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년 4월, 저명한 과학사학자 I. 버나드 코엔이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그로부터 2주 뒤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 인터뷰는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마지막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였다.

뉴턴의 모든 것을 무너뜨린 사람 사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이뤄놓은 것을 모두 다 허물어뜨려 버린 장본인이다. 아인슈타인은 기적의 해 1905년에 다섯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먼저 ‘정지한 액체 속에 떠 있는 입자들의 운동(브라운 운동)’과 ‘분자 크기의 새로운 결정’에서는 뉴턴을 정면으로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볼츠만의 기체분자운동론을 원용하여 물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확률과 통계를 이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뉴턴은 확률과 통계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대에 살았기에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그 다음은 상당히 심각했다.




뉴턴에게 결정적인 케이오 펀치를 날린 것이 그로부터 10년 뒤의 일이다. 뉴턴의 가장 중요한 공로는 보편 중력의 법칙을 세운 것이다. 모든 물체 사이에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한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의심하는 것은 곧 물리학을 의심하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물체가 직접 만나거나 부딪치지도 않으면서 서로 힘을 미친다는 관념은 뉴턴 당시에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원격작용의 난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에게는 보편 중력이 물체들이 멀리 떨어진 채 서로 신비한 힘을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이 새로 제안한 중력의 개념은 하나의 물체가 그 주변에 만들어내는 중력마당(중력장)과 그 중력마당이 다른 물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1915년에 와서는 뉴턴의 가장 소중한 업적인 보편중력의 법칙마저 완전히 무너뜨렸으니, 아인슈타인이 뉴턴에게 자신을 용서하라고 말하는 것도 납득할만하다.
상대성이론은 난해하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과 물질과 중력에 대한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법칙과 이론이다. 중력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우주론을 탄생시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으며, 더 나아가 이른바 ‘모든 것의 이론’을 위한 기초가 돼 왔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물리학 이론으로서뿐 아니라 난해한 이론의 대명사가 되어 여러 방면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왔다.
그런데 기존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논의는 다소 편파적으로 물리학이론에 대한 계몽적 해설에 국한돼 왔다. 이처럼 유명한 과학이론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에 대한 역사적 해명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경향은 널리 알려진 여러 과학 다큐멘터리에서도 볼 수 있다. 즉 일반상대성이론 그 자체나 그 역사적 및 문화적 맥락들을 소개하기보다는 천재로서의 아인슈타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나 초끈 이론이나 다중우주처럼 더 사변적이거나 자극적인 주제를 위한 배경으로만 소개한 면이 있다.
사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과학이론의 본성이 무엇인지 잘 드러내 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과 우주와 물질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이론이면서도 동시에 실증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이론이기도 하다. 그만큼 역사적인 맥락이 풍부하며, 또한 문화적 영향도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철학적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번 연재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역사와 철학에 주목해 과학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나아가 과학 자체가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고 모습을 바꾸어 가는지 알아보려 한다. 교과서적으로 개관된 이론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역사 속의 이론을 다룰 것이다. 또 일반상대성이론이 사상사와 과학문화에 기여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독자들이여, 기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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