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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프트-터털혜성 1백35년만에 지구 방문

올8월 유성우가 펼치는 거대한 '우주쇼' 볼 수 있다

올8월은 유성을 관측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에너지원이랄 수 있는 스위프트-터털 혜성이 1백35년만에 지구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맑은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때로 별똥별이 흘러간다. 순간적으로 밝은 선을 그리면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똥별에 매료돼 입을 벌리고 있다보면 미처 소원을 빌 틈이 없다. 예로부터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여 누구나 한번쯤 빌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밤하늘에 우연히 떨어지는 별똥별, 즉 유성들도 열심히 관측해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유성의 모체, 먼지띠

유성의 정체는 우주공간을 떠돌아다니는 미세한 먼지다. 이 먼지들은 우주공간 상에 균일하게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공전궤도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원을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때문에 지구가 이 먼지띠(meteor stream)와 만나게 되면 다른 때에 비해 집중적으로 유성이 많이 떨어진다.

유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유성들의 비, 즉 유성우라 하고 이 유성우를 관측해 보면 천구상의 어느 지점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퍼지며 떨어지듯 관측되기 때문에 이 지점이 속해있는 별자리의 이름을 따서 페르세우스 유성군, 쌍둥이 유성군 등으로 부른다.

우주공간 상에 흘러다니는 먼지들의 띠는 어떻게 생성된 것일까?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경우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다. 혜성이 태양 근처에 접근했다가 멀어져가면 혜성의 핵으로부터 수많은 미세 입자들이 떨어져 나오고 이 입자들이 혜성의 코마와 꼬리를 형성했다가 결국은 우주 공간을 떠돌아 다니는 먼지가 된다. 이 먼지들은 혜성의 궤도와 유사한 궤도를 형성하면서 태양 주변을 떠돌게 된다.

해마다 일정한 시점에 이 유성들의 띠는 지구와 만나면서 상당량의 먼지를 잃게 되지만, 그 모체가 되는 혜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계속 그 물질이 공급돼 유성우의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반면 유성우의 모혜성이 이미 노쇠한 혜성-때로는 소행성과 같은 상태이다-이라면 먼지의 공급 원천이 없는 셈이므로 점차 유성우 또한 약해지게 된다.

태양을 돌고 있는 이 먼지띠 내에서도 입자들의 분포는 동일하지 않다. 모혜성에 가까울수록 이 먼지들은 더욱 밀집되어 있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모혜성이 지구를 방문하는 전후에 그 해당 유성우 또한 매우 활발해진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와 스위프트-터털 혜성

7월 말에서 8월 중순에 걸쳐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유성우의 대명사로 불리워지는, 1년 중 가장 활발한 유성우다. 한 여름밤에 유성들이 더욱 많이 떨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유성우인 만큼 지금까지 매우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1866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야파렐리는 그해 8월 9일부터 8월 11일 사이의 페르세우스 유성군의 궤도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4년 전에 출현한 대혜성과 그 궤도가 유사함을 발견했다. 이 일은 유성우와 그 근원인 모혜성을 밝힌 첫번째 쾌거였다.

4년 전인 1862년에 나타났던 혜성이 바로 유명한 스위프트-터털혜성(1862Ⅲ라 불려짐)이다. 이 혜성은 1862년 7월 15일 미국의 스위프트가 처음 발견한 혜성으로 발견 당시의 밝기는 7.5등급이었다. 7월 19일 미국의 터털 또한 이 혜성을 독자 발견하여 혜성은 스위프트-터털 혜성으로 명명되었다. 이 혜성은 그 해 8월 23일 근일점을 통과한 이후 8월 말에서 9월초에 걸쳐 밝기 2등급, 코마 크기35’(달의 시직경이 30’이므로 이 혜성의 모습이 얼마나 크게 보였는지 상상할 수 있다), 꼬리 길이가 30도(지평선에서 천정까지의 약 1/3)에 달하는 대혜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이 혜성은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혜성으로 짐작됐고, 1862년 당시의 약 3개월에 걸친 관측 결과를 토대로 이 혜성의 궤도가 구해졌다.

이 혜성은 근일점 때의 태양과의 거리가 0.958AU(1AU = 태양과 지구 간의 거리, 약 1억 5천만 ㎞), 원일점 위치가 48AU(최근 구해진 바로는 26AU 임)로서 명왕성의 평균 궤도 반경의 외측에 위치해 있으며 1백 20년의 주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당시의 관측 정밀도가 매우 낮았고, 1백20년이라는 긴 주기에 비해 3개월이라는 짧은 관측 기간은 혜성 궤도 계산에 많은 오차를 내포하고 있는 원인이 되었다. 이 계산에 따라 스위프트-터털 혜성은 1862년부터 약 1백20년 후인 1981년 1월 다시 지구를 방문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림) 스위프트-터털 혜성의 궤도


한 아마추어 천문가에 의한 역사적인 재발견

그로부터 1백 20년 후. 1981년을 전후하여 전 세계의 수많은 천문학자들과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이 스위프트-터털 혜성의 재발견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온 하늘을 탐색했다. 이 혜성의 발견은 주기 1백20년의 혜성-핼리 혜성은 불과 76년임-을 재발견한다는 의미에서, 또 예측된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혜성임을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이 혜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혜성이 행방불명된 잃어버린 혜성으로 간주되면서 페르세우스 모혜성임을 확인하는 작업 또한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포기해버린 이 혜성에 새로운 관심이 집중된 것은 1991년 8월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관측 결과가 알려지고 난 후였다. 일반적인 경우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극대 시에 시간당 약 60개의 유성우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1년 8월의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시간당 4백개를 초월하는 대활황세를 보였다. 1980년에 접어든 이후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활동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으나 91년의 경우는 상식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는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혜성이 지구에 근접하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것으로 간주되었고, 사람들은 다시 스위프트-터털 혜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즈음 스미소니언 천문대의 머스덴 박사는 과거에 나타난 혜성의 궤도를 조사하던 중 1737년에 나타났던 혜성(1737Ⅱ)이 1862년에 나타났던 스위프트-터털 혜성(1862Ⅲ)과 같은 혜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다시 궤도를 추정한 결과 1992년 11월 하순에 스위프트-터털 혜성이 다시 태양에 접근할 것이라는 예측이 도출됐다.

91년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예상밖의 활황세에 고무받은 천문가들은 새로이 예측된 혜성의 궤도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혜성 탐색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혜성은 행방불명으로, 발견될 가망성은 보이지 않았다. 혜성 탐색에 지쳐가던 천문가들에게 92년의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동향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92년 페르세우스 유성우 극대기는 달이 밝은 때였으므로 관측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전파관측 등을 통한 간접 추정치는 91년에 못지 않은 활황세였음을 보여주었다. 모혜성의 접근이 임박했음을 유성우의 관측이 알려주고 있었다.

마침내 92년 9월 27일 3시 10분! 실로 1백30년 만에 돌아온 스위프트-터털 혜성이 일본의 한 아마추어 천문가에 의해 발견되었다.
 

1990년 일본에서 관측된 유성흔의 모습


6인치 쌍안경으로 발견

일본의 아마추어 천문가 기우치는 92년 9월 27일 3시경 신혜성 탐색 도중 큰 곰자리에서 동쪽으로 이동중인 작은 신혜성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 혜성의 밝기는 11.5등급, 시직경 4분의 1의 퍼진 확산상을 하고 있었다. 혜성을 발견한 장비는 25×150 쌍안경(배율 25배, 구경 1백50㎜ 대형쌍안경)이었다.

이 혜성의 발견 사실이 전 세계로 알려지고 다수의 사람들이 확인 관측을 한 결과, 이 혜성은 과거 1862년에 출현했던 스위프트-터털 혜성과 동일한 혜성임이 확인됐다. 이 혜성은 올해 20번째 발견된 혜성으로 혜성의 반부호는 1992t로 명명되어졌다. 기우치씨는 이미 이전에도 두개의 신혜성을 발견한 적이 있는 베테랑 아마추어다.

스위프트-터털 혜성은 머스덴 박사의 추정치보다 약 보름 늦은 12월 12일 근일점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혜성의 주기는 약 1백 35년으로 다음 회귀는 2127년 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혜성이 발견된 후 약 10일 후인 10월 초순에 국내 아마추어들에게도 이 소식이 알려졌다. 그동안 이 혜성의 발견 소식을 고대하던 아마추어들을 매우 들뜨게 한 소식이기는 하였으나 발견 당시의 밝기가 예상보다 어둡다는 것이 화려한 혜성의 모습을 고대하던 아마추어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예상대로 이 혜성은 1862년 때처럼 꼬리 길이 30도나 되는 장관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는 혜성의 근일점 통과 시기를 전후하여 지구와 혜성 간의 위치 관계가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근일점 통과일인 12월 중순을 지나면 이 혜성의 위치는 태양을 사이에 두고 지구의 정반대편에 위치한다. 1862년에는 근일점 통과일 직후에 지구와 같은 방향에 위치하였다.

화려한 대혜성이 되지는 못했으나 지난해의 어떤 혜성보다도 밝고 큰 혜성이었던 만큼 많은 아마추어들이 열정적으로 관측했다. 10월 하순, 국내 아마추어들 간의 본격적인 관측이 이루어지면서 혜성이 예상보다 밝은 6등급에 달한다는 관측보고가 전해졌고, 이에 따라 혜성 관측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새로이 계산된 가장 밝은 시기의 혜성 밝기는 5등급! 이는 혜성 발견 초기의 예측이었던 8등급에 비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었다.

11월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는 혜성 관측으로 분주했던 시기였다. 11월 한 달동안 스위프트-터털 혜성은 서쪽 하늘에서 해가 진 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는 천문박명시각 무렵 혜성의 고도는 약 30도, 다른 혜성에 비해 매우 높아 관측에 유리했다. 혜성의 밝기는 5등급이었으나 맨눈으로 확인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이 무렵에는 불과 60㎜ 정도의 소형 망원경으로도 쉽게 혜성의 코마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고, 또 꼬리의 모습도 흐릿하나마 볼 수 있었다. 11월 초에는 하늘에 달이 떠 있음에도 서울 지역에서 주변의 밝은 불빛만 피하면 망원경으로 관측가능하다고 알려졌다.

11월 중순은 혜성 관측의 피크를 이룬 때였다. 일반인들이 많이 갖고 있는 7×50 쌍안경으로도 약 4도에 달하는 혜성의 꼬리가 관측됐다. 즉 쌍안경으로 보았을 때 시야의 반 정도를 혜성이 가로지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4인치나 6인치 망원경에서는 10분 정도의 시직경을 가진 푸르스름한 코마와 중심부에 밝은 성상처럼 보이는 응축된 핵의 존재가 확인됐고 푸른 이온 꼬리가 길게 뻗어있음이 혜성의 모습을 돋보이게 했다.

혜성은 5등급대의 밝기를 유지하며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지만 박명시의 혜성 고도는 별반 낮아지지 않아 계속적인 관측이 가능했다. 이 혜성 관측의 마지막 시기는 12월 중순이었다. 혜성의 근일점 통과일인 12월 12일은 초저녁 무렵에 달의 영향에서 벗어나 관측할 수 있는 때로 많은 아마추어들이 망원경을 겨누었다. 이 무렵의 박명시 고도는 약 15도 정도로 많이 낮아지기는 하였으나 혜성이 밝아 관측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12월 말부터 스위프트-터털 혜성은 어두워지고 고도도 낮아져 점차 태양의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앞으로 1백 35년 후에야 우리는 다시 이 혜성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1978년 8월 13일 중국 서부지방에서 관측된 대유성. 전형적인 페르세우스 유성의 일종이다.


올해의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이 혜성이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혜성이 되는 이유는 이 혜성의 강교점이 태양에서 1.05AU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혜성의 강교점이란 혜성이 지구궤도면(황도면)을 위에서 아래로 가로지르는 위치이다. 즉 지구가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먼지띠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8월 12일 무렵, 지구와의 거리는 0.05AU에 불과하다. 때문에 무수한 먼지 입자들이 지구로 끌려올 수밖에 없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모혜성의 근일점 통과를 전후하여 유성우가 활발해진다. 그 중에서도 근일점 통과 후, 혜성의 먼지꼬리가 뻗게되는 혜성의 뒤쪽편은 더욱 활발하다. 근일점 통과 전인 91년과 92년의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예기치 않은 대활황을 보였으므로 올해 93년의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더욱 활발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관측 조건은 어떠한가? 93년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극대일인 8월 12일은 미약한 그믐달이 동쪽에 위치해 있으나 전혀 관측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최고의 관측조건이다.

좀더 상세한 사항을 들여다 보자. 91년과 92년의 유성우 관측 데이터와 스위프트-터털의 궤도에서 구해지는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극대 시각은 11.95일(세계시)로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12일 08시 경이다. 이 무렵의 박명시각은 약 04시 정도이므로 극대시 보다 약 4시간 이전의 유성우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물론 가장 관측에 유리한 지역은 동경 70º지역으로 중동 지역이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매우 호조건이다.

93년 8월 12일 새벽, 날이 맑기를 기다리면서 우리 모두 하늘을 바라보자. 생애 처음 보게 되는 대 유성우를 맞이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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