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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열경화성 수지는 원료를 사용할 때보다 재활용하면 92~98%의 에너지가 절약된다. 그래서 재생 플라스틱은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보다 가격이 33~55%나 저렴해진다.

1967년 로렌스 터먼 프로덕션이 제작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에는 초반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1류 대학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더스틴 호프만에게 한 친척이 아주 진지하게 장래에 관한 조언을 한다.

"네게 정말 이 한마디만 하고 싶다. 플라스틱! 플라스틱의 전망이 아주 좋다."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 미국의 플라스틱 총 판매량은 연간 약 5백만t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3천만t에 육박하고 있으니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을 내다본 그의 사업적 식견을 높이 살 만하다. 더스틴 호프만이 그때 충고를 받아들여 플라스틱 산업에 뛰어 들었다면 지금쯤 큰 회사 사장이 됐을 것이다.

1939년 2차대전 와중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불과 50년만에 우리의 생활 곳곳에 만연(?)돼 있다. 인간은 플라스틱류에 완전히 포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지 포장재 음료수병 식기 장난감 가전제품 자동차부품 등 플라스틱이라고 통칭되는 이 고분자 화합물들이 우리 주변에 무수히 포진하고 있다. 얼마 후면 플라스틱으로 된 인공심장을 몸 속에 집어 넣고도 씩씩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생겨날 지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 플라스틱도 일단 쓸모를 잃게 되면 문제를 일으킨다. 가볍고 질기고 값싸며 녹슬지 않고 변색되지도 않는 엄청난 강점을 가진 플라스틱이 버려지는 그 순간부터 큰 골칫거리로 변하게 된다. 땅속에 파묻어도 썩어 없어지지 않고, 태우면 유독물질이 나오니 없애 버릴 좋은 방법이 없는 것이다.

쓰레기중 플라스틱이 20%

어떤 사람들은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쓰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생물이나 빛에 의해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이미 실용화됐고, 더 좋은 분해성 플라스틱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염려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면밀하게 검토해 보면 분해되는 플라스틱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한가지 이유는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의 범퍼가 엿가락처럼 녹아내리거나, 바지의 플라스틱 단추가 녹아서 흘러내리거나, 창고에 재고로 쌓아둔 콜라병에 구멍이 생겨 콜라가 줄줄 새기 시작한다면 정말 난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겨날 수 있는 유해한 물질에 대한 우려를 접어두고라도,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데는 또 다른 중요한 맹점이 있다.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결국 햇빛에 오래 노출되거나 오랫동안 습기가 있는 곳에 둘 경우에만 분해가 시작돼야 하는데, 현재의 매립 방식에서는 이러한 분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의 위생 매립방법은 침출수나 가스 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피해나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최근의 위생 매립장은 가능하면 쓰레기가 빨리 분해되지 않게 공기와 습기를 차단하도록 고안돼 있다. 10년 이상 지난 매립장이라도 파보면 분해돼 없어졌어야 할 당근이나 신문지가 썩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나올 정도이니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 해도 땅 속에서 감쪽같이 없어져 버리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체 쓰레기 부피의 약 20%를 차지한다. 따라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은 쓰레기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선진 각국은 정부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에 큰 비중을 두고 정책적으로 재생 산업을 적극 육성함과 동시에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체제는 크게 수집 분류 재생 재생품판매 등 4단계로 나누어지는데, 각 단계마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쓰고 버린 플라스틱 제품을 매립장으로 가져가기 전에 다시 거두어 들여야만 한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집집마다 쓰레기를 신문 깡통 유리병 플라스틱으로 분리해 길가에 내놓으면 수집차가 돌아다니면서 수거하는 방식을 법제화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플라스틱의 재활용에 참여시켜 95년까지 플라스틱 용기의 25%를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수집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세척과정을 거친 후 밀도 둥의 물리적 특성에 의해 재질별로 분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라스틱 재질 표시제를 곧 시행할 예정으로 있는데, 이 방법은 플라스틱 용기에 재질을 7가지로 표시함으로써 수집 후 분류하기 쉽도록 해준다. 같은 재질별로 모아진 플라스틱을 녹인 후 첨가제를 넣고 사출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독일에서는 여러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을 함께 분쇄한 후 공기로 폴리스티렌과 PVC를 제거하고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생된 플라스틱 제품 속에는 각종 불순물이 함유될 수 있으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제품에만은 재생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재생 플라스틱은 원재료를 사용한 것 보다 아무래도 물성이 약간 떨어지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영구히 재생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재생품은 쉽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의 생명을 엄청나게 연장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플라스틱의 재생은 특히 에너지 절약의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다. 대부분의 열경화성 수지는 원료를 사용할 때 보다 재활용하면 92~98%의 에너지가 절약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재생 플라스틱은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보다 33~55%나 가격이 저렴한 장점을 갖게 된다.

재생된 플라스틱으로 배수관을 만들고, 울타리를 치고, 건물의 내장재나 단열재를 만들고, 표지판과 의자도 만들고, 장난감이나 스키도 만드는 시대. 주변을 둘러보면 세제병도 가구도 TV도 공구함도 그 누군가의 귀중한 손을 거쳐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는 그런 뿌듯한 시대를 꿈꾸고 있으면 마냥 행복하다. 그 꿈을 우리의 힘으로 꼭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므로 그 행복 속에는 조그만 허무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
 

쓰고 난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거두어 들여야 재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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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성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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