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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받은 동물들이 몰려온다

생명공학 산업화시대의 전주곡

세계 최초의 특허동물인 발암생쥐. 질병치료를 위한 모델동물이다.


발암생쥐 등 몇몇 형질변환동물에 특허권이 주어지고 있다. 한동안 인정되지 않았던 생명체에 대한 특허가 다시 부활된 배경은?

최근 선진국에서는 유전공학적인 방법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유전형질이 변환된 동물(transgenic animal, 形質變換動物)을 새로운 발명품으로 간주, 법적으로 특허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특수동물을 특허받은 동물 또는 특허동물(特許動物)이라고 말한다. 1980년대 초 미국 예일대학의 고든(Gordon)박사팀은 포유동물의 수정란에 재조합된 외래유전자를 미세 주입하여 유전형질이 변환된 동물을 최초로 생산했다. 고든박사는 이 동물을 형질변환동물이라고 명명하였다. 그후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1만여종의 형질변환 생쥐를 비롯하여 수십종의 형질변환기들을 생산하였다.

지난 1988년 미국의 특허청이 하버드대학의 연구진들이 유전공학적으로 생산한 발암 생쥐(onco-mouse, 하버드생쥐라고도 함)에 대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특허권을 부여한 이후, 지금까지 10여개국에서 각기 다른 종류의 형질변환동물들에게 특허를 인정하고 있으며, 현재도 수백마리의 동물들이 특허출원 중에 있다. 이밖의 세계 여러 나라가 형질변환동물의 응용산업이 생명공학 기술의 집약적 산업으로서 그 경제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 자국내에서 동물특허를 허용하기 위해 기존 특허관련 법규의 수정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같이 생명공학적으로 생산한 특수동물에게 서둘러 특허권을 보장하려는 것은 장차 형질변환동물의 산업화시대를 맞이하여 시장 독점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최초의 특허동물인 발암생쥐의 판매권을 세계 굴지의 화학회사인 미국 듀폰사가 획득하여 세계각지의 암연구센터에 팔고 있다는 것이 단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허동물의 수가 증가할수록 생명공학의 산업화가 가속화될 것이며 엄청난 수요의 세계시장은 자연히 이들 특허권이나 판매권 소유자들에 의해서 지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현재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여 생명공학 연구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허동물의 배경

약 1백년 전 미국 특허청은 프랑스 생물학자 파스퇴르가 특이한 효모를 발견하여 최초로 배양에 성공한 것을 인정, 그에게 이 배양성 효모의 특허권을 주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다른 효모들이 발견되면서 그의 특허권은 유명무실해졌다. 그 이후 미국의 특허청 법규는 모든 생명체는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즉 생명체는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기 때문에 생물체에 대한 특허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문화했다.

그러나 1980년부터 다시 생명공학적 방법으로 생산된 특이한 생명체에게 특허권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당시 미국의 미생물학자 차크라바터박사는 유전공학적인 기술로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 석유를 분해시킬 수 있는 미생물을 창출해냈는데, 미국 특허청은 생물체라는 이유로 이 미생물의 특허권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차크라바터박사와 투자자인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소했다. 이에 대법원은 첨단기술에 의해 유전자가 조작된 미생물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했다. 이로써 그 미생물은 새로운 발명품과 같이 유용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획득하는데 성공하였다. 몇년 후 식물학자들이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식물품종을 개발하여 특허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생물체에 대한 특허권 인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종교계의 반대

특허 미생물이나 특허 식물과는 달리, 하버드대학에서 유전공학으로 만든 발암생쥐의 특허권을 인정한데 대한 찬반논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에는 미국 의회에서 2년 동안 동물에 대한 특허권 부여를 금지시켰다. 생명공학 연구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회사들은 엄청난 연구노력과 연구경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동물특허권 보장을 적극 추진해 왔으며, 또한 불치의 병에 시달리는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생명공학 연구의 획기적인 진척으로 불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찬성하였다.

그러나 동물애호가협회에서는 생명공학적인 방법으로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할 경우 많은 동물들에게 더욱 심한 학대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였다. 종교계에서도 자연의 섭리나 천지창조에 대한 도전으로 자연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여 반대입장을 표방하였다. 또한 윤리위원회와 도덕재무장협회에서는 윤리적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동물에게 주입하여 작동시키는 것은 장차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시킬 수 있다 하여 동물에 대한 특허권 행사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동물특허가 2년간 금지되자 생명공학 연구자들을 비롯한 동물특허권 찬성그룹들은 질병모델로 생산된 형질변환생쥐의 실험적 이용은 동물의 학대를 훨씬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기존의 동물에게 불치병, 예컨대 암을 유발시키기 위해서는 약물을 과다하게 투여하여 발암을 유도하기 때문에 정확한 발병원인을 찾을 수 없을 뿐만아니라 치료방법 개발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따라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실험동물들이 희생되어 왔다.

그러나 발암생쥐를 이용한 경우에는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소량의 발암물질만 투여하면 발병이 시작되므로 그 발병원인과 과정을 정확히 추적하여 치료법과 예방법을 개발해낼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실험동물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단기간 내에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동물애호가들을 설득하였다. 특히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관한 연구는 적당한 연구대상이 없어 형질변환생쥐에 의해서만 연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IDS는 국제적으로 가장 심각하고 무서운 질병으로 그 높은 치사율과 감염률을 감안할 때 조속히 그 치료방법을 개발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동물들에게 특허권을 인정해주어 AIDS유발 생쥐를 개발하는 데 소요된 막대한 연구노력과 경비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종교계나 윤리위원회 등에 대해서도 형질변환동물들은 인간의 질병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동물 유전자는 생식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변이되어 왔으며, 옛날부터 인간은 노새와 같은 동물을 생산하여 실생활에서 널리 이용해 왔다. 더욱이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우두를 비롯한 수십종의 항체를 동물들로부터 얻어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시키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형질변환동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10여년 동안 투자해 온 회사들은 동물특허를 통하여 얻어진 회사이익금을 다시 재투자함으로써 생명공학 기술의 혁신적인 발달을 기약함과 아울러 미국이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선도역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법률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 의회의원들에게 인식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이에 따라 특허동물의 필요성이 반대자들에게도 일부분 인정되어졌으며 미국 의회에서는 사람자체에 대한 어떠한 특허권도 인정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과 형질변환동물 생산기술을 어떠한 이유라도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입법화하면서 금년 2월 8일에 세종류의 형질변환동물, 즉 AIDS유발생쥐, 전립선 비대증의 생쥐 및 면역성이 증가된 생쥐의 특허권을 인정해 주었다.

특허권의 사용한계 애매해

이와같은 동물특허권의 인정에 대한 우여곡절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많은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생명공학시대를 대비하기 위하여 동물특허를 허용하였다. 영국은 1991년 혈액응고인자를 유선에서 다량 분비하는 형질변환 양(transgenic sheep)의 특허권을 부여하였으며, 네덜란드에서도 생명공학적인 형질변환 동물 생산기술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였고, 그 밖의 EC공동체 국가에서도 동물특허를 고려중에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이 인정한 형질변환동물들의 특허권 행사범위가 애매모호하다는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하버드대학에서 생산한 발암생쥐(U.S. 특허 4,736,866호)의 경우 암연구를 위해서 각 연구소의 자체기술로 생산되어지는 모든 발암성 형질변환 포유동물(인간은 제외)들을 사용할 때에도 특허권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유럽국가들의 특허청들은 발암생쥐에 대한 특허권 인정에 심사숙고하고 있으며 특허권 사용한계를 명백히 해야만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동물특허의 인정은 생명공학의 발달을 더욱 가속화시켜 형질변환동물들의 산업화시대를 앞당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생명 공학의 연구경쟁은 이제 연구소나 회사의 단순한 연구업적이나 투자이익 차원이 아니라 국가산업기술의 경쟁력 차원에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생명공학 기술의 선진국들이 특허권을 행사함으로써 세계시장은 이들 국가에 의해서 독점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형질변환동물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생명공학적 기술은 두가지로 대별되는데 첫째는 목표로 하는 외래유전자를 확보하고 이 유전자들을 다른 동물체에서 효율적으로 발현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유전공학적 기술이다. 둘째는 이들 조작된 유전자를 연구대상 동물의 수정란에 주입시키고 대리 어미동물의 몸에 이식하여 최종적으로 새끼를 얻기 위한 동물 발생공학적 기술이다.

유전공학적 기술 자체는 미생물 등을 이용하여 급진적으로 발달되어 왔는데 지금까지 수백가지의 유용한 유전자들(예 발암유전자 성장관련유전자 생리활성물질유전자 등)이 분리되어졌다. 또 이들 유전자의 발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십종의 발현촉진인자(promoter)들이 개발되었다. 그 뿐 아니라 이들 유전자와 발현촉진인자들을 서로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재조합시켜 특수한 동물조직에서만 외래유전자를 극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예를 들면 혈액응고인자(혈우병치료제)의 유전자와 우유 단백질 유전자의 발현촉진인자 함께 재조합시킨 유전자는 면양의 유선에서만 작동하여 혈액응고인자를 유즙과 함께 다량 분비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하여 기존의 가축생산물인 우유 고기 모피 등 외에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약제나 인간의 생리활성물질들을 형질변환가축의 유선으로부터 대량생산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추진되고 있으며, 이미 수십건이 특허 출원중에 있다고 한다.

한편 발생공학적 기술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유전자 미세주입기술로 포유동물 수정란의 핵내로 미세유리관을 삽입시킨 다음 극미량의 재조합된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정란의 세포질과 핵막 그리고 핵질에 치명적인 물리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이들 수정란을 동물로부터 채취하고 다시 유전자가 주입된 수정란만을 선별해 대리 어미동물에 이식함으로써 다수의 새끼를 생산하게 하는 일련의 수정란 조작기술 역시 필요하다.

이와같은 복잡한 발생공학기술의 효율성을 보다 증대시키기 위하여 연구자들은 유전자 주입기기를 자동화하고 다수의 유전자 주입용 수정란을 확보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또 외래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는 수정란만을 선별하여 이를 이식시키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수정란내 유전자 주입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이용하여 수정란에 손상없이 외래유전자를 주입시키려는 것이다.
 

사진 왼쪽은 형질병환된 목화, 특허를 받은 것으로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다. 오른쪽은 보통 목화. 제초제에 의해 큰 손상을 입은 상태다.


질환 모델동물의 등장

생명공학적인 방법으로 형질변환동물을 생산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가 극적으로 동물들을 보다 폭넓게 이용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동물들에게 특허권이 인정되면 곧바로 산업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예상되는 산업적 응용성은 매우 광범위하다. 대표적인 몇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특허받은 고능력 가축의 등장이 예상된다. 생명공학적으로 특수유전자를 조작, 기존의 가축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거나 지방성분이 훨씬 적은 우유나 고기를 얻게 해주는 형질변환가축은 그 생산성이 대폭적으로 증대된 최우수 가축으로 각 농장에서 특허권 사용료를 지불한다 해도 과감히 투자할 것이다. 또 양모나 피혁과 같은 값비싼 부산물의 양과 질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조작, 이들 형질을 극대화한 형질변환가축도 특허를 받게 될 것이다. 또 항병성(抗病性)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작동시킴으로써 질병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가축도 마찬가지로 농장주들이 환영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고능력을 지닌 형질변환가축의 수요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둘째로 의약품 생산가축도 특허대상이다. 사람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각종 생리활성물질의 대량생산을 위한 형질변환동물 생산은 이미 가축의 일반적인 개념을 의약품 생산공장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러한 특수 약제의 시장규모는 연간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셋째로 질환모델 동물들도 특허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세계 최초의 특허동물인 발암생쥐를 비롯한 미국의 특허동물들은 모두 질병치료를 위한 모델동물이다. 특수질병 유발유전자가 주입된 질환모델동물들은 인간의 질병과 같은 형태의 병을 앓게 된다. 따라서 의학연구자들은 이 동물의 발병 진행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에 나서게 된다. 특히 불치법의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연구에서는이 질환모델동물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아주 고가로 판매될 것이며, 그 시장 역시 대단하리라 보고 있다.

넷째로 이식장기 공여동물에게도 특허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의 생명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조작하여 생산한 형질변환 돼지의 심장은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여도 거부반응이나 기능적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함으로써 많은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와같은 생명공학 기술이 좀더 발전한다면 장기이식 수술에 의한 심장병이나 신장염 치료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며 이식장기가 절대부족상태인 현 시점에서 엄청난 수요가 촉발될 것이라고 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특허받은 동물의 탄생은 장차 생명공학의 산업화시대의 전주곡으로 각국마다 정부차원에서 이와 관련된 생명공학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자국의 연구결과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생명공학 기술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형질변화된 토마토와 보통 토마토. 저장후의 상태가 서로 다르다.
 

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훈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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