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과 사고과정을 그대로 모방한 컴퓨터를 뉴로컴퓨터 또는 바이오컴퓨터로 부르지만 학자들마다 머리속에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다르다.
미래의 컴퓨터라고 인정되는 것에는 초병렬컴퓨터 광컴퓨터 바이오컴퓨터 뉴로컴퓨터 등이 있다. 이들은 광컴퓨터나 초병렬 컴퓨터와 같이 기존의 고체 물리적 성질에 광학적 성질이나 그 규모의 거대화를 꾀하여 컴퓨터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무기적 컴퓨터와 바이오컴퓨터나 뉴로컴퓨터와 같이 유기적 특성을 가진 컴퓨터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도 바이오컴퓨터는 인공두뇌를 꿈꾸어온 인간들이 도달할 수 있는 최종착지가 될 것이다.
바이오컴퓨터는 생물체의 특성을 갖춘 인간 대뇌의 기능과 같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기능을 가진 컴퓨터다. 기존의 컴퓨터로서는 처리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미시적, 또는 정량화하기 힘든 정보를 취급한다. 즉 인간의 감각수준으로 직감하며 반응하는 그러한 컴퓨터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컴퓨터는 뉴로컴퓨터를 포함하는 말이지만 좁은 의미로 본다면 바이오칩이나 유기분자 단위로 정보를 이동하고 저장하는 아키텍처를 가진 컴퓨터다. 바이오 칩이 등장하게 된 것은 현재의 초대규모집적회로(VLSI)나 나아가서 극초대규모집적회로(ULSI)가 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 기술의 한계에 도달하여 집적도를 더 이상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의미 있는 구조 중에서 가장 밀집도가 높은 것은 바로 유전자의 배열, 다시 말해서 염기산의 배열이다. 분자구조까지의 배열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각 정보처리의 유의미한 최소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고려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밀집구조를 이용해 칩의 집적도를 올리려하는 것은 당연한 욕심이다.
현재의 VLSI기술은 머리카락 굵기의 선에 1천여개의 구별되는 정보를 심을 수 있지만 DNA 분자 수준이면 1백만 여개의 정보가 담겨진다. 따라서 집적도의 비율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기분자가 높다. 예를 들면 아데닌과 티민이 결합된 한 단위의 크기는 약 11.1옹스트롬(${10}^{-8}$cm)이고 그 사이는 수소결합으로 인해 2옹스트롬 정도의 간극이 있다. 따라서 개개 염기산의 크기는 4옹스트롬 정도가 된다니 그 집적도는 우리 상상을 상회한다.
바이오컴퓨터 연구는 현재 목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가전제품에서의 실용화 시기는 대략 2020년 후반 정도로 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카'라는 산학연구 단체가 설립돼 상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컴퓨터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편리성이 극히 강조된 가전기구, 고도로 안전하고 정밀한 의료장비라고 한다. 특히 최근 발달하기 시작한 반지름이 0.01mm인 기어 같은 극소기계와 결합, 정밀 공작기술을 진보시킬 것이다.
일본 통산성의 예측에 의하면 2030년 정도에 전개될 뉴로컴퓨터 시장은 5조엔을 상회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연구소와 대학에서 뉴로컴퓨터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그 결과물로서 파리 지능수준의 신경망칩이 한국통신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앞으로 정보처리에서 속도의 문제는 슈퍼컴퓨터나 초병렬컴퓨터로 해결될 것이며, 지식의 습득과 확장에는 기존의 기호적 인공지능기법, 그리고 인간의 오감을 인간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시도는 생체 컴퓨터를 통해서 발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세가지 모두가 결합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바이오컴퓨터는 그 세번째 목표를, 즉 인간의 감각을 기계에게 고스란히 옮기기 위해서 출현했다. 비록 각 연구자의 머리에 새겨진 미래의 바이오 컴퓨터 그림은 모두 다르겠지만.
바이오컴퓨터가 널리 쓰이게 된다면 그 맛있는 칩의 속살을 먹기 위해서 새로운 종의 기생충이 컴퓨터 속으로 몰려들지도 모른다. 또는 컴퓨터가 제조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쉬어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과 함께 우리는 정기적으로 칩 위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야 할지도 모른다. 마치 인간이 살아가면서 독서와 목욕으로 몸과 마음을 청소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