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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페트로프스키 교수가 교통사고로 휠체어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을 실험대에 올려 근육을 컴퓨터로 자극하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위대한 한발'은 이미 내딛었다. 그 완성도 바로 눈앞에 온 것 같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시는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의 출신지다. 이 데이턴시의 교외 세인트메리에서 사는 '낸시 데이비스'양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1978년 6월의 어느날 밤 보이프랜드와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커브 길에서 핸들을 잘못 꺾어 도로 옆으로 굴러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 되는 중상을 입었다.

 

■ 신경절단으로 마비
 

그러나 낸시양은 휠체어를 타고 이듬해 부터 가까운 라이트주립대학 세인트메리분교를 다녔다. 낸시양은 친구들과 명랑하게 학교생활을 지냈으나 고등학교 시절에 스프린터로 명성을 떨치던 그 건강하던 다리가 점점 가늘어져 가는것을 괴로워해야 했다. 그리고 마비된 하반신이 다시 움직이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1982년 초 라이트 주립대학 생체공학연구소의 '제럴드 페트로프스키'교수가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을 걷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낸시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데이턴시에 있는 대학의 메인캠퍼스로 옮긴 낸시양은 페트로프스키 교수에게 면회를 신청했다.
 

교수의 일과는 너무나 바빠 만날 수가 없었으나 몇달 만에 겨우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연구팀의 환자로 추가 되었다.
 

낸시의 하반신이 마비 된것은 뇌와 다리를 연결한 신경이 절단되었기 때문이다. '걸어 보자'하고 뇌에서 생각해도 보행명령이 다리에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뇌를 대신한 컴퓨터로 신경을 자극하여 하반신의 근육을 움직이게 해보려는 것이 교수의 연구 방향이었다.
 

페트로프스키 교수는 이보다 13년전에는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다니던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아르바이트로 컴퓨터기사 일을 할때 컴퓨터의 배선과 인간의 신경생리가 닮아 있는데 흥미를 가졌다. 그것이 연구의 시작이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 해부학 교수 '루이지 가르바니'는 1780년경 전류가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구리의 뇌에서 나온 전류가 신경을 통하여 근육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볼타'의 전지발명으로 이어졌으나 생리학적 연구는 라이트 주립대학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낸시는 뇌와 다리를 연결한 신경이 절단 되었기 때문에 하반신이 마비 된 것이므로 컴퓨터로 인공적인 자극을 가하면 해결될 것이 아닌가 하는것이 페트로프스키 교수의 생각이었다.
 

서서 걷기 위해서는 먼저 가늘어진 다리에 근육이 붙게하여 단련할 필요가 있다.
 

페트로프스키 교수는 낸시에게 먼저 세발자전거를 타게 했다. 세발자전거 쪽이 걷기 보다 쓰이는 근육이 적다. 걸으려면 허리, 무릎, 발목 등 30개소를 자극해야 하지만 세발자전거를 타는데는 3개소 만으로 족하다.
 

고양이 실험으로 충분히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인간의 경우도 잘 될 것이라는 결론이 내렸다.
 

시판하고 있느 세발자전거 뒤쪽의 화물대에 작은 컴퓨터를 싣고 대학 구내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하는 낸시의 모습이 1982년 11월 7일 오후 6시부터 CBS 인기프로그램 '식스티 미니츠'에서 방송되었다.
 

그 다음날 대학의 전화벨은 쉴사이없이 울렸다. 특별히 임시회선을 증설할 정도였다. 브라질이나 프랑스 서독에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훌륭하다''기부를 하고 싶다''나도 실험 대상자가 되고 싶다'는 전화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 매스컴에서 인터뷰 취재를 요청하는 전화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위대한 한발

 

■ 근육, 4분의 3까지 회복
 

그로부터 4일 뒤인 11월 11일, 낸시는 일어서서 여섯발을 걸었다. 그 모습은 패러슈트 대원 같았다. 아직 발목이 약하므로 발목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부츠를 신었다. 체중전체를 지탱하게 해도 괜찮은지 어떤지 판단이 서지 않아 체중의 40%를 위에서 매단 패러슈트의 로우프로 버틸수 있게 했다.
 

한 발 걸은 순간, 낸시는 외쳤다.
 

"야 근사하다. 이 작은 한 걸음은 인류를 위한 위대한 한 걸음이다!"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 기장이 달표면에 인류로서 최초의 한발을 내딛었을때 한 말을 흉내낸 것이었다. 마비된 낸시의 발을 움직인 이 기술이야 말로 아폴로계획에 의해 태어난 컴퓨터기술 바로 그것이었기때문이다.
 

낸시는 그뒤에도 계속하여 세발자전거로 하반신 근육을 단련했다.
 

그 다음해 1983년 6월 11일, 낸시는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때는 핸드백 속에 들어있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서서 걸었다. 그리고 교육학전공의 졸업증서를 받았다. 레이건 대통령과 주지사의 축하 연설이 있고 매스컴에 둘러싸인 화려한 졸업식이었다.
 

미국에서만도 현재 척추를 다쳐 반신불수 상태인 사람이 20만명이나 된다. 그리고 매년 1만명에서 1만5천명씩이 늘어가고 있다. 그 반수가 자동차 사고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가 스포츠나 산업재해 등에 의한 것이다. 그 평균연령은 19세다. 많은 젊은 사람이 걷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전체로는 그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휠체어생활을 계속하고 있으면 근육이 이완될 뿐만 아니라 심장이나 호흡기까지 그 기능이 무디어져 약해진다. 페트로프스키 교수가 노리는 것은 이런 것을 고치는 것이다.
 

연구실에는 고정식의 두발자전거가 있고 현재 휠체어생활을 하는 12명이 이 자전거로 치료를 받고있다. 컴퓨터로 대퇴부근육을 자극하여 하반신을 움직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낸시는 5개월간 훈련으로 원래 근육의 4분의3까지 회복시켰다. 이것은 효과가 대단히 빠른 편이다.
 

"전에는 거의 없었던 다리의 감각이 약간이지만 되돌아 온것 같은 느낌이다"
 

낸시는 이렇게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리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신경이 이어지게 된다면 그 위에 더 바랄것이 없을 것이다. 다리를 움직이면 심장이나 폐도 쓰게 되므로 건강에도 매우 좋다.
 

근육은 쓰지 않고 있으면 칼슘이 빠져나가 근육뿐만 아니라 뼈까지 약해진다. 반년쯤 누어만 있으면 걸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세발자전거의 속력은 손으로 늘이거나 줄인다. 브레이크는 핸들에 달려 있다. 처음에는 발로 밟으려할때 당황했던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 모양이다. 피곤해지면 피곤에 따라 자극을 강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극이 지나치지 않도록 어느선에서 멈추도록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기도 하다.
 

페트로프스키 교수는 가까운 장래에 컴퓨터를 소형화하여 몸 속에 넣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컴퓨터로 움직인 근육은 열을 내지만 땀은 흘리지 않는다. 어떻게 식히는가가 남겨진 과제이지만 반신마비인 사람이 걷게 된다면 페트로프스키 교수의 업적은 노벨상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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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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