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우주왕복선 엔터프라이즈에서부터 작년에 발진을 시작한 엔데버에 이르기까지 우주왕복선 12년의 발자취를 살펴보자.
공식적인 우주왕복선은 콜럼비아호지만 기능점검을 위해 사용된 실험기는 엔터프라이즈호. 이 실험선은 비록 우주공간으로 날지는 못했지만 1977년부터 1978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지상착륙실험을 수행했다. 현재는 은퇴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1호 발사 4개월만에 우주등정에 나선 콜럼비아2호(81년 11월)는 비행시간을 2배 이상(1백24시간) 늘렸으며, 지구대기권 재돌입 시 고열(1천3백℃)에 견디기 위해 워터제트를 사용해 동체 표면에 이른바 '물커튼'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여기서 1호 2호라는 호칭은 다른 우주왕복선이 아니라 같은 콜럼비아가 1차 2차 비행을 한 것을 의미함). 2호에서는 현재까지도 우주왕복선의 핵심 기능공이라 할 수 있는 로봇팔이 첫등장했으며, 대기오염 측정장치 등 각종 지구 관측기구가 실렸다. 또한 무중력상태에서의 최초 식물실험이 시작돼 이후 우주동식물실험의 첫테이프를 끊었다. 처음 우주왕복선에 실린 우주식물은 난장이해바라기 72그루. 무중력 상황에서, 태양광선과 습도의 변화가 큰 우주공간에서 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82년에는 콜럼이아 3,4,5호가 떠 우주왕복선의 기능을 확대해 갔다. 3호 때부터는 우주공간 체류기간이 7일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4호 때는 전투기정찰위성인 틸루비를 실어 우주공간에 옮겨 놓았고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에게서 실험을 의뢰받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학생들이 콜럼비아에 의뢰한 실험에는 광파리가 무중력상태에서 어떻게 알을 낳고 번식하는지를 관찰하고 우주공간에서 금속용접을 할 때 접합점이 어떻게 약화되는지를 알아보는 것 등의 과제가 포함돼 있다. 5호는 처음으로 돈을 번 우주왕복선. 통신위성 2대를 쏘아주고 1천8백만 달러를 벌었다.
우주 유영 시작
83년에 접어들면 챌린저의 시대가 펼쳐진다. 챌린저는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해 3년 후의 참사를 예언해주는듯 했다. 발사가 82년말에 예정돼 있었으나 4개월을 연기 끝에 84년 4월에 발사됐다. 챌린저 시대부터 우주비행사는 7명으로 늘어났다. 처음으로 우주공간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는 실험을 수행한 챌린저1호는 콜럼비아가 해내지 못했던 우주비행사의 우주유형 실험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로부터 10개월 후(84년 2월)에야 우주왕복선으로부터 1백m 떨어진 우주공산을 90분간 유영하는데 성공한다.
MMU(방향조종장치)를 부착하고 생명줄에 몸을 의지한 주인공 매킨들리스는 "바깥 정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탄성을 연발했다. 우주유영은 우주왕복선의 주요 임무인 고장난 위성을 회수하고 수리하는데 필수적으로 넘어야 할 벽. 그로부터 2개월 후 챌린저는 '우주 구두쇠 작전'에 성공한다. 이는 고장 나 우주공간에 떠돌고 있던 태양관측위성 솔라맥스를 우주왕복선으로 회수하고 이를 수리해 재차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 것. 이 작업에는 로봇팔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에 구두쇠작전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새위성을 쏘아올리려면 2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비해, 챌린저가 수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5천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챌린저는 86년 1월 사고가 나 생명이 다할 때까지 10회 우주 여행길에 올랐다. 여러번 무게가 수t이나 나가는 통신위성을 궤도(지상 2백-3백km )에 올라가 지구정지궤도(3만6천km 상공)에 쏘아올렸으며 장기노출실험장치(LDEF) 등 각종 실험기구를 우주공간에 실어날랐다. 이 장치는 10개월 후에 회수될 예정이었으나 챌린저 사고로 우주공간에 방치돼 있다가 90년 초에 콜럼비아호에 의해 회수됐다. 챌린저가 우주공간에 싣고간 꿀벌 3천마리는 무중력 상태에서도 별 어려움없이 집을 짓는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84년 8월에는 세번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가 등장했으며, 그 해 10월에는 애틀란티스가 탄생해 우주왕복선 4인방 체제를 구축했다. 디스커버리 1호부터는 화물칸에 싣고간 통신위성을 보다 완벽한 방법으로 실수없이 발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다 완벽한 방법'이란 스프링을 이용해 화물칸에 있던 통신위성을 외부로 발사하고 그로부터 45분 후에 액체로켓모터를 작동시켜 지구 정지궤도에 진입시키는 것. 우주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힘으로도 덩치가 크고 무거운 위성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스프링 발사가 가능하다.
디스커버리는 상업용 의약품(호르몬)을 우주공간에서 제조하기 시작했으며 순도가 높은 단결정물질을 우주공간에서 성장시켰다. 또 디스커버리호는 그동안 한두번 시도됐던 고장난 위성의 회수작업을 본격적인 우주왕복선의 주요 임무로 부상시켰다. 우주공간을 총알보다 더 빠르게 회전하는 인공위성에 접근해 이를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으로 회수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디스커버리가 회수한 위성에는 통신위성 팔라파B2를 비롯 블랙홀탐사선 스파르탄 등이 포함돼 있다.
85년 10월에 발진을 시작한 애틀란티스는 우주정거장을 조립하는데 필요한 실험을 수행했으며 군사첩보위성을 지구궤도에 쏘아 올리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챌린저의 비극
1986년은 우주왕복선 역사에 있어서 분수령이 되는 해. 1월28일 굉음을 내며 힘차게 솟아오른 우주왕복선 챌린저는 지상을 출발한 지 7초만에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챌린저의 잔해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동쪽으로 2백km 떨어진 대서양 연안에 한시간 가까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여자 2명을 포함한 승무원 7명은 모두 숨졌다. 폭발원인은 고체연료로켓의 이음새 부분이 새면서 발생한 가스 누출.
그로부터 2년 8개월 동안 우주왕복선은 한대도 뜨지 못하는 암흑시대를 맞았다. 우주왕복선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우주개발 계획이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88년 9월 4백여군데나 설계 변경한 끝에 우주왕복선은 조심스럽게 재차 우주정복의 길에 나섰다. 이후는 디스커버리와 애틀란티스가 주역이 돼 걸프전에서 맹활약한 군사첩보위성들을 비롯 금성탐사선 마젤란호, 목성탐사선 갈릴레오호, 화성탐사선 마르스옵서버호, 태양탐사선 율리시즈 등을 쏘아올리는데 주력했다. 과거에 행성탐사 인공위성은 지상에서 곧바로 발사됐으나 워낙 먼거리를 여행해야 하는 행성탐사선의 특성상 우주왕복선 화물칸에 실려 지구궤도에 진입하고 거기서 로켓을 분사 발사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한편 디스커버리가 90년 4월 지구궤도에 올린 허블우주망원경은 천문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이룩한 경이의 예술
92년 5월 챌린저의 후속기로 탄생한 최신형 엔데버호는 몇가지 점에서 우주왕복선사에 신기원을 장식했다. 엔데버 1호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던 1억5천만 달러 짜리 통신위성 인텔새트6호를 수리해 정상궤도에 진입시켰는데, 이는 인간이 우주공간에서 이룩해낸 최고의 예술이라 평가된다. 4t 이상 나가는 통신위성을 우주비행사들이 가벼운 상자를 다루듯하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인텔새트6호가 2단 로켓이 고장나 미아가 돼 떠돌고 있던 곳은 지상 7백70km. 이를 원격조종으로 우주왕복선 궤도인 3백70km까지 끌어내려 랑데부만 후 3명의 우주비행사가 달려들어 8시간29분을 작업한 끝에 통신위성의 고장난 2단 로켓을 대체한 것이다. 수리가 끝난 인텔새트6호는 스프링에 의해 뜅겨저 나가 엔데버로부터 8km 떨어진 지점에시 로켓이 점화돼 정상궤도인 3만6천km 지점으로 진입했다.
92년 9월에 재차 발사된 엔데버는 많은 화제를 남겼다. 일본은 1억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총실험 43개중 34개를 도맡아 '일본의 우주왕복선'이란 비아냥을 받았다. 엔데버에는 배란 촉진호르몬을 맞은 개구리와 30개의 달걀, 4백마리의 파리, 7천2백마리의 파리애벌레, 1백80마리의 말벌, 2마리의 일본잉어 등이 동승해 우주여행에 나섰다. 특히 배란촉진 호르몬을 맞은 개구리에 수컷의 정액을 뿌려 우주공간에서 올챙이를 탄생시키기도 했는데, 이들의 생존율이 예상외로 낮아 생물체는 여전히 '무중력 공포증'이 있음을 증명했다. 두마리의 잉어는 우주멀미 실험에 사용됐다. 생물공학 실험 외에도 순도가 높은 재료를 만드는 다양한 재료공학실험이 이루어졌다.
한편 엔데버에는 처음으로 부부 우주비행사가 탑승해 혹시 '우주 섹스' 더 나아가서는 '우주 베이비'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억측을 낳기도 했으나, 실제로 이 부부는 업무 자체가 맞교대이기 때문에 성관계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88년 11월 첫 무인 비행에 성공한 옛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호는 정원이 10명이며 길이가 60m로 덩치가 미국것보다 크다. 고장난 군사첩보위성을 회수하고 수리하는 것이 주용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