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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적혈구는 어떤 종류인가요?

최근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10권 중 4권은 혈액형에 관련된 책이다. 방송에서는 일기예보 하듯 혈액형별 운수를 알려주고, 혈액형 별로 반을 나눠 가르치는 유치원도 있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혈액형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 ‘혈액형 인간학’, ‘혈액형별 성공법’, ‘혈액형에 따른 사랑고백법’, ‘B형 남자’, ‘혈액형 정치학’, ‘혈액형 심리학’ 등 혈액형과 관련한 서적이 서점과 편의점에 깔려 있다. 입사지원서에 혈액형을 적어 넣으라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유독 두 나라에서의 혈액형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사실 혈액형이란 단순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ABO식 혈액형을 예로 들면 혈구의 성분 중 가장 많은 적혈구의 막 표면에 항원(응집원) A를 가지고 있는 혈액은 A형, 항원 B를 갖고 있으면 B형, 둘 다 갖고 있으면 AB형, 두 가지 항원 모두 갖고 있지 않으면 O형으로 구분한다. 항원이란 항체를 형성을 유발하는 물질인데 당과 단백질이 결합된 상태로 적혈구 막의 표면에 붙어있다.

여기서 잠깐, O형은 왜 O형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원래 1901년 란트슈타이너가 처음 O형을 발견했을 때는 C형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는 C라는 항원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후에 응집원이 없다는 의미로 O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항원의 종류는 300가지가 넘는다. 따라서 항원의 종류에 따라 MN식, P식, S식, Q식, Rh식, 루이스식, Kidd식, Duffytlr식, 등 이름도 생소한 혈액형들이 300가지 이상이 존재한다.

또 백혈구나 혈소판, 혈청 등에 붙어있는 항원까지 고려한다면 광의의 개념으로 500가지가 넘는 혈액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ABO식과 Rh식 혈액형을 포함한 약 20개의 혈액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항원의 면역성이 약해 항체 형성을 강하게 유발시키지 못하므로 특별하게 구분짓지는 않는다.

저의 혈액형은 Rh+, A형, M형입니다



적혈구 막의 표면에 붙어있는 항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 항원들은 일종의 사슬 모양으로 생겼다. 글루코스-갈락토오스-엔아세틸글루 코사민-갈락토오스-퓨코스가 순서대로 연결돼 있는데 이 기본 꼴만 가지고 있는 것이 O형이다. 이 사슬 끝에 엔아세틸 갈락토사민이 붙으면 A형이 되고 칼락토오스가 붙으면 B형이 된다. 이 둘이 모두 붙어있으면? 정답! 바로 AB형이다.

한편 Rh식의 항원은 당사슬이 아니라 단백질이다. 종류도 C, D, E, c, e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면역 반응이 가장 강한 D항원의 유무에 따라 Rh(D)+와 Rh(D)-로 분류한다. 즉 혈청에 응집반응을 보이면 D항원이 있는 것으로 Rh(D)+, 응집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D항원이 없는 것으로서 Rh(D)-로 판단한다. Rh(D)-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발생할 확률이 매우 적어 1% 미만이지만 백인의 경우는 15%정도로 알려져 있다.

Rh식 혈액형은 1940년 칼 란트슈타이너와 그의 제자 위너가 발견했다. 그들은 붉은털원숭이의 적혈구를 토끼에게 주사해 면역을 시킨 뒤, 여기서 얻은 혈청(항체)에 응집반응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붉은털원숭이(Rhesus monkey)의 첫 두 글자를 따 명명했다.

MN식 혈액형의 경우도 적혈구 막표면에 항원 M을 가지고 있으면 M형, 항원 N을 가지고 있으면 N형, 두 가지 항원 모두를 갖고 있으면 MN형으로 분류한다. 단 ABO식 혈액형과 다른 점은 혈액에 항원 M과 N에 대응하는 응집소가 없어 수혈할 때 혈액이 M형인지, N형인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MN식 혈액형은 친자감별이나 범죄수사에 많이 쓰이고 있다.

O형 피를 A형에게 수혈하면 안 된다?

A형 혈액형은 적혈구에 항원 A와 혈청에 응집소(항체) β를 갖고 있다. O형은 응집원이 없는 대신 혈청에 응집소 α와 β를 모두 갖고 있다. 만약 A형의 혈액을 O형에게 수혈할 경우 A형의 응집원 A와 O형의 응집소 α가 서로 만나 응집반응을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O형의 혈액을 A형인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는 까닭은 O형의 혈액에는 응집원이 없기 때문에 A형의 응집소 β와 응집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수혈이 가능한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오른손에는 A형의 혈액이 들어있는 시험관을, 왼손에는 O형의 혈액이 들어있는 시험관을 들고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A형의 혈액을 왼손의 O형의 혈액이 들어 있는 시험관에 부으면 괜찮을까? (대부분 안 된다고 대답한다) 반대로 왼손의 O형 혈액을 오른손의 A형 혈액이 들어 있는 시험관에 부으면 되겠는가? (대부분 된다고 대답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부으면 되고 저렇게 부으면 안 된다니.

결론을 말하면 두 가지 방법 모두 안 된다. 두 방법 모두 A형의 응집원 A와 O형의 응집소 α가 만나 서로 응집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O형의 피는 응집소가 없기 때문에 A형, B형, AB형 모두에게 수혈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량(200ml 이하)의 혈액을 수혈할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O형의 응집소 α와 β가 수혈을 받는 사람(수혈자)의 혈액 속에 들어가 희석돼, 응집반응이 일어난다 해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을 때에만 수혈이 가능하다. 대량으로 수혈할 경우 이 반응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수혈의 원칙은 같은 혈액형끼리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혈액형은?

필자가 학교에서 ‘순환’ 단원을 수업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개나 고양이에도 혈액형이 있느냐는 것이다. 혈액형을 단순히 적혈구 막 표면에 존재하는 분자구조물의 종류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당연히 개나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도 혈액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개는 11가지, 소는 12가지, 돼지는 15가지의 혈액형을 갖고 있다.



사람의 혈액형의 분포는 어떻게 될까. 전 세계적으로 O형은 약 45%, A형은 40%, B형은 10%, AB형은 5% 정도로 분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A형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O형이 가장 많은 혈액형이다.



 
<;실험 따라하기- ABO식 혈액형 판정>;



혈액을 원심분리하면 크게 세포성분인 혈구부분과 액체성분인 혈장으로 나뉜다. 이때 혈장에서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피브리노겐(섬유질) 성분을 제거하면 혈청을 얻을 수 있다. 혈청은 오줌 색깔과 비슷한 옅은 노란색을 띤다. A형 혈액의 혈청이나 B형 혈액의 혈청 색은 똑같으므로 실험할 때 헛갈리지 않기 위해 A형표준혈청(항B혈청)은 노란색, B형표준혈청(항A혈청)은 파란색 색소를 넣어 구분을 줬다. 혈청은 과학상사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10ml에 3만 5000원 정도 한다.

● 실험 준비물

A형표준혈청(항B혈청), B형표준혈청(항A혈청), 슬라이드글라스, 채혈기, 채혈침, 이쑤시개, 소독용 알코올솜(70% 에탄올)

● 실험 방법

① 슬라이드 글라스에 항A혈청(B형표준혈청)과 항B혈청(A형표준혈청)을 각각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② 채혈할 손가락 부위를 알코올 솜 으로 깨끗하게 소독한다.
③ 채혈침을 채혈기에 장치하고 채혈한다.
④ 적당량의 혈액을 항A혈청, 항B혈청 위에 각각 떨어뜨린다.
⑤ 이쑤시개를 이용해 혈청과 혈액을 잘 섞어준다.
⑥ 슬라이드글라스를 전후좌우로 천천히 기울여 혈구의 응집반응을 촉진시킨다.
⑦ 약 3분 정도 경과한 후 응집 여부를 관찰하고 혈액형을 판단한다. 응집 여부가 의심될 때는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판단한다.


 

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오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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