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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 꿈꾸는 북한

남북 공동 개발, 성공까진 먼 길

그리스 작가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크레타 섬으로 떠나 갈탄을 캐서 한몫 잡아보겠다는 주인공과 조르바의 이야기가 나온다. 1930년대 한반도에서는 금광 열풍이 불었다. 한때 이 열풍에 휩쓸렸던 소설가 김유정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아 농부가 금광에 미쳐 멀쩡한 콩밭을 망쳐버린다는 내용의 ‘금 따는 콩밭’을 썼다. 20세기 초만 해도 지하자원은 누구나 한몫 잡을 수 있는 이른바 ‘노다지’로 인식됐다.

오늘날 IT, BT 등 지식정보산업이 주력 업종이 된 한국에서 지하자원 개발은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중국의 ‘자원 싹쓸이’에 국제 광물시세가 급등하면서 안정적 자원 수급 문제는 고유가와 함께 다시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지하자원의 보고로 새삼 관심이 모인 곳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국가는 원유와 광물자원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북한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북한 곳곳의 광물 채굴에 나서고 있다.

북한 지하자원 남한의 24배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최수영 소장은 “중국은 동북3성 경제개발에 필요한 원자재 부족 때문에 가까운 자원 공급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3~4년 전부터 탄광을 비롯해 금, 철, 몰리브덴 등 북한의 거의 모든 광물자원에 걸쳐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에도 독일, 싱가포르, 스웨덴 등이 북한에서 각각 형석, 금, 아연 등 총 9개 광산에 대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북한에는 어느 정도의 자원이 묻혀 있을까. 흔히 우리나라를 ‘자원 빈국’(資源 貧國)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한반도 남쪽지방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북한에는 현재 석탄, 철광석, 금, 은, 마그네사이트, 아연, 몰리브덴 등 200여종 가운데 경제성을 갖춘 광물만도 43종이 묻혀 있다.

통일부와 대한광업진흥공사(이하 광진공)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산업용 주요광물 20종을 기준으로 계산한 잠재적 가치는 2287조원에 이른다. 남한 광물의 가치 95조원의 24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풍부한 자원 덕분에 북한 수출액에서 광물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15.9%나 됐다.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성이 높은 철광석의 경우 북한의 추정 매장량은 최대 40억t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최대의 노천 철광인 함북 무산 철광에만 약 25억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제철 산업에서 내화재로 사용하는 마그네사이트는 추정 매장량이 세계 총 매장량의 절반에 이르는 36억t이나 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전봉관 교수가 쓴 ‘황금광시대’에 따르면 1930년대 ‘금광 열풍’의 본거지였던 평북 운산 금광은 ‘동방의 엘도라도’라 불리며 한때 일본(조선 포함)을 세계 5대 산금국(産金國)에 올려놓을 정도로 ‘노다지를 토해냈다’고 한다.
 

북한의 자원 정보


오래된 지층일수록 광물자원 많다

북한에 지하자원이 풍부한 가장 큰 이유는 지질학적 조건 때문이다. 한반도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비교적 새로운 지층이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지각은 해양과의 경계부에서 대륙 쪽으로 갈수록 두꺼워진다.

광물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래된 지층일수록 광물이 많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실 김유동 박사는 “광물자원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지하 열수나 마그마의 영향과 함께 광물이 형성되는데 필요한 공간과 크고 두꺼운 지질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두꺼운 지각으로 구성된 대륙에 가까운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량이 남한보다 훨씬 많다. 지각이 두껍고 오래된 남아프리카 일대가 금과 다이아몬드 생산지로 유명한 것과 같은 원리다.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의 경계인 환태평양조산대 근처에서는 화산암과 관련된 일부 희토류 금속이나 열수광상에서 유래한 금광 등이 많이 발견된다. 해양지각에 가까운 한반도 남부지방이나 일본의 금광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유라시아 대륙 쪽으로 갈수록 철, 구리, 납, 아연 등 소재금속 광물이 많이 분포해 대규모 광산이 생겨났다. 특히 북한은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구성된 지대가 많아 이들과 관련된 흑연, 아연, 마그네사이트, 금, 은, 텅스텐 등의 지하자원이 많다.

산이 많은 북한의 지형도 장점이다. 상대적으로 평탄한 남쪽보다 지표 면적이 넓기 때문에 지하 광물이 지표면에 노출된 지점인 노두를 찾기 쉽다. 함북 무산철광은 철광석이 지표면에 노출된 대표적 노천광산이다. 1950년대 소련의 도움으로 철저한 광물 탐사를 추진한 것도 광물 개발에 일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독자적으로 지하자원을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만성적인 전력난과 낡을 대로 낡은 장비와 시설 때문이다. 광진공 관계자는 “북한의 주요 광산 설비는 1980년대 중반부터 개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극히 노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력을 전송할 기반 시설조차 부족한 실정이라 개발 초기에 많은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술도 부족하다. 북한은 아직 광물을 인력으로 캐내는 방식에 머물고 있으며 광석을 채굴해서 정제하는 선광 기술도 낙후돼 있다. 자재 공급 상황에 따라 수시로 운영이 중단돼 현재는 설비 가동률이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이하 경추위)에서 북한은 아연, 인회석 등을 공동 개발하자고 남한에 제의했다. 광물자원 개발을 바탕으로 침체된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남한으로서도 안정적 자원 수급을 위해서는 몇 나라에 편중돼 있던 거래처를 넓히는 차원에서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남북 경제협력이란 상징적 의미도 크다.

특히 ‘6대 전략 광물’로 꼽히는 유연탄, 철, 우라늄, 구리, 아연, 희토류 금속 등은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가 지정한 핵심 광물로 산업 발전에 필수적 요소다. 유연탄과 우라늄은 발전 원료 등 에너지 자원으로 분류된다. 모두 북한에 풍부하게 분포하는 지하자원이다.

뒤늦지만 남북 간에도 지하자원 공동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첫 삽을 뜬 곳은 광진공이다. 지난해 7월 광진공은 북한 명지총회사와 함께 황남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에 총 1020만달러(약 100억원)를 투자해 흑연제품을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흑연은 내화재, 전지, 원자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재료로 국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추위 합의에 따라 지난해 9월 평양에 상주 사무소가 설치됐고, 이어 장비와 동력시설이 설치돼 현재 시운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기술 인력을 요청하는 등 개발에 적극적이다. 광진공은 올해 3월 광산시설이 완공되면 앞으로 15년 동안 매년 1830t을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국내 수요량의 15%에 해당하는 양이다.
 

북한은 전력난과 낡은 시설, 자본 부족 때문에 풍부한 지하자원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지하자원 공동개발은 양측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물꼬 트는 남북 공동 자원개발

광진공 박양수 사장은 지난해 9월 무산철광의 시설 현대화에도 투자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중국과 함께 평북 의주 덕현철광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철은 자동차, 조선, 토목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널리 쓰이는 광물이기에 전략적 가치도 크다.

북한산 철광석의 가격은 톤당 40달러 선으로, 포스코가 수입하는 호주, 캐나다, 브라질산 철광석의 가격 톤당 78달러와 비교해 절반가량 저렴하다.

광진공은 이밖에도 함남 단천의 검덕 아연광산을 비롯해 철, 스테인리스강에 사용되는 몰리브덴, 전구 필라멘트나 전극, 금속 공구에 쓰이는 텅스텐 등의 광물 개발에도 국내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북한과 합의했다.

통일연구원 최수영 소장은 “정촌 흑연광산은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대체 수입처를 다양화하는 효과와 함께 남북 경제협력의 일환으로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김영윤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북한 광물자원 개발 전망과 정책방안’ 학술대회에서 북한에서 생산한 광물을 모두 남한으로 반입하면 매년 약 800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생길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산 광물=노다지’라는 인식은 위험해 보인다. 김유동 박사는 “문제는 채산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한 최대의 텅스텐 광산이던 상동광산이 문을 닫은 것도 매장량 고갈이 아니라 수지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질이 낮은 광산을 개발하는데 많은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핵심 광물에 포함되지 않는 흑연을 생산하는 것이 어느 정도 경제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함북 무산시 철로변의 풍경. 주민들이 화차로 수송하던 중 철로에 떨어진 석탄 조각을 줍고 있다.


배보다 배꼽 더 큰 저품위 광산

북한 최대의 철광산인 함북 무산철광도 광석이 철을 함유한 정도인 ‘품위’가 40%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철광석 품위가 60~70%인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약하다. 마그네사이트 등 일부 광물 용도가 제한돼 있고 가격도 낮아 수입대체 효과도 크지 않다.

북한의 부족한 사회간접시설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기 공급이나 운송수단이 완비되지 않아 채굴보다 기반시설 확충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장량과 품질을 높이 평가받아 투자 가능성이 높은 광물로 꼽히는 광산도 있다. 함남도 단천 검덕광산의 납과 아연, 대흥 마그네사이트 광산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도 지난해 남한에 검덕광산에 대한 투자를 요청해 현재 몇몇 기업이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김유동 박사는 “검덕광산은 1990년대에 홍수가 나서 갱도 내부와 산 위까지 걸쳐 있던 광석을 고르는 선광장들이 모두 물에 잠겨 큰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를 복구하기 위해선 큰 액수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의 성패는 개발에서 얻는 경제적 가치와 이에 들어가는 적절한 투자비용의 균형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꿈꾸는 북한

만성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도 산유국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본은 오래 전부터 북한 석유에 관심을 보여 왔다.

최근 유력한 석유 매장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한만(지도 참조) 일대는 넓은 퇴적층으로 이뤄진 분지로 탐사 결과 1950년대부터 해저 유전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돼 왔다.

실제로 1997년부터 남포 앞바다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한 스웨덴 석유업체 타우루스(Taurus)는 초도 서쪽 66km 지점에서 하루 350배럴의 원유가 분출되는 것을 발견했다.

추정 매장량이 최소 30억 배럴에서 최대 400억 배럴에 이르는 이곳 석유는 중국 보하이(渤海)만 유전과 대륙붕으로 연결돼 있어 북한과 중국의 해상 경계선에 걸쳐 분포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은 이 일대에 50억~6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12월 북한과 해저유전 공동개발을 위한 협정을 맺었다. 무산 철광 투자에 이은 두 번째 북-중 공동 개발 사업이다.
 

중국 보하이만 해상 유전의 모습. 북한의 해저유전과 댁륙붕으로 이어져 있는 이곳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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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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