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나 소주와 곁들인다 해서 디스토마 감염을 피할 수는 없다. 민물고기는 중금속오염도 심하니 자주 먹을것이 못된다.
민물고기를 먹을 때는 디스토마와 중금속오염을 생각해야한다. 우선 디스토마는 대별하여 간 디스토마와 폐 디스토마의 둘로 나누며 세균이 아니고 기생충의 일종으로 간 디스토마가 붕어, 잉어등 민물고기를 통하여 사람에게 기생하고 그것이 다시 처음과 같은 생활사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폐 디스토마는 민물의 게, 가재등에 기생해 있다가 사람에게 감염하는 것으로 그 생태는 간 디스토마와 비슷하다.
간 디스토마는 간 흡충(吸䖝) 이라고도 부르는데 분포지역으로는 우리나라뿐아니고 일본, 중국, 인도, 타이랜드등 넓은지역이며 1874년에 '모코낼'씨에 의하여 인도에서 발견되었는데 사람을 비롯하여 개, 고양이, 돼지등에도 기생한다.
간디스토마 낙동강유역에 많아
우리나라에는 특히 낙동강과 그 지류하천에 많이 있으며 비교적 감염률이 높아 사망률도 상당했으나 지금은 특효약이 개발되어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는 얘기일뿐 완쾌될때까지 받는 고통과 피해를 무시해서는 안되겠다.
디스토마의 크기는10~25mm×3~5mm로 꽤 큰 벌레이다. 표족한 쪽에 빨아 들이는 입이 있어 이것으로 사람의 간에 기생하여 피를 빨아 먹으면서 성장, 번식한다. 암수동체여서 한마리의 모에 수컷 생식기와 암컷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있어 자체수정은 못하지만 다른 벌레와 만나면 서로 수정하여 알을 낳는다.
이 알은 사람 몸안에서 성충이 배출하는데 창자를 통하여 배설물과 함께 배설되어 도랑물이나 빗물을 타고 개울을 거처 다슬기나 우렁이에게 먹힌다. 우렁이의 몸속에 들어간 알은 거기서 깨어 나 탈바꿈을 하여 '꼬리있는 유충'으로 변하여 우렁을 벗어나 다시 물속에 나와 꼬리로 운동하면서 다니다가 붕어, 잉어등 민물고기의 몸에 붙으면 비늘 뒤로 들어가 근육속에 기생하여 피를 빨고 자라다가 약 한달 후에는 꼬리가 떨어진 애벌레로 자라 숨어 있다가 이 민물고기를 사람이 날것으로 먹으면 사람의 뱃속에서 소화액(위액)의 작용으로 껍질을 벗고 새끼가 되어 쓸개관을 따라 차츰 이동하여 간에 기생하면 성충이 된다.
이런 번식 생활경로를 되풀이하면서 사는 디스토마 벌레가 사람 몸 속에 한 두마리 정도 있어서는 별로 큰 피해가 없지만 대개 3천~5천마리 가량 기생하면 가벼운 증상이 생기고 1만마리가 넘으면 증세가 심해진다. 알이 쓸개관을 따라 창자까지 나오는 사이의 자극과 자체의 독소를 내는 외에 성충이 피를 빨기 때문에 생기는 빈혈과 간 자체에 많은 기생충이 살게 되어 간장병이 생긴다. 즉 간이 붓고 황달, 부종, 소화기 장해, 야맹증등이 생기며 2만마리가 넘으면 빈혈과 간장장애가 심해져 사람이 쓰러지게 된다.
마늘즙에서도 사는 힘
이 벌레는 상당히 저항력이 강하여 마늘즙에 넣어도 오래 살아 있으며 냉동해도 6일가량은 살아 있고 식초 속에서는4일,소금물 속에서는 2일간을 견디는 정도이다. 그러나 열에는 약하여 100℃의 끓는 물에서는 15분이면 죽고 70℃에서는 30분이면 죽어 버린다.
따라서 민물고기는 회로 먹을 것이 아니라 꼭 끓여 먹거나 구어 먹어야한다.
일부에서는 식초가 약이 된다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안전 한것처럼 여기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예가 있지만 이것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식초 속에 넣어도 4일간을 유유히 살아 있을 정도이므로 초고추장에 잠깐 찍는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으며 더우기 곧 먹어 버리기 때문에 위 속에 들어 가면 소화액의 도움을 받아 껍질을 벗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칫 회맛에 이끌려 자신을 안심시키는 나머지 일시적 안심의 구실로 삼고 있다.
또 한가지 잘못된 설이 있다.
소주는 20도나 되므로 독한술과 섞어 안주로 먹으면 디스토마 벌레 정도는 알코올에 죽어 버린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100도의 알코올에서도 30분동안 살아
20도의 소주는 알코올 성분이 전체의 20%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100도의 알코올에 넣으면 약 30분후에 죽었다는 실험 결과로 볼 때 20%정도에서는 문제가 없다. 또 술은 안주와 함께 먹기 때문에 뱃속에 들어 가면 더 희석된다. 따라서 소주와 함께 먹는것은 전혀 예방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낙동강 7백리, 구비구비 대지를 적시면서 바다로 향하는 그 물길에는 헤일수 없이 많은 고기가 살고 그 고기들은 제각기 그들의 생태에 따라 자라고 번식하고있다. 사람들은 그 고기를 잡아 귀중한 단백질원으로 삼고 있다.
디스토마 벌레가 고기들 몸에 기생했다가 사람에게 옮겨 와서 무서운 병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고기를 끓여서 먹는 한 별탈이 없으며 그 맛으로 보나 영양가로 보나 아주 귀중한 영양원임에는 틀림없다.
어찌 낙동강 뿐이겠는가. 임진강을 필두로하여 한강, 영산강, 금강, 형산강, 섬진강 등 굵직한 강만도 꽤 많다. 그리고 이들 강은 수 많은 산에서 내려오는 크고 작은 개천의 물줄기를 합해서 강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 들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지금의 40대 이상은 누구나 시골의 냇물에서 미역을 감고 민물고기를 잡던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것이며 백중을 전후한 여름철에 천렵을 즐기던 시절을 회상할 것이다. 들판의 수로들은 가을에 벼 논의 물을 끊을 때 쯤 곳곳을 막아 놓고 물을 퍼 내면 거기에는 크고 작은고기들이 잡히던 좋았던 시절을 연상할 것이다.
그리고 남녘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날것으로 먹으면 토질병에 걸린다고 주의를 주었었다.
국민학교에 다니는 꼬마들이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냇물에 들어가 웃통을 벗어 부치고 돌 밑을 손으로 훔치면 민물고기가 잡혀 퍼득거렸고 그렇게 몇시간만 잡으면 한끼 반찬은 좋이 되었던 그런 자연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골의 냇물에는 고기가 없다. 우렁도 고동도 살지 않는다. 어쩌다 용케 살아 남은 몇마리의 고기가 발견 되기는 해도 이미 천렵을 하거나 아이들이 손으로 훔쳐 잡을 정도는 아니다.
아주 작은 냇물이나 논물을 대는 도랑이 아닌 제법 강다운 깊은 물에는 아직 고기가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그 고기는 옛날 고기가 아니다.
변해 가는 강물
신문에 한강과 낙동강에서 잡은 고기가운데 이상하게 등뼈가 굽은 기형 붕어가 잡혔다고 보도된적이 있다. 낚시꾼들중에는 저수지에서 잡은 붕어 가운데 그런 기형 붕어가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강에 나가 잡은 민물고기를 조려서 먹으려 하니 석유냄새가 나서 못 먹고 버렸다는 사람이 각처에 있다.
그 만큼 강물이 변한 것이다.
상류나 중류에 공장이 생기고 읍이나시의 인구가 불어 나고 논 밭에는 농약을 일년에도 여러차례 뿌리고 그래서 이런 여러가지 독한 약품과 더러운 물이 냇물이나 강으로 흘러 들어 강물이 이른바 오염 되었기 때문에 좁고 얕은 도랑이나 수로 개울에는 고기가 살지 못하고 조금 깊고 넓은 강에는 살기는 해도 기형이 되거나 아니면 석유냄새가 나서 먹지고 못하게 변해버렸으니 말 못하는 미물의 당하는 고생은 오죽 할까.
민물고기의 오염도는 알수도 없어
한강개발과 오염방지로 철새가 돌아오고 낚시꾼이 모인다고 사진을 곁들여 보도하지만 정작 그 물과 고기들의 정확한 오염도는 별로 규명되는것 같지도 않고 또 정확히 발표되는 것 같지도 않다. 울산 앞바다의 어민들이 재판 끝에 피해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그 보상이 실제의 손해를 얼마나 충분히 보상했는지의 소식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형편을 볼 때 강물이 변한 마당에 디스토마도 무섭지만 수질오염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에서 60년대말에 생긴 이른바'미나마타병'의 예를 간단히 들어 둘까한다.
혹 독자나 제3자는 과장된 비교라거나 혹은 근거 없는 비교라고 둘러 칠지 모르지만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넌다는 속담대로 조심하는 것보다 더 좋은 예방이 없다는 점에서 그 예를 인용한다.
지난 53년 일본의 남쪽 규수의 끝인 구마모도현 미나마타시에서 고양이가 갑짜기 미친듯 펄쩍펄쩍 뛰다가 딩굴다 죽은 일이 생긴 뒤 수족이 마비되고 하루에도 몇번씩 심한 경련을 일으켜 산 송장으로 변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병원에서도 무슨 병인지 진단을 못하고 원인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환자는 계속해서 발생했고 특히 모체안에서 임신중에 병이든 태아가 출생하는 경우는 정말 목불인견이었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눈이 안보이거나 손발을 못 움직이는가 하면 기형아가 생기고 자라면서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예도 있었다. 이후 7년 간에 2백21명의 환자가 생기고 그중 47명이 죽었으며 아직도 누워있는 환자가 있을 정도이다.
이 병은 그후 15년이 지나서야 미나마타 교외에 있는 질소비료공장에서 메칠 수은(水銀)이 함유된 공장폐수를 미나마타만(湾)에 그대로 버린 때문에 바닷물과 그 밑의 뻘에 수은이 쌓이고 이 수은 성분을 먹은 고기나 조개를 먹은 죄 없는 주민이 수은 중독으로 생긴 병이라는 것이 판명됐다. 공장측은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폐수가 바다로 마구 흘러 들지 않게 철저한 시설을 갖추기에 이르러 미나마타병의 일막은 지금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그곳 바닷물이 완전히 깨끗하고 고기나 조개가 전혀 해롭지 않다는 보증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15년간 어떤 경과를 보였는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환자가 발생하자 구마모도의과대학 연구팀이 원인규명에 나섰다. 2년의 연구 끝인 56년 '중금속에 의한 중독'이라고 판정하고 질소비료공장에 공장 폐수등 시험재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동시에 공장측은 공장폐수 때문이 아니라는 여러가지 증거를 제시하고 선전했다.
다시 2년후인 58년에 공장측은 만류를 뿌리치고 대량의 폐수를 바다로 흘려 보냈고 환자가 급증했다. 59년에 공장부속병원 원장이 고양이를 이용하여 공장폐수는 먹여보았더니 똑 같은 증세가 나타나 공장측에 폐수의 방류를 중지하도록 건의했으나 묵살 당했고 원장을 이때 사직하고 말았다. 그는 그후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실험 결과를 공표했다. 공장측은 화학공업단체와 공동으로 유명학자를 초청하여 위원회를 만들고 자신들의 공장 폐수 탓이 아니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게 했다.
또 환자들에게 공장은 병문안을 구실로 위문금이라는 명목으로 30만엔정도씩을 주면서 다시는 보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사실도 나중에 밝혀졌다.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10여년의 재판 끝에 언론의 지원을 얻어 결국 진상이 밝혀졌다. 64년에는 니이가다에서 강물에서잡은 민물고기를 먹은 사람이 같은 병에 걸려 이것은 강 상류에 있는 도금공장에서 내 보낸 공장폐수 가운데 수은이 섞여 있어 생긴 병으로 판명되었다.
모르는게 약인가
이상이 일본의 예인데 우리나라도 최근에 와서야 공장 폐수의 단속이 엄격해지고 있지만 공단가까이에 있는 개울은 여전히 먹물같은 물이 흐르고 있고 지방 중소 도시의 하수는 그대로 방치되어 강으로 들어 가고 있다. 논 밭에 뿌리는 농약이 과거에는 유기수은으로 만든것이었으나 지금은 사용 금지가 되었지만 그 대신 유기인, 유기염소등이 쓰이고 있다. 어느것이나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것이 없다. 메뚜기와 논에 사는 거미, 그리고 도랑의 고기가 전멸한것을 보면 알만하다. 이런 농약이 그대로 물에 섞여 강으로 흘러 들고 있다.
그러니 강물이 온전할리가 없고 그런 물에서 사는 고기가 등이 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 고기를 모르고 먹었다면 사람이라고 성하게 넘어갈리가 없다. 단지 그런 고기를 일년 내내 계속해서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각으로 모르고 있을뿐 분명히 사람들의 몸 속에 유기수은, 유기린 등 좋지 않은 물질들이 쌓이고 있을 것은 틀림 없다.
그러니 천렵이다 고기잡이다 가재잡기다하는 옛날의 낭만이 이제 다시 우리것이 되기는 어렵게 되었고 모르는 것이 약이라지만 조심하는것만 같지않은 것을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