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첨단기술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8월 TGV가 경부고속전철로 선정되고 9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간의 기술이전논의가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고속전철관련 생산기술, 중형항공기의 기본설계에 관련된 안정성시험 평가기술, 5백kg급 다목적 인공위성 핵심기술, 6천m급 무인잠수정기술 이전과 원자력 안전연구의 공동수행을 제안해 놓은 상태. 이에 대해 프랑스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기술은 어떠한 것들인가.
호화롭게 장식된 쇼윈도와 휘황찬란하게 밝혀진 밤거리, 파리에 대한 첫인상은 이렇게 화려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얼마 있으면 사실 이것은 허상이 아닐까, 프랑스란 나라에 과연 이와 같은 힘이 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를 갖게 된다. 자원이라고는 농토와 관광지로 개발된 산악지역 외에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나라, 게다가 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인 듯 모두가 주말을 기다리며 살고 여름에는 몇주씩 바캉스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도 이와 같이 밤거리를 찬란하게 밝히고 지구상의 멋쟁이들을 불러 모으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세계 최고의 고속전철 원자력발전소 미사일 전투기 통신위성 등의 첨단 과학 기술을 개발하는 저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찾는 데는 몇년이 필요했다. 나름대로 깨달은 프랑스 과학기술의 저력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교육이다. 이들의 교육은 암기식이나 입시용이 아니라 철저한 이해 중심의 교육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암기하거나 적용할 수 없다는 철저한 합리주의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수학과 물리학에 치중해 사회와 사물을 이해함에 있어서 자연법칙에 입각한 합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암기식 교육을 받은 사람은 프랑스에 갔을 때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도 처음 유학 갔을 때 강의 내용을 보니까 대강 이름을 아는 것들이어서 자신을 가졌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제목과 해법은 알고 있지만 근본원리와 그 응용방법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학입학시험의 목적을 두 가지로 정하고 있다. 성적평가와 고등학교 교육 방향설정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두 가지를 고려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비중을 똑같이 둔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2백년 전 나폴레옹시절에 만든 것으로 사고력과 이해력을 평가하며 주관식이 많이 출제된다. 주관식 채점에 문제가 있겠지만 그들은 2백년동안 그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모든 사회가 과학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나폴레옹은 일찍부터 기술이 곧 국력이 된다는 점을 간파하고 우수한 공과대학을 많이 세웠는데, 지금도 우수한 인재들이 공과대학에 진학하며 엔지니어가 되는 것을 꿈으로 알고 있다. 그 대표적 예로 프랑스 최고의 대학인 폴리테크닉은 공과대학이며 이곳 출신들이 오늘날 나라를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가를 움직이는 정치인과 행정가들도 대부분 수학과 과학을 전공한 엘리트 출신들이며, 국민들도 합리적으로 생활하고 무리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합리적인 사고방식은 데카르트와 파스칼 이래 대륙의 합리주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국가정책을 들 수 있다. 프랑스란 나라는 별로 크지 않은 나라다. 국토가 남북한의 세 배 정도에 인구는 남북한을 합한 정도다. 그러나 자존심만큼은 어느 민족보다도 강하다. 무엇이든지 했다 하면 최고가 되기를 원하고,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 나름대로의 특색과 개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따라서 프랑스는 제한된 자원과 인력을 가지고 최고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지혜를 터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어지럽던 정치와 사회를 드골의 등장으로 정비하고, 중점개발할 과학분야를 몇개 선정해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했다. 이때 선정된 몇개의 대규모 과학(big science)이 바로 원자력 항공 우주 교통산업 등이며 이것들이 오늘날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그때 국론을 통일하지 못하고 여러 분야에 산발적으로 분산 투자를 했더라면, 오늘날 프랑스 과학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고 그들의 자존심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정책이 갈팡질팡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프랑스를 생각하면 문학과 예술이 돋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학기술은 그늘에 가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독특한 과학국가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과학은 전반적인 분야에 있어서 첨단을 달리는 데 비해 프랑스와 독일은 전반적인 분야에서 기반기술이 탄탄하게 다져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따라서 전반적인 산업 분야에서 골고루 생산기술이 앞서가는 반면 세계 최고라고 내세우는 분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프랑스는 과학기술에 선택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산업이 골고루 세계 첨단을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이 치중하는 분야에서는 세계최고의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너지와 원자력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유일한 최첨단의 고속증식로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중이다. 다른 모든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우라늄을 농축해 연료로 사용하는 반면, 이 발전소에서는 비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또 이 발전소의 부산물로 농축 우라늄이 나온다고 한다.
정보통신분야에서도 역시 첨단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들에게 최상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 모든 가정에 정보통신을 위한 컴퓨터 단말기를 설치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게 된 데는 첨단 기술 외에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도 정부에서 무상으로 컴퓨터를 빌려주기 때문에, 모두들 하나씩 설치해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합공분야의 탁월성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업용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우리별 1호와 2호도 프랑스 인공위성에 실려 올려간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함께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와 미라주 전투기도 유명하다. 가장 빠른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와 가장 빠른 고속열차 TGV는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해양연구 분야다. 프랑스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새로운 자원을 찾아 바다에 대한 연구를 일찍부터 시작했다. 현재도 해양자원의 활용에 대해서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과학의 기본이 되는 수학 물리 화학은 다른 유럽의 나라와 함께 첨단연구를 하고 있으며 특히 수학의 확고한 기반은 정평이 나 있다.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들의 과학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의학 연구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AIDS 병원체도 최초로 발견했고, 치료법의 개발을 위해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와 미국의 AIDS 경쟁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AIDS 병원체는 프랑스 과학자가 1980년대 초에 먼저 발견해 미국의사에게 알려주었는데, 나중에 이 미국의사가 자기가 먼저 발견했노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놓고 두 나라는 과학의 명예를 걸고 수년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다행히 1990년 미국의사가 사과성명을 냄으로써 진실이 밝혀지고 일단락됐다.
이외에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를 들 수 있다. 이 분야에서도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어 컴퓨터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이것을 산업화해 돈을 벌어들이는 기술은 부족한 것 같다.
이상과 같이 살펴본 프랑스 과학기술에서 우리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강조하는 교육과 일관성 있는 과학정책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1 고속전철
TGV 시속 5백15km 세계기록 보유
경부간을 주행하게 될 고속철도는 양끝의 견인차 2량을 포함해 총 18량으로 구성되며 총 길이는 약 4백m, 총 무게는 약 8백t이다. 이러한 대형 열차가 최대 1만3천2백kW의 전력을 공급받아 1천명의 승객을 싣고 시속 3백km로 주행하게 된다.
현재 국내의 여객용 열차들은 시속 1백km대로 주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속 2백km 이상의 속도에서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고속에서는 열차의 견인과 제동, 차량의 공기역학, 전기를 공급받는 집전장치, 차체 및 대차의 구조, 궤도의 건설 및 보수유지, 신호 및 통신, 환경 및 기밀장치 등 거의 모든 구성품들의 특성이 달라져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시험 운행에서 시속 3백31km를 달성한 후 20여년이 지나서야 시속 2백60km로 파리-리용 간의 상업운행을 개시했다. 한번의 시험운행에서 달성하는 속도와 승객을 태우고 안전하게 매일 운행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이는 또한 과학과 기술의 차이이기도 하다. TGV는 시속 5백15km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잠시 동안의 시험운행 실적일 뿐이며, 현재의 상업운행 속도는 3백km다. 프랑스는 1990년 이후 총 1억달러의 연구 예산으로 시속 3백50km의 차세대 열차 개발을 진행 중이다.
고속 철도용 궤도는 뒤틀림이 없이 그 선형이 엄격하게 유지돼야 한다. 초창기 엔지니어들의 우려와는 달리 기존 형식의 레일을 약간 보완한 형태를 사용해도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러나 철차가 주행하면 이 궤도는 뒤틀리게 마련이며 이러한 궤도 훼손 정도는 차륜이 지나가는 횟수뿐 아니라 차량의 축하중(한 쌍의 바퀴에 작용하는 수직하중)이 커짐에 따라 증가한다.
관측된 바에 의하면 궤도 파손 빈도수는 축하중의 제곱에 비례한다. 과적화물차량이 도로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차량의 축하중이 과다하면 고속 주행에서 요구되는 정확한 선형을 유지하도록 궤도를 보수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 축하중은 차량의 무게에 직결된다. 그러나 고속에 필요한 견인력을 얻고 또 고속에서도 충분한 안전을 보장하려면 차량의 무게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이 두가지 상반된 환경 하에서 관련 엔지니어들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TGV의 축하중을 17t 정도로 줄일 수 있게 됐으며, 이는 기존 화차보다 더 가볍다.
TGV의 큰 특징중 하나는 관절형 대차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철차들은 차체 아래에 2대의 대차가 있고 이들 대차에 각 2개의 차축이 설치된 형식을 취했으나 TGV에서는 차체와 차체 사이에 대차가 설치돼 있다.
이 방식에서 성공을 함으로써 대차개수가 거의 반으로 줄어들어 중량을 줄일 수 있었으며, 두 객차 사이의 통로공간에 현가 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장치의 충분한 높이를 확보하면서도 차의 높이를 30cm정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 줄어든 30cm에 의해 공기저항 감소, 안정성 증가, 터널 공사 비용 절감 등 여러가지 이점이 뒤따른다.
고속 주행에 필요한 충분한 견인력을 발휘할 수 있는 큰 출력 모터는 고속철차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다. TGV 시제품 개발 당시에는 이러한 대용량의 모터가 없기도 했거니와 바퀴와 충분한 견인력을 발생하도록 어느 정도의 축하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도(이는 위에서 언급한 궤도 파손 문제와는 상반된 조건이기도 하다) 각 차륜에 중출력의 모터를 장착한 동력 분산식을 사용했으며 일본 신칸센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과다한 축하중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견인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고 또 대용량의 모터도 개발됐기에 상용화된 TGV에서는 전후의 견인차에만 모터를 장착한 동력 집중식을 취하고 있다. 이 모터 하나의 출력은 MW급이어서 이의 속도를 조절하는 전자장치에서 발생되는 열량도 엄청나기 때문에 이들을 아예 프레온 통 속에 담그어서 작동시킨다. 최근에는 프레온에 의한 공해 문제로 인해 이를 실리콘 오일로 대체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시속 3백km 바퀴식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자기부상식에 대한 기초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측은 자기부상식은 전망이 흐리다는 판단 하에 현재 3백km 대의 바퀴식에 이어 3백50km 바퀴식 상용화 연구만 진행하고 있다. 누구의 판단이 맞는가는 10년 내지 20년 정도 후에나 내려지게 될 것이다.
2 항공 우주 기술
에어버스 콩코드 미라주 아리안로켓 등 독자적 기술 개발
현재 프랑스는 미국 독립국가연합(구 소련)에 이어 세계 3위의 항공우주 산업국이 돼 민간 및 군용항공기에서부터 우주발사 로켓, 인공위성 등에까지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다. 1992년 현재 항공우주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약 12만명이며 총 매출액은 9백50억프랑(한화 약 13조5천억원)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수출에 의한 것이며 총 순수익은 매출액의 10% 정도다. 프랑스의 항공우주기술의 근간은 드골 대통령 이래 정부주도 하에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교육 및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이에 정부가 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우주 기업들의 노력과 다국가 간의 기술개발 협력에 의한 공동생산 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공과대학인 그랑제콜과 국립항공우주고등대학(ENSAE) 등 5개의 유수한 항공우주관련 대학이 있어 고급인력을 충당하고 이들이 항공우주 기업이나 연구소에 들어가 수십년간 이루어 놓은 기술을 전수받아 유능한 엔지니어가 된다. 미국의 국립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CNES 등 10여개의 항공우주 관련 연구소에서도 풍동(風洞)실험 등 이에 관련된 수많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프랑스 항공산업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복엽기인 SPAD13 등 5만대 이상의 군용 항공기를 생산해 동맹국에서 최대 제작국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에 점령돼 항공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1958년 드골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항공우주 분야 등 5대 전략산업을 선정,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 이 분야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수많은 중소기업을 합병, 아에로스파시알사와 다소 브레게사 2개의 대기업으로 통합해 아에로스파시알사는 민간 항공기를 주로 생산하고 다소브레게사는 군용 항공기를 주로 담당하도록 했다.
아에로스파시알사는 영국의 브리티시에어사와 공동으로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기의 개발에 성공, 1969년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고 1976년 에어프랑스사와 브리티시에어사에 판매했으나 오존층 파괴와 소음 문제가 있다는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아에로스파시알사는 영국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및 벨기에와 공동으로 중단거리 여객기인 에어버스를 개발해 1972년 시험비행에 성공하고 운행에 들어간 후 1993년 현재 미국 보잉사에 이어 세계 2위의 판매 실적을 올려 미국의 항공산업계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우리나라가 에어버스 개발에 참여한 6개국의 항공운항사 외에 맨처음으로 대한항공에서 에어버스를 도입해 항공기의 성능을 보증했다는 점이다. 다소 브레게사는 소형 민간기인 미스테르팔콘기를 제외하고 미라주 2000, 4000 등 전투기 생산을 주도했으며 최신예 전투기인 라팔기를 최근 개발해 공군에 배치했다. 이외에도 헬리콥터나 항공기엔진, 경비행기 등 다른 항공산업에서도 프랑스는 독자적인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작가인 베른이 쓴 공상과학 소설 '탄환 우주선'이 1865년 발표되고 옛소련에서 1957년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후 1965년 프랑스 최초로 인공위성 A1을 쏘아 올리기 위해 3단계 로켓인 디아망을 발사하는 데 성공한 이후로 우주 기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현재 지표관측위성인 스팟을 비롯해 약 30여개의 프랑스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으며 이들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발사체인 아리안로켓의 개발도 유럽 10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유럽우주국(ESA)에서 수행되고 있다.
이외 주 계약자인 CNES와 아에로스파시알사, MATRA사, SEP사 등 아리안 로켓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들이 주로 프랑스 국적이며 현재 아리안-5 로켓을 개발해 유럽의 유인 우주왕복선인 헤르메스를 지구궤도에 올리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러한 항공우주 산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파리 에어쇼(홀수해에 열리며 짝수해에는 영국에서 열림)는 세계에서 가방 큰 전시회인데 이 때 세계각국에서 새로 개발된 힝공우주 제품이나 신기술들이 선을 보인다. 프랑스의 비행사이며 작가인 생텍쥐페리가 1930년 국제 연락 비행 관련소설 '야간비행'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프랑스의 항공우주 기술은 역사가 깊고 이에 대한 열정이 높은 만큼, 앞으로 통합 유럽에서도 항공우주 분야의 원동력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3 해양연구
세계 최초 조력발전소 건설 가동
바다는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고 일컫는다. 지표면의 70%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인간에게 무궁무진한 자원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해초 어류와 같은 해양생물, 해저에서 나오는 석유나 가스와 같은 광물자원, 해상교통을 위한 공간, 해변과 같은 관광지 등 모두가 인류의 문화와 과학을 주도하는 대상이다. 20세기에 이르면서 육상자원의 고갈로 해양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양은 연안 대륙붕과 같은 수심이 낮은 지역인 천해와 수심이 평균 3천-4천m 되는 심해로 나뉘며, 특수하게 빙하로 덮인 남극바다를 생각할 수 있다. 이같은 해양의 신비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양과학의 첨단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선진국중에서 프랑스 해양과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프랑스는 유럽의 서부에 위치해 유럽의 문화 예술 과학을 주도해온 국가다. 우리에게는 문화 예술의 국가로서 더욱 잘 알려진 국가다. 프랑스는 북해 대서양 지중해에 의해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약 3천5백km의 해안선과 전국토(55만㎢)의 약 30%에 해당하는 16㎢만의 대륙붕을 소유, 해양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계속적으로 개발, 이용한 국가다. 여기에는 지리적 조건, 해양에 대한 탐구의욕, 해양개발을 위한 정부조직 및 고도의 기술집약정책이 기초가 됐다.
연구기관인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1991년도 예산은 우리나라의 6배. 이들은 잠항심도 1만1천m의 잠수함 아르키메데스호를 1961년 건조했고 해중 거주실험, 석유개발을 진행 하고 있다. 특히 랑스강 하구에 세계 최초로 조력발전소를 건설가동 중이다(사진 참조).
프랑스의 해양개발을 위한 정부주도의 기구를 살펴보면 1961년 설립된 해양개발위원회(COMEXO) 아래 1967년 국립해양개발센터(CNEXO)가 탄생해 해양개발 계획을 입안, 추진하는 거대한 기관으로 발전했다. 이 센터는 80년대 중반 수산진흥원(ISTPM)과 통합해 현재 국립해양개발연구소로 발전했다.
이 연구소는 2천명 이상의 연구원이 광물(심해저 포함) 생물 에너지자원은 물론 환경오염에 관해 조사 연구개발과 함께 국제적인 협력도 담당하고 있다. 각 분야별 연구업적 중에서 연안에너지 이용과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의 실례를 들어보면, 첫째로 연안에너지 개발은 랑스강 하구에 설립된 조력발전소가 대표적이다.
1906년 최초로 개스통 부셰(Gaston Boucher)교수가 제안해 계속 조사 연구되다가 1951년 지브라(Gibrat)박사의 주도 하에 건설계획을 수립, 1961년 착공해 1967년에 완공, 가동중이다. 이 지역(북위 46°31′, 서경 1°59′)의 평균조차는 8.5m(최소 3.5m 최대 13.5m)로서 대조차(大潮差)해안이다. 출력은 약 50만kW에 이른다. 이는 전세계 조력발전 개발에 도움이 돼 옛소련 중국 캐나다 등에서 시험 가동중이며 우리나라도 아산만 천수만 가로림만 등지에서 연구조사가 진행중이다.
둘째,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은 1974년 국립해양개발센터를 중심으로 4개 기관이 프랑스 망간단괴 연구모임(AFERNOD)을 설립한 이후 심해저 망간단괴 개발의 상업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프랑스는 70-78년 사이에 부존위치와 부존량 탐사로 태평양 북동쪽 C-C(Clarion-Cliperton)지역이 망간단괴가 풍부한 해역으로 판정, 78-83년 사이에 AFERNOD을 통해 유망 광구지역 확보를 위해 탐사를 계속했다.
1987년 12월 UN 해양법에 따라서 일본 소련 인도와 함께 처음으로 선행투자광구(先行投資鑛區)가 주어졌다. 그 후 1988년 심해저망간단괴 개발그룹(GEMONOD)이 창설돼 기술개발(채광 제련기술 포함)과 경제성 평가, 상업생산의 수익성 분석을 진행했다. 기술개발 결과 중에서 1988년 말 유인잠수정 노틸(NAUTILE)의 잠수탐사는 해양지질학 및 공학기술에 많은 발전과 정보를 제공했다.
이같은 프랑스의 해양개발 수준은 국가주도 하에 많은 시간 인력 자본을 투자한 결과다. 프랑스를 포함한 선진국들은 해양을 최대한 연구 개발해 이용한 국가임에 틀림없다. 프랑스는 문화대국임은 물론 바다에서 육지에서 하늘에서 첨단과학의 선두자로 군림했다. 해양은 지구의 일부이고 지구는 우주의 한 존재다. 이제 우리도 해양을 효율적으로 조사 연구 개발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선진국대열에 한 발자국 빨리 다가서야 할 것이다.
4 원자력기술
원자력발전 비율 세계 1위, 발전량 세계 2위
20여년 전 석유파동 당시 프랑스는 "우리는 석유가 없지만 기술이 있다"며 자위했다고 한다. 이 말은 프랑스의 원자력기술의 자부심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는 가히 원자력입국을 달성한 나라로서 세계의 최첨단을 가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그리고 비율로는 단연 세계 1위다. 그 결과 프랑스는 값싼 전력공급은 물론 주변국가들에 전력수출도 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연료주기 분야에서도 세계에서 앞서가는 성과를 이룩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 등의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축적된 원자력 기술을 세계 여러나라에 수출하기도 한다.
원자력발전의 장점중의 하나는 연료이용의 극대화에 있다. 핵연료는 매우 적은 양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낼 수 있고 한번 타면 재와 기체로 변해버리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쓰고 난 핵연료는 수십배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중한 석유자원은 공업원료로 사용하고 원자력발전으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천연자원 보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핵연료주기 기술중 후행핵연료 주기로 불리는 부분으로서 프랑스가 세계에 자랑하는 분야다. 프랑스는 현재 라아그(La Hague)공장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주문을 받아 돈을 벌 뿐 아니라 그 기술을 일본 등에 수출하고 기술료를 받는다.
이렇게 얻어진 재활용 핵연료가 고속증식로라는 첨담원자로에 순환 사용되면 연료를 거의 추가하지 않고도 막대한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 된다. 과거 수십년간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이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했으나 현재는 프랑스가 이 분야의 선두에 있다. 프랑스는 '불사조'를 의미하는 피닉스(PHENIX)라는 이름의 고속증식로를 개발했고 근래에는 유럽 공동체 여러 나라와의 협력하에 슈퍼피닉스(SUPER PHENIX)라는 고속증식로의 상용 단계에 있다. 장차 이 원자로가 사용 보급되면 프랑스뿐 아니라 지구상의 한정된 에너지 자원의 활용효율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프랑스 원자력기술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CEA(Commissariat a l' Energie Atomique)는 2차 대전 직후 성립된 정부기구로서 원자력정책을 설정 추진 감독해 왔고, 기술개발을 위한 12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들은 전국에 산재돼 있는데 원자력의 기초 또는 응용기술 개발망을 형성하고 있다. CEA의 일부 주요부서는 1970년대에 기업화됐는데 그 대표적인 예는 프라마톰(Framatome)사와 핵연료 주기 분야의 코제마(COG-EMA)사가 있다. 이 두 회사를 주축으로 1983년 CEA의 연구활동과 연결되는 수많은 기업조직들(약3백여 업체)이 CEA산업체(CEA-Industrie)로 통합운영되고 있으며 작년도 총매출액은 약 4백억 프랑(약6조원)을 기록(약 30%는 수출)했고 사업 범위도 엔지니어링 의료 전자 등 여러 관련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 프랑스가 눈부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요소로는 무엇보다도 프랑스 과학기술의 잠재력, 현명한 국가 정책, 그리고 국민의 지지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백여년 전 베크렐(Becquerel)이 방사선을 발견하고 뒤이어 퀴리(Curle)부인이 라듐을 발견하는 등 노벨상에 빛나는 과학 업적을 기록했다. 그 후 프랑스는 원자로에 대한 세계 최초의 특허권을 선취했으나, 세계 대전을 피해 유럽의 많은 과학자들이 영국과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는 인류역사상 최초의 원자로와 원자탄이 미국에서 완성돼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계기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의 원자력 기술은 국가적 목표로서 추진돼 1960년대에는 프랑스의 현대화를 위한 동력원으로 정착됐다. 특히 1969년 프랑스 정부 당국은 당시까지 유럽형 원자로였던 기체냉각식이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미국형 가압경수로(PWR)로 과감히 전환을 결정한 이래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주종원전으로 표준화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프랑스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 급속히 팽창한 세계원자력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우리나라에 도입된 울진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도 그 일례다.
프랑수의 원자력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프랑스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 단적인 예를 원자력발전에서 부산물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의 처분부지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반응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근래 로브(l'Aube)지역에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장을 신규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주민들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국가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프랑스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반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아마도 프랑스의 영광에 대한 국민적 정서와 함께 자원의 부족은 과학기술로 앞서야 한다는 현실적인 자각때문일 것이다.
5 정보통신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컴퓨터언어개발 앞장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표준화 작업이다. 프랑스는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도 각종 중요한 국제 표준화 작업을 주도해 왔다.
표준화는 모든 제작자들이 제품을 만들 때 표준화 규격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를 우선 보호하자는 것이다. 물론 제작자에게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보수 및 훈련에 있어서 시간을 절약시키고, 표준이 있으므로 많은 기업들에게도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시켜 산업 부흥에 디딤돌이 돼 주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들을 제3자로부터 구매하기 용이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부품의 교체를 매우 쉽도록 해 준다.
프랑스는 학제간 산학간 국제간 대형 공동연구 사업을 추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유럽도 하나로 통합해 가고 있지만, 연구 사업에 있어서도 정보기술 개발을 위한 ESPRIT(European Strategic Program for Research in information Technology), 기초 산업기술 확보를 위한 BRITE(Basic Research in Industrial Technologies for Europe), 통신기술 개발을 위한 RACE(R & D in Advanced Communication Technology in Europe), 구주 고도 첨단기술 개발계획(EUREKA) 등에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국내만을 국한해서 살펴보면 프랑스는 항공우주 원자력 교통 해양 생물 의학 계통의 연구에 집중하다 보니 정보통신과 컴퓨터 분야에는 좀 등한히 했던 점이 있었다.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사업을 유럽 전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프랑스 내의 정보산업을 획기적으로 부흥시키기 위해 미니텔 사업을 추진했다. 미니텔은 값싼 단말기로서 프랑스인 모두에게 전화번호부를 대신해서 이를 무료로 보급했다. 한국통신의 하이텔 사업과 PC 보급사업은 이것을 본받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전화번호 서비스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정보도 미니텔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미니텔이 보급되자 수 많은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자가 생겼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종 고급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게 됐으며, 멀티미디어화하기 위해 관련 전자 정보산업이 크게 부흥했다. 그리고 아리안이라는 유럽 제일의 통신위성을 가지고 위성통신을 하고 있다.
컴퓨터 부문에 있어서도 프랑스가 ALGOL언어 개발을 주도해 '70년대 컴퓨터 언어로 많이 사용됐을 뿐만 아니라 ADA, PASCAL 등 새로운 개념의 많은 컴퓨터 언어를 프랑스계 기술자들이 창출해 요즘 유행하는 객체지향 기법을 창안해 냈다. 또 한편 프랑스 대학에서 개발한 논리언어인 PROLOG는 일본의 제5세대 컴퓨터 개발에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 언어를 개발해 컴퓨터 분야의 이론 발전에 기여한 바가 대단히 크다. 그리고 유럽에서 유일하게 BULL사가 대형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우리나에도 강남에 지사가 나와 있다. 또 이용기술에 있어서도 행정전산화는 물론이고 금융실명제와 종합과세가 컴퓨터에 의해 완벽하게 처리되고 있다. 특히 금융전산망은 노조파업까지도 대비해 다기종에 의한 지역 분산처리 시스템을 갖추어 세계적 모범이 되고 있다.
정보통신 및 교환기 분야에 있어서 ALCATEL이나 벨기에 소재 프랑스계 회사인 ITT라는 회사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회사로 초기 국산 전전자식 교환기는 ITT사의 M10CN이라는 교환기를 국산화한 것이다. 결국 교통분야에서 TGV나 항공우주 및 원자력 산업이 세계 제일이라는 것도 그것들의 기본이 되는 컴퓨터 등 정보통신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세계적이라는 뜻이다.
이 나라는 기술 교육을 더욱 더 실용화시키기 위해 공과 대학생들에게 방학 동안에는 프랑스 국내 기업체에 가서 실습을 하고 현장 논문을 써오도록 해 왔지만, 지금은 이것을 국제적으로 확대해 일본과 한국 같은 아시아 국가에까지 넓히고 있다. 필자도 올 여름에는 프랑스의 3학년 대학생을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대학을 개설해 여러 나라에 다니면서 학점을 이수케 할 작정인 모양이다.
6 의약연구
백신 AIDS연구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부문 세계 정상
프랑스의 건강부문에 대한 투자는 국민총생산의 8.9%로 미국(12.4%)과 캐나다(9.0%) 다음이다. 1인당 1년의 건강유지비는 1천4백만원 정도로 미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다음이다. 프랑스에서는 3천여 종의 물질이 의약용으로 허가돼 4만2천종의 의학품이 있으며 이중에 1만종을 의약제품으로 허가, 8천5백종이 시판되고 있다. 프랑스의 약값은 유럽평균을 1백으로 보았을 때 72이며 이는 유럽에서 포르투갈 다음으로 싼값으로 나타나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개발중이거나 시도되고 있는 의약품을 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 백신분야:새로운 면역치료제, 암치료제, 단세포군 항체이용, 자기면역질환치료, 새로운 면역조절제, 골수이식 및 조기이식
■ 신경과학분야:신경약리학, 수면의 신경약리학, 양전자 감마 사진촬영법에 의한 검사, 꿈의 분자 생리학, 취면성 물질, 심리학 및 임상학적 연구
■ 콜라겐 및 생물약제학:콜라겐 유도체의 실용화, 생체재료, 인공피부, 생물화장품, 태반추출 및 유도체 연구
■ 내분비, 물질대사분야:골다공성화, 영양과 당뇨, 지방성 중간체
■ 고혈압의 약리 및 생리학 분야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약품의 개발이 더욱 더 다학문적인 성격을 띠게 됨에 따라 관련 연구기관도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파스퇴르연구소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퀴리연구소 국립과학연구소(CNRS) 등이 있다.
이밖에 최근 인간염색체 21q의 염기배열을 세계 최초로 밝힌 바 있는 작은 규모의 사설연구소 CEPH(인간이질현상연구센터)등이 있다.
프랑스의 약학대학은 6년과정으로 유럽에서 가장 길다(스페인 벨기에 덴마크 각 5년, 독일 3년 반, 로프투갈 5년 반). 대학에서 1학년을 마친 다음에 성적으로 일정 학생수를 선발(독일과 프랑스에서만 있음)해 2학년이 될 수 있으며 이 때의 경쟁은 약 4:1정도다. 5학년에는 1년간 대학병원에서 하프 타임으로 근무해 월급을 받는다. 6학년때는 반년간 약국 회사 대학 등에서 연수를 받는다. 이후 졸업논문을 쓴 후 국가 박사학위를 받아서 약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경우와 인턴을 거쳐 전문화과정 후에 약학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의과대학은 3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제1기의 첫해인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때는 약 10:1의 경쟁을 치러야 한다. 제2기과정은 4년이며, 제3기과정은 일반의의 경우 2년, 전문의의 경우에는 4년간의 수련의 과정을 거친다. 이론시험에 합격하고 실습을 거쳐 논문이 통과되면 국가 박사학위가 수여된다.
근대 서양 과학문명의 토양은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데카르트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의약분야는 1886년 파스퇴르가 최초로 공수병 백신개발을 보고함으로써 질병의 원인치료가 활발하게 진행돼 1894년 루(Roux) 마르탱(Martin)과 샤이우(Chaillou)가 디프테리아 혈청치료법을 완성시켰다. 이후 1940년대까지 페스트 병원균 발견, 전염병에 대한 화학적요법, 소아마비 바이러스, BCG접종, 황열병백신, 설파제 등이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이루어졌다. 메리유 인스티튜트의 설립자인 메리유도 파스퇴르의 제자였으며, 1965년 파스퇴르 연구소의 자코브(Jacob), 모노드 라프(Monod Lwaff)가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의 분자생물학분야에서 업적을 인정받게 됐다. 현재는 최초로 AIDS 바이러스를 규명한 파스퇴르 연구소의 몽테니에(Montaignier)박사, 임신방지제(RU486)를 발명한 INSERM의 볼리외(Baulieu)박사, 인간염색체 21q의 염기배열을 규명한 CEPH의 코엥(COhen)박사 등이 세계의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백신, AIDS연구,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등의 의약부문에서 세계의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오랜 과학전통과 한 분야를 철저하게 교육시키는 고급 전문 고등교육기관(그랑제콜 의대 약대)과 전문분야를 수십년씩 계속 연구하는 전문가의 식에서 나온다고 본다. 또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및 대학의 기본 과학정책, 전국의 대학, 병원 등에 분산돼 있는 CNRS, INSERM의 구조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국가연구기관과 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체제, 의약제조회사와의 신학연 체제가 공고하게 확립돼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