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기를 사용한다는 의미는 전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고 전기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여름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바람이 치면 대개의 경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다. 옛날에는 이를 하늘이 벌을 내리는 것이라 하여 대책없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으나 지금은 벼락이 떨어질만한 곳에 피뢰침을 세워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밤에 스웨터를 벗을 때, 뿌따딱 소리를 내며 번쩍이는 빛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자연계에서 대규모로 일어날 때 나는 빛이 번개고 이 때 나는 소리가 천둥이다. 또 건조한 날, 문고리를 잡을 때나 컴퓨터 모니터 잡을 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정전기방전도 이것과 같은 현상이다.
피뢰침의 원리
천둥번개가 생기려면 우선 많은 전하가 축적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교적 작은 범위에 전하가 모여야 하므로 문고리나 모니터 주변 혹은 스웨터처럼 부도체라야만 전하가 이동하지 못하고 축적될 수 있다. 그 축적된 전하가 너무 많아서 서로의 척력에 의해 흩어지려는 힘이 이를 막으려는 저항보다 크면 마치 홍수에 둑이 무너지듯이 다른 곳으로 한꺼번에 전하가 이동한다.
이것이 정전기 방전인데 규모가 커지면 천둥과 번개가 된다. 이를 막으려면 전하가 쌓이지 못하도록 미리 접지를 시켜놓으면 되는데, 이것이 바로 피뢰침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피뢰침 주위에는 천둥과 번개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피뢰침이 끊어져서 접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정전기 유도에 의해 방전이 그곳에서 일어나므로 천둥과 번개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
비유를 하자면, 수학여행을 가서 옆의 여관에 여학생들의 숙소가 있을 때 남학생들은 그쪽 방향의 창가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것은 여학생쪽도 마찬가지. 현관에서는 선생님들이 철저히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만날 수가 없으므로 상대방이 있는 창가로 많이 모이게 되고 그것이 너무 심하면 유리창을 밀치고 와장창 상대방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때 남학생과 여학생은 음전하와 양전하, 주위가 절연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선생님의 감시와 비슷하다. 또 남녀학생들이 서로 창가로 몰리는 것은 정전기 유도와 비슷하고, 너무 많이 몰렸을 때 창문이 지탱하지 못하고 와장창 떨어지는 것이 바로 천둥과 번개가 생기는 원리라 볼 수 있다. 학생들이 떨어지는 것은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것이고 천둥과 번개는 전기적인 위치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천둥과 번개를 방지하기 위해서 피뢰침을 세우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와같은 사고를 방지하려면 학생들이 한 쪽으로 몰리지 못하게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심하게 감시하지 말고 가능하면 필요할 때마다(인력이 작용할 때마다) 만나게 하기 위해, 두 전하 사이에 도체인 피뢰침을 연결하는 것처럼, 남학생 여관과 여학생 여관 사이에 구름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구름다리가 너무 좁거나 중간이 끊어지면 오히려 대형사고를 불러들일 수가 있다.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 주위에 전기를 띤 대전체를 가까이 가져갔을 때 대전체와 같은 종류의 전하는 척력을 받아 도체의 끝으로 멀어지고 다른 종류는 인력을 받아 끌려와서 도체 내부에 있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분리되는 현상을 정전기유도라고 한다.
이를 이용하면 어떤 미지의 물체의 대전 유무을 알 수 있는 검전기를 만들 수 있다. 금속판의 아래쪽에 가벼우면서도 도체인 금속박을 두장 붙여놓았다. 검전기의 금속판 근처에 털가죽으로 문지른 책받침을 가까이 하면 책받침은 -전하를 띠고 있으므로 +전하는 위로 당기고, -전하는 금속박으로 밀어내어 금속박의 양쪽에는 -전하만이 있게 된다. 같은 전하는 척력이 작용하므로 두 장의 금속박은 벌어지게 된다.
전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금속박이 벌어지는 것은 보이므로 책받침이 전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검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실험만으로는 대전체가 띠고 있는 전하가 +인지 -인지는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두 물체를 마찰시키면 두 물체에 마찰전기가 발생하는데 두 물체중에 어느 것이 +전기를 띠고 어느 것이 -전기를 띠는지는 그 물체의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털가죽이나 털헝겁은 어느 것과 마찰해도 +전하를 띠고 에보나이트나 폴리에틸렌은 어느 것과 마찰해도 -전하를 띤다. +전하를 띠기 쉬운 물질은 전자를 내보내기 쉬운 물질이고 -전하를 띠기 쉬운 물질은 전자를 받이들이기 쉬운 물질이다.
+전하를 띠기 쉬운 순서대로 몇가지 물질들을 순서대로 늘어 놓으면 다음과 같다. 이를 '대전열'이라 한다.
털-유리-종이-비단-금속-고무-황
털가죽으로 유리를 문지르면 유리는 -전하를 띠지만 비단으로 문지르면 +전하를 띤다.
전하를 담는 병 - 축전기
전하를 저장해 두는 병에 '라이덴병'이 있다.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에서 전하를 어떻게 병에다 담을까 생각하다가 물을 담는 것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전하도 병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라이덴병은 병의 안팎에다 은박을 입힌 구조로 되어 있는데 전하는 병뚜껑에 삽입된 도체 막대로부터 끌어낸다. 라이덴병은 전하를 저장하기 때문에 축전기라고 부르는데 축전기를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알루미늄 막판 사이에 기름종이를 끼워 둘둘 말면 된다.
축전기의 용량은 두 판이 넓을수록 크고, 판 사이의 거리는 되도록이면 가까우면서 강력하게 절연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서로 강력한 전기력으로 당기고 있지만 합쳐지지는 않아야 전하가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전기는 도체가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전류를 통과시키지 않으므로 저항과는 다르고, 다양한 전압값을 가질 수 있도록 충전되기 때문에 하나의 전압만을 산출 하는 전원(배터리)과도 다르다. 축전기는 전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므로 발전기와도 같지 않다. 축전기는 전기 에너지의 저장소다.
축전기에 전지를 연결하면 축전기에 저장되는 극히 짧은 순간에만 전류가 흐르고 축전기에 전하가 채워지자마자 전류가 끊어지지만, 교류전원을 연결하면 양·음전하가 교대로 저장되면서 계속 전류가 흐른다. 이 때 흐르는 전류는 축전기의 용량이 클수록, 음·양의 교대가 빠를수록 커진다.
축전기를 병렬로 연결하면 축전기의 판이 넓어진 것과 같아서 용량은 그만큼 커지지만, 직렬로 연결하면 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과 같아서 용량은 적어진다.
전하는 소비되는가?
전하란 돌아다니면서 선풍기도 돌리고 전구에 불을 켜기도 하며 텔레비젼을 작동시키는 등 모든 전기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양전하는 원자핵이, 음전하는 전자가 가지고 있으나 주로 전자가 움직임으로써 이동된다. 전자나 원자핵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은데, 그들의 움직임은 물이 흐르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물이 수위 차이에 의해 수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전하는 전위 차이에 의해 전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전하의 흐름(전류)은 두 점의 전위차(전압)에 비례한다. 전하는 땅밑의 케이블을 타고 이동되며 물도 땅밑의 파이프를 통해 이동하고, 큰 물을 보내기 위해서는 파이프가 굵어야 하는 것처럼 큰 전류를 보내기 위해서는 굵은 전선을 써야 한다.
각 가정에서 쓰는 전기는 전기계량기에 의해 측정되고 물은 수도계량기에 의해 매월 측정되어 요금은 은행에 지로로 납부한다. 전류가 발전기에서 오는 것처럼 큰 물은 댐이나 수원지에서 보내지며 작은 규모의 물은 각각의 건물 옥상에 있는 물탱크에서 보내진다.
우리가 쓰는 물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수도를 통해서 강으로 돌아가며 햇빛에 의해 증발되어 구름이 되고 다시 댐으로 들어가 순환하게 되어 전체 물의 양은 항상 보존된다. 마찬가지로 전기를 쓰는 것은 전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물을 써도 없어지지 않는 것은 질량보존의 법칙에 근거를 두고 전기를 써도 전하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전하량보존법칙과 관계가 있다.
전하량보존법칙이란 전하량이 어떤 경우라도 보존이 된다는 법칙으로 불을 켜기 전의 전하량과 후의 전하량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물로 세수도 하고 빨래도 하며, 목마를 때 먹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세수나 빨래를 하기 전의 물양이 그 후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물리적으로 소모된 것은 물이 아니라 물이 가지고 있는 위치에너지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전기를 쓴다고 할 때 전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전하가 가지고 있는 전기적인 위치에너지(전기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므로 전하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전기세를 낼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없어지는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다른 에너지(수력발전일 경우는 물의 위치에너지, 화력발전은 석탄이나 석유가 갖는 화학에너지, 원자력발전은 원자핵에너지)를 공급해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전하량이 보존되는 것을 확인하려면 불을 켜기 전의 전하량과 후의 전하량을 재야 되는데 1A(암페어)의 전류란 1초에 1쿨롱의 전하가 지나가는 것이므로 전류계와 초시계를 가지고 전류의 세기와 전류가 흐른 시간을 재면 그 둘을 곱해서 전하량을 알 수 있다. 즉 0.5A로 1분간 지나간 전하량은 30쿨롱이다.
전구를 켜기 전의 전하량과 후의 전하량을 재보면 두 곳의 전하량이 같다는 것을 할 수 있다. 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려면 물속을 통과하는 전하량에 비례해서 물이 전기분해된다는 사실을 이용하는데, 불을 켜기 전과 후의 물이 전기분해되어 발생되는 수소의 양을 비교해서 전하량이 보존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하량의 단위는 쿨롱(C)인데 1쿨롱은 6.25X${10}^{18}$개의 전자가 갖는 전하량이다. 따라서 전자 한개가 갖는 전하량은 1을 6.25X${10}^{18}$으로 나눈 1.6X${10}^{-19}$쿨롱이며, 1암페어(A)의 전류는 1초에 6.25X${10}^{18}$개의 전자가 지나가는 것이다.
1909년 작은 기름방울이 띠고 있는 전하량을 측정한 '밀리칸'은 기름방울이 갖는 다양한 양의 전하량들이 항상 어떤 수의 정수배만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하의 이동은 전자의 이동으로 일어나는 것이므로 전자 한 개가 갖는 전하량은 밀리칸이 알아낸 어떤 수와 같아야 한다. 그 값은 여러 명의 과학자가 정밀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1.6X${10}^{-19}$ 쿨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