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가가린이 인류의 첫 우주비행사가 되기 훨씬 전부터 동물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를 누볐다.
몇 년 전 옛소련의 우주과학교수를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초청한 적이 있었다.
세미나가 끝난 후 필자는 그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한참 식사를 하던중 옛소련 교수는 자기가 한국방문 준비를 하면서 딸에게 곧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더니 딸이 "지난 번 88서울올림픽 때 TV로 보았더니 한국 사람들은 영양탕(개고기?)을 잘 먹는다고 하는데, 아빠는 한국에 가면 영양탕을 먹지 말라"고 말했단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좀 난처해졌다. 궁리 끝에 돌아가면 딸에게 다음과 같이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에 가보니 지난 번 서울올림픽때 외국사람들이 한국의 영양탕을 모두 먹어치워서 나는 구경도 못했다"라고···.
사실 옛소련 사람들은 영양탕을 좋아하지 않지만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옛소련에서 개들은 항상 의료연구용 실험동물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우주개발의 준비과정에서도 개를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했다.
1951년부터 1960년 6월 15일까지 10년동안 옛소련이 과학관측로켓에 실어 발사한 동물은 주로 개와 토끼였는데 모두 24회에 걸쳐 34마리의 개와 2마리의 토끼가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옛소련은 이러한 실험을 통해 얻은 자료를 이용해 장차 동물이 탑승할 인공위성의 개발에 몰두했다.
「라이카」의 희생으로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한달 뒤인 11월 3일에는 라이카(Laika)라는 우주 개를 탑승시킨 스푸트니크 2호의 발사를 성공시켰다. 이 사건은 미국의 첫 인공위성 발사를 서두르고 있던 미국민과 과학자들, 그리고 서방세계 각국의 국민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아직 첫 인공위성도 발사하지 못했는데, 소련에서는 벌써 개가 탑승한 무게 5백㎏짜리 인공위성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서 발사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인공위성의 무게는 겨우 4.8㎏ 짜리였다.
우주개의 조건
세계 각국은 러시아에서 개가 탑승한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957년 11월 5일자 독일의 '디 벨트'지는 사설에서 "우리의 머리 위를 돌고있는 위성에 탑승한 개는 장래에 이뤄질 인간의 우주여행의 선구자이고 지구의 생물이 우주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소련의 로켓 설계책임자인 코롤로프는 인공위성에 어떤 동물을 실을까 무척 고민했다. 관계자들은 벌레(지렁이) 파리 도마뱀 쥐 토끼 개 중에서 최종적으로 개를 선택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개를 선택할 것인가를 검토했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첫째 조건은 개의 무게가 6.7㎏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로켓의 성능 때문에 이 정도 무게의 개를 탑승시키는 것만이 가능했다. 두번째와 세번째 조건은 개의 털 색깔이 흰색인 암캐라는 것이었다. 털색깔은 비행중 무중력상태 속에서의 표정과 움직임을 살피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흰색을 선택했으며, 암놈을 선택한 이유는 우주비행후 번식에 대한 영향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동물학자들에 의한 선발은 지극히 까다로웠다. 털의 색깔 길이 키 무게 등을 측정, 9마리의 개를 선발했다. 그리고 각각 별명을 지어 주었다. 스푸트니크 2호에 탄 라이카(Laika)를 비롯해 스트렐카(Strelka) 벨카(Belka) 리시치카(Lisichka) 등 9마리가 선발되고 정기적으로 진찰해 건강상태를 계속 조사했다.
최초의 우주개인 라이카는 직경 1.7m, 길이 2.2m의 산소가 들어 있는 원통에 앉아서 우주로 발사됐다. 발사당시 개의 무게는 5㎏이었다. 지구궤도에 진입한 최초의 생물인 라이카는 우주공간 속에서 1백4분마다 지구를 선회하며 호흡률, 심장의 고동 및 생리적인 반응에 대한 자료를 1주일 정도 계속해서 보냈다. 그 이후에는 자동장치를 통해 약물을 주사함으로써 영원히 잠들게 했다. 스푸트니크 2호는 라이카를 실은 채 1958년 4월 14일 지구대기권에 재돌입하면서 타버렸다.
1960년 8월 19일에는 스트렐카, 벨카 등 두마리 개와 쥐 42마리를 탑승시킨 무게 1.4t짜리 스푸트니크 5호를 발사, 지구를 18회 전한 후 무사히 귀환시켰다. 우주비행 후 벨카는 6마리의 건강한 강아지를 낳았다. 이렇듯 옛소련은 인간의 우주비행을 대비한 동물의 우주비행을 착실히 진행시켜 나갔다.
그리고 1961년 3월 9일에는 스푸트니크 9호가 우주개 체르누시카(Chernushka)와 기타 생물체를 싣고 발사돼 지구를 비행한 후 예정된 지점에 착륙했다. 계속해서 1961년 3월 25일에는 스푸트니크 10호가 즈베즈도치카(Zvezdochka)를 태우고 지구를 10회전한 후 무사히 귀환했다. 이러한 우주개의 우주비행을 통해 인간이 우주비행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량해 인간이 탑승할 수 있는 우주선 보스토크(Vostok)를 제작할 수 있었다.
마침내 1961년 4월 12일, 세계 최초의 유인우주선인 보스토크 1호가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을 태우고 1시간 48분 동안 성공적으로 우주비행을 해냈다. 이러한 공로의 한부분은 초기의 우주개발에 참여해 희생된 옛소련의 많은 개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원숭이「샘」의 비행
미국에서는 우주실험용으로 개를 사용하는 것보다 아마도 우주개발을 포기하는 편이 더 쉬운 일일 것이다. 미국인들은 추운 밤에 개를 집밖으로 내보내려 하지 않는데, 늘 추운 우주로 개를 보낼 수는 절대로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람과 생리적인 면에서 여러가지로 비슷한 원숭이 침팬지 등이 주로 사용됐다.
1951년 9월 20일 미국 서남부의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홀로맨(Holloman) 공군기지의 로켓발사장에서는 원숭이를 태운 에어로비(Aerobee) 과학관측로켓의 발사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발사대의 중앙에 놓인 에어로비로켓에 연료와 산화제의 주입을 끝내고 드디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9, 8, 7, 6, 5 , 4 , 3 , 2 , 1, 0
화염을 뿜으며 상승하던 로켓은 잠시 후 추력보강용 로켓을 분리시킨 후 계속 상승해 70.8㎞까지 올라간 후 낙하산을 펴고 무사히 착륙했다. 과학자들이 착륙지점으로 달려가 보니 원숭이는 살아 있었다. 이 날이 미국 최초로 동물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한 날이었다.
1952년 5월 21일에는 2마리의 쥐를 실은 에어로비로켓을 발사해 최고점까지 상승시킨 후 낙하했다. 그 2분동안 생기는 무중력상태 속에서 쥐들의 활동을 촬영, 무중력 상태속에서의 동물들의 활동을 연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동물의 우주비행은 1959년 12월 4일 원숭이 샘이 머큐리우주선을 타고 11분 6초 동안 비행한 것이다. 1961년 1월 31일에는 침팬지 햄(Ham)이 16분 36초동안 비행했다. 굳이 침팬지를 우주비행 시킨 이유는 침팬지가 생리학적으로 사람과 흡사할 뿐만 아니라 각종 실험에 참가하기 위한 훈련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자극에 대한 침팬지의 반응속도는 7/10초로, 5/10초인 사람과 매우 가깝다. 햄은 우주비행중 6분 40초 동안의 무중력 상태가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햄을 대상으로 각종 실험을 실시했으며, 비행중의 맥박 호흡 체온 등을 기록해 분석했다.
1961년 11월 29일에는 침팬지 에노스(Enos)가 미국 최초로 3시간 21분동안 지구궤도를 2회전하고 지구로 귀환하는데 성공해 존 글렌의 지구궤도 우주비행에 자신감을 주었다.
에노스가 지구궤도 비행에 성공한 다음날, 미국의 한 신문은 재미있는 만화를 실어 에노스의 우주비행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침팬지 에노스가 우주선에서 걸어 나오면서 마중나온 친구 침팬지에게 하는 말이 "우리가 소련 사람들 보다는 조금 뒤졌지만 미국 사람들 보다는 조금 앞섰군!" 하는 내용이었다. 그 뜻은 침팬지 에노스의 우주비행은 옛소련 가가린의 우주비행(1961년 4월 12일)보다는 7개월 늦지만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글렌의 우주비행(1962년 2월 20일)보다는 세달 앞선다는 유머스런 내용이다.
1985년 옛소련은 원숭이 2마리를 코스모스 1667호에 실어 발사한 뒤 우주에서 각종 실험을 실시했다. 우주개발 초기에 옛소련에서 개를 주로 사용한 것은 원숭이나 침팬지가 우주실험에 더 좋은 줄 알고 있었지만(사람과 비슷하니까?) 사실 추운 소련 땅에서 원숭이를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985년에 이어 1987년에도 코스모스 1887호에 2마리의 원숭이를 실어 우주실험을 했다.
1961년까지 미국과 옛소련의 동물 우주비행실험은 사람들의 본격적인 우주비행에 앞서서 각종 문제점 등을 알아보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옛소련에서 사람을 태운 우주선의 우주비행이 성공한 뒤부터는 동물들의 우주실험 목적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즉 우주에서 사람들이 장기간 체류할 때 생기는 갖가지 영향들을 연구, 우주정거장의 건설과 장거리 우주비행에 대비하려고 한 것이다.
우주환경의 특징중 가장 큰 것은 중력이 없는 것과 외계에서 강력한 방사선이 계속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구를 돌고있는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 속에서 중력이 없는, 즉 무중력상태가 형성되는 이유는 지구중심에서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을 잡아당기는 힘과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이 지구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는 힘이 서로 같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주로 나가면 무조건 무중력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중력상태가 우주인에게 미치는 영향중 심각한 것은 우주멀미다.
우주멀미의 증상은 차멀미나 배멀미와 비슷한데 토할 것 같은 상태에서 어찔어찔하고 식은 땀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주멀미는 무중력상태에 들어가서 최초 24시간 이내에 시작돼 2일 정도 계속되는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무중력상태에 대한 생리적인 연구가 선진국에서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이곳에서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산업분야가 탄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
21세기에는 우주공장에서 생산된 고성능 반도체 등 각종 상품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러시아는 지구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을 우주실험실이나 우주공장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주공간은 진동과 소음 습기가 없는 진공상태이고 우주정거장은 무중력상태이기 때문에 우주정거장은 지상에서 만들 수 없는 특수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수환경을 이용한 과학연구의 분야로는 식물의 성장, 동물의 성장 및 번식, 신약 및 신소재의 연구개발 등 다양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2000년까지 우주에서의 의약품 개발에 3백억달러, 반도체 소재연구에 31억달러, 고순도 광학유리 개발에 1백15억달러 등 모두 7백억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는 이미 우주정거장 미르에 수정생산공장을 세워 그곳에서 생산된 수정을 판매중이다. 우주 환경을 이용한 우주산업은 21세기에 본격적인 중추산업이 될 것이므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