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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복잡해져 가는 도로교통의 혼잡을 덜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제어하는 지능형 교통관제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교통문제의 해결이 단지 도로건설이나 교차로정비의 수준을 뛰어넘어 첨단전자장비를 동원한 교통운영의 과학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오늘날 대도시 교통문제의 심각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직면하고 있다. 차량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도로시설의 확충은 이미 개발된 시가지에서 거의 불가능하므로, 도로율을 높여 교통문제를 해결 한다는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시교통의 혼잡을 완화시키기 위한 차선책으로 등장한 방안이 교통관제시스템이다. 완성된 형태의 종합도시교통관제시스템은 교통신호제어시스템, 도시고속도로관제시스템, 그리고 교통정보안내시스템 등으로 이루어진다. 종합교통관제시스템의 목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교통상황에 적합한 신호시간을 제공하고 운전자에게 도로의 교통상황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교통량을 적절히 분산하는 효과를 얻어 궁극적으로는 교통혼잡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교통공학과 전자공학의 합작품으로 선진 외국에서는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시작단계에 있다.

이 글에서는 도로교통관제시스템의 구성 요소 중 이미 우리나라에서 활용중인 신호제어시스템의 일반사항들을 설명하고 연구개발이 진행중인 새로운 시스템의 기능을 소개하려 한다. 그리고 고속도로관제시스템과 교통정보안내시스템의 연구개발에 대한 세계적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21세기 교통관제시스템을 독자들과 함께 상상해보고자 한다.
 

CCTV 영상으로 주요 지역의 혼잡도를 파악한다.


기본은 교통신호제어

종합교통관제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교통신호시스템이다. 전자화된 신호기는 1980년대 초반에 서울에 처음 설치된 이후로 오늘날 부산 대구 인천 등의 대도시에 확산돼 교통류를 제어하고 있다. 전자식신호시스템은 도로상의 교통정보를 계측하기 위한 검지기, 신호등을 구동하기 위한 지역제어기, 지역제어기와 중앙관제센터의 컴퓨터간 정보전송을 위한 통신장비, 그리고 지역제어기를 통제하는 중앙컴퓨터 등으로 구성된다.

검지기는 도로현장에 설치돼 교통량이나 차량의 속도 등의 정보를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검지기는 루프코일(loop coil)이다. 루프코일은 보통 가로 1.8m 세로 1.8m의 사각형 모양으로 아스팔트 표면을 전기톱으로 흠을 내어 코일을 삽입하고 그 위에 에폭시를 주입해 밀봉한 것으로 도로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코일에 전류를 통하면 코일주변에 자장이 형성돼 도체인 차량이 그 위를 통과하면 인덕턴스가 변하게 된다.

이러한 인덕턴스의 변화를 계측해 차량의 존재여부를 인지하며, 이를 토대로 교통량을 관측하며 속도를 추정해낸다. 루프검지기는 가격이 저렴하며 신뢰성이 뛰어나 널리 사용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마이크로웨이브나 초음파를 이용한 검지기가 개발돼 일부 활용중이다.

검지기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있다.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Closed Circuit TV)의 화면을 이미지프로세싱(image processing)의 기법을 응용해 교통정보를 추출하는 화상검지기가 바로 그것이다. 화상검지기는 야간시간이나 우천시에는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직 실용화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역제어기는 교차로 주변에 설치된 금속 캐비닛 모양의 장치다. 여러개의 검지기로부터 관측된 교통정보를 중앙컴퓨터로 전송하며, 역으로 중앙컴퓨터에서 지시한 신호시간 계획에 따라 신호등을 점등 또는 소등하는 기능을 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전자식제어기는 중앙연산부, 메모리, 제어 및 표시판, 입출력인터페이스, 그리고 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활용중인 지역제어기는 단순히 중앙컴퓨터가 명령한 신호시간에 따라 작동할 뿐이며 자체로 신호시간을 계산하는 능력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검지기에서 측정한 교통정보를 활용하여 현장 교통 상황에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지능형 제어기를 개발 중이다.

지역제어기와 중앙컴퓨터간의 정보를 상호교환하기 위해 통신장비가 필요하다. 통신 선로로는 전화선과 같은 공공통신망을 임대하여 사용하기도 하며, 동축케이블이나 광케이블과 같은 전용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전화선을 임대하여 사용중이다. 중앙교통관제센터에 위치한 중앙컴퓨터는 지역제어기로부터 전송받은 교통자료를 처리해 신호시간계획을 계산하며, 교통량과 속도자료로 도로의 혼잡상태를 계산해 상황판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대도시에 현재 운영중인 신호시스템들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볼 때는 그간 발달돼온 전자기술을 수용했기 때문에 별 손색이 없으나, 신호제어이론 측면에서 볼 때 1970년대 초반에 개발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어 상당히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교차로간의 간격이 조밀한 도시지역에서는 연속된 교차로들에 차량들이 정지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연동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여러 교차로를 하나로 묶어 그룹으로 제어한다. 기존 신호시스템은 각각의 그룹에 대하여 다양한 교통상황에 따라 15개의 신호시간패턴을 준비해 놓고 검지기에서 관측된 현시간의 교통정보에 따라 최적의 신호시간패턴을 선택해 실시한다. 매 15분 간격으로 신호시간을 재평가해 새로운 신호패턴의 실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호제어방식은 신호시간이 현장의 교통상황에 정교하게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 우선 교차로마다 발생하는 다양한 교통상황을 15개의 패턴으로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 그리고 신호시간을 재평가하는 시간 간격이 15분이므로 새로운 신호시간이 실행될 때는 15분 후의 상황에 적용된다는 문제 점이 있다.
 

동맥경화증에 걸린 도로. 그 치료법의 하나가 교통신호체계를 개선하는 일이다.


지능형을 목표로

1994년에 서울시를 대상으로 실시할 것을 목표로 도로교통안전협회와 교통개발연구원에서 공동개발중인 새로운 교통신호제어시스템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기존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하고 있다. 준비된 신호시간을 선택하는 방식을 탈피해 검지기정보를 활용해 중앙컴퓨터가 직접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새로운 신호시간을 신호주기(통상 80초에서 1백20초 정도)마다 계산하도록 하여 변화하는 교통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역제어기도 정보전달의 중간매체 역할만을 수행하는 현재의 수준에서 검지기정보를 1차처리해 중앙센터에 보내는 방식으로 통신정보내용을 간소화했으며 중앙컴퓨터에서 지령받은 신호시간을 현장 상황에 따라 재조정하는 지능형으로 개발 중이다.

가로망상의 교통상황에 따라 개별차량에 최적의 우회경로를 제시해 주는 교통안내시스템의 생명은 가로별로 정확한 주행속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교차로당 3개에서 8개정도의 검지기를 매설하는 기존 신호시스템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의 속도자료를 얻기 힘들다. 새로운 신호시스템에서는 교차로에 따라 최대 32개의 검지기를 매설해 정밀한 주행속도를 계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시에는 마이크로웨이브나 초음파 검지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신호제어시스템이 제공하는 가로별 교차로별 교통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면 향후 종합교통관리시스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종합교통관리시스템에 속하는 중요한 시스템으로 고속도로관제시스템을 들 수 있다. 선진외국에서는 고속도로관제가 교통신호제어 못지 않게 실용화돼 널리 사용중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서울-수원간의 지역간 고속도로에서 초보적인 수준으로 구간별로 교통체증현황을 가변표지판으로 알리는 시설이 설치돼 있으나, 이 정도 수준으로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 현재 도로공사에서는 대전엑스포를 목표로 첨단 고속도로관제시스템을 서울과 대전 구간을 대상으로도 입할 예정이며 향후 전국의 고속도로에 이 시설을 확충할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고속도로관제는 주로 도시고속도로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고속도로관제는 크게 진입부 통제와 우회경로 안내의 두가지 방향에서 교통을 통제하고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고속도로에 유입하는 유입교통량이 과다할 경우 고속도로 본선은 심한 정체현상이 야기된다. 이러한 혼잡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진입부의 교통량을 본선의 교통흐름이 최적의 상태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진입부에 신호기를 설치하여 적절한 양의 차량이 진입하도록 통제한다.

진입부 통제는 교통신호제어시스템이 고속도로에 적용된 형태로 보면 된다. 고속도로관제시스템에서 우회경로 안내시스템은 차량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교통체증을 완화시키는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고속도로상에서 교통사고나 고장차량 등으로 인해 주변이 극히 혼잡할 때 인근의 간선도로에 대한 속도정보를 가변표시판에 제공해 차량을 혼잡이 적은 주변 도로로 유도할 수 있다.

선진외국에서는 고속도로관제시스템을 이미 수십년 전부터 설치운영해 왔으며 교통체증완화에 실효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도시에는 도시고속도로가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으므로 고속도로관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서울시의 경우 올림픽대로나 청계고가도로와 같은 도시고속도로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있고 현재 건설중인 내부순환 고속도로와 외곽순환 고속도로가 완공되는 금세기 말에는 간선도로의 신호제어와 함께 고속도로관제가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종합 교통관리체계가 수립되리라 본다.

이상은 국내나 외국에서 현재 실용화하고 있는 교통관리시스템을 알아봤다. 남은 지면에서는 21세기의 도시교통관리를 목표로 선진외국에서 추진중인 연구를 자동안내시스템을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차안에서 교통정보를

자동안내시스템이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도로상의 교통소통상태를 운전자에게 알려주어 운전자가 최단시간 경로를 선택하게 하거나,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교통체증상태를 바탕으로 최적의 노선을 중앙관제센터에서 개별운전자에게 직접 안내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개발완료돼 시험운행중이며, 미국을 포함한 구미 각국에서도 수년내로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일본의 자동안내시스템(AMTICS)을 소개하면, 도로에 매설된 차량검지기나 CCTV카메라 등을 이용해 얻어진 정보로부터 도로별로 대기차량의 길이, 체증 정도 등의 정보를 중앙관제센터에서 계산해, 이 정보들을 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는 중간송신소를 이용해 개별차량에 전달한다. 차량내부에는 운전석 왼편에 소형모니터가 장착돼 수신된 정보가 재현되는데, 도로지도와 차량의 현재 위치가 표시되고 교통체증 및 각종 규제에 대한 정보, 그리고 인근지역의 여유 주차공간에 대한 정보가 제시된다. 운전자는 이러한 정보에 입각해 목적지까지의 최적경로를 선택하고 비어있는 주차장을 찾게 한다.

현재 개발된 AMTICS에서는 관제센터에서 차량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보내는 기능만 가지고 있으나, 차세대 AMTICS는 관제센터와 운전자간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여 운전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최선의 경로를 직접 안내해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자동으로 징수하는 기능, 테이터 베이스로부터 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추도록 연구개발 중이다. AMTICS 외에 영국의 오토가이드, 독일의 ALI-SCOUT, 그리고 미국의 경로찾기(Path Finder)와 Trav Tek등이 자동안내시스템으로 개발 완료됐거나 개발 중이다.

미국은 1990년부터 차량과 도로의 지능화라는 목표하에 IVHS(Intelligent Vehicle Highway System)의 개발을 착수했다. IVHS란 심각한 도시교통체증, 증가하는 교통사고, 환경오염, 그리고 운전자의 고령화에 대비해 도로 차량 운전자의 상호작용을 개선해 안전성과 효율성, 에너지절감을 제고하는데 역점을 둔 종합교통처리시스템을 말한다. IVHS에는 첨단교통관리시스템 첨단운전자정보시스템 자동자동차운전시스템(운전자없이 입력된 경로로 자동운전되는 자동차) 화물차량제어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이 시스템이 실용화되면 수송효율이 커지고 안전성 대폭 향상될 것이다.

종래에 도시계획의 차원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오던 대도시 교통문제는 전기 전자 통신 전산 등의 첨단분야까지 동원돼야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21세기를 들어설 즈음에는 종합도시교통관리시스템이 실용화돼 자가운전자에게 각종 편익을 제공하리라 본다.

예를 들어 집을 나서기 전에 도로정보안내센터에 전화하여 목적지까지 가능한 경로들에 대한 도로상황을 문의할 수 있고 최단시간 경로를 추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행중에 교통사고 등으로 현장의 교통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차량 내부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하여 새로운 최단시간경로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목적지에 도착하여 어느 주차장에 빈 공간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종합 교통관리시스템 중 첨단 교통신호제어시스템과 고속도로관제시스템은 국내에서 개발이 진행중이나 자동안내시스템은 연구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개발에 장시간이 소요되므로 정작 필요할 때는 고가로 외국의 것을 수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의 기술력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자동안내시스템의 개발을 서두르는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도시 주변의 고속도로 관제시스템이 잘 구성돼 있다. 어느 도시고속도로가 소통이 잘 되는지 가변표시판에 색깔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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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영찬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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