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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소리 발생에서 듣기까지

음성공학

음성학은 인간의 언어에 쓰이는 말의 소리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학문으로 연구대상에 따라 조음음성학 음향음성학 청취음성학의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말소리 속에서 살고 있다. 언어란 소리와 의미내용 사이의 대응관계를 맺어주는 규칙의 체계이며, 우리는 말소리를 내어 그 말소리가 나타내는 의미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말소리와 의미 사이에는 대응규칙들이 있어 체계를 이룬다.

그러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자연언어의 경우, 어떤 소리와 의미와의 관계는 언어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말의 '사람'과 영어의 'man'은 발음이 다르나 의미는 같다. 이와 같이 언어는 소리(또는 기호표시)와 의미 사이의 약속의 체계이지만 말소리와 의미 사이의 관계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고 자의적이다.

인간은 얼굴표정이나 몸짓 손짓을 통해서 감정과 의사를 전달하고 시각적인 그림으로 의사를 나타내며, 말소리가 아닌 소리의 높낮이 선율을 통해서도 미적 감정을 전달하고 이를 감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의사전달방법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말소리를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에 비하면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말소리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 글에서는 언어를 이루는 큰 부분인 말소리의 조음적 특성 및 음향적 특성을 음성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음성학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음성학은 인간의 언어에 쓰이는 말의 소리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학문이다. 음성학은 그 연구대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조음음성학은 말소리가 어떻게 발음기관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소리의 발생적 측면에서 말소리를 기술하고 분류하는 분야다. 즉 발음기관을 관찰해 소리가 어떻게 발음되고 발음된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를 연구한다. 조음음성학은 음성학의 다른 분야에 기초가 되므로 중요하다.

둘째 음향음성학은 소리의 공기파장을 통해 전달되는 말소리의 물리적 구조 및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 분야는 음성합성 및 음성인식의 연구에 필요하다.

셋째 청취음성학은 귀에 전달된 말소리가 어떻게 지각되고 인지되느냐를 연구하는 분야로 신경언어학과 관련된다. 아직까지 발전이 가장 더딘 분야이나 인간의 인지구조 및 뇌의 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연구범위에 따라서는 일반음성학과 개별어 음성학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음성학은 연구대상을 특정언어의 말소리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이 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모든 언어의 음성적 문제를 다루는 분야다. 개별어 음성학은 어떤 한 언어에서 쓰이는 말소리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분야다.

그밖에 음성학의 지식을 이용하는 분야를 응용음성학이라고 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국어 및 외국어교육 언어치료 통신공학 음성예술분야 등이다.

말소리의 종류와 조음음성학적 특성

소리란 어떠한 물체의 진동으로 공기의 파동(음파)을 일으키게 되고, 이것이 귀청을 떨리게 하는 현상을 말함인데, 이러한 소리가 사람의 입 안에서 일어나서 사람의 뜻을 전달해주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바로 말소리다.

인간이 말소리를 내는 데 쓰이는 인체의 여러 부분을 발음기관이라고 하는데, 이를 발동부 발음부 발성부로 구분할 수 있다.

발동부는 말소리를 내는 데 필요한 공기를 공급하는 구실을 하는데, 폐와 횡경막이 주로 이용된다.

발성부는 발동부에서 올라온 공기의 힘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는 부분인데, 이는 후두와 그 안에 있는 성대로 이루어져 있다. 성대의 떨림이 많을수록 높은 소리가 나고 진폭이 클수록 큰 소리가 난다.

발음부는 발성부에서 올라온 목소리를 공명시키고 다듬어서 우리 귀에 들리는 말소리를 내는 부분으로 인두강 비강 구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에서 특히 구강은 공명강의 구실뿐 아니라 자음이나 모음 같은 여러가지 소리를 분화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인간이 언어에 쓰이는 여러 말소리를 정밀하게 조음해 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구강 안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혀의 기동성있는 등작때문이다. (그림1)참조.

인간이 내는 말소리는 크게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음이란 성대를 지난 기류가 인두나 구강 또는 비강에서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흘러나오는 소리를 말하며 그렇지 않고 어떤 장애를 받는 소리를 자음이라고 한다.

자음은 입 안의 어느 점에 장애가 있어서 쉽게 위치를 느끼고 확인할 수 있으나 모음은 장애를 받지 않아 소리의 경계가 분명치 않고 조음점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분석하기가 더 어렵다. 모음은 혀의 높이, 혀의 전후 위치, 입술 모양의 세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혀의 높이는 턱과 혀가 열린 정도로 알 수 있는데, 열린 정도 즉 간극에 따라서 모음을 닫힌모음 반닫힌모음 반열린모음 열린모음으로 구분한다. 혀의 위치에 따라서 모음을 전설모음과 후설모음으로 구분하고, 또 입술의 모양에 따라서는 원순모음과 평순모음으로 구분한다.

이런 기준에 따라 한국어의 단순모음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표) 한국어의 단순모음


자음은 조음점과 조음방법, 그리고 성문의 상태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우리말을 중심으로 이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1) 발음 기관


조음점에 의한 분류

이 분류는 고정부(입천장 윗니 윗입술 등)에 능동부(혀 아랫니 아래 입술)가 닿는 점을 기준으로 자음을 분류한 것이다.

1. 양순음 - 상하 두 입술을 다물었다 내는 소리로 /ㅂ ㅍ ㅃ ㅁ/ 등이 이에 속한다.
2. 치조음 - 혀를 윗니 바로 뒤의 치조에 대고 조음하는 소리로 /ㄷ ㄸ ㅌ ㄴ ㅅ ㅆ ㄹ/ 등이 이에 속한다.
3. 경구개음 - 경구개와 혀의 앞부분 사이에서 조음되는 소리로 /ㅈ ㅉ ㅊ/ 등이 이에 속한다.
4. 연구개음 - 연구개와 혀의 뒤쪽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소리로 /ㄱ ㄲ ㅋ/음절말의 /ㅇ/ 등이 이에 속한다.

조음방법에 의한 분류

1. 폐쇄음은 연구개를 위로 올려 비강의 통로를 차단함과 동시에 입안의 한곳을 막았다가 갑자기 터뜨리면서 내는 소리로 /ㄱ ㄲ ㅋ ㄷ ㄸ ㅌ ㅂ ㅃ ㅍ/이 여기에 속한다. 폐쇄음은 기류의 막음-압축-터짐의 세 단계를 다 갖추고 있는 것이 보통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 마찰음은 입안의 한곳을 막히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가까이 접근시켜서 생긴 좁은 간격사이로 공기를 불어내어 만드는 소리로 영어 등 서양의 언어에 발달해 있다. 우리말에서는 /ㅅ ㅆ ㅎ/ 등이 마찰음에 속한다.
3. 파찰음은 폐쇄음의 성질과 마찰음의 성질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소리다. 입안의 막힘에 의해 압축된 공기를 갑자기 터뜨리지 않고 서서히 터뜨리면 파열과 동시에 마찰이 일어나면서 나는 소리로 /ㅈ ㅉ ㅊ/이 여기에 속한다.
4. 비음은 입안의 한곳을 막는다는 점에서 폐쇄음과 같은 방법으로 나는 소리인데, 연구개를 내려서 비강으로도 공기가 통하게 해서 내는 소리라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비음을 비강폐쇄음이라고도 하며 /ㅁ ㄴ/음절말의 /ㅇ/ 등이 여기에 속한다.
5. 설측음은 혀로 중앙의 통로를 막은 채 혀옆을 터놓아 공기가 혀옆으로 통과하게 해서 내는 소리로 음절말의 /ㄹ/〔1〕이 이에 속한다.

성문의 상태에 따른 분류

어떤 소리를 발음할 때 성대의 떨림이 수반되는 소리를 유성음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소리를 무성음이라 한다. 우리말 자음은 영어만큼 유무성의 대립을 보이지 않으며 환경에 따라 유성과 무성으로 소리난다.

말소리의 운율적 자질

자음과 모음같은 말소리 이외에 이들에 얹혀서 나는 요소들이 있는데 이를 운율적 자질이라고 한다. 이 운율적 자질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서 언어마다 특유한 리듬 유형을 엮어낸다. 운율이 다르면 매우 어색하게 들린다.

운율적 자질에는 음절과 관련된 자질인 소리의 길이, 소리의 높이, 소리의 세기와 어구 이상의 단위에 얹히어 나는 억양이 있다.

소리의 길이는 말소리의 시간적 길이를 뜻하며 주로 모음의 장단에 나타난다. 영어의 seat[si:t]와 sit[sit]가 길이에서 차이가 나듯이, 우리말에서도 /밤 말/ 같은 낱말은 /아/가 길고 짧게 발음됨에 따라서 뜻이 달라진다. 소리의 높이는 성대의 진동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는 언어를 성조어(예 중국어)라고 한다. 경상도 방언 역시 성조언어여서, /말/이란 낱말은 목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언어'와 '동물의 말'로 뜻이 달라진다.

소리의 세기는 성대에서 나는 소리의 진폭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영어에서는 소리의 세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등 매우 중요하다.
억양은 음절보다 더 큰 음성적 단위에 확산되는 고저의 차이를 말한다. 억양의 기능으로는 우선 억양에 따라 문장의 형태가 달라지며(예를 들면 '갔어'의 끝을 올리면 의문문, 내리면 평서문이 된다), 억양에 의해 어떤 어구내의 낱말의 결합관계를 알 수 있고 특정 낱말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억양에 따라 말하는 이의 감정이 전달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말소리의 음향학적 특성
 

(사진1) 모음의 음향분석 사진


말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달된다. 다시 말해 소리는 아주 재빨리 차례로 나타나는 일련의 작은 기압의 변화로 구성돼 있다. 이런 기압변화는 폐에서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갈 때 거기에 가해지는 발화자의 발음기관의 동작으로 일어난다. 음파를 이루는 기압변동은 연못 위에 퍼지는 파문과 같이 공기를 통해 움직여 나가서 듣는 이의 고막을 진동시킨다.

이런 음파는 소리의 높이, 소리의 크기, 소리의 질에서 같거나 차이가 난다. 같은/아/ 모음을 발음할 때에도 각각의 발화자에 따라, 그리고 발화자의 상태에 따라 높이 크기 질에서 차이가 난다. 소리의 높이는 1초안에 일어나는 기압변동의 완전한 반복의 수(진동수)를 나타내는 데 쓰는 용어다.

만약 어떤 음을 내는 데 성대가 1초에 100회의 완전한 개폐동작을 했다면 그 소리의 진동수는 100Hz가 된다. 소리의 크기는 기압변화들의 평균크기, 즉 평균진폭에 비례하며 단위는 dB을 사용한다. 같은 높이의 소리라도 어떤 배음이 강조되느냐에 따라 소리의 질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같은 높이의 피아노소리와 첼로소리는 그 음질이 다르다.

음향분석기(sound spectrography)는 1940년대 2차세계대전 중에 발명된 기계로 어떤 음을 구성하고 있는 진동수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표시해주는 장치다. 진동의 상대적 강도는 검은 색의 진한 정도에 의해 표시된다.

위 (사진1)은 모음의 음향 분석 사진이다.

줄무늬 가운데 검게 나타난 주파수 부분을 음형대(formant)라고 하는데, 이는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부분을 나타내며, 이 음형대에 따라 모음의 특성이 특징지워진다. 그 중에서도 제일 낮은 제1음형대와 그 위의 제2음형대가 모음의 특성을 나타내준다. 모음 [i]는 대략 280Hz 정도의 제1음형대와 2200Hz 정도의 제2음형대를 가지며, 모음[a]는 700Hz 정도의 제1음형대와 1100Hz정도의 제2음형대를 갖는다. 이렇게 모음마다 다른 음형대를 갖는 것은 성대에서 생산된 소리가 목을 지나고 입을 거쳐 나오는 동안에 발음기관의 모양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주파수 부분이 공조되기 때문이다.

자음의 음향구조는 모음의 음향구조보다 더 복잡하다. 많은 경우 자음은 모음이 시작하거나 또는 그치는 특수한 방식을 나타내보일 뿐이다. 자음의 음향적 특성을 몇가지 살펴보면, 폐쇄음은 음형대 구조가 공백 이후에 갑자기 날카롭게 시작하는 것에 의해, (사진2)에서 처음부분과 끝부분은 폐쇄음 [b]를 나타내며 (사진3)의 오른쪽 위부분은 마찰음 [∫]를 나타낸다. 이런 음향 분석은 성문(voice print) 분석에도 이용돼 범죄 수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2) 파열음[b](사진3)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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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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