-window)를 찾아내는 방법이다(그림 9). 필자는 세번째의 접근법을 포항 시추에 적용해 보았더라면 어떤 결말이 나왔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니고 있다. 자신은 없지만 지금까지 시끄러운 논쟁을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석유탐사를 위한 장공시추에는 안정동위체의 기법 이외에도 지화학적 접근법이 많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어떤 방법이 더 좋다는 말은 쉽지 않다. 아직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 의문은 오랜 지질시대를 거쳐온 석유 성숙과정에서 자체구조상의 결함여부와 둘째, 유체이동의 정보에 대한 수문학적인 기초자료 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사실과 셋째, 석유의 성숙과정에 필요한 적정온도가 지질시대 동안 유지됐다는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심부 퇴적층에 인회석을 분리해 그 속에 기록된 지열기록을 측정할 수 있는 피션트랙 기술이 개발, 이용되고 있다.

농촌에서 태어난 필자는 어린 시절 어머님께서 농주를 빚으시는 것을 바라본 적이 있다. 석유의 성숙과정이 마치 술이 익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당한 술독(지질 구조), 곡물(기원물질), 온도(환경), 그리고 성숙 기간(지질시대) 등 4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면 곡물이 발효돼 술이 된다. 좋은 술맛은 곡물의 종류와 발효할 때의 온도에 좌우된다. 술이 익어가는 신호는 술독에서 스며 나오는 가스의 냄새로 확인된다.

바다 밑에서 스니퍼 장치를 이용, 표층으로 스며나오는 가스의 냄새를 맡아 보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퇴적층 안에 흡착된 가스에서 석유와 관계있는 탄화수소 가스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야말로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기존의 지화학적 접근법은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내용물질에 접근해야 이용될 수 있지만 안정동위체의 접근법은 표층으로 스며나오는 탄화수소 가스에서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연대측정을 해결한 우리 기술에 기대

필자는 방사성동위원소에 의한 암석의 연대측정에 종사해 왔다. 과학동안 금년 1월호에 암석의 연대측정법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지질사건의 추적 수단으로 방사성동위원소와 안정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방사성동위원소는 방사선의 반감기에 의한 지질사건의 발생시기를 측정하는 데 이용되며 안정동위원소는 동위원소의 분별작용과 동위원소효과의 원리를 이용해 사건 당시의 환경정보를 추적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한편 방사성동위원소에 의한 암석의 연대를 절대연대라 부른다. 절대라는 의미는 확실하다는 강력한 표현이다. 지질이란 대상은 독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한 사건의 산물은 아니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지질 시대를 거쳐 오면서 거듭 생긴 세대들과 서로 얽혀 있는데도 지질학자의 판단에 절대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다. 방사성동위원소에 의한 연대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다.

석유탐사 활동에서 안정동위원소의 특성을 적용하는 것은 미래에 절대라는 이름이 붙게 되리라는 확신이 서기 때문이다. 아직은 안정동위원소의 분별과 동위원소효과의 메커니즘이 학문적으로 체계화가 덜 된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복합적 요소가 겹쳐 있는 석유의 성숙과정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회수소 가스의 근원을 밝혀내는 강력한 수단의 하나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이용되고 있다.

안정동위체의 측정기술은 암석연대측정에서 질량분석기를 이용하는 기술과 비슷하다. 따라서 20년 전에 연대측정기술을 해결한 우리의 기술수준은 그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연현상의 규명활동은 다중기술(multidisciplines)의 참여, 협동 그리고 그들의 조화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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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주승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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