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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부리백로와 모감주나무 발견이 최대 수확

백령도의 조류와 식물탐사를 마치고

면사무소회의실은 탐사 전 강의(사진)와 탐사후 죄담을 갖는데 유용했다.

 

"물범의 번식지는 베링해입니다. 물고기가 많으니까 여기에 모일 것입니다.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백령도를 개발할 때 이러한 생태계의 현황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원병오 : 개인적으로 이번 탐사 이전 지난 4월30일-5월3일 제1차 탐사, 6월21일-25일 제2차 탐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두 번의 탐사가 이번 탐사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탐사결과 모두 23종 1천9백38개체를 확인했습니다. 괭이갈매기 쇠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가 거의 대부분이며 여기에 중대백로 노랑부리백로 흰뺨검둥오리를 포함한 6종이 백령도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새입니다. 이번 탐사에서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첫째, 지난번에 쇠가마우지와 민물가마우지가 두무진에서 번식하고 있음을 알고 놀랐었는데, 번식 후 자리를 떠난 쇠가마우지와 민물가마우지를 두무진과는 정반대편인 용기원산 해안절벽에서 이번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이 두 장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관광지로 개방된 두무진에서 인간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반대쪽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긴 것은 아닌지 좀더 관찰해 볼 사항입니다. 그래야 보호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둘째, 물범 서식처의 확인입니다. 50여 개체가 발견됐는데, 약 2백마리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 물개바위 부근은 국내 유일의 물범서식처여서 일정한 거리에서 관찰하고 또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노랑부리백로의 발견입니다. 이 새는 세계에서 3천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여기서 27마리가 발견됐습니다. 북한에서 번식하고 동남아에서 월동하는 새가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은 의미가 깊습니다. 그밖에 양비둘기의 발견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비둘기의 원조인 양비둘기는 거제도 해금강 절벽에서나 볼 수 있는데, 이번에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안상기 :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근무하는 교사에게 섬탐사는 큰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원로교수님을 모시고 새를 탐사한 것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더욱이 매사에 정열적으로 임하시고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모습은 저희들이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모범으로 삼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두무진에서 가마우지의 배설물만 확인했을 땐 섭섭했으나 다음날 용기원산 해안암벽에서 떼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또 물범을 보고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나 하고 기뻤습니다. 이곳은 휴전선과 가깝지만 통일 후에라도 자연동물원으로 지정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양비둘기 발견도 큰 행운

이진우: 저 역시 원로교수님과 함께 이 행사에 동참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사는 속초 앞바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물범을 본 것이 가장 인상 적이었습니다.

최주경 : 가마우지가 사는 곳은 모두 수십m나 되는 암벽인데, 그러한 곳에서 어떻게 번식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원병오 : 절벽이라도 선반같은 곳이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보면 꼬리를 밖으로 머리를 안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위협을 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하고 그러한 곳에서 번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먹이와의 관계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가마우지의 먹이는 대부분 물고기인데, 여기는 까나리가 많이 잡히는 곳입니다.

한태영 : 진촌리 해안으로 물범을 보러 가던 중 원교수님께서 양비둘기를 발견하시고 그토록 기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원병오 :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은 새여서 흥분했었습니다. 거제도 해금강 절벽과 판문점에서 본 적이 있는데, 집비둘기와 섞여 있는 데다 너무 먼 곳에서만 봤었습니다. 약 10m 가까이까지 가서 봤으니 얼마나 큰 행운입니까. 이는 비둘기의 원조인데, 백령도의 텃새로 보입니다. 아마 몇 십마리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없는 새입니다.

김제엽 : 가마우지의 서식처인 암벽을 보면 층이 이뤄져 있는데, 그 층마다 질서대로 자리잡고 서식하는 것은 아닙니까?

원병오 : 아주 수준 높은 질문입니다. 외국에서는 그러한 조사까지 다 돼 있습니다. 우리도 그처럼 조사해 봐야 할 것입니다. 또 번식지를 떠나 다른 서식지까지 찾아가서 조사해 보면 알 것입니다.

유인배 : 물범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혹 여기가 물범의 번식지는 아닙니까?

원병오 : 아닙니다. 물범의 번식지는 베링해협입니다. 물고기가 많은 곳이니까 여기에 몰렸을 것입니다.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백령도를 개발할 때 이러한 생태계의 현황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명동률 : 가마우지가 지역에 따라 많고 적은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원병오 : 봄 가을에 새가 이동하다가 중간에 정착할 때 집단으로 움직이니까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명동률 : 이곳의 특산종 새는 없습니까?
원병오 :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이 가마우지의 번식지리는 것은 처음 발견된 사항입니다. 이제 번식 후에도 조사할 일이 남았습니다.

식물 모두 1백60종 발견

이재교 : 원교수님은 언제부터 조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습니까?
원병오 : 어려서부터 선친의 영향을 받아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안용환 : 가마우지는 텃새입니까?
원병오 : 그렇습니다.
안상기 : 그렇다면 겨울새를 텃새로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병오 : 가마우지는 백령도에서 3백쌍 이상 서식하는 텃새라고 고쳐야 합니다.
안용환 : 가마우지는 바다에만 삽니까?
원병오 : 그렇습니다. 더 없어지기 전에 좀더 열심히 조사해야 합니다.

윤원석 : 제주도에서는 2백40종의 새가 서식하는데, 그 가운데 여름에는 30여 종을 볼수 있습니다. 이틀만에 이곳에서 23종을 본 것은 많이 본 셈입니다. 해안과 습지에서만 새를 보고 숲새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습지도 생각보다 적었는데, 먹이가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원병오 : 맞습니다. 습지가 적은데 그나마 자꾸 없어져 안타깝습니다. 습지가 많았으면 새가 엄청나게 왔을 것입니다.

박희송 : 짧은 기간동안 원교수님의 정열적이며 의욕적인 탐사활동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학생지도에 많이 참고하고자 합니다. 탐사하면서 번식기간만이라도 보호해이겠다고 느꼈습니다. 또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서 끝내는 것만으로 그치지 말고 계통별로 다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새를 탐사할 때 그동안 이미 조류탐사에 참여했던 선생님들이 다시 모여 일정지역의 조류를 탐사하면 보다 더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함인호 : 교실에서만 가르치다 야외에 나가 직접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탐사는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도감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을 학생들에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계통별로 탐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원병오 : 조류는 이만하면 정리가 된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식물탐사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박재홍 : 식물분야는 넓은데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동정하는 데 역부족이었습니다. 국화과가 전문이라서 다른 유관속 식물에 대해 대답을 제대로 못해 드려서 미안했습니다. 백령도에 근무하는 생물교사가 동참했더라면 지리와 이 고장 식물의 특성에 대해 미리 알고 탐사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한에서는 먼 섬이지만 북한에서는 가까운 섬이어서 육지와 다른 식물이 발견된 것은 없습니다. 굳이 수확으로 꼽는다면 모감주나무 군락을 발견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가장 북쪽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탐사에서 총 1백60종을 발견했는데, 몇 가지는 변이종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연구실에 돌아가서 확인해야 동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령풀을 못찾아 아쉬워

안용환 : 안면도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섬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안면도가 해상국립공원인 것처럼 여기도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88년과 90년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서해안 도서 지방과 간척지의 식물상 조사로 특상(1등급)을 수상한 적이 있어 이번 탐사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박교수님과 함께 도감을 펼쳐 들고 알지 못하는 식물을 여쭤보니 머리 속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박철근 : 대학입시 위주로 수업하면서 학생들이 식물과 곤충 이름을 물을 때 제일 곤란했습니다. 그나마 도시에서는 새에 대해서 묻지도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식물 1백여 종을 기록하고 익혀서 기쁩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여기 와서 대학졸업 후 식물도감을 처음 펼쳐봤습니다. 육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것이지만 직접 현장학습을 통해 익힌 것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안용환선생님이 많이 알아 도움이 컸습니다. 이창복교수가 명명한 백령풀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식물에 라벨 붙이는 일을 미루어 왔는데, 이번에 돌아가면 자신있게 붙이게 된 것도 저에게는 큰 결실입니다.

이순용 : 큰 나무가 없는 게 특이했습니다. 기껏해야 2m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군부대지역인 만큼 사계청소의 영향이라고 들었습니다. 섬지방에서 평안피나무(?)를 발견한 게 수확입니다. 안면도의 모감주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정해져 있는데, 여기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안용환 : 배를 타고 섬을 일주할 때 너무 멀리 돌아서 식물을 못본 게 아쉽습니다.
이순용 : 군사지역이라서 식물군락이 많이 파괴된 것 같습니다. 귀화식물도 많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방학때만 탐사해야 하나

박재홍 : 서양민들레 망초 개망초 등이 귀화식물입니다.
최주경 : 탐사시에는 식물명만 알고 참가하기보다 전에 탐사한 것을 비교 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원병오 : 탐사는 외국에 나가서 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와 관련있는 것을 하는 게 좋습니다.

박희송 : 이번에 식물의 경우 발견된 종수가 적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교수님과 다른 선생님의 학문탐구 자세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원병오 : 좋은 학문태도를 보고 배우는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한태영 : 탐사는 방학때만 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시기에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인원을 줄이면 가능할 것입니다.
김제엽 : 탐사목적에 적합한 학문을 전공한 교사가 참여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최주경 : 굳이 한 방향에 묶지 않고 전공과 관련없는 교사도 직접 보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인배 : 우리가 떠나면 재조사가 없을 것입니다. 현지 교사가 참여하면 앞으로도 계속 유익할 것입니다

안용환 : 퉁퉁마디는 바다에만 있습니다. 갯질경이 갯개미취 등 소금기 많은 식물을 소가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합니다. 사람도 짜게 먹으면 밥을 많이 먹는 것과 같습니다.

윤원석 : 이러한 탐사는 전국에서 모이니까 다음부터는 선생님이 오실 때 그 지역의 생태계 논문을 가져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경환 : 요즘 입시위주의 교육에 끌려다니다 보니까 교육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탐사를 통한 현장학습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좋은 학습의 장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주최측인 동아일보와 후원한 쌍용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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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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