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위로하는 방법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8/127514427553fe9194f1e31.jpg)
“원래 55 입어도 충분했는데, 요새 66 입어야 돼….”
“거울 보니까 하얀 돼지가 한 마리 있더라고.”
“고기는 살 많이 찌는데…. 그냥 샐러드나 먹자.”
친구가 자신의 고민을 열심히 털어놓는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냉정하게 ‘하긴 너 요즘 먹는 거 보니 살 찔만 했지’라고 대답을 했지만, 사실 이 답은 상대가 원하는 답이 아니다. 저 대화의 답은 정해져있다. 과연 올바른 위로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위로가 가장 효과적일까?
일이나 인간 관계에서 실패를 겪고 난 뒤 스스로를 자책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사람과 내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관계가 가까울수록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된다. 이 때, 사람을 위로하는 패턴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부정적인 자기 지각(self view)을 반박하는 방법이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넌 멋져’라고 그 사람이 잘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사태의 심각성을 평가 절하하는 방법이다. ‘그거 알고 보면 별 일 아니야’라고 상대가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마지막은 ‘이것도 다 경험이 될 거야’라며 사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실패에서도 배울 게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재해석(positive reframing)을 제공한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 위로 방법일까. 정말 심하게 낙담하고 자존감이 꺾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내용의 응원이 도움이 될까. 그리고 상심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소위 ‘듣기 좋은 이야기들’일까.
캐나다 워털루대 데니스 메리골드 교수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연구를 했다. 총 6개의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기운을 북돋으려는 긍정적인 응원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효과적인 편이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고 되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가상이나 실제 상황에서 실패한 경험을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위로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아니야, 넌 멋져. 괜찮을 거야’라는 긍정적인 응원을 받았을 때보다 ‘그래 지금 많이 힘들구나. 나 같아도 너처럼 느낄 것 같아’라며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해 주는 말들에 더 마음을 열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애써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를 보며, 친구가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괴리감을 느끼고 친구와의 관계가 불편하다고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어설픈 응원이 친구 관계를 흔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들을 위로하는 친구는 긍정적인 응원을 했을 때 자신의 응원이 효과적이지 않음을 느끼고 좌절했으며, 오히려 본인의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내가 아닌 상대가 공감하는 위로
여러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스스로가 보는 ‘나’를 인정해주고 이와 일치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장점뿐 아니라 단점에서도 말이다. 즉, 스스로가 자존감이 무너졌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이들이 듣고 싶은 말은 막연한 긍정과 칭찬보다,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은 충분히 힘들며 네가 느끼는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이해’가 아닐까.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정말 힘들어서 자존감이 바닥일 때는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냥 예의상 가볍게 응대하는 거 아닐까?’라며 되려 우울해졌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는 감정이 더 극단적으로 치달아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가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내 감정을 부정하는 격려보다 ‘그래 네 상황이 참 힘들겠다’는 간단한 공감이 더 큰 힘이 되었다.
학자들은 위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그 내용이 얼마나 긍정적인가 여부보다 위로하는 사람이 상대가 처한 상황을 평소 가지고 있던 자기 지각에 비추어 ‘공감’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칭찬의 경우도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한 경우 다양한 괴리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교사나 부모가 지나치게 칭찬하면 그 내용을 받아들여 기뻐하는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나 부모가 주의 깊게 살피는 문제 학생으로 확인됐다고 생각하며, 더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위로라고 하면 무조건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게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나보다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위로와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