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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우주여행을 하거나 미래의 우주식민지에서 생활할 경우,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1902년 미국의 라이트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 1백년도 채 안된 지금 제트여객기와 초음속기가 지구상의 도시를 종횡으로 연결, 지구전체를 1일생활권으로 만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인구의 폭발적 팽창과 그에 따르는 식량자원의 고갈 및 산업화에 수반된 환경오염 등에 의해 최악의 상태에 이른 지구로부터의 탈출을 목적으로 우주개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들은 우주개발의 궁극적 목표를 우주식민지의 건설에 두고 있는데 인류를 비롯한 생물의 생활권을 지구로부터 태양계로 확장시키려는 꿈이 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의 건설로 구체화돼 가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보통의 우주선과는 달리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고, 적재가능한 인원과 장비 그리고 체류시간의 제약도 별로 받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비행사만 교대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우주공간에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인간을 위시한 생물들이 무중력(중력이 지구보다 훨씬 작은) 상태에서 장기간 생활해도 아무런 이상이 초래되지 않을 때 비로소 성립되는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우주식민지의 건설에 앞서서 해결해야 할 우주생물학적 문제점들에 대한 연구가 적지않게 수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와 앞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최근에 우주에서 달걀과 개구리알의 부화실험을 했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 사진은 엔데버호 내부.


인간과 무중력
 

개구리 알. 다른 대부분의 양서류와 마찬가지로 알의 한쪽은 검게 다른 쪽은 밝게 착색돼 있다(왼쪽). 그러나 무중력 상태에서는 수정 후 몇분 내에 검은 색으로 착색된다(오른쪽).


일찍이 1950년대 말에 이미 인간이 과연 우주의 무중력상태를 이겨낼 수 있을지의 여부를 가려보려는 과감한 최초의 시도가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와 2호의 선도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은 초기의 궤도비행들은 한결같이 거의 모든 생물들이 단기간의 우주비행은 감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장기간에 걸친 우주여행이나 우주식민지에서 생활할 경우를 대비, 동물의 배(태아)가 무중력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발생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우주여행의 기간이 점차 장기화됨에 따라 무중력 환경에서 생물의 진화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보려는 실험까지 계획되고 있다.

우주생물학자들이 우주에서 동물의 발생에 대해 연구하는 좀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목적 내지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세포 생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낱낱의 세포에서 조절과 적응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실험에 따르면 비교적 단기간의 우주비행에서 대다수 종의 배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에 배(胚)가 자라는 정도는 그 생물의 고유한 성장률에 따라 달라질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서 가장 신속하게 발생하는 종류인 곤충의 배는 수정후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에 유충기를 지나 성충기까지 자랐다. 이보다 늦게 발생하는 동물의 배는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에 완전히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지상에 있을때와 비슷한 발생양상을 보였다. 예컨대 우주선에 승선하기 직전에 수정된 개구리 알은 정상적으로 부화해 올챙이 시기까지 무난하게 성장했다. 또 임신한 쥐는 우주선에서 출산했으며 이 우주가 고향인 쥐는 정상 새끼로 자랐다.

둘째 동물들은 과연 우주에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발생을 거듭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발생생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밝혀보려는 실험은 이같은 다세대에 걸친 발생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어떤 생물이 무중력 상태에서 전 생애를 마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내는 일은 우주발생생물학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다세대에 걸친 발생이 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되면 우주에서의 생물의 진화와 우주식민지 건설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간단한 식물을 이용한 다세대 발생의 가능성을 밝히는 일은 거의 완결단계에 들어갔지만 동물에 대한 시도는 여러가지 제약에 얽매어 아직 준비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우주방사선의 영향으로 날개가 갈라진 풍뎅이


근육과 골격이 줄어든다

세번째 과제는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근육과 골격의 변화를 어떻게 억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척추동물의 근육골격계는 약 4억년 전에 해양에 서식하던 동물들이 육상으로 올라온 이래 중력의 부하를 견디면서 진화한 것이다. 따라서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근육과 골격은 엄청난 변화를 나타낸다. 비록 아직은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중력의 필요성에 대해 철저히 연구돼 있지 않으나 정상적인 배의 발생과 태아 정상 크기의 근육과 정상 세기의 골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1G의 중력부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우주여행을 할 경우 많은 근육에서 연축근섬유의 비율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무중력상태는 뼈를 생산하는 조골세포와 조골세포를 둘러싸는 기질세포의 발달을 저해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이러한 조직에 있는 개개의 세포가 환경의 변화를 읽고 무중력 때문에 부하가 줄어들었음을 인식, 그에 대한 반응으로 위축되는 것인가 아니면 무중력 상태에서는 일을 덜하기 때문에 근육골격계의 물질대사율이 바뀌게 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뇌로부터 방출된 호르몬이 골격과 근육이 덜 필요하다는 지시를 내리기 때문에 근육과 골격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인가 하는 의문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무중력 상태에서 근육과 골격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 좀더 장기간에 걸친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주식민지를 개발하는 일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육골격계의 발생을 포함해 척추동물 배의 정상적인 발생은 거의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불구 기형 그리고 극심한 신체적 장애가 양서류같은 하등 척추동물에서는 물론이고 사람같은 고등 척추동물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을 포함해 척추동물의 근육골격계가 장기간의 무중력에 대해서 적응한 연후에 지구로 귀환했을 때 입게 되는 영향을 밝히는 일이다. 과연 지구상의 1G의 중력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근육골격계에 손상이 영구히 남을 것인가. 이러한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에 탑승하고 있는 척추동물을 수용할만한 거대한 원심기를 설치하거나 우주선 전체를 원심기에 거는 설비가 필요하다. 우주선을 이렇게 개량하려면 엄청난 경비가 드는 기기를 설계하고 건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주에 영구적인 식민지를 건설하려면 이러한 원심기는 필요불가결한 성분이 될 것이다.

진화는 어떻게 이뤄질까?

네번째 과제는 무중력에 대해 단기간에 적응하는 생리 및 행동의 변화를 다루는 문제다. 즉 동물의 행동양태를 살핌으로써 무중력에 적응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비록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이(예컨대 해파리에서 곤충 개구리 개 사람에 이르기까지) 우주여행선에 동승했지만 기술적 제약때문에 행동양태에 대한 정교한 연구는 수행할 수 없었다.

우주에서의 단기적응은 일반적으로 전정기와 시각계와 같은 감각기관에 의해 조정을 받는다. 이러한 고도로 특수화된 '정보수용기'들은 외부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신경계를 이용, 적절한 명령을 근육이나 생식선 또는 그밖의 기관에 전달한다. 이러한 결과로 생리적 과정이나 행동양태가 조절을 받게 되는 것이 단기적 적응의 요체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에 대한 적응의 정성적 및 정량적 양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무중력에 대해서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우주에서 시행될 실험의 주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다섯째 과제는 무중력 상태에 장기간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생물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진화의 유형에 관한 문제다. 주로 행동상의 변화가 수반되는 단기적 적응과는 대조적으로 우주에서의 장기적 적응은 유전적 변화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우주에서 수행하게 될 진화에 대한 연구의 결과를 예측하기란 극히 어렵다. 무중력 환경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이며 무중력에 의해서 파생될 결과는 엄청난 것이며 이러한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대한 선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활용에 역점을 둬

진화란 생물들이 좀더 특수화된 서식지에서 적응해 나가는 가운데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진화론자들의 일반적인 예상은 생물들이 보이게 될 변화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우주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생물의 구조상 특성이 결코 갑작스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고 발생과정의 끝에 이르렀을 때 새로운 기능과 구조가 첨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전에 존재해온 생물권의 환경에 적응해온 오늘날의 생물들은 어느정도 환경의 역사를 반증하고 있다. 예컨대 오늘날 땅위에 서식하는 척추동물의 대부분은 그들의 조상이 수중생활을 했음을 반영하는 진화의 잔재인 퇴화된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무중력 상태에서 진화를 하면 현재에 비해서 좀더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갖는 새로운 배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섯째 과제는 우주식민지를 지탱할 수 있는 생태계의 최소 구성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여기서는 궤도로 쏘아올린 우주정거장에 인공적인 중력장을 발생시키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것은 사람을 포함하는 고등동물이 장기간에 걸쳐 생식하고 생장하는 등의 우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우주정거장에서 필요한 산소 물 식량 및 배설물 처리에 관한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재공급보다는 재활용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왕복선을 통해서 필요한 물자를 재공급하려면 막대한 경비가 소요될 것이므로 재활용방안이 적절한 전략으로 제안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러시아는 조절된 생태학적 생명 유지체계(CELSS) 계획을 수립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주비행사들이 몇년간 우주에 머물 수 있도록 식물생산장치를 마련, 식량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배설물을 처리해 재활용하는 기술의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옛소련 유럽의 과학자들은 동물과 식물이 단기간의 우주여행을 감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생물이 긴 우주여행이나 우주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앞으로 우주생물학의 여러가지 과제들이 해결되는 날 "금지되지 않은 일은 꼭 일어나고 만다"는 미국의 입자 물리학자 겔만의 말대로 인류의 우주식민지 시대는 개막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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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강만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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